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러너가 만든 교토 러닝 클럽
KRC(Kyoto Running Club·교토 러닝 클럽)대표 토마스 부쉬(Thomas Busch)는 일본에 거주하는 독일인이다. 매주 로드, 트랙, 트레일을 달리는 아마추어 러너이자 코치다. 교토 소재 패션업체 CEO, 로드 사이클리스트 등 다양한 활동을 겸하고 있다. 2015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교토로 이주해 러닝 클럽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다. 로컬 러너와 여행자가 주요 멤버다.
부쉬는 출장과 여행 중에도 쉬는 법이 없다. 유럽, 동북아, 동남아 등지를 다니면서도 늘 달렸다. 덕분에 각지 러닝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다. 부쉬는 비즈니스로 태국 방콕에 수년간 거주할 때도 현지인들과 발을 맞췄고 당시 미국 대륙 5030킬로미터를 뛰어서 횡단하는 프로젝트를 대표 후원하기도 했다. 러닝에 대한 부쉬의 열정은 엘리트 러너 못지않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달린다. 다음은 그가 알려준 달리기 루틴이다.
- 월: 조깅 5~8킬로미터
- 화: 인터벌 12킬로미터
- 수: 조깅 12~16킬로미터
- 목: 조깅 12킬로미터
- 금: 템포런 12~16킬로미터
- 토: 조깅 8~10킬로미터
- 일: 롱런 21~32킬로미터
부쉬와 연이 닿은 것은 오리건을 다녀온 뒤였다. 교토로 향하던 날, 나는 당시 현지 러너들과 달린 기억을 살려 교토의 러닝 클럽을 검색해 KRC에 메일을 보냈다.
보내는 사람: Sean Shin
받는 사람: Kyoto Running Club
제목: 그룹런에 참가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서울에 사는 아마추어 러너 션(Sean)이라고 합니다. 블로그 보고 연락드립니다. 12월 14일부터 17일까지 교토에 머물 예정인데 그때 그룹런 일정이 있을까요? 있다면 참가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몇 시간 후 장문의 답장이 도착했다. 오사카에서 교토로 향하는 열차 안이었다. 부쉬는 KRC의 운영 방식과 세부 코스, 집결지로의 교통편까지 상세하게 안내했다. 메일의 행간에서 그의 달리기에 대한 열정과 배려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보내는 사람: Thomas Busch
받는 사람: Sean Shin
제목: Re: 그룹런에 참가할 수 있을까요
션, 연락 줘서 고맙습니다. 블로그는 2015년에 가족과 함께 교토로 이주했을 때 만든 것입니다. 러닝에 관심 있는 현지인과 외국인에게 시합 준비를 위한 러닝 클럽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러닝은 나루타키역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사가-아라시야마를 향해 다수의 유적지, 아라시야마 대나무숲, 다이카쿠지 사원, 가쓰라강변의 업힐 트레일 구간을 따라 15~22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습니다. 러닝 페이스는 킬로미터당 5분에서 5분 15초로 예상하며, 오르막 구간에서는 5분 30초가 될 것입니다. 일정이 괜찮다면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구체적인 위치 정보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장소 몇 곳이 있습니다. 스마트폰 또는 카메라를 챙겨 오세요. 감사합니다.
다음날 부쉬와 나는 1시간 30분가량을 달렸다. 귀국 후에도 우리는 서로 러닝 정보를 교환하며 연락을 이어 갔다. 기나긴 코로나19 팬데믹이 지나고 지인 러너들과 두 차례 더 만났으며 로드와 트레일을 각각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