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특별한 신생 도시, 선전
비야디를 이야기하려면 선전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남부의 광둥성(广东省)에 소재한 선전(深圳)은 중국 내 최고 중점 지역으로 분류되는 네 곳의 1선 도시(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지역이다.
중국 여러 왕조의 수도 혹은 거점 도시로 운영돼 유구한 역사를 지닌 다른 세 곳의 1선 도시와 다르게 선전은 본격적으로 발전이 시작된 역사가 매우 짧다. 물론 과거에도 존재하긴 했으나 1978년 즈음부터 당시 국가 주석인 덩샤오핑이 개혁 개방의 필요성을 외치며 비로소 주목받기 시작했으므로 고작 4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신생 계획 도시다.
그래서 1700만 명의 선전 인구 중에 고향이 선전이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 전역에서 수많은 사람이 선전으로 유입돼 이민자의 도시가 됐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선전의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가 바로 ‘선전에 오면 바로 선전 사람(来了就是深圳人)’이다. 대부분 인구가 이민자로 구성돼 광둥성임에도 불구하고 광둥어(Cantonese)보다 베이징 표준어(Mandarin)로 먼저 대화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선전이 특별한 것은 텐센트, 화웨이, DJI, 비야디, 핑안보험을 비롯한 수많은 중국의 대표 민영 기업의 본사가 선전에 소재하기 때문이다. IT, 전자 관련 하이테크 제조업, 선전증권거래소와 관련된 각종 금융업 그리고 수많은 스타트업의 중심지로서 선전은 미래를 사는 도시라 할 만하다. 도시 전체 인구의 평균 연령도 33세에 불과하다. 이렇게 젊은 도시지만 이미 2020년에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었을 정도로 소득과 소비는 중국 내 최고 수준이다.
최초의 개혁 개방이 이뤄진 경제특구답게 정책의 테스트베드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다. 중국의 각종 최신 정책들은 선전에서 시작해 본 후 다른 지역으로 확산한다. 1990년 중국 본토 최초의 증권 거래소가 선전에 문을 열었고, 2020년 세계 최초로 국가 법정 화폐를 전산화해 스마트폰 전자 지갑에 넣게 만든 ‘디지털 위안화’ 역시 선전을 비롯한 몇 개 도시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선전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선전 시민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 사람들도 선전을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개방 도시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홍콩을 대체하고자 선전을 육성한 중국 정부 입장에서 이곳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가장 좋은 예시이자 자랑이라고 할 만하다.
이러한 선전에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이 있으니 그것은 다른 중국 도시에 비해서 공기가 무척 깨끗하다는 것이다. 겨울철 극심한 미세 먼지와 황사로 수백 미터 앞도 분간 안 되던 2010년대 초반에 비해 중국 전역의 공기가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도 있지만 여전히 타 도시를 갔다가 돌아오면 선전 공기는 확실히 냄새부터 다르다. 연료가 불완전 연소하며 방출되는, 중국 도시 특유의 매캐한 매연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지리적으로 거의 중국 최남단에 있는 선전은 홍콩과 바로 인접해 있어 날씨가 거의 동남아 수준이다. 1년에 반 이상은 평균 기온이 30도 이상일 정도로 무덥고 비가 많이 오는 여름철의 우기에는 날씨가 전반적으로 흐리다. 그렇지만 이때를 제외하면 선전의 날씨는 늘 맑고 푸르다. 더운 날씨임에도 새파란 하늘과 새하얀 구름을 보고 있으면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진다. 가끔은 여기가 진정 중국인가 싶을 정도다.
왜 갑자기 뜬금없이 날씨와 미세 먼지, 공기 이야기인가 싶지만 선전의 깨끗한 공기는 느낌상 절반 이상은 신에너지 차량 덕분인 듯하다. 선전 길거리에 나다니는 차량 중에 언뜻 봐도 3할 이상은 신에너지 차량이다. 참고로 중국의 신에너지 차량은 번호판이 녹색으로 파란색의 일반 차량 번호판과는 다르다. 한국의 친환경 차량의 번호판이 파란색인 것과 유사하다.
도시 밖에서 불어오는 미세 먼지에는 선전도 속수무책이지만 도시 내에서만큼은 확실히 오염 물질의 배출 자체가 훨씬 적다. 주말에 자전거를 타고 왕복 8차선 대로 옆을 지나다녀도 확실히 한국 대로변의 공기 질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깨끗함이 느껴질 정도다. 전기차가 많다 보니 자동차 매연이 절반도 안 되는 듯하다. 반대로 내연 기관을 달고 다니는 차량에서 뿜어 대는 매연이 공기를 얼마나 악화시켰는지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 바로 선전시 모든 택시가 하늘색 바탕에 흰색이 조합된 완전히 동일한 차종이라는 점이다. 택시는 물론이고 공공 버스까지 모두 전기차로 운영되고 있는데 해당 택시와 버스 차량의 대부분을 제조하고 납품한 기업이 바로 중국 신에너지 차량의 선두 주자 비야디다. 선전과 중국 정부의 사랑(자금 지원 및 각종 혜택)을 듬뿍 받은 비야디는 선전과 함께 컸다. 선전의 미세 먼지 저감 정책과 동행했기 때문이다.
선전 블루를 이끄는 비야디
이런 선전의 깨끗하고 맑은 공기는 비단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2021년 6월 7일 선전위성TV뉴스(深圳卫视深视新闻)는 선전 공기가 좋다는 대명사인 ‘선전 블루(深圳蓝)’에 대해서 본격 탐구하는 보도
[1]를 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선전의 공기는 365일 중 355일간 양호한 공기 질을 나타냈다. 1년 중 공기가 깨끗한 날이 97퍼센트나 되는 것이다. 2.5마이크로미터(㎛)의 초미세 먼지 농도를 표현하는 PM(particulate matter) 2.5 농도는 2022년 기준 입방미터당 16마이크로그램(μg)수준으로 낮아 중국 내 대도시 중 1위다. 같은 기간 상하이는 25마이크로그램, 베이징은 30마이크로그램으로 나타났다. 중국 특유의 과장이 섞였을 수 있겠지만 선전 거주민으로 느끼기에 공기는 확실히 좋다. 참고로 스위스의 공기질 감시 및 기술 업체인 아이큐에어(IQAir)에 따르면 2022년 서울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19.7마이크로그램이었고 선진국 중에서는 핀란드가 5.5마이크로그램으로 가장 공기질이 좋았다.
이런 선전도 늘 공기가 좋았던 건 아니다. 2004년 기준으로는 미세 먼지 위험 일수가 연간 187일에 달할 정도로 공기가 좋지 않았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선전시는 ‘선전 블루’를 위한 행동에 들어갔다. 기존 공장들에 대한 오염 배출 규제와 더불어 오염 산업을 퇴출시키는 등의 산업적 구조 조정을 진행했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선전시는 ‘2018년 선전시 신에너지 자동차 보급 응용 재정 지원 정책’을 발표해 2018년 6월 12일부터 2018년 12월 31일 사이 출시된 연료 전지 차량에 대해 승용차는 한 대당 20만 위안, 소형 여객차 및 화물차는 한 대당 30만 위안, 대형 여객차 및 중대형 화물차는 한 대당 50만 위안의 보조금을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