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이유
세계의 민주화 물결을 이끌었던 남미가 흔들리고 있다.
민주주의는 포퓰리즘과 극단주의의 위협을 돌파할 수 있을까?
‘제3의 물결’로 불리는 민주화의 물결에서 남미는 모범생이었다. 1977년에는 20개국 중 17개국이 독재 국가였지만 1990년에는 일당 체제의 멕시코와 공산주의 쿠바를 제외한 18개국이 민주주의 국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문제는 곧 드러났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같은 ‘선출된 전제 군주’의 독재, 극우파와 극좌파를 오가며 정권이 교체되는 극단주의 포퓰리즘에 부정 선거와 부패 스캔들이 잇따르면서 민주주의의 균형과 견제, 법치 시스템은 붕괴되고 있다. 극단적 빈부 격차와 경제난 속에서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인에 등을 돌리는 시민들. 남미의 민주주의는 반격할 수 있을 것인가.
* 11분이면 끝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A4 7장 분량).
The Economist × BOOK JOURNALISM
북저널리즘이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커버스토리 등 핵심 기사를 엄선해 소개합니다. 《이코노미스트》는 격조 높은 문장과 심도 있는 분석으로 국제 정치, 경제, 사회 이슈를 다루어 왔습니다. 빌 게이츠, 에릭 슈미트, 헨리 키신저 등 세계적인 명사들이 애독하는 콘텐츠를 매주 수요일 오후 4시, 북저널리즘에서 만나 보세요.
저자 소개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를 전진하게 하는 지혜와 그 전진을 방해하는 변변치 못한 무지 사이의 맹렬한 논쟁”에 참여하기 위해 1843년에 창간되었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정치, 경제, 사회 이슈를 전문가들의 시각으로 분석하고 의견을 제시한다. 격조 높은 문체와 심도 있는 분석으로 유명하다.
역자 전리오는 서울대학교에서 원자핵공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총연극회 활동을 하며 글쓰기를 시작해 장편 소설과 단행본을 출간했다. 음악, 환경, 국제 이슈에 많은 관심이 있으며 현재 소설을 쓰면서 번역을 한다.
(커버 이미지 ©Eleanor Shakespeare)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 라틴아메리카를 위협하는 포퓰리즘과 극단주의
독재 뒤에 민주주의가 찾아왔지만, 문제는 다시 자라나고 있다
2. 끝없는 욕망
부정 선거와 군부 통치의 위협
파산한 경제를 물려받은 민주 정부
3. 축제는 끝났다
부패한 정치와 풍부한 천연 자원, 극단적 불평등의 결합
4. 중도가 사라진다
30개의 정당이 몰려 있는 의회
새로운 정치 생태계를 꿈꾸다
5. 극과 극
시민들이 원하는 것
먼저 읽어 보세요
라틴아메리카의 정치는 극단을 오가고 있다. 극우파에서 극좌파로 정권이 바뀌면서 갈등과 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최근 1년 사이, 멕시코가 우파에서 중도 좌파로, 브라질은 좌파에서 우파로, 칠레는 좌파에서 우파로 바뀌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좌파 정권을 축출하려는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다. 극단주의만 문제가 아니다. 부정 선거와 독재, 포퓰리스트 정치인의 부패 등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신호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오는 10월 볼리비아에서는 좌파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가 위헌 가능성에도 4연임에 도전한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부정부패 혐의를 받았던 전직 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가 재집권에 나선다.
에디터의 밑줄
“각 지역의 선거 과정에서 나타나는 민주주의에 대한 환멸의 신호가 없었다면, 이러한 극단적 전제 정치에 대한 우려가 덜했을 수도 있다. 선거 규칙은 무시되고 선거 관리 기구의 독립성은 침해받고 있다. 많은 유권자들이 권력 통제의 의지가 별로 없는 포퓰리스트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중도 노선의 정당들은 약화되거나 붕괴되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더 분명하게 나타나는 곳은 브라질이다. 군 장성에서 극우 정치인으로 변모한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지난 1월 1일에 권력을 거머쥔 것이다. 7선 국회의원을 지낸 보우소나루는 브라질 정계의 핵심 인사이지만, 군부 지배에 향수를 갖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보우소나르 정부의 장관 22명 중에서 여덟 명이 장성 출신이다. 차관 등의 주요 보직은 더 많은 군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자유는 무장한 권력이 원할 때에만 존재할 수 있다.” 지난 3월에 있었던 군 행사에서 그가 했던 발언이다.”
“이러한 불만의 배후에는 범죄와 부패, 취약한 공공 서비스, 그리고 경기 침체가 뒤섞인 독한 폭탄주 같은 현실이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인구는 전 세계의 8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살인 사건 사망자의 비중은 전 세계의 3분의 1에 달한다. 많은 나라들에서 법치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에는 오랜 군사 독재와 포퓰리스트의 역사가 있다. 때로는 아르헨티나의 후안 페론처럼 그 둘이 하나로 합쳐진 인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독재자 전통은 2세기 전의 길고도 치열했던 독립 전쟁, 험난한 지형에서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는 거대한 영토를 통치하는 어려움에 기인한다. 많은 나라들이 천연 자원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었던 라틴아메리카 사회는 식민 통치와 노예제의 잔재 속에서 극단적인 소득 불평등으로 오랫동안 고통받아 왔다. 풍부한 천연 자원과 불평등의 결합은 포퓰리스트들이 활용하기 좋은 분노를 낳았다.”
“새로 구성된 브라질 의회에는 30개의 정당이 입성했다. 다섯 개 정당이 원내에 있었던 1982년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결과다. 단원제 의회인 페루에서는 130개 의석이 11개의 정파들로 나뉘어 있다. 한때는 민주당과 보수당에 의해 장악되어 있었던 콜롬비아 의회에는 현재 16개의 정당들이 들어와 있다.”
““브라질에는 새로운 정치 생태계가 있습니다.” 투자 은행가인 에두아르도 무파레지의 말이다. 그는 젊은 민주주의 지도자들에게 정치와 윤리, 정책을 교육하는 민간 기구 레노바를 설립했다. 2018년 총선에 출마했던 후보들 중에서 120명이 레노바 출신이었다. (소속 정당은 22개에 걸쳐 있었다.) 열 명이 연방 의회에, 일곱 명이 주 의회에 입성했다. 그들은 모든 정치인들이 사리사욕을 챙기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사람들에게 입증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코멘트
개발 도상국 민주화의 교본이었던 라틴아메리카는 어떻게 민주주의의 반면교사로 전락한 걸까. 현상을 중계하는 콘텐츠는 많지만 원인과 결과, 전망까지 담은 콘텐츠는 찾기 어려웠다. 풍부한 천연 자원에 식민 통치와 노예제 경험이 결합하면서 나타나는 심각한 빈부 격차가 부정부패로 이어진다는 세밀한 분석이 특히 인상적이다.
북저널리즘 CCO 김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