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서치 기업 ‘입소스(Ipsos)’의 조사
[6]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의 근무 형태에 대해 직장인 응답자의 68퍼센트는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근무를, 24퍼센트는 재택근무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풀타임 출근을 원한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8퍼센트에 불과했다. 하이브리드 근무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5퍼센트가 ‘통근할 필요가 없고, 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으며, ‘더 나은 워라밸(67퍼센트)’과 ‘더욱 유연한 근무시간(54퍼센트)’도 하이브리드 근무의 주요 이점으로 꼽혔다. 즉 직장인들은 좋은 근무 환경을 위해 기업에 다양한 근무 형태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취업 정보 사이트 인크루트의 조사
[7]에 따르면, 구직자 및 직장인 10명 중 여섯 명은 취업 또는 이직 시 재택근무 여부를 입사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이나 이직 시 재택근무 제도 여부가 입사 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를 묻는 문항에 절반이 넘는 58퍼센트가 ‘영향이 클 것’이라고 답했다.
다양한 근무 형태가 구성원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았지만, 사무실 출근 외 근무 형태 도입에 대한 구성원 간 시각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리더급은 사무실 출근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관련해 입소스가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에 대한 주니어 직원과 시니어 리더 간의 인식 차를 조사한 결과
[8], 특히 시니어 리더들은 다른 팀이나 부서의 협업을 위해 재택근무(63퍼센트)보다 사무실 출근(73퍼센트)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위해서는 먼저 기업이 다양한 근무 형태를 도입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근무 형태와 상관 없이 언제든 원활한 협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HR SaaS
[9] 등 여러 서비스를 적극 도입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TREND ; 연봉 vs. 컬처핏, 요즘 직장인들의 선택은?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회사의 특징을 더욱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원티드가 만든 ‘직장인 유형 테스트’ 결과를 살펴보았다. 컬처핏/보상, 안정성/도전 등에 대한 선호도를 바탕으로 총 16개의 직장인 유형 중 자신이 해당하는 것을 알아보는 테스트다. 2023년 3월부터 4월까지 쌓인 11만 7000여 건의 테스트 응답을 바탕으로 요즘 직장인들이 원하는 회사 생활은 어떤 모습인지 가늠해 볼 수 있었다.
‘머니 머니 해도 머니’보다 중요한 것
앞서서 다수의 직장인이 이직 시 보상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했지만, 높은 연봉을 제시한다고 해서 무조건 다니고 싶은 회사로 여기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연봉이 만족스러워도 조직 문화와 함께 일하는 동료가 잘 맞지 않는다면 직장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직장인 유형 테스트 응답자 중 70퍼센트에 가까운 사람이 금전적인 보상보다 복지와 조직 문화, 좋은 동료가 직장 생활 만족도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인재를 채용할 때는 높은 연봉이 커다란 메리트가 될 수 있지만, 들어온 인재를 유지하는 데는 조직 문화와 팀워크가 관건이라는 의미다. 특히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케미’는 직장 생활 만족도에 큰 영향을 주곤 한다. 일례로 원티드랩에서는 구성원 간의 팀워크 개선을 위해 버크만 진단
[10] 등과 같은 성향 검사를 통해 구성원들이 서로의 성향을 파악하고 바람직한 갈등 해결 방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실제로 버크만 팀 빌딩 워크숍을 시행한 결과, 팀원들에 대한 이해도가 이전에 비해 약 45퍼센트 증가했다는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다.
연봉 외에 성과에 대한 또 다른 보상인 승진은 구성원들의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줄까? 한때는 승진이 직장을 다니는 보람이자 목적으로 여겨지곤 했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요즘 직장인들은 더 이상 관리자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직책이 높아질수록 책임이 커지는 것이 부담스럽고, 워라밸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실제로 직장인 유형 테스트 응답자 중 71퍼센트가 여러 사람을 이끄는 리더 대신 자신의 분야에서 확실한 입지를 갖춘 전문가가 되는 쪽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직장에서의 장기적인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요즘, 승진해서 요직을 맡기보다는 개인적인 능력을 키워서 나의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연차가 쌓이면 무조건 관리자가 되어야 하는 조직보다는, 구성원들에게 전문가/매니저 등 자신에게 맞는 트랙을 고를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는 조직이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TREND ; ‘조용한 사직’에 이어 찾아온 ‘시끄러운 사직’
2021년 HR 업계를 강타한 키워드는 바로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었다. 2021년 미국에서 자발적 퇴사자가 급증하며 시작된 ‘대퇴사 시대(The Great Resignation)’ 이후 1년 만에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한 신조어다.
조용한 사직은 실제로 퇴사를 하지는 않지만, 직장에서 자신이 맡은 최소한의 업무만 하려고 하는 태도를 말한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자신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며, 업무보다는 직장 밖에서의 삶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조용한 사직의 핵심 메시지다. 여론 조사 기관 ‘갤럽(Gallup)’은 미국인 근로자 1만 5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11]를 바탕으로 ‘미국인 근로자 50퍼센트 이상이 사실상 조용한 사직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MZ세대 직장인의 성향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조용한 사직이 주목받았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른 2022년,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 있다. 바로 ‘시끄러운 사직(Loud quitting)’이다. 직장 생활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데서 그치는 조용한 사직과 달리, 퇴사를 고려 중이거나 앞둔 구성원이 자신이 느끼는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거나 상사에게 반발하는 등 회사에 대한 불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가리킨다. SNS 등에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나 퇴사 이유 등을 올리는 행동 또한 시끄러운 사직에 해당한다.
비록 그 형태는 서로 다르지만, 조용한 사직과 시끄러운 사직은 결국 구성원들이 직장 생활에 불만족하고 있으며 회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조직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조용하든 시끄럽든, 구성원이 최후의 수단인 ‘사직’을 선택하지 않도록 평소 불만이나 요구 사항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원티드랩에서는 구성원 만족도 조사의 일종인 ‘eNPS(Employee Net Promoter Score)’를 정기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eNPS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NPS(Net Promoter Score)’는 ‘제품・서비스를 다른 이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습니까?’라는 하나의 문항으로 고객 만족도를 측정하는 조사 방식이다. eNPS는 여기에 회사를 대입해 ‘이 회사를 친구나 동료에게 추천하고 싶습니까?’라는 문항으로 구성원의 조직에 대한 만족도 및 몰입도를 측정한다. 원티드랩에서는 회사를 추천하거나, 추천하지 않는 이유도 조사해 조직 문화나 제도 등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수집한다. 이렇게 모은 피드백을 전사 미팅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실현 가능한 것부터 문화와 제도에 반영해 나간다. 실제로 유연한 근무를 희망한다는 구성원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 시간제와 연차 유급 휴가를 2시간 단위로 쪼개서 휴가를 조금 더 유연하게 쓸 수 있는 반반차 제도를 도입했다.
그 밖에도 많은 기업에서 펄스 서베이
[12]와 팀헬스 체크
[13] 등을 통해 조직 만족도를 점검하는 추세다. 구성원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소통에 대한 의지와 개선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보여 주기를 권한다.
INSIGHT ; 요즘 이직러,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까?
데이터 너머, 진짜 이직러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차례다. 2023년에 이직한 세 사람을 만나 이전 직장을 떠나서 지금의 직장에 합류하기까지의 여정을 물었다. 연차도, 직무도 제각각이지만, 자신만의 기준을 바탕으로 새로운 직장을 찾아가며 성장한다는 공통 분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Interview 1. 느슨해진 이력서에 긴장감 불어넣기
인터뷰이: 개발자 J (3년 차, IT 스타트업 재직 중)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IT 스타트업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개발자로서는 3년 차지만, 커리어를 시작한 지는 9년 차예요. 2021년 개발자로 직무 전환 후 직전 회사에 합류했고, 두 달 전 지금의 회사로 이직했어요.
6년 차에 직무 전환을 하셨군요. 개발자가 되기 전의 커리어는 어땠나요?
원단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영업 및 재고 관리 업무를 하다가 패션 회사로 이직한 후 기획과 마케팅, 신제품 개발 등을 맡았어요. 그렇게 일한 지 6년 정도 됐을 때 문득 이대로라면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지속 가능하면서도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무를 고민하다가 개발자를 선택하게 됐어요. 부트 캠프를 통해 개발 스킬을 익힌 다음, 바로 그 부트 캠프를 운영한 회사에 개발자로 입사했습니다.
이전 직장에서는 어떤 일을 했으며, 왜 이직을 결심했나요?
이전 직장에 개발자로 입사하긴 했지만 일반적인 개발자와는 다소 다른 일을 했어요. 비전공자나 비개발 직군의 수강생들이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역할이었거든요. 일종의 강사이자 멘토였어요. 동시에 프로덕트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관리하는 프로덕트 매니저의 역할도 했어요. 사실상 순수한 개발 실무를 할 기회가 거의 없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개발에 대한 갈증이 커졌어요. 결국 회사를 나와 개발자로서 본격적인 커리어를 모색하기 시작했죠.
현재 직장에는 어떤 과정을 거쳐 합류하게 됐나요?
퇴사 후 부족한 실무 경험을 보완하기 위해 혼자 간단한 프로덕트를 만들어 보면서 이직을 준비했어요. 그러던 중 이전 직장에서 교육했던 수강생분의 회사에서 입사 제안이 왔어요.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고 성장할 여지도 충분한 환경이라고 판단해 입사를 결정했습니다.
실제로 입사해 보니 기대와 잘 맞았나요?
너무나 만족스러워요. 입사 후 두 달 동안 그 이전까지 했던 개발 업무를 전부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했을 정도로 개발에 집중하고 있거든요. 성장 중인 스타트업이라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고, 이 방식이 맞는지 하나하나 직접 검증해 가면서 일할 수 있다는 점도 좋고요. 개발자로서 커리어에 부스터를 다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J 님만의 커리어 관리법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도 아직 커리어 관리법을 찾는 중입니다만……. (웃음) 매일 성과를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개발자가 이력서 등을 통해서 자신이 했던 일을 설명할 때는 반드시 결과와 성과가 따라붙어야 해요. 성과를 단기간에 몰아서 정리하기는 어려우니, 업무 일지와 같이 일정한 양식으로 하루하루 기록하는 것이 좋죠. 저는 요즘 성과뿐만 아니라 일하면서 발견한 다양한 문제점도 함께 기록하고 있어요. 비효율이나 불편함에 적응해 버리지 않고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요.
J 님에게 이직은 어떤 의미인가요?
느슨해진 이력서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 첫 출근 날부터 다음 스텝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긴장감을 계속 갖고 가지 않으면 막상 이직을 결심했을 때 이력서에 뭘 쓸지 모르게 될 거예요. 직장에서 느슨해졌다는 것, 즉 편안해졌다는 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봅니다. 그럴 때 이직이 성장을 위한 새로운 자극제가 되어 주죠.
Interview 2. 여러 개의 우물을 파기 위해
인터뷰이: 프로덕트 오너(Product Owner) K (11년 차, IT 기업 재직 중)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IT 기업에서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 유저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올해 1월에 지금의 회사에 PO로 합류했어요.
이전 직장에서는 어떤 일을 했으며, 왜 이직을 결심하게 됐나요?
이전 회사에서도 공공 데이터와 관련된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얼마 전까지 핫했던 메타버스 분야의 서비스였는데,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에 입사했어요. 그런데 입사 후 시장 상황이 빠르게 변하면서 메타버스 서비스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졌죠. 회사에서는 방향성을 틀어서 다른 서비스를 만들기를 원했고, 제가 갖고 있는 역량과 성격이 다른 업무를 기대했어요. 이대로라면 제 역량이 오히려 감소할 것 같다는 생각에 입사 10개월 만에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그다음 스텝으로 지금의 직장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현재 회사의 주력 서비스를 예전부터 사용했었고, 경험이 좋았던 터라 회사에 대한 호감이 있었어요. 제가 직접 서비스를 만들고 개선해 나간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무엇보다 이직 당시 저에게 주어진 선택지 중에서 가장 새로운 역할을 해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지금의 회사였어요.
짧지 않은 경력을 갖고 있음에도 새로운 역할을 찾는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이 정도 연차가 되면 커리어를 크게 성장시키기가 어려워요. 여기서 개발이나 데이터 분석 스킬을 눈에 띄게 발전시키는 것도 쉽지 않고요.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분야나 역할에 계속 도전하면서 경험의 폭을 넓히는 방법을 선택했어요. PO라는 직무 특성상 한 우물만 파기보다는 여러 우물을 파 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직장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이 있나요?
커리어 초반에는 배울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았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작은 규모의 회사를 고집했어요. 반면에 이제는 체계가 있는 회사인지를 중점적으로 고려하게 됐어요. 꼭 지켜야 하는 체계가 존재하는 조직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하니까요. 그 밖에도 면접을 볼 때 함께 일할 리더나 동료들의 태도를 유심히 살핍니다. 직원을 찾는지, 아니면 동료를 찾는지 판단하기 위해서죠. 내가 최대한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지 알기 위해 일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K 님만의 커리어 관리법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기본적으로 이력서를 꾸준히 업데이트합니다.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제가 기여한 부분을 잘 정리해 두죠. 어떤 배경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했으며 다양한 사람과 어떻게 일했는지, 프로젝트 결과가 회사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등을 자세히 써요. 그리고 이직 시 기존과 같은 영역의 서비스를 다루는 회사로는 가지 않습니다. 서비스를 만드는 전문가가 되고 싶지,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은 건 아니니까요.
K 님에게 이직은 어떤 의미인가요?
나를 확인하는 기회예요. 그 어느 때보다 나의 역량과 시장 가치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죠. 현재 이직 의사는 없지만, 각종 채용 플랫폼에 이력서를 공개해 두었어요. 종종 이직 제안이 오면 ‘내가 아직 쓸모 있구나’라고 생각하죠. 반대로 오퍼가 뜸하면 ‘내 가치가 떨어졌나?’ 하고 돌아보게 되고요.
Interview 3. 지금이기에 가능한 모험을 찾아서
인터뷰이: 콘텐츠 디렉터 Y (8년 차, PR 에이전시 재직 중)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PR 에이전시에서 콘텐츠 플랫폼 제작 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지금의 회사에는 2023년 6월 코파운더(Co-Founder)로 합류했어요. 의사 결정과 실무를 병행하며 속도감 있게 일하고 있어요
이전 직장에서는 어떤 일을 했으며, 이직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직전에는 대기업에서 브랜드 마케터로 일했어요. 커리어를 시작할 때에는 여러 회사를 거치며 콘텐츠 에디터로 일하다가 플랫폼 스타트업에 이직하면서부터 마케팅 분야로 옮겨가게 됐죠. 대기업은 안정적이었지만, ‘언젠가 이 회사를 나갔을 때 나에게 남는 게 무엇일까?’라고 자문했을 때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 예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팀장님으로부터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신사업을 이끌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어요. 안정적인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과 불안정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주도적으로 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더 늦기 전에 모험을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이직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자기효능감이 확실히 올라갔어요. 대기업에서는 실무자 선에서 의사 결정할 수 있는 범위가 생각보다 훨씬 적더라고요. 지금은 상대적으로 작은 회사에서 더 큰 결정권을 가진 자리에 있다 보니, 다양한 정보를 취합해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졌어요.
새로운 직장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이 있나요?
면접에서 회사와 제가 생각하는 콘텐츠의 범위가 서로 잘 맞는지 체크하려 해요. 콘텐츠라는 말이 워낙 광범위하게 쓰이다 보니,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의 업무 범위도 회사마다 크게 달라질 수 있거든요. 이 부분을 잘 확인하지 않으면 입사 후에 적응하기가 무척 힘들더라고요.
연차에 비해 이직 경험이 풍부한 편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오는 장단점이 있다면요?
이직을 여러 번 하면서 업계에서 트렌드가 어떻게 변하는지, 그 안에서 내 커리어를 어느 방향으로 개척해 나갈지 파악할 수 있어요. 반면에 한 회사에 오랫동안 머물다 보면 그 회사의 규칙 안에만 머물게 되고, 바깥세상에 대해 잘 모르는 채로 의사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한 회사나 업계에 오랫동안 머물면 네트워크 등의 기반이 단단해진다는 장점이 있죠. 짧은 주기로 이직하면 확실히 네트워크 기반이 약해질 수밖에 없어요.
앞으로의 커리어를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요?
콘텐츠와 관련된 일을 한다는 커다란 방향성을 이어 가려고 해요. 지금은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지만, 에디터로서 커리어가 끊어지지 않도록 꾸준히 외부 기고도 하고 있고요. 결국 회사 안과 밖에서 하는 모든 일이 콘텐츠 노동자라는 정체성 안에서 이뤄지는 것 같아요. 앞으로 또 이직을 하게 된다면, 지금까지처럼 나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는 회사보다는 내가 지향하는 일과 삶을 이룰 수 있는 회사를 찾아가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지금 나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스스로 계속해서 물어봐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