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의 기억은 유전된다 삼색 털 고양이가 새로운 유전학의 비밀을 품고 있다.

미리 보기
저자 이준호
에디터 신아람
발행일 2024.05.21
리딩타임 8분
가격
전자책 3,600원
키워드
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이유
진화는 기회주의적이고, 생명의 가능성은 종종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다.

제2차 세계대전은 네덜란드에 ‘굶주림’이었다. 독일은 네덜란드 전역에 식량 공급을 차단하였고 이런 기근 사태에 최악의 겨울 날씨가 더해졌다. 네덜란드 국민 전체가 어느 날 갑자기 기아 상태에 빠졌고 또 독일의 패망으로 어느 날 갑자기 해방되었다. 그 결과, 이 굶주림의 기간 잉태되어 태어난 아이들은 특별한 유전자를 갖게 되었다. 후성유전이다.

태아 시절에 기근을 겪었다고 해서 그 태아가 사람이 아닌 도깨비나 다른 짐승으로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사람을 낳고 짐승은 짐승을 낳는다. 그러나 갖고 태어난 유전 형질 중 무엇이 발현될 것인지가 달라질 수 있다. DNA 서열 그 자체의 변화, 즉 돌연변이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그 밖의 이유일 수도 있다. 후자에 해당하는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 후성유전학이다.

낯선 이름의 학문이지만, ‘운명’이라고 체념했던 현상을 설명해 낸다. 이를테면 전쟁으로 인해 굶주림 속에 태어난 네덜란드의 아이들이 비만, 당뇨, 고지혈증, 조현병과 같은 질병에 더 잘 걸렸던, ‘불운’ 같은 것들이다. 뿐만 아니다. 삼색 털 고양이 탄생의 비밀, 암과 싸워 이겨낼 새로운 방법 등도 이 낯선 학문을 통해 밝혀진다. 현재를 바꾸고 있는 후성유전학을 간결하고 흥미롭게 설명한다.

* 10분이면 끝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BOOK JOURNALISM × 지식의 지평
북저널리즘이 대우재단 〈지식의 지평〉의 글을 소개합니다. 지식의 지평(知平)은 융복합의 시대, 학문적 소통을 선도하는 학술 종합 웹진입니다. 학문의 경계를 넘어 한국과 세계를 살피고 미래를 가늠할 지혜와 안목을 모색합니다.
저자 소개
저자 이준호는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교수로서 유전학과 발생학을 가르치면서 예쁜꼬마선충을 소재로 하여 흥미로운 생명현상의 기전을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 전국자연대학장 협의회 회장,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전국대학기초과학연구소연합회 회장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기초연구진흥협의회 위원장직을 겸하고 있다.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 굶주림이 유전되는 방법
2. 생명의 설계도가 뒤틀리면
3. 동물의 최초
4. 삼색 털 고양이의 비밀
5. 후성유전의 세 가지 방법


에디터의 밑줄

“배고픔의 기억이 대를 이어 간다. 가난의 대물림과 같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전적으로 생물학적인 현상이다.”

“태아 시절에 기근을 경험한 이들은 나중에 비만, 당뇨, 고지혈증, 조현병 등의 빈도가 다른 세대보다 훨씬 높았다.”

“ 유전자 서열 그 자체가 아니라 다른 무언인가가 정보를 담고 있음을 의미하는 형태의 정보를 후성유전이라고 부른다.”

“모든 유전자가 동시에 한곳에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르게 발현됨으로써 발생의 정교한 조절이 가능해진다. 이 과정이 DNA 서열 이외의 변화를 통해 유전자발현을 조절한다는 후성유전학의 정의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것이다.”

“고양이 중에서 흰색 바탕에 검은색과 오렌지색이 큰 점처럼 섞여 있는 품종이 인기가 많다. 얼룩 고양이 또는 삼색 털 고양이라고 부른다. 이런 고양이들은 거의 모든 경우 암컷이다. 왜 그럴까?”

“DNA 서열이 난자 유래인지 정자 유래인지에 따라 다르게 행동한다고? 즉, 특정 유전자는 모계 또는 부계 유래라는 도장을 찍어서 태어난다고? 이 현상은 정의에 의하여 가장 확실한 후성유전학적 현상이 틀림없다.”

“진화는 기회주의적이고, 생명의 가능성은 종종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다.”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