리디파이닝 REDEFINING
6화

런드리고, 세탁은 숙제가 아니다

아웃풋이 아닌 과정을 혁신하다


아웃풋이 아닌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새로운 가치 전략을 세탁업에 들여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세탁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혁신이 잘 일어나지 않는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세탁 산업에서의 혁신은 주로 세탁기의 기능적 향상을 통해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일본의 IT 비평가인 오바라 가즈히로(尾原 和啓)는 저서 《프로세스 이코노미(Process Economy)》 에서 이를 ‘아웃풋 이코노미(output economy)’라 칭한다.[1] 아웃풋인 ‘세탁기’라는 프로덕트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세탁기 산업은 일정 규모의 성장에 도달해 제품 차별화만으로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어 한계에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세탁 서비스 분야는 디지털 전환이 더뎠다.

기존의 세탁 서비스에서 혁신이 일어나기 어려웠던 이유는 세탁이 지닌 본질적인 속성 때문이다. 세탁물은 고객의 소유이기 때문에 서비스의 시작과 끝이 고객의 주거 공간과 연결된다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에 고객 주거지 근방의 세탁 서비스 업체로 서비스 담당 업체가 제한됐다. 이 때문에 세탁 서비스에서는 그간 규모의 경제가 일어나기 힘들었고, 디지털 전환 시스템의 도입 역시 어려웠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런드리고(LaundryGo)는 발상의 전환을 꾀한다. 세탁기가 아닌 세탁 ‘과정’의 혁신을 통해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물론 런드리고 이전에도 세탁 서비스라는 분야에 플레이어들은 있었다. 대표적인 게 동네 세탁소다. 세탁을 서비스화해 고객의 가사를 서비스의 영역으로 가져간 최초 플레이어이다. 집과 세탁소의 물리적인 거리 이동에서 오는 불편함을 최소화해 세탁 서비스의 편의를 높이고자 도모했던 세탁물 배달 업체들도 생활 세탁 서비스 분야의 혁신을 추구한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세탁 ‘경험’의 프로세스에서 가치를 창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런드리고는 모바일 기반의 생활 빨래 서비스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임으로써 기존 산업의 문제를 풀고 세탁 서비스의 수준을 한 단계 향상하고자 했다. 여기에 더해 모바일을 통해 24시간 이내에 빨래 수거 신청과 배달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세탁 서비스의 단축은 굳이 집에서 세탁을 하지 않아도 되는 ‘빨래의 외주화’ 시대를 열었다. 즉, 생활 빨래가 집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집 밖의 공간에서 이루어져도 무관한 프로세스를 제공한 것이다. 이는 고객들의 가치 사슬 측면에서, 이전에는 불편함이 느껴지던 가치 저감 부분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런드리고는 세탁 과정에서 고객이 세탁 결과물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을 추가해 고객이 빨래를 맡기고 받았을 때 기존 세탁 서비스와 차별화된 효용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세탁 서비스는 혁신과 차별화 포인트를 프로세스에 두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

이게 가즈히로가 말한 ‘프로세스 이코노미’다. 프로덕트로는 더 이상 혁신이 일어나기 어려울 때 프로세스에 집중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논의와 런드리고의 행보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핵심은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고객 경험이 향상되는 경험을 할수록 더 많은 가치가 발생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정에서 가치를 만들려는 접근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사실 런드리고를 운영하는 의식주컴퍼니의 조성우 대표가 이 사업을 떠올리게 된 것에는 특별한 비화가 있다. 이미 한 번 성공적인 창업을 경험하고 번아웃을 회복하려던 그를 다시 창업으로 이끈 건 다름 아닌 여행지에서 만난 한 도둑이었다. 조 대표에게 의식주컴퍼니의 탄생 비화를 물었다.

 

의식주컴퍼니의 탄생 비화


회사 이름이 의식주컴퍼니인 이유가 궁금하다. 왜 의식주를 강조했나?

특별히 강조한 건 아니다. 많이들 물어보시기도 한다. 세탁하는 회사가 왜 의식주컴퍼니인지, 결국 의식주를 다 하려는 건 아닌지 하고 말이다.

우리는 세탁이 혁신되면 주거 공간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자취하는 1인 가구면 더 크게 공감할 텐데 아무리 좁은 공용 면적, 전용 면적이라고 하더라도 세탁기나 세탁 설비, 세탁 공간은 우리가 역사적으로 반드시 갖출 수밖에 없던 공간들이다. 런드리고는 우리가 당연히 여겨 왔던 공간이나 행위를 비가역적인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한다.

실제로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며 세탁기를 안 쓰시는 분들, 세탁 공간을 없애시는 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니 결국 ‘의(衣)’가 ‘주(住)’를 혁신한 것 아니겠나. 그래서 의식주컴퍼니라고 이름 지었다. 사실 옛날부터 ‘식(食)’을 좀 오래 전문 분야로 해서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의주컴퍼니’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의식주는 결국 우리의 삶과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상징적인 단어로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 ©사진: SBS
과거 창업할 때 새벽 배송이라는 말을 직접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첫 번째 창업과 피벗(pivot) 과정이 궁금하다.

처음엔 대기업에 한 5년 다니다 나와서 ‘덤앤더머스’라고 하는 소셜 커머스를 창업했다. 덤으로 더 주는 형태의 소셜 커머스였는데 시원하게 망했다. 당시 창업 멤버들은 다 직장인이었다. 남자 직장인들을 서포트하는, 정기적으로 필요한 걸 챙겨 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정기 구독형 플랫폼을 만들었다. 그렇게 구독(subscribtion) 커머스로 피벗팅을 해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우리 상품 중 하나인 도시락이 굉장히 잘 되는 거다. 정기적으로 보내 준다는 점이 신선 식품의 특징과도 잘 맞았다.

여기서 또 신선 식품 정기 배송으로 피벗팅을 했다. 신선 식품을 어떻게 보내 주는 게 효과적일지 고민하다가 전통적으로 있던 우유 배달이나 신문 배달처럼 출근 전 새벽에 보내 주면 되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래서 만든 게 새벽 배송 모델이었다. 그게 2012년도니 벌써 10년 전이다.

그 새벽 배송이 배달의민족에 인수가 된 것인가?

그렇다. 2015년도에 인수됐다. 이름도 덤앤더머스에서 배민프레시로 바뀌었다. 거기 CEO를 2년 반 정도 하다가 퇴사를 했다.

왜 그만둔 건가? 한창 잘 나가고 있을 때 아닌가?

그랬다. 게다가 신선 식품 등 새벽 배송 모델 역시 유통 산업에서 하나의 큰 축으로 가려고 하던 변혁의 시기이기도 했다. 개인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창업이란 게 에너지를 비정상적으로 쓰는 일 아니겠나. 그렇게 7~8년을 달려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나 역시 혼신의 힘을 다해 달리니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큰 슬럼프가 왔다. 너무 지쳐버린 거다. 배달에민족엔 워낙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시니 내가 만든 모델을 증명하고 성공시키는 부분은 그분들이 잘 맡아 주실 수 있겠다 싶었다. 정말 크게 마음먹고 퇴사를 했고, 다시는 사업을 안 한다고 다짐을 했다.

그렇게 퇴사를 해서 여행을 갔다가 지금의 런드리고를 떠올렸다고.

실제 계기가 그랬다.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다가 퇴사를 하고 갑자기 혼자가 되니 우을증도 오고 몸도 아팠다. 예전에 미국 캘리포니아로 교환 학생을 갔을 때의 추억이 좋아서 그곳으로 무작정 3개월 여행을 떠났다.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던 중 저녁을 먹고 렌터카에 모든 짐을 넣어 놓고 숙소로 이동했는데 한 도둑이 차 유리를 깨고 모든 짐을 다 훔쳐 갔다. 그런데 유일하게 훔쳐 가지 않은 게 하나 있었다. 아마존 프레시 쇼핑백에 가득 넣어 둔 빨래들이었다.

늘 일상에서 ‘이게 사업이 될까 안 될까’를 DNA처럼 고민했던 터라, 그럴 만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가설을 떠올렸다. 왜 도둑이 빨래는 훔쳐 가지 않았을지 고민하다 보니 예전에 창업을 시도했던 모바일과 딜리버리, 여기에 서비스와 세탁을 잘 겸비하면 새로운 비즈니스가 나올 것 같았다. 그 생각으로 세탁 산업을 들여다보니 페인 포인트가 너무 많고 누구나 다 불편함을 갖고 있고, 수십 년 동안 너무 변화도 없는 산업이었다. 운명과 같이 끌림이 왔다.

보통은 도둑맞으면 보험을 먼저 생각할텐데 창업을 생각했다니 흥미롭다.

그때부터 퇴사 여행이 세탁 여행으로 바뀌었다. 사실 미국의 세탁 문화는 한국인들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민자 중에서도 특히 한국인들이 많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세탁 여행을 하면서 우연히 뉴욕 공장도 방문하게 되고, 현지의 세탁왕 같은 분들도 만나게 되면서 세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됐고 그게 이어져 의식주컴퍼니를 창업하게 됐다.

 

가사를 여가로 바꾸다


런드리고의 서비스는 유사한 비대면 서비스들과 어떠한 점에서 다를까? 현재 세탁 서비스 시장에는 런드리고와 유사한 비대면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업체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고객의 경험적 가치를 높이는 것보다는 기능적인 세탁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경험적 측면에서 고객 효용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는 찾아보기 어렵다.

세탁에 소요되는 시간을 살펴보면 런드리고가 세탁을 신청하고 받기까지 24시간이 걸리는 데 비해 유사 업체의 경우 48시간이 걸린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런드리고는 고객 경험 향상을 위한 프리미엄 서비스 제공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서비스 비용에서의 차이로 이어진다. 유사 업체들은 런드리고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세탁 서비스 시장에서도 고객 세그먼트(segment)가 세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세탁이라는 영역은 고객 입장에서 보면 의식주의 일환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부분이다. 매일 노동이 수반되는 분야기 때문에 세탁은 일상생활의 숙제처럼 불편하고 번거로운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런드리고는 반복되는 숙제를 일상적으로 해결하는 서비스인 모바일 기반의 구독형 빨래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귀찮은 세탁과 빨래 널기, 개기의 시간을 절약해 이를 고객의 여가 시간으로 돌려주고자 했다.

세탁물마다 필요한 최적의 세탁 코스를 짜고, 세탁 이후 정갈하게 정리된 상태로 문 앞까지 세탁물을 배달하는 빨래 서비스는 고객 인식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이전에는 귀찮음으로 귀결되던 빨래가 어느덧 ‘정갈한 빨래와 마주하는 즐거운 경험’으로 바뀐 것이다. 이는 세탁 서비스라는 업을 단지 ‘더러워진 빨래의 세탁’으로 보던 관점에서 탈피했기에 가능했다.

런드리고는 세탁 서비스라는 비즈니스의 본질에 어떤 방식으로 ‘경험’을 추가했을까? 고객이 세탁을 통해 생활이 향상됐다는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런드리고는 세탁 서비스를 정기 구독형으로 제공하는 것에 더해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포함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고객에게 경험적 측면에서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천연 세제를 사용하고, 속옷 망, 물빨래 망, 이불 팩, 운동화 비닐 등 세탁물 종류에 따라 수거 키트(맞춤형 서비스)를 사용하고 옷걸이와 세탁 커버의 회수, 그리고 하루 배송을 도입했다. 나아가 세탁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주거 공간 밖으로 설정해 세탁기와 건조기 공간을 고객에게 돌려줌으로써 주거 공간에 대한 인식과 활용 면에서도 추가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조성우 대표는 기존 세탁 산업이 공급자 중심이었다고 말한다. 런드리고의 혁신을 뜯어보면 주로 공급자 중심의 산업 구조를 고객 중심으로 옮겨오는 과정이었음을 알 수 있다. 조 대표에게 기존 세탁 산업을 어떻게 혁신했는지 물었다.

 

공급자 관점에서 벗어나기


세탁은 과거부터 동네별로 이뤄져 왔고 세탁 혁신이라면 세탁기의 발전을 고민할 수도 있었다. 세탁 과정의 혁신을 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세탁은 두 가지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굉장히 특이한 물리적 이동이 있다. 세탁물을 소유한 건 고객이기에 집 안의 세탁물을 꺼내 세탁한 후 다시 고객의 집 안으로 넣어야 하는 물리적 성격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비즈니스 플로우를 가진 산업은 거의 없다. 가전 A/S 정도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지금껏 수십 년간 세탁은 걸어가서 맡길 수 있어야 하고 거기서 배달도 할 수 있다면 좋은 정도였다. 생활 반경 내 굉장히 촘촘하게 오프라인으로 만들어져 있던 게 기존의 세탁 산업이다. 100퍼센트 오프라인에 의존했던 산업이다 보니 우리의 대주제는 이걸 어떻게 모바일로 가져와 서비스할 수 있을까였다.

그다음으로 ‘세탁 과정을 어떻게 혁신할까’라는 고민보다 그 앞 단에 훨씬 더 본질적이고 선행되어야 하는 부분은 ‘고객 경험의 혁신’이라는 점이다. 사실 세탁에 대한 고객 경험은 대부분 불만스러운 경우가 많다. 셔츠를 집에서 세탁해 다림질하며 회사 출근도 여러 번 했던 터라 잘 알고 있다. 프랜차이즈 세탁소를 방문하려고 하면 저녁 여덟 시만 돼도 문을 닫고, 맡기면 일주일 정도 뒤에나 찾으러 가야 하는데, 좋은 경험이 만들어질 리 없었다. 특히 세탁 공간이 여유롭지 않은 1인 가구는 세탁이 특히 더 고생스러운데, 빨래를 하려면 세탁방에, 드라이클리닝을 하려면 세탁소에 가야 한다.

즉, 이 모든 고객 경험이 너무나 공급자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고객의 경험에는 누구도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이 고객 경험을 맨 앞단인 ‘세탁물 맡기기’부터 끝단인 ‘찾는 것’까지 펼쳐보니 자연스럽게 이 세탁 과정 자체를 바꾸지 않고는 고객 경험을 혁신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따라서 우리는 고객 경험에서 출발해 여기서 어떻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과정을 변화시키고 시스템을 만들지에 집중했고 그 결과 유니크하고 대형화한, 시스템화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
런드리고의 캐치프레이즈 ©사진: SBS
기존의 세탁 업이 각각 나뉘어 있던 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걸 혁신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을 텐데 무엇이 가장 어려웠나?

우리는 동네 세탁소나 프랜차이즈 등 기존에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파편화되어 있던 세탁의 수요를 광역화하고 중앙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러다 보니 필연적으로 무거워지는 요소가 두세 가지씩 생겼다. 하나는 입고 과정이다. 어마어마한 세탁물이 한곳에 모이니 이걸 입고하고 검수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이렇게 무거워질 줄 몰랐다.

다음엔 출고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고객별로 맡긴 세탁물을 매칭해서 포장하고 내보내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이렇게 출고 세탁물의 짝을 맞춰주는 과정이 생각보다 무거웠다. 처음 사업을 기획했을 때 생각한 것보다 열 배는 무거운 과정이었다. 주문량이 적은 세탁소 등에서는 사람이 수기로 맞춰가면서 할 수 있는 시스템이지만 우린 규모가 있어 그게 어려웠다. 파편화된 수요가 모이는 것에 대응해 반드시 시스템과 더불어 창의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입고와 출고의 자동화 시스템에 주목하며 개선해 왔고 지금도 혁신하고 있다.

보통 동네 세탁소는 벨을 누르고 와서 세탁물을 가져가거나 세탁소에 직접 가서 맡기는데 런드리고의 비대면 서비스는 어떻게 다른가?

우리는 고객 경험상 빨래를 어떻게 내놓게 할 것이냐의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모바일 서비스로 그 과정을 옮긴다고 해도 결국 주문만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잖나. 수거도, 세탁도 해야 하는데, 그때 내린 결론은 ‘만나서는 답이 없다’라는 거였다.

안 그래도 현대인들은 바쁜데 시간 약속해서 수거하고, 또 배달할 때 약속해서 갖다 주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지금은 비대면 방식으로 뭔가를 하는 게 너무 익숙해졌지만 런드리고를 처음 기획하고 서비스를 론칭할 땐 코로나19가 오기 1년 전이었다. 우리는 비대면이라는 단어를 그때부터 썼다. 내부적으로도 비대면으로 하는 게 과연 좋은 것인지, 옳은 것인지 열띤 고민이 있었다. 그럼에도 결국 모바일로 확장해 산업을 혁신하려면 비대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그럼 어떻게 비대면을 할 거냐는 고민 끝에 우리는 ‘런드렛’이라는 수거함을 만들어 평소에는 집 안에서 그걸 빨래통으로 쓰고, 세탁물을 맡길 때는 빨래와 드라이클리닝을 분류해 내놓을 수 있게 했다. 이걸 밖에 내놓고 모바일로 클릭 한 번 하면 잘 때 내놓은 옷이 내일 밤에 돌아오게 하자는 취지였다. 이렇게 시작된 게 지금의 런드리고 비즈니스 모델이다.

수거함 도난은 없던가?

거의 없는 사례긴 하지만 우리의 실수로 옷을 분실할 수는 있어도 실제 수거 가방째로 훔쳐 없어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지금껏 150만 건의 주문을 처리했는데 그 가설은 지금까지도 잘 작동하고 있다. 사실 이게 미국 뉴욕 같은 곳에서도 그럴지는 고민스러운 지점이긴 하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의 택배 문화, 그러니까 뭘 놔두어도 잘 가져가지는 않는 그런 문화 덕에 지금까지 가설이 잘 충족된 채로 이어 오고 있다.

보통 세탁소에서 고객과 갈등을 빚는 요소는 세탁 과정에서 발생한다. 세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염이나 훼손 등으로 인한 갈등은 없나?

적지 않은 이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니 세탁의 퀄리티나 오류 상황 등 과학적으로 명확히 증명하기 어려운 요소가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이런 문제에서 중요한 건 일단 고객과 얼굴을 맞대고 충분히 설득하고 얘기하며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이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투명한 정보 제공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세탁이 잘됐냐 안 됐냐, 혹은 이 퀄리티가 좋냐 아니냐, 아니면 문제가 있냐 없냐는 결국 그 기준점이 명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세탁한 옷이 돌아왔을 때 컨디션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우리 쪽에서도 상태를 체크하며 사진으로 남겨놓고, 옷의 재질이나 특수성에 따라 어떤 트리트먼트가 이뤄졌고, 어떤 과정에 의해 출고가 됐고 하는 것들을 투명하게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세탁의 흐름이나 공정에 의해 고객의 옷이 어떻게 분석되고 처리됐는지 고객에게 알려 주기 위해 유의미한 정보를 잘게 쪼개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요소가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세탁의 퀄리티도 높아지고 세탁 라이프 스타일을 분석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와도 연결될 수 있기에 계속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고객 경험에 집착하는 이유


런드리고는 24시간 이내에 빨래가 끝나서 돌아온다. 시간을 단축하려면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 아닌가?

그런 측면도 있다. 그러나 무조건 빨리하는 게 좋은 가치라고 생각진 않는다. 잘하는 게 중요하다. 그럼에도 ‘24시간 이내’를 내세운 이유는 그간 세탁 산업이 고객 관점에서 세탁 시간을 투명하게 제공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느껴서다.

물론 오랜 시간 건조를 하고 오랜 시간 세탁을 해야 하는 특수한, 특별한 재질의 의류도 있다. 이런 경우 하루 정도 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가 일상적으로 입고 드라이클리닝을 맡기는 의류들의 97~98퍼센트는 사실 세탁에 들어가는 시간 자체가 몇 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기존 세탁 산업은 세탁물을 모아서 세탁을 해야 채산성이 나오기에 고객이 요청하는 일정이 아닌, 공급자들이 원하는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나. 늦으면 늦을수록 공급자들에게 훨씬 유리하다. 그 지점에서 정보의 비대칭이 심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무조건 하루에 해야 한다는 것보다 ‘세탁은 충분히 하루에 할 수 있다’라는 걸 보여 주려는 것에 가깝다. 게다가 비용의 관점에서도 그렇게 손해만 보는 건 아니다. 세탁을 빠르게 처리하면 늘어나는 비용이 있지만 그렇다고 반대로 세탁을 늦게 해버리면 그 세탁물을 보관하는 장소가 필요해 진다. 우리의 지금 주문량이라면 공장보다 훨씬 큰 공간이 필요한데 그건 고스란히 임대료가 되지 않겠나.

이걸 계산했을 때 우리가 보관에 돈을 쓸 거냐, 아니면 신속하게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추는 것에 집중할 거냐의 문제가 된다. 그 고민의 끝에 우리는 빠르게 배송하는 게 더 좋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런드리고가 이용자의 경험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고객 경험에 관한 조사도 했던 거로 알고 있다.

사실 세탁은 우리가 인생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의 총체라 할 정도로 다양한 고객 경험 사례가 나온다. 고객이 불편함을 겪는 부분이나 세탁으로 해결해 줬으면 하는 부분들은 빅데이터로 형성되고 있다. 고객 경험을 고려하는 건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다. 런드리고는 아직 혁신의 중간 지점에 있고 아직도 실력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느끼는데, 고객의 목소리는 우리가 해결할 문제나 개선할 부분에 방향성을 제공해 주는 바이블의 역할을 한다. 거의 모든 것에 답을 주고 있다.

고객의 요청에 따라 개선하면 되는 심플한 문제지만 우리는 IT와 인프라를 다루는 스타트업으로서 이러한 목소리를 어떻게 스마트하게 시스템화할지, 어떻게 더 나은 경험으로 발전시킬지를 고민하고 있다. 물론 고객의 목소리는 늘 뼈아프고, 듣는 것이 어렵기도 하지만 결국 이 목소리가 우리 모든 의사 결정의 근간이 된다는 건 변함이 없다.

고객 불만의 교집합으로는 어떤 게 있나? 요즘 가장 큰 요구 사항은 뭔가?

굉장히 많은 이슈가 있지만 요즘 들어 더 눈에 띄는 것은 퀄리티를 좀 더 높여 줬으면 좋겠다는 니즈다.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용재나 세제, 세탁 기계 등은 일반 프랜차이즈 세탁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가의 제품을 쓰고 있지만 고객이 원하는 퀄리티와 서비스의 기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한국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추면 글로벌 어디 나가도 세탁에서는 1등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메인 고객의 페르소나가 있나?

처음 이 서비스를 시작할 때는 1~2인 가구가 제일 많이 쓸 거로 생각했다. 3인 가구 이상부터는 잘 안 쓰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까 3~4인 가구가 1인 가구나 2인 가구와 거의 비슷한 비율로 많이 쓰고 있었다. 결국 가구 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구를 구성하고 있는 멤버의 속성과 페르소나가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그 페르소나는 분명하다. ‘바쁜 사람들’이다. 직장인이든 전문직 종사자든 바쁜 시간을 빨래에 소비하고 있는 분들이 비용을 써 런드리고 같은 서비스에 이를 맡김으로써 자신의 시간을 아끼려는 수요를 타깃한다.

 

시행착오로 빚은 전례 없는 시스템


런드리고는 2019년 3월에 서비스를 론칭한 이후 매월 30퍼센트 이상 고객이 증가하며 성공적으로 시장을 키워 나갔다.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세탁 공정에 일손이 부족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급한 대로 조성우 대표를 비롯해 동원 가능한 모든 인력이 세탁 공정에 투입되기 시작했지만 근본적으로 고도화된 세탁 공정의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자동화와 고도화 과정에서 맞닥뜨린 어려움은 런드리고가 세탁 서비스의 대상을 전체 세탁물로 포함시키는 데에서 기인했다. 런드리고는 기존의 드라이클리닝 위주의 세탁 서비스를 혁신하기 위해 물빨래와 드라이클리닝을 동시에 해결하는 세탁 서비스를 내놓았었다.

스마트 팩토리의 탄생
그런데 당시엔 이 두 가지의 빨래가 동시에 가능한 세탁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 서비스를 위해선 런드리고가 직접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개척자가 되어야 했다. 창업 직전 미국의 세탁 공장을 둘러보면서 세탁 공정 자동화와 배송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하긴 했지만 실제 적용하는 과정에서는 시행착오가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세탁의 질은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이불, 의류, 속옷 등 전 분야의 빨래에 최적화해 물빨래와 드라이클리닝까지 하는 자동화 시스템은 선례가 있을 리 만무했다. 거기다 세탁 공정의 스마트 팩토리화에는 세탁 서비스 외에도 출고 시스템까지 포함되어야 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세탁과 물류의 결합이 이루어져야만 했다.

사실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은 조성우 대표가 런드리고를 창업할 때부터 구상했던 개념이었다. 이를 위해 런드리고 창업과 동시에 미국 세탁 스마트 팩토리 EPC(설계・조달・건설) 전문 기업인 ‘에이플러스 머시너리(A+ Machinery)’를 인수했다. 조성우 대표는 세탁업을 빨래와 배송 그리고 기술이라는 관점으로 재정의함으로써 여러 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세탁 스마트 팩토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했던 것이다.

세탁에 배송이라는 개념을 결합해 하루 배송을 위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예측을 위한 IT 시스템을 갖추려는 혜안은 조 대표가 런드리고 창업 이전 배민프레시에서 새벽 배송에 대한 서비스를 담당했기 때문에 가질 수 있었다. 세탁물은 집 안에서 집 밖으로 그리고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간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배달 서비스의 속성이 포함되어 있다고 본 것이다. 이전까지 선진화된 설비 시스템, 그리고 IT 기술의 적용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세탁 공정 과정을 혁신하기 위해 조 대표는 세탁 공정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구하기도 하고, 다른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서 지식을 얻기도 했다. 에이플러스 머시너리 외에도 일본의 컨베이어 회사와 협업을 추진해 하드웨어를 추가로 설치하기도 했다.

세탁실에서 먹고 자며 머무르는 노력까지 더해져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을 향한 1년 반의 여정 끝에 런드리고는 고객별 의류 자동 출고 시스템을 포함한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었다. 세탁 서비스의 본질을 꿰뚫어 본 창업자의 역량과 세탁 공정의 자동화 시스템, 그리고 24시간 배달이 가능한 배달 시스템을 핵심 자원으로 확보하면서 런드리고는 세계 최대의 B2C 세탁 공장을 보유하게 됐다.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런드리고는 성장을 가로막던 장애물을 뛰어넘고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됐다. 나아가 이커머스 분야 등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혁신이 저조했던 세탁 공정 부문에서 혁신의 속도를 높이는 개척자가 됐다.

넥스트 스텝, 카테고리 확장
생활 빨래 서비스를 기반으로 세탁 서비스 시장을 개척해 나간 런드리고는 세탁과 물류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결합하며 여러 분야로 카테고리를 확장해 나갔다. 세탁 서비스에는 맡기고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세탁 키트가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나온다는 건 곧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과 관련된 더 넓은 범위의 제품과 서비스로 확장이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이에 런드리고는 의류 수선과 명품의 사후 케어까지 제공 서비스 영역을 넓혀 나갔다. 특히 명품의 프리미엄 세탁 서비스는 뉴욕 세탁학교 출신의 30년 경력자를 중심으로 전문가 팀을 구성했고 봉제선이나 단추가 떨어진 경우 무상 수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어 세탁 서비스 관련 커머스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자체 브랜드 ‘라이프고즈온(Life goes on)’을 출시해 명품 타월 등을 포함한 일상 용품을 판매해 라이프 스타일 커머스 분야로 진출했다.

2022년 4월 론칭한 ‘런드리24’는 자동화 및 혁신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무인 스마트 세탁소다. 드라이클리닝과 코인 세탁소가 결합한 형태다. 출시 이후 빠르게 매출을 만들어 내면서, 가맹점 수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2월 기준, 출시 8개월 만에 100호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거기다 호텔 세탁 서비스인 ‘크린누리’를 인수하며 B2B 영역에도 진출하고 있다. 호텔과 중소형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B2B 서비스다. 물론 기존에도 B2B 세탁 서비스는 많았다. 그러나 셰프 웨어(조리복)나 유니폼, 고객 세탁물 등 각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세탁물을 숙박 시설의 린넨 세탁물과 분리해 각각 다른 세탁 공장에 맡겨야 했기 때문에 공정의 비효율성이 존재했다.런드리고는 모든 세탁 과정을 원스톱으로 처리해 B2B 세탁 과정의 효율과 혁신을 추구하기 노력했다. 런드리고의 B2B 서비스는 2023년 6월 ‘호텔앤비즈니스’로 리브랜딩하며 더 다양한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세탁물을 처리하고 있다.

런드리고의 카테고리 확장은 기존 세탁 산업에서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전엔 세탁기라는 제품 영역이 주가 됐고 나머지 서비스는 부차적인 요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런드리고의 세탁 서비스는 이와 상당히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런드리고는 차별화한 세탁 서비스, 세탁 공장의 자동화 공정을 통해 그간 세탁소나 세탁기로 귀결되던 세탁 시장에서도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 셈이다.

런드리고가 생활 빨래 시장을 개척하며 세탁 서비스 시장을 혁신해 오고 있지만 세탁 서비스 시장은 여전히 오프라인과 모바일 시장의 비율이 99대 1이다. 이커머스와 외식 산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산업과 시장에서는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세탁 서비스 시장은 상대적으로 혁신과 변화에서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런드리고의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은 오프라인 중심의 세탁 산업과 서비스로 전방위적 영역 확장이 가능하다는 의미가 된다.

이러한 가능성에 힘입어 2022년 11월 22일 490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4000억 원 규모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특히 이 투자는 금융 시장 여건이 악화한 투자 혹한기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이 놀라운 포인트다. 런드리고가 출시 이후 지속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여 왔고 코로나 상황 속에서 연평균 300퍼센트의 매출 성장률로 고속 성장을 이뤄 낸 점, 세계 최초의 세탁 공정 스마트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런드리고는 지난 2023년 4월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다.

런드리고는 ‘세탁-배송-물류’라는 서비스의 통합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맞춰 전방위적으로 일어나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선제적으로 예측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혁신의 도입이 어려웠던 세탁 분야를 결국 혁신하며 새로운 단계로 이끌어 나가고 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답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런드리고의 개척자 정신을 기반으로,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 어떻게 세탁 산업과 서비스 시장을 혁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성우 대표는 앞으로의 세탁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에게 런드리고 스마트 팩토리를 구상한 비결과 현재의 수익 구조,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물었다.

 

우리의 경쟁자는 세탁기다


스마트 팩토리는 세탁 시장의 다음 패러다임이라 볼 수 있을까?

세탁 산업의 큰 흐름이 변화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기존의 세탁 산업은 지금 운명처럼 정해진 미래를 겪고 있다. 산업 내 인구 감소로 인해 점차 세탁소가 사라지는 것이다. 기사에서 충격적인 숫자를 봤는데 2022년에 세탁소가 3500곳가량 없어진다고 봤다. 역사상 가장 많이 없어지는 시기라고 하더라. 지난 10년 동안에도 매년 1000곳씩 없어졌다고 한다.

세탁업에 종사하시는 운영자들, 세탁소 사장님들의 평균 연령이 65~70세다. 그리고 그 나이 즈음 보통 은퇴를 하신다. 그러니 산업에서 수요는 어느 정도 일정하게 있는데 공급자 분들이 계속 지금 은퇴하고 있는 형태의 인구 감소가 이루어지고 있는 거다. 이 흐름은 사실상 정해진 미래이기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세탁 산업은 이에 따라 자동화, 시스템화로 이행하는 과정인 거다.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은 물빨래와 드라이클리닝이 동시에 된다고 하던데 어떤 의미인가?

동시에 돌리는 건 당연히 아니다. 라인이 나뉘어 있다. 고객이 빨래망에 세탁물을 넣어 주시면 당연히 물빨래와 드라이할 것을 나눠 넣는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중요한 포인트다. 그동안 우리가 ‘세탁’이라고 하면 드라이클리닝과 사실상 동의어로 쓰지 않았나. 보통 세탁소엔 드라이클리닝을 하러 가니까 말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드라이클리닝보다도 일상에서 마주하는 ‘빨래’야말로 세탁의 고민 중 더 큰 부분을 차지할 거로 생각했다.

그동안 고객은 드라이와 빨래, 이 두 가지 중요한 주제를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 했는데, 우리는 이걸 동시에 해소할 수 있어야 진짜 세탁 문제의 해결이라고 봤다. 게다가 드라이클리닝은 여전히 대안들이 많다. 내가 기존에 가던 곳을 가도 되고 모바일 서비스를 써도 되고 프랜차이즈를 가도 된다. 그런데 빨래는 이제껏 내가 직접 해야 하는 일의 영역이지 않았나. 고객 입장에서 이것을 누군가에게 맡기겠다는 것 자체가 삶의 방향성이 바뀌는 의사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세탁기 버튼을 누르고 빨래하고 건조해서 두 시간 기다렸다가 개어 정리할 거냐, 아니면 세탁기 누르는 버튼을 모바일 누르는 버튼으로 바꿔서 그 과정을 단축할 거냐, 이게 적어도 개인의 일상에서는 상당히 큰 변화다. 우리가 가진 하나의 확신은, 이 경험을 하기 시작하면 거꾸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 ©사진: SBS
결국 런드리고는 경쟁 상대를 세탁기로 보는 것 같다.

어디선가 한 번 같은 얘기를 했다가 업계에서 굉장히 난처해하신 적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전자 회사에 가서 임원 강의를 요청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우리의 가장 큰 경쟁자, 우리가 무너뜨릴 시장은 세탁기 시장이다’라는 취지의 얘기를 해서 관계자분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던 에피소드다. 그런데 우리는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세탁기 버튼 누르는 경험을 모바일로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세탁기와 건조기, 스타일러까지 사면 굉장히 큰 금액이다. 가전제품의 가격이 많이 오르기도 했다. 이걸 공간까지 내어주며 비싼 돈으로 구매해 직접 세탁을 하는 의사 결정이 앞으로는 미니멀리즘하게 바뀔 거로 생각한다. 비싼 가전 대신 한 달에 5~6만 원 내고 빨레와 각종 세탁에서 자유로워지겠다는 의사 결정으로 말이다. 도발적으로 얘기하면 세탁기를 만든 전자 회사가 우리의 경쟁자일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각각의 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동네 세탁소, 프랜차이즈 세탁 등의 종사자는 동료(co-worker)라고 생각한다. 거듭 말하지만 세탁 산업의 공급자들은 지금 은퇴 중이다. 미래의 산업을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국민들의 라이프 스타일, 삶의 질과 직결된다고 본다. 5년 뒤에는 분명히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올 것이기 때문에 그 시대를 세탁업에 종사하시는 분들과 함께 준비해 나가려 한다.

무인 스마트 세탁소 체인점, 호텔을 상대로 한 B2B 등 사업 영역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이 전략의 배경은 무엇인가?

기존 세탁 과정을 혁신하는 것의 연장선이다. 오프라인의 영역을 모바일 서비스로 옮겨 왔고 그다음엔 무인 세탁, 호텔 세탁 등 세탁 산업 전반을 아우르게 된 것이다. 요소마다 혁신해야 하는 페인 포인트가 크게 존재했다. 이 같은 서비스 확장은 우리가 세탁 시장 전반을 보는 관점과 맞닿아 있다.

일단 모바일의 파이는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세탁 시장의 3~4퍼센트밖에 차지하고 있지 않다. 95퍼센트 가량이 오프라인 시장인 거다. 우리가 추산하는 앞으로의 시장 변화는 모바일 세탁 서비스가 전체 시장의 30퍼센트까지 늘어나는 것인데, 이는 모바일의 발전과 산업 내 인구 감소에 따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한다. 그럼 나머지 70퍼센트는 어떻게 될까? 이 오프라인 세탁 시장은 앞으로 무인 세탁으로 20~30퍼센트 넘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서 런드리고는 모바일과 무인 영역에 기술 및 인프라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호텔 세탁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때문에 완전히 죽었던 시작인데 리오프닝(re-opening)이 시작되면서 B2B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지금은 오히려 절대적으로 호텔 세탁의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호텔 세탁 산업을 들여다보면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세탁의 모든 영역을 혁신해 나가는 게 앞으로 우리가 그려나갈 그림이다.

세탁 수요 얘기를 해보자. 투자 혹한기 속에서도 크게 투자 유치를 했지만 경기는 풀리지 않고 있다. 모두 소비를 줄이게 될 텐데 대응 전략이 있나?

대기업도 경기 침체를 걱정하는 마당에 스타트업인 우리도 예외는 없다. 굉장히 어려운 시기일 거로 생각한다. 뉴스를 보면 가계 부채도 3000조 원이라고 하고 그 부채가 결국 몇 퍼센트의 소비 침체로 이어질 것이냐 하는 우려를 아마 내년까지도 경험하지 않을까 싶다.

거기다 코드 커팅(cord-cutting)이 급증하며 다들 자신이 구독하던 것을 가위로 잘라내기 시작할 거다. 그 흐름을 막을 수 없다면 무엇을 먼저 자를 것이냐에 대한 부분이 이슈다. 근데 아무래도 의식주와 관련된 것은 코드 커팅 순위에서 좀 뒷순위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 삶을 살기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세탁도 삶의 필수 분야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경기 침체를 그나마 잘 방어할 수 있는 분야가 세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런드리고의 핵심 매출 창구는 정기 구독료인가?

통신료처럼 월정액으로 사용하고 있는 비율이 우리 전체 매출의 55~60퍼센트를 차지한다. 일회성으로 쓰시는 분들도 꽤 많이 늘고 있다. 크게 보면 결국 세탁 매출이 전체의 거의 95퍼센트라고 보면 된다.

수거함인 런드렛의 경우 흑자를 못 내고 있었음에도 많은 투자를 해 만든 건데 우리는 이것에 대해 ‘고속도로를 깔고 있다’는 비유를 든다. 고객의 집까지 들어가는 고속도로, 인프라인 셈이다. 이 인프라가 모두 깔리면 집 안에 있는 무언가를 빼거나 집 안으로 넣을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가 가능하다. 그래서 지금 커머스 실험을 많이 하고 있다. 그 수거함에 정기적으로 필요한 샴푸, 린스, 수건 같은 것들을 실어 배송료와 패키징 비용 없이 날라 주기도 한다.

실험을 함께 할 동료들의 면면이 중요할 것 같다. 런드리고가 선호하는 인재상은 무엇인가?

조금 바뀐 것 같다. 원래는 프로젝트 이름처럼 개척자들을 원했다. 우리가 도전하는 분야는 남이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 길을 닦고 개척한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알고 있어, 사업 초기엔 창의적이고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별종이 인재상이었다. 문제 해결에 있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다른 접근법을 가지는 건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삶을 서포트하는 것이다. 하루하루 열심히 바닥을 닦고 빨래하는 것을 게을리하면 안 되는 것처럼 우리의 비즈니스는 아무리 기술이 훌륭하고 창의력 넘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잘 되는 게 아니다. 이 때문에 일상을 소중하게, 열심히, 꾸준히 인내를 가지고 대할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중요한 인재상으로 본다. 여기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으면 좋겠다는 게 우리가 가진 모순적인 인재상이다.
회의 중인 런드리고 팀 ©사진: SBS
직장으로서 런드리고의 최대 장점이라면?

인재상이 모순적인 만큼 가장 큰 장점은 고객의 목소리 끝단까지 경험하게 된다는 점이다. 매일 고객의 불만의 목소리만 들으며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고통스럽겠나. 그러니 해결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상황이 온다. 만약 런드리고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하면 어느 다른 스타트업이나 대기업에 가더라도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걱정 없을 것이다. 정말 큰 경험치를 쌓을 수 있다고 자부한다.

런드리고는 어떤 기업으로 우리 사회에 기억되고 싶나?

하루하루 스스로 질문한다. ‘왜 세탁을 시작했을까?’와 같은 근본적 질문도 있고 숱한 고객 불만과 개선 요구를 듣다 보면 괜히 시작했나 하는 생각도 많이 한다. 그런데 그 근간엔 사명감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런드리고를 통해 육아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거나 부모님이 이 서비스를 사용하며 삶이 개선됐다거나 운동 등 여가를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얘기를 듣곤 하는데 바쁜 현대인의 삶과 공간이 바뀌고 윤택해지는 것을 보면 큰 보람이 느껴진다. 우리 회사가 계속 혁신을 이루고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 문제 해결을 글로벌로 넓혀 세계인의 삶이 윤택해지는 데에 사용되고 싶다. 세탁에 가진 고민은 만국 공통일 것이다. 글로벌 세탁의 1위로 남고 싶다.

스브스프리미엄 공통 질문이다. 선배 개척자로서 어딘가에서 개척을 꿈꾸며 좌절하고 있을지 모를 이들에게 해주고픈 말이 있다면?

사명감. 단어를 잘 고민해 보고 싶은데 결국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마음은 사명감과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없으면 일이 힘들고 돈도 안 벌리고 만약 돈이 벌려도 서비스를 유지하고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게 힘들다. 그 동력에 사명감이 아닌 다른 것이 들어서긴 어렵다. 이미 창업했거나 지금 도전하려는 분들 가운데 왜 내가 이것을 하는지에 대한 답을 명쾌하게 찾지 않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에 많은 시간을 들이면 좋겠다.

런드리고는 최악의 경험에서 나왔다. 외국에서 도둑맞으며 돈도, 소중한 물건도 다 잃어버렸지만 그런 최악의 경험에서 흑진주 같은 게 나올 수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일상의 안 좋은 경험을 대할 때 이게 언젠간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잘 관찰하고자 한다. 그러다 보면 분명 내가 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나 미래의 방향성이 많이 보일 것이다.
[1]
오바라 가츠히로(김용섭 譯), 《프로세스 이코노미》, 인플루엔셀,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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