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이유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없다.
이제는 공기 중에서 탄소를 빨아들여야 한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것을 넘어 제거하는 ‘역배출’이 기후 변화 대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역배출 기술로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에너지 생산이나 석유 추출 등에 활용될 수 있어 산업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제는 기술의 구현이다. 대규모의 토지가 필요하다는 물리적인 난관도 있지만, 낮은 탄소 가격 등 부족한 인센티브로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이나 자본가가 적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역배출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중공업, 석유 화학 기업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탄소 배출의 주범인 기업들이 역배출 기술로 기후 변화에 기여하는 것처럼 보이려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 역배출 기술이 실현되려면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릴 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계획과 설계에 착수해야 하는 이유다.
* 15분이면 끝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A4 11장 분량).
The Economist × BOOK JOURNALISM
북저널리즘이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커버스토리 등 핵심 기사를 엄선해 소개합니다. 《이코노미스트》는 격조 높은 문장과 심도 있는 분석으로 국제 정치, 경제, 사회 이슈를 다루어 왔습니다. 빌 게이츠, 에릭 슈미트, 헨리 키신저 등 세계적인 명사들이 애독하는 콘텐츠를 매주 수요일 오후 4시, 북저널리즘에서 만나 보세요.
저자 소개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를 전진하게 하는 지혜와 그 전진을 방해하는 변변치 못한 무지 사이의 맹렬한 논쟁”에 참여하기 위해 1843년에 창간되었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정치, 경제, 사회 이슈를 전문가들의 시각으로 분석하고 의견을 제시한다. 격조 높은 문체와 심도 있는 분석으로 유명하다.
역자 전리오는 서울대학교에서 원자핵공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총연극회 활동을 하며 글쓰기를 시작해 장편 소설과 단행본을 출간했다. 음악, 환경, 국제 이슈에 많은 관심이 있으며 현재 소설을 쓰면서 번역을 한다.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화. 방법은 있지만, 갈 길은 멀다
기술적 난관과 부족한 인센티브
정부에 필요한 것
2화. 이제는 역배출이 필요하다
탄소 배출 시설에서 탄소 제거 시설로
연소의 문제점
이용 사례; 석유 업계의 이산화탄소 포집
보낸 이에게 반송
먼저 읽어 보세요
탄소 포집 저장(CSS) 기술은 공장과 발전소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회수하여 압력을 가해 액체 상태로 만든 후 지하나 해저에 묻는 기술을 말한다. 저장한 이산화탄소는 연료로 쓰거나 암석층에 매장되어 있는 석유를 추출하는 데에 활용된다. 일부 기업들은 버려진 나무 등 바이오매스를 활용하는 탄소 포집 및 저장 시설을 만들고 있다.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공기 직접 포집(DAC) 분야의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이처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방안을 역배출(negative emission)이라고 한다. 역배출은 배출되는 탄소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에디터의 밑줄
“산업혁명 이후로 인류가 대기 중에 뿜어낸 이산화탄소 중 무려 50퍼센트가 1990년 이후에 방출된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탄소의 총량이다. 대기 중에 탄소가 더 많아질수록 기후는 더 많이 변할 것이다. 이산화탄소의 양을 고려하면 아직은 기후 변화의 양상이 생각만큼 심각하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마치 불 위에 올려놓은 냄비 안의 물과 같아서 끓어오르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섭씨 1.5도라는 기온 상승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100년까지 수천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따로 저장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추정 범위의 중간값은 7300억 톤인데, 이는 올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17배에 달하는 양이다. 이렇게 거대한 양을 포집하기 위한 구조물을 계획하고 설계해서 건설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50년은 먼 미래가 아니다. 그래서 역배출 방법을 활용하려면 당장 개발을 서둘러야 하는 것이다.”
“숲을 새로 조성하거나 복원해서 탄소 저장 공간으로 만드는 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커야 한다는 것이다. IPCC가 검토한 시나리오들을 보면, 새로 조성하거나 복원하는 숲의 면적은 거의 러시아 면적 정도가 되어야 한다.”
“만약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에 가격이 매겨져 있었다면, 예를 들어 1톤당 100달러 정도만 책정됐더라도, 탄소 포집 기술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 비용이 낮아졌을 것이다. 가격 하락도 없고, 투자를 장려할 수 있는 인센티브나 벌금도 거의 없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행동을 촉구하는 친환경 진영은 대부분 CSS를 지지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CSS를 화석 연료 기업들이 사업을 지속하면서 기후 변화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석유 업계에서는 반세기 동안 암석층에 조용히 잠들어 있는 석유를 찾아내기 위해서 유정 안으로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왔다. 이른바 석유 회수 증진법(EOR)이라는 기술이다. 그런데 이 방법을 통해서 남아 있는 석유를 뽑아내더라도,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는 땅속에 머물러 있게 된다.”
코멘트
이코노미스트는 탄소 제거라는 다소 비현실적으로 들리는 기후 변화 대응책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한다. 다만 인센티브 부족과 잘못된 정책, 부정적인 인식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연구하고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기후 변화라면 더욱 그렇다.
북저널리즘 CCO 김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