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에 대한 대중의 우려를 가라앉히기 위한 업계의 두 번째 전략은 상대적으로 최신 개념인 가정에서의 재활용에 역점을 두는 것이었다. 1970년대에 환경 단체와 미 환경 보호국은 점점 커지는 소비재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기계류 및 금속 조각 같은 대형 품목에는 익숙했던 개념인 재활용을 지역 공동체 단위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하고 있었다.
포장재와 음료업계는 재활용이 자기네 제품을 쓰레기 매립지로부터 지켜 낼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냉큼 밀어붙였다. 1971년, 플라스틱병이 널리 퍼지기 전, 코카콜라 보틀링 컴퍼니는 유리나 알루미늄 같은 가정용 쓰레기를 재활용하고자 뉴욕시에 세워진 세계 최초의 저장소 중 몇 곳에 자금을 지원했다.
플라스틱 산업도 이와 유사한 방침을 취하면서 자기네 제품을 재활용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소리 높여 부르짖었다. 1988년 플라스틱 산업 협회는 도시에서의 플라스틱 재활용을 촉진할 목적으로 ‘고형 폐기물 문제 해결 위원회’를 설립한 뒤, 1995년까지 플라스틱병의 25퍼센트를 재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89년 아모코(Amoco, 스탠더드 오일의 새로운 이름)와 모빌, 다우 케미컬은 ‘국립 폴리스티렌 재활용 회사’를 설립하여 역시 1995년까지 25퍼센트를 재활용하겠다는 똑같은 목표를 내세웠는데, 이 경우는 음식 포장재였다(당시 《타임》에 실린 모빌의 광고는 폴리스티렌이 폐기물 위기의 ‘희생양이지 문제는 아니’라는 주장을 했다. 해결책은 ‘더 많은 재활용’이었다). 1990년에는 ‘미국 플라스틱 협회’라는 또 다른 산업 단체가 2000년에는 플라스틱이 ‘가장 많이 재활용되는 재료’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개진했다.
이런 장밋빛 전망이 가진 문제는 플라스틱이 재활용에는 최악의 물질이라는 점이다. 유리, 철, 알루미늄은 거의 무한정 녹이고 개조해도 처음과 똑같은 품질의 신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반면 플라스틱은 재활용을 할 때마다 품질이 뚝뚝 떨어진다.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해도 같은 품질의 플라스틱병을 만들 수가 없다. 대신 재활용된 플라스틱은 의류용 섬유나 가구용 슬레이트가 되고, 그런 다음에는 도로 충전재나 플라스틱 절연재가 될 텐데, 여기까지 오면 더 이상은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매 단계가 본질적으로 매립지 아니면 바다 쪽으로만 회전하는 톱니바퀴인 것이다. 위스콘신 대학의 공학자 로버트 햄(Robert Ham)은 1992년에 플라스틱 제품이 제한된 수의 물건으로만 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플라스틱 재활용의 미래는 여전히 도통 알 수 없는 수수께끼다.”
알루미늄처럼 더 수익성 있는 재료를 재활용하는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재활용 플라스틱이 가진 상업적 매력은 크지 않았다. 1980년대에 플라스틱 재활용이 호황 산업이 되지는 않으리라는 사실이 분명해지자 공공 부문이 개입했다. 재활용 산업이 국가에서 상당한 자금을 지원받고, 플라스틱이 쓰레기차에 실려 운송되는 동안, 업계는 계속해서 점점 더 많은 플라스틱을 쏟아 냈다. 하원의원 폴 B. 헨리(Paul B. Henry)가 1992년 용기 재활용에 대한 청문회에서 말했듯, 플라스틱 업계는 ‘자기네가 재활용의 든든한 옹호자라 주장’했지만 ‘커브사이드
[1] 재활용 프로그램은 거의 전적으로 정부 보조금에 의존’했다. 다시 말해 정부는 업계가 재활용에 대해 예전에 떠들어 댄 허풍에 꼼짝없이 낚여서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중은 누군가 쓰레기를 치워 주는 한 행복해했다. 오늘날까지도 몇몇 환경 운동가들은 가정용 재활용품 수거를 ‘소망 순환’이라 부르고, 재활용 쓰레기통을 실제로는 별 도움이 안 되는데도 사람들의 죄책감은 덜어 주는 ‘마법 상자’라 부른다.
작지만 힘 있는 승리
그사이 전 세계의 플라스틱 생산량은 1995년 1억 6000만 톤에서 2018년 현재는 3억 4000만 톤으로 치솟았다. 재활용률은 여전히 울적할 정도로 낮다. 미국에서 매년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전체 플라스틱의 10퍼센트 이하다. 심지어 재활용률이 기적적으로 치솟는다 해도, 재활용된 플라스틱으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이 빤하기 때문에 결국 새 플라스틱에 대한 수요는 항상 높을 수밖에 없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산업 생태학자인 롤랜드 가이어(Roland Geyer)는 2017년에 미국과 영국의 정책 입안자에게 기념비적 참고 문헌이 된 보고서 〈지금까지 제조된 모든 플라스틱의 생산, 활용, 종말(Production, Use and Fate of All Plastics Ever Made)〉을 작성한 인물로, 그는 내게 “재활용이 전 세계의 플라스틱 양을 줄이는 데 전혀 효과가 없으리라는 사실을 점점 더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대중이 반플라스틱 캠페인에 대해 보이는 열정은 부분적으로는 플라스틱이 기후 변화보다는 단순하고 해결하기 쉬운 문제일 거라는 느낌에 의해 추동되고 있겠지만, 이 두 사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플라스틱 생산업체 열 곳 중 일곱 곳은 여전히 석유와 천연가스 회사다. 그들이 화석 연료를 뽑아내는 한 플라스틱을 만들고픈 커다란 동기가 늘 있다는 얘기다. 2016년의 세계 경제 포럼 보고서는 2050년까지 전 세계에서 추출되는 석유의 20퍼센트가 플라스틱 제조에 쓰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과학자 요한나 크램(Johanna Kramm)과 마르틴 바그너(Martin Wagner)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본질적으로 보면 결국 플라스틱 공해는 인간이 만든 전 지구적 변화의 가시적이면서도 실체적인 부분이다.”
이것이 플라스틱의 역설이다. 또는 적어도 우리가 현재 꼼짝없이 붙들려 있는 문제다.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알게 되자 행동에 나서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이 문제를 점점 더 밀어붙일수록, 우리가 해결하는 데 실패했던 여타의 환경 문제와 마찬가지로 이 문제 역시 점점 더 막막하고 다루기 힘든 것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똑같은 장애물에 맞닥뜨리고 마는 것이다. 규제 불가능한 산업, 세계화된 세상, 지속 불가능한 우리 삶의 방식.
그렇다 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플라스틱을 쓰고 싶어 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반플라스틱 운동은 아마도 21세기 들어 출현한 가장 성공적인 전 세계적 환경 캠페인일 것이다. 만약 정부가 약속을 지키고, 운동이 계속 동력을 유지한다면 분명 성과를 볼 것이다.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미국 컨설팅 회사인 우드 맥켄지(Wood Mackenzie)에서 화학 산업 분석가로 일하는 스티브 징거(Steve Zinger)의 말이다. “특히 올해는 소비자들의 반플라스틱 정서가 커졌어요. 기업들은 플라스틱 사용 금지라는 새로운 현실에 맞춘 사업 모델을 적용해야 할 겁니다.” 그는 석유 생산업자들 또한 수요에서 손실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플라스틱의 역설에 존재하는 긍정적인 면이다. 만약 플라스틱이 우리가 겪는 다른 환경 문제의 축소판이라면, 그 논리를 따를 경우 해결책도 있다는 얘기다. 불과 몇 년 사이에 플라스틱이 환경에 끼치는 해악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사람들을 조직화했고, 정부 규제를 압박했으며, 화석 연료 회사들의 관심도 끌었다. 소비자들은 슈퍼마켓에 포장을 줄이라고 요구했고, 그 결과 1년 만에 석유 회사 BP는 2040년까지 일일 석유 생산량이 200만 배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게 되었다. 플라스틱에 대한 우리의 집념이 표출된 것이다. 기후 변화를 둘러싼 훨씬 큰 싸움에서, 플라스틱에 대한 반격은 작지만 힘을 주는 승리이자 향후 행동의 모델이 될 수 있다.
문제들이 아주 긴밀하게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플라스틱은 그것만 따로 떼어 우리 삶에서 추방할 수 있는 개별적인 문제가 아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만연했던 소비 양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생산물에 불과하다. 엄청난 도전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세 플라스틱이라는 용어를 만든 해양학자 리처드 톰슨과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그는 낙관적인 모습이었다. 그가 말했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가 과학자, 기업, 정부와 함께 이런 식으로 똘똘 뭉쳤던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진짜 기회가 온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