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매우 짧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높은 실내 온도에 있을 때 안락함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연구자들은 그것이 마음의 상태이건 생물학적 적응이건 인간의 안락함은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적응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더운 나라에서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시각은 명백한 사실인 것 같다. 내가 최근 참석한 런던의 에어컨 관련 콘퍼런스에서 인도인 대표 한 사람은 “내가 30도에서 일하고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면 당신들도 할 수 있다. 나를 믿고, 당신을 믿으라”고 참석자들을 꾸짖었다.
‘이상적인’ 온도라는 발상을 반박하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는 또 있다. 심리학자이자 미국 난방 냉동 공조 학회의 회원인 프레드릭 롤스(Frederick Rohles)는 시원한 실내에서 실제 온도보다 높은 온도를 표시한 가짜 온도계를 보여 주면 피실험자들이 덥다고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롤스는 2007년 이렇게 썼다. “이런 결과는 기술자 동료들을 미치게 만들 것이다. 안락함은 마음의 상태야!”
아쇼크 랄은 사람들이 일단 건물의 온도가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에어컨을 첫 번째 단계가 아닌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하는 주택을 지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광범위한 문화나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진영은 결정론자들이다. 그들의 관점은 전 세계의 건축 법규와 기준에 계속해서 반영되고 있다.
에어컨이 기온을 제어하는 방법으로 인식되면서 에어컨 없는 대처법은 관심에서 멀어졌다. 아무도 이후에 벌어질 일을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이제 그 결과를 목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냉방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우리가 최악의 기후 위기 영향을 피하기 위한 해법의 양극단에 기술과 습관을 놓고 연속선을 그린다면, 에어컨은 아마도 중간쯤의 어딘가에 위치할 것이다. 일주일에 다섯 번 고기를 먹는 습관을 줄이기보다는 더 어렵고,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를 없애는 것보다는 더 쉬운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영국에 본사를 둔 기후 정치 자문 회사 E3G를 운영하는 전직 고위 공무원 닉 매비(Nick Mabey)에 따르면, 에어컨 문제는 대부분의 정부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채로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대부분의 소비재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하향식 규제로 성공한 전례는 거의 없다. 그는 “이 일을 처리하는 부서도 없고, 당신이 가서 이야기할 만한 에어컨 관련 담당자도 없다”고 지적한다.
매비는 통제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거기서부터 밀고 나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그는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모든 에어컨의 효율을 향상시켜 배기가스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UN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에어컨에 붙어 있는 촌스러운 소비자 기준표와 관련이 있다. 현재 시중의 평균적인 에어컨은 사용 가능한 최고의 장치와 비교하면 절반 정도의 효율성을 갖고 있다. 그 격차를 조금이라도 좁히면 미래의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차원에서는 약간의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뉴욕 시의회는 2030년까지 도시의 모든 대형 건물들이 전체 탄소 배출량을 40퍼센트 줄이고, 2050년에는 80퍼센트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영향력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위반 시 무거운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법안을 주도한 코스타 콘스탄티니데스(Costa Constantinides) 시의원은 “모든 도시에서 의무화한 탄소 배출량 규제 중 가장 큰 규모”라고 말한다. 로스앤젤레스 시장실은 2050년까지 모든 건물의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기 위한 비슷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다른 도시들은 훨씬 더 직접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의 여러 지역보다 따뜻한 지역인 스위스 제네바의 지방 정부는 1980년대부터 특별한 허가 없이는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스위스 전역에서 비교적 일반화되어 있다. 그 결과, 스위스에서 에어컨은 모든 전기 사용량의 2퍼센트 미만을 차지하고 있다. 스위스 사람들이 에어컨을 그리워하는 것 같지는 않다. 스위스에서 에어컨의 부재는 거의 논의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어컨 없이 사는 법을 배웠다.
에어컨이 비교적 낯선 국가에서는 에어컨이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기 전에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엄청난 기회가 있다. 토머스는 ‘서방에서 벌어진 최악의 일’을 피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인도 정부는 토머스, 라왈 등이 제시한 권고안을 자국의 국가 주택 건축 법규(“대단히 강력한 조항”이라고 라왈은 말한다)로 채택했다. 이 법규는 인도에서 이뤄진 현장 연구를 바탕으로 인도인의 안락함 수준을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내 온도를 높일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에어컨을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건물의 “보급 증대”를 강조하고 있다.
에어컨 사용을 줄이는 것은 현대성으로부터 멀어지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에어컨으로 인해 일어날 일들을 직시하라는 요구다. 켄 양은 이렇게 말한다. “과거로 돌아갈지 말지를 논하는 문제가 아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기온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에어컨이 기온을 제어하는 방법으로 인식되면서 에어컨 없는 대처법은 관심에서 멀어졌다. 아무도 이후에 벌어질 일을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이제 그 결과를 목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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