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구직자는 밀당 중
대이직 시대의 증거는 기업과 구직자 사이의 관계 변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경영 환경이 변함에 따라 기업들은 예전처럼 신입 사원을 대규모로 뽑아 자원을 투입하며 교육할 시간이 없어졌다. 대신 상황에 맞게 그때그때 필요한 인재를 채용해 실무에 바로 투입하는 것을 선호하게 됐다. 최근 몇 년 사이 주요 대기업이 줄줄이 공채를 폐지하며 채용 시장의 흐름은 경력직 수시 채용 중심으로 방향을 굳혔다.
이런 변화에 따라 구직자 입장에서는 역량이 충분하다면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 따라 짧은 주기로 직장을 이곳 저곳 옮겨 다니는 ‘잡 호핑(Job-Hopping)’이 가능해졌다. 인재들의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기업들은 지원자가 제 발로 찾아오길 기다리기보다, 조직에 필요한 사람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했다. 기업 쪽에만 선택권이 있는 일방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수평적인 관계에 가까워진 것이다.
진화하는 채용 시장
기업과 구직자의 관계 변화에 발맞추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채용 서비스 또한 변화했다. 단순히 기업의 채용 공고를 광고해 주는 데서 나아가, 구직자들이 원하는 직장을 탐색할 수 있는 기반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변화가 바로 ‘채용 매칭 모델’의 등장이다. 구직자들에게는 잘 맞는 회사를, 기업에는 조직에 적합한 인재를 효율적으로 찾아주는 방식을 말한다.
채용 플랫폼 원티드는 지난 2015년 ‘지인 추천’으로 시작해 2017년에는 ‘AI 매칭’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채용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AI 매칭은 매칭 데이터와 합격 데이터 등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구직자의 이력서와 기업의 채용 공고 사이에서 합격률을 예측해 준다. 원티드랩은 지원부터 합격까지 채용 전 과정에 이르는 데이터 600만 건을 수집해 AI 매칭 기술을 고도화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 결과 일반 지원보다 약 네 배 이상 높은 합격률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원티드를 필두로 여러 채용 플랫폼이 서로 잘 맞는 회사와 인재를 찾아 매칭해 주는 맞춤형 솔루션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국내 채용 매칭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7.6퍼센트 성장할 것으로 분석된다.
[3] 직장인들의 이직 욕구와 기업들의 수시 채용 기조가 이어지는 한, 채용 매칭 시장은 성장을 거듭할 전망이다.
한편 다양한 역량을 지닌 인재가 이직 시장에 나옴에 따라 이들을 겨냥한 채용 플랫폼 또한 진화하고 있다. 개발자, 긱워커(프리랜서), 고액 연봉자 등 타깃을 세분화한 채용 서비스가 다수 등장하는 상황이다. 프리랜서 매칭 플랫폼 ‘원티드긱스’, 생산・기능직 전문 채용 플랫폼 ‘고초대졸닷컴’, 억대 연봉 전용 채용 서비스 ‘리멤버 블랙’ 등이 각자 타깃별 수요를 촘촘하게 공략하며 대이직 시대의 흐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