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라이팅 생각을 완성하는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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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연대
발행일 2025.03.19
리딩타임 108분
가격
전자책 16,000원
종이책 20,000원 서점 구매
키워드
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이유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나요?”
이 책은 저 질문에 답한다.


좋은 글을 쓰려면 두 가지 역량이 필요하다. 기획력과 문장력이다. 정보가 무한한 시대에 기획력은 곧 편집력이다. 편집력을 더 쉬운 말로 바꾸면 ‘순서 감각이 있다’이다. 이 감각이 있는 사람은 글을 쓸 때 정보를 단순 나열하지 않고 맥락에 따라 재배치한다. 이런 글쓰기가 에디토리얼 라이팅(Editorial Writing)이다. 설명하고 주장하고 설득하는 글이다.

저자는 좋은 글이란 ①독자를 중심에 두고 ②공학적으로 설계해 ③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④명료한 문장으로 쓴 글이라고 말한다. 165권의 책을 발행하고, 98권의 책을 편집하고, 14권의 책을 집필한 저자가 더 잘 쓰는 법을 제안한다. 책의 전반부에선 기획력을, 후반부에선 문장력을 키우는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의 경험과 작가들의 사례를 통해 기획, 주제, 구성부터 문장, 어휘, 퇴고까지 살펴본다.
저자 소개
이연대는 미디어 스타트업 스리체어스 CEO다. 지식 구독 서비스 북저널리즘을 운영하며 책과 피처 기사를 만든다. 북저널리즘 시리즈로 종이책을 100권 이상 발행했다. 디지털 콘텐츠는 2000건 이상 발행했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김부겸 전 국무총리, 이문열 소설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 교수, 승효상 건축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등을 인터뷰하고 여러 권의 책을 냈다. 《바이오그래피》, 《모노그래프》, 《스레드》 등을 기획하고 창간했다. LG전자, DRB, 일광전구 등의 브랜드 스토리텔링 작업을 수행했다.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기획: 독자의 문제 해결
주제: 프레임 정하기
구성: 아이디어 배열하기
독자: 이야기의 시작과 끝
일정: 장기적 시간관념
쓰기: 쉽고 정확하게 쓰기
조사: 글을 쓰는 마음
동사: 문장을 움직이는 힘
부사: 설명하지 않는 말
어휘: 연장통과 대장간
대화: 인터뷰 잘하는 법
퇴고: 버리고 버리기
발행: 프로덕트의 마감 처리
나오며: 생각을 완성하는 글쓰기

에디터의 밑줄

좋은 글이란 ①독자를 중심에 두고 ②공학적으로 설계해 ③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④명료한 문장으로 쓴 글입니다. 물론 네 가지 원칙을 모든 글에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이 원칙대로라면 베케트적 글쓰기는 낙제점을 받아야 할 테니까요. 이 원칙에 적합한 글이 바로 에디토리얼 라이팅(editorial writing)입니다. 설명하고 주장하고 설득하는 글입니다. (들어가며)

‘머스크의 여러 사업을 총망라한 해설서’는 한 줄은 맞지만 스토리텔링이 아닙니다. 맥락 없는 정보의 나열입니다. 기획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구글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 더미이고, 정보를 긁어모아 가공하는 일은 AI가 사람보다 더 잘합니다. 이 책이 책답게 되려면 에디터가 목차를 이렇게 바꿔야 합니다. 책 제목은 ‘화성으로 간 머스크(Musk on Mars)’입니다. (기획: 독자의 문제 해결)

주제를 잡았다면 입장을 정할 차례입니다. ‘나는 이 문제를 어디에서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답을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즉 프레임을 설정합니다. 그 주제를 가지고 누가 써도 같은 내용이 나온다면 굳이 새 글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아직 다른 사람이 깨닫지 못한 내용을 말해야 합니다. (주제: 프레임 정하기)

책이든 칼럼이든 보고서든 이메일이든 더 잘 쓰고 싶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 참고하고 싶은 것을 분해해서 분석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영화감독을 준비하는 사람이 존경하는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감탄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아, 여기서 빛을 이렇게 쐈구나, 앵글을 저렇게 가져갔구나, 하면서 보겠죠. 마찬가지로 글의 구성을 짤 때도 좋은 글의 구성을 뜯어서 봐야 합니다. (구성: 아이디어 배열하기)

미국 저널리스트 베스 메이시가 이걸 잘합니다. 메이시의 베스트셀러 《돕식(Dopesick)》은 미국 오피오이드 위기를 다루면서 마약 중독으로 고통받는 개별 환자와 가족의 이야기를 전면에 배치합니다. 그런 다음 제약 회사의 처방 수치나 정책 변화를 분석합니다. 사례와 통계를 매끄럽게 이어 붙인 덕분에 독자는 드라마를 보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독자: 이야기의 시작과 끝)

누구보다 잘 아는 주제이고 글감도 충분한데 왜 책 한 권을 쓰는 건 이토록 어려울까요. 책을 쓰는 일은 장거리 달리기와 비슷합니다. ‘쓰는 근육’이 있어야 완주할 수 있습니다. 쓰는 근육은 조금씩이라도 매일 쓸 때 생깁니다. 단기간에 몰아서 쓰는 것도 이 근육이 붙은 사람만 할 수 있습니다. (일정: 장기적 시간관념)

정보가 넘치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더 짧은 문장이 필요합니다. 짧다고 가벼운 것이 아닙니다. 간결한 문장을 만들려면 고도의 생각 정리가 필요합니다. 단문은 단순히 문법적 선택이 아니라 사고의 기법이자 설득의 기술입니다. 짧게 말하면 오래 기억됩니다. (쓰기: 쉽고 정확하게 쓰기)

예를 들어 논란이 되는 사건이 발생해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고 가정해 볼까요. 이 문장은 정부가 사건의 주체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 문장을 ‘정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쓴다면, 문장은 정부를 화제어로 삼아 ‘다른 누구도 아닌 정부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느낌을 강조합니다. 미묘한 차이지만, 결과적으로 독자들 사이에서 ‘이번 사건에선 정부의 책임이 확실하지 않나’ 하는 논의가 더 빠르게 퍼질 수 있습니다. (조사: 글을 쓰는 마음)

한국어는 모호한 서술어만 잘 정리해도 문장이 좋아집니다. ‘노력을 했다’는 ‘다른 것이 아닌 노력을 했다’로 읽힐 수 있습니다. 이 뉘앙스를 의도한 게 아니라면 명사처럼 사용한 동사를 진짜 동사로 바꿉니다. ‘노력했다’로 쓰는 겁니다. ‘생각을 했다’가 아니라 ‘생각했다’, ‘결정을 했다’가 아니라 ‘결정했다’라고 씁니다.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처럼 복잡하게 꼬지 말고 ‘후회했다’로 씁니다. (동사: 문장을 움직이는 힘)

문제는 제거가 아니라 대체입니다. 부사와 형용사의 도살자가 되어 찾는 족족 없애기만 하고 아무 처방도 하지 않으면 문장이 퍽퍽해져서 읽는 재미가 떨어집니다. 불필요한 수식을 제거한 자리에는 움직임, 디테일, 장면, 대화를 넣어 독자를 사건의 한가운데로 데려와야 합니다. (부사: 설명하지 않는 말)

멀리 있는 사람에게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이 문자밖에 없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글쓰기는 달라야 합니다. 과거 구어의 시대에서 문자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구어가 갖고 있던 억양, 표정, 몸짓 같은 언어 외적인 수단은 배제됐습니다. 그러나 영상의 시대가 되면서 전자 미디어가 시각에 갇혀 있던 말의 청각적 감각을 되살리고 있죠. 지금 시대의 텍스트에는 구어성(orality)이 담겨야 합니다. (어휘: 연장통과 대장간)

이문열 작가를 인터뷰했을 때의 일입니다. 이 선생을 만나러 간다고 하니 누군가는 《삼국지》를, 누군가는 ‘조·중·동’을 먼저 입에 올렸습니다. 이게 저의 앵글이 됐습니다. “그만큼 과소평가된 동시에 과대평가된 작가도 드물 것이다.” 출판된 원고에도 이 문장이 들어갔습니다. 몇 년 지나 이 선생이 한 일간지와 인터뷰를 하며 저 문장을 언급했습니다. “참 재미있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한 그런 말이었다.” 인터뷰이도 기억할 만한 내 관점을 만들어야 합니다. (대화: 인터뷰 잘하는 법)

정리 전문가인 곤도 마리에는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고 말합니다. 퇴고는 그 반대입니다. 설레면 버려야 할지 의심해야 합니다. 내용 전달에 충실한 문장은 작가를 설레게 하지 않습니다. 수도 배관처럼 숨어서 일하는 문장이라 없으면 글이 마비되지만 있어도 티가 안 납니다. (퇴고: 버리고 버리기)

《이코노미스트》의 위트, 《가디언》의 명료함, 《뉴욕타임스》의 정확성, 《뉴요커》의 문학성은 색깔이 서로 다르지만, 좋은 제목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정보 전달과 스토리텔링의 균형점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발행: 프로덕트의 마감 처리)

글쓰기는 생각을 완성합니다. 이 책을 집필하며 새삼 깨닫습니다. 제가 다 아는 내용을 글로 옮기기만 하면 될 줄 알고 작업에 착수했는데, 이 책의 절반은 쓰는 과정에서 새롭게 생각한 것들로 채워졌습니다. 달리 말하면 이 책을 쓰지 않았다면 결코 알지 못했거나, 무의식의 영역에 남아 있었을 것들입니다. 발견되길 기다리고 있는 것들을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계속 써야 합니다. (나오며: 생각을 완성하는 글쓰기)
  • 회차
    제목
  • 1화
  • 2화
    기획: 독자의 문제 해결
  • 3화
    주제: 프레임 정하기
  • 4화
    구성: 아이디어 배열하기
  • 5화
    독자: 이야기의 시작과 끝
  • 6화
    일정: 장기적 시간관념
  • 7화
    쓰기: 쉽고 정확하게 쓰기
  • 8화
    조사: 글을 쓰는 마음
  • 9화
    동사: 문장을 움직이는 힘
  • 10화
    부사: 설명하지 않는 말
  • 11화
    어휘: 연장통과 대장간
  • 12화
    대화: 인터뷰 잘하는 법
  • 13화
    퇴고: 버리고 버리기
  • 14화
    발행: 프로덕트의 마감 처리
  • 15화
    나오며: 생각을 완성하는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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