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적극적인 보조금 정책과 더불어 선전시는 대대적으로 대중교통을 전기차로 교체하기 시작해서 2018년경부터 모든 시내 버스를 전기차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2022년 선전 국제 저탄소 발전 포럼에 참석한 탄웨이중(覃伟中) 선전시 부서기 겸 선전 시장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으로 선전에 등록된 신에너지 차량은 총 74만 대다. 중국 내 도시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확대해도 선두 주자다. 또한 2022년 기준 선전의 신에너지 차량 침투율
[2]은 무려 57퍼센트에 달하고 당해 새롭게 등록된 신에너지 차량만 22만 대에 이른다.
2020년에만 해도 39만 7000대였던 신에너지 차량 등록 대수가 불과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시장에서 예상한 것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신에너지 차량이 증가하고 있다. 선전시는 2025년까지 신에너지 차량 보유량을 130만 대까지 올려 신에너지 차량의 교통 분담률을 81퍼센트까지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2022년 11월 선전시 정부 발표에 따르면 선전에 등록된 총 차량 대수는 397만 6600대로 신에너지 차량이 약 18.6퍼센트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현실은 정책을 상회한다. 그야말로 길거리에서 발에 차이는 게 신에너지 차량이다. 차량 호출 어플인 중국판 우버Uber 디디추싱을 불러도 항상 전기차가 왔고 택시와 버스도 전기차였다. 체감상 전기차 비율이 최소 30~40퍼센트 이상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수치가 20퍼센트도 안 되는 점이 오히려 놀라웠다.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는 개인용 내연 기관 차량은 어딘가 주차장에 세워져 있을 가능성을 생각 못 한 것이다. 영업용 차량이 일반적으로 평균 주행 거리가 훨씬 기므로 선전의 영업용 차량이 대부분 신에너지 차량이라는 것은 공기 질 개선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선전시는 지속적으로 선전 블루를 지켜 나가기 위해서 《“선전 블루”의 지속 가능한 행동 계획(2022~2025년)》을 발표해 탄소 배출 저감 및 신에너지 차량 확대를 추진해 나가는 중이다. 비야디를 비롯한 신에너지 차량 기업은 이 계획의 핵심이다. 시 정부와 기업 간 협업의 중심엔 비야디가 있다. 선전이 이토록 비야디를 아껴 주니 비야디 역시 선전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비야디의 창업자 왕촨푸는 늘 “선전이 없었다면 비야디도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선전의 지원에 감사를 표하곤 한다.
선전에는 텐센트, 화웨이를 비롯한 수많은 중국의 대표적 기업들이 즐비하지만 비야디야말로 선전과 가장 애틋한 관계를 맺은 기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비야디의 수상한 포트폴리오
비야디,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기업이다. 어떤 말 못 할 사연이 있길래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싶지만 예상외로 중문으로도 별다른 뜻이 없고 그렇다고 다른 외국어의 뜻이 있는 것도 아니다.
2022년 방송 인터뷰에서 왜 기업명을 비야디로 지었는지에 대한 물음에 창업자 왕촨푸는 이렇게 대답했다. “선전에는 기업이 무척 많아서 두 글자의 기업명은 통과가 쉽지 않았다. 애초 지으려고 했던 다섯 개의 기업명은 이미 다른 기업이 등록을 마친 상황이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세 글자의 이름을 짓기로 했고, ‘비야디’ 같은 다소 특이하고 이상한 이름이 (정부 심사를) 더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이 ‘중국식도 아니고 외국어도 아닌(不中不洋)’ 이상한 이름의 기업이 점점 더 성장하자 여러 가지 의미로 이름을 포장할 필요성이 생겼다. 그래서 비야디의 이니셜인 ‘B-Y-D’에다가 좋은 의미를 열심히 찾고 붙여넣어서 지금의 “Build Your Dreams”가 된 것이다. 왕촨푸 본인도 기업명을 정부 심사에 통과하기 쉽게 지은 것이 우스울 때가 있었는지 여러 자리에서 “사실 BYD는 ‘Bring Your Dollar’의 약자”라며 좌중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농담을 했다고 한다.
테슬라를 위협하는 비야디지만 현재 비야디는 자동차 외에도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있다. 주요 사업 분야를 살펴보면 도대체 이 기업의 정체가 뭔지 더욱 궁금해질 것이다.
비야디의 주요 사업 분야
- 자동차 분야에서 전장 부품, 센서, 배터리, 전력 반도체 및 파워트레인 등을 수직 계열화하여 모두 자체적으로 제조 가능한 신에너지 차량 메이커
- 배터리를 포함한 여러 자동차 부품을 타 부품사와 타 완성차 메이커에 납품하는 1차 공급 업체
- IT 전자기기 부품 및 스마트폰 OEM 제조
- 모노레일 제작, 신에너지 사업, 대용량 저장 장치(ESS) 및 마스크 제조 등의 기타 사업 분야
자동차와 배터리, ESS 등은 전기차 사업자라면 충분히 진출할 만한 분야지만 테슬라가 스마트폰과 마스크까지 만든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이상할 것이다. 사업 분야가 다양하긴 하지만 어쨌든 전체를 관통하는 한 가지는 바로 ‘생산’이다. 비야디 소속 직원은 총 57만 명으로 그중 생산 인력이 44만 2000명을 차지하여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기술 인력이 7만 6000명, 행정 인력이 2만 5000명, 영업 인력이 2만 4000명으로 뒤를 잇는다. 이처럼 생산직이 대다수를 차지하기에 석사 이상 인력은 1만 1000명, 대졸자 6만 5000명, 전문대졸 이하가 49만 3000명이다.
그렇다면 사업 분야별 매출 구조는 어떨까? 2023년 매출액 기준으로는 자동차, 자동차 부품 및 기타 상품이 80.27퍼센트, 전자·스마트폰 부품, 조립 등이 19.68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돈으로 환산 시 전체 약 111조 원 규모의 매출을 보여 주고 있다. 이는 2022년 대비 약 42퍼센트 증가한 수치다. 자동차 관련 분야의 매출은 2022년 대비 48.9퍼센트 증가했다.
비야디의 수상한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는 이유는 이 속에 비야디의 저력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기업 한화가 원래 ‘한국 화약’의 준말이며 이것이 한화가 방산 분야에 강한 이유라는 점을 아는 이는 드물다. 그렇다면 비야디는 원래 무엇을 하던 기업일까? 2023년 기준으로는 완성차 판매 및 자동차 부품의 매출액 비중이 80퍼센트를 초과해 자동차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졌지만 비야디는 원래 배터리를 만들던 기업이다. 중국 사람들조차 이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2000년대 초 비야디 주식회사에서 매년 발표하는 연간 보고서의 주요 매출 현황 부분에서 가장 앞에 자리 잡고 있던 것은 배터리 사업이다. 이제 각각 자동차 부품 및 스마트폰 제조 범주로 포함돼 별도로 표기조차 되지 않고 있지만 배터리 사업은 여전히 비야디의 핵심 경쟁력이자 모든 사업군의 출발점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