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드레는 나에게 이메일을 보내 왔다. “완전히 정신 나간, 말도 안 되는 미친 짓입니다.” 그는 지금도 가공육 업계에서 사용되는 질산염과 아질산염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미쳤다고 말하는 이유는, 발암 가능성이 낮은 방법으로 베이컨과 햄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기를 보존 처리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소금을 사용하는 것이다. 소금 알갱이를 칠 수도 있고, 소금물에 담글 수도 있다. 그리고 가만히 두고 기다리면 된다. 쿠드레의 말에 따르면, 햄이나 베이컨 제조업체들은 이런 낡은 보존 처리 방식이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업체들이 소금을 사용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는 진짜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소금을 사용하는 방식은 가공육에 풍미가 생기기까지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즉, 이윤을 깎아 먹는다.
가공육의 의미에 대해서는 혼란이 있다. 이는 베이컨 산업이 유도한 것으로, 소비자들이 생고기를 갈아 만든 양고기 코프타(kofta)와 질산염 가공 페퍼로니를 듬뿍 얹은 피자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가공육은 정확하게는 돼지고기나 쇠고기를 소금에 절이거나 보존 처리한 것을 말한다. 훈제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 갈아 놓은 신선한 쇠고기 1파운드는 가공육이 아니다. 보존 처리된 단단한 살라미 덩어리는 가공육이다.
베이컨이 건강에 해를 끼치는 것은 주로 두 가지 첨가 물질 때문이다. 질산칼륨[초석(硝石)이라고도 한다]과 아질산염이다. 바로 이 첨가물들이 살라미와 베이컨과 가공 햄을 매혹적인 분홍빛으로 만들어 주는 물질이다. 초석은 고대부터 고기를 소금에 절이는 용도로 여러 조리법에서 사용되어 왔다. 《돈육 식품과 프랑스 돼지 요리(Charcuterie and French Pork Cookery)》라는 책에서 제인 그릭슨(Jane Grigson)은 전통적인 햄 제조 과정에 초석이 쓰였다고 설명한다. “초석을 쓰면 매력적인 장밋빛이 살아나고, 그렇지 않으면 탁한 회갈색을 띠게 된다.”
20세기 이전에 초석을 이용해서 베이컨을 만들던 사람들은 고기가 보존 처리되면서 초석이 아질산염으로 변환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질산염은 다른 박테리아들을 억제하고 특유의 풍미를 만들어 내는 박테리아들을 더 빨리 생겨나게 만든다. 그리고 20세기 초가 되자, 육류 업계는 돼지고기에 순수한 아질산염을 첨가하게 되면 가공육 생산이 더 간단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960년대의 업계 소식지를 보면, 아질산염 판매 업체들이 가공육 사업의 이윤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비밀은 바로 제조 속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60년대 프랑스에서 탄생한 어느 아질산염 브랜드의 이름은 비토호제(Vitorose)였는데, ‘빠르게 분홍색으로’라는 의미다.
질산 화합물은 소비자들에게 별다른 이득을 주지 않는다. 질산 화합물 자체가 발암 물질은 아니다. 사실 아질산염은 셀러리나 시금치 같은 각종 푸른 채소에서도 자연적으로 발견되기 때문에, 베이컨 제조업자들은 쾌재를 부르면서 이 사실을 들먹이곤 한다. 영국의 베이컨 제조업자 한 명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상추에도 아질산염이 들어 있지만, 그걸 먹지 말라고 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하지만 아질산염을 사용한 가공 과정에는 자연적인 방식과 다른 일이 일어난다. 아질산염이 붉은 육류 안에 들어 있는 특정 성분(헴 철분, 아민, 아미드)과 반응해 N-니트로소 화합물이 생성되는 것이다. 바로 이 물질이 암을 유발한다. 이런 화합물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니트로사민이다. 쿠드레 기욤이 내게 보낸 이메일에서 설명한 바에 따르면, 니트로사민은 “아주 적은 양의 섭취만으로도 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베이컨이나 햄을 비롯한 가공육을 먹는 사람들은 니트로사민을 소화 기관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며, 이 물질은 내장의 세포들을 손상시키고, 이것이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베이컨을 구입하는 입장에서는 이 사실을 모를 수 있지만, 과학자들은 니트로사민이 발암 물질이라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60여 년 전인 1956년에 피터 마지(Peter Magee)와 존 반스(John Barnes)라는 영국의 두 과학자는 쥐에게 디메틸니트로사민을 먹이면 간에 악성 종양이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70년대에는 동물을 대상으로 소량의 니트로사민과 니트로사미드를 반복해서 투여하는 실험이 진행되었다. 사람이 매일 아침마다 베이컨을 먹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실험 결과 간, 위, 식도, 창자, 방광, 뇌, 폐, 신장 등 다양한 기관에서 종양이 나타났다.
쥐나 다른 동물들을 암에 걸리게 한 물질이 반드시 인간에게도 같은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암 연구자인 윌리엄 리진스키(William Lijinsky)는 이미 1976년에 베이컨과 같은 육류에서 발견되는 N-니트로소 화합물이 “인간에게도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과학자들은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 주는 막대한 양의 증거들을 수집했다. 니트로사민과 암의 관련성에 관한 수백 건의 논문 중 하나만 살펴봐도 이런 사실을 알 수 있다. 1994년에 미국에서 유행병을 연구하던 두 명의 연구원은 1주일에 1회 이상 핫도그를 먹게 되면 소아 뇌종양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비타민이 별로 포함되어 있지 않은 식단을 섭취하는 아이들에게 이런 경향이 더 강했다.
1993년, 이탈리아 파르마 지역의 햄 제조업자들은 질산염을 모두 빼고 옛날 방식처럼 오직 소금만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기로 집단 결의했다. 26년 동안 프로슈토 디 파르마(Prosciutto di Parma) 생산에는 질산염이나 아질산염이 사용되지 않고 있다. 질산염이나 아질산염을 사용하지 않고도 파르마산 햄은 여전히 짙은 장밋빛 분홍색이다. 우리는 이제 파르마산 제품들이 띠는 색깔이 무해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색상은 햄이 18개월간 숙성되는 동안 효소 반응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렇게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 내는 햄이 질산염 없이 느린 보존 처리를 거친다면, 대량 생산 육가공품은 어떤 과정을 거치는 것일까? “핫도그를 만들려고 18개월 동안 기다릴 수는 없다”고 식품 과학 전문가인 해롤드 맥기(Harold McGee)는 말한다. 그렇다고 해도, 질산염을 넣지 않고 오직 물과 허브만을 이용해서 베이컨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영국의 가공육 제조업체에 자문을 해주는 양돈업체 콰이어트 워터스 팜(Quiet Waters Farm)의 존 가워(John Gower)에 따르면, 질산염은 베이컨의 필수 성분이 아니다. “살라미처럼 다져서 만드는 육류 제품과는 다르게, 단단한 살코기 제품에는 안전을 이유로 질산염을 넣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일반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팔려 나가는 베이컨은 오래되고 익숙한 것이라면 해롭다고 밝혀져도 계속 안주하려 하는 경향이 우리에게 있음을 보여 준다. 베이컨 제조업자들이 질산염을 선호하는 건 대부분 “문화적인” 요소 때문이라고 가워는 말한다. 질산염과 아질산염을 사용하지 않고 전통적인 기법으로 보존 처리된 베이컨에서는 가워가 말하는 “금속 맛이라고도 할 수 있는,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특유의 풍미”가 나지 않는다. 영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베이컨스러운’ 맛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질산염 처리가 되지 않은 베이컨은, 가워의 말에 의하면, 그저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일 뿐이다.
질산 처리된 고기의 위험성이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이 든다. 왜 그런 위험성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걸까? 런던 시티 대학교의 식품 정책 교수인 코리나 혹스(Corinna Hawkes)는 가공육의 미래가 설탕처럼 될 것이라고 몇 년 전부터 예견해 왔다.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 부처가 개입해서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혹스 교수는 조만간 소비자들이 암과 가공육의 연관성을 분명히 깨닫고, “왜 아무도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어?”라고 묻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베이컨을 지켜라
2015년의 베이컨 패닉 사태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가공육이 좋지 않다는 공공 보건 권고안이 나오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다. 이런 권고안은 40년 전에 나올 수도 있었다. 가공육 업계가 심각하게 위태로웠던 유일한 시기는 1970년대였는데, 당시 미국에서는 ‘질산염과의 전쟁’이 벌어졌다. 랠프 네이더(Ralph Nader)[1] 방식의 소비자 행동주의가 활발한 시대였고, 베이컨에 맞서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 당시 어느 저명한 공공 의료 과학자는 베이컨을 “슈퍼마켓에서 가장 위험한 식품”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1973년, 미국 식품 의약국(FDA)의 수석 독물학자였던 레오 프리드먼(Leo Freedman)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니트로사민은 인간에게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역시도 “다른 사람들처럼” 베이컨을 좋아한다고 덧붙이고 있었다.
미국의 육류 업계는 베이컨을 발암 물질로 보는 시각에 시급하게 방어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첫 번째 대응은 과학자들이 과민 반응하는 것이라며 가볍게 비웃는 것이었다. 《파머스 위클리(Farmers Weekly)》는 1975년에 〈베이컨 공포의 실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행했다. 기사는 보통 체중의 남성이 매일 11톤 이상의 베이컨을 먹는다고 해도 암에 걸릴 위험이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었다.
이후에 육류 업계는 더 현명한 방식으로 로비를 하기 시작했다. 미국 육류 협회(AMI, 북미 육류 협회의 전신)는 질산염은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서만 사용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보존 처리되지 않은 식품에서 생성될 수 있는 치명적인 독성인 보툴리누스 식중독균을 억제하기 위해 질산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AMI의 과학 담당 책임자는 보툴리누스균은 한 컵 분량으로도 지구상의 모든 사람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해로운 생물체를 제거함으로써 베이컨은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살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1977년, FDA와 미국 농무부는 육류 업계에 석 달의 시간을 주고, 질산염과 아질산염이 무해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라고 지시했다. 쿠드레의 책에 적혀 있는 바에 따르면 “만족스런 설명을 하지 못할 경우, 이 첨가물들은 36개월 안에 발암 물질을 만들지 않는 제조 방식으로 바뀌어야만 했다.” 육류 업계는 니트로사민이 발암 물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없었다. 니트로사민이 발암 물질이라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다른 방식을 택했다. 질산염과 아질산염은 베이컨을 만드는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라는 주장을 만들어 냈다. 그 물질을 첨가하지 않으면 수천 명의 사람들이 보툴리누스 식중독에 걸려 죽게 된다는 것이다. FDA의 도전에 맞서서, AMI의 대표인 리처드 링(Richard Lyng)은 1978년에 가공육에 들어가는 아질산염이 “빵에 들어가는 이스트”와 같다고 주장했다.
베이컨을 지키기 위한 육류 업계의 전략은 “담배 산업의 전술 교본과 똑같았다”고 뉴욕대학교 식품 영양학 교수 매리언 네슬레(Marion Nestle)는 말한다. 교본의 첫 번째 전략은 과학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1980년대까지 AMI는 주로 위스콘신대학교에 있는 과학자들에게 재정 지원을 했다.[2] 이들 육류 연구자들은 질산염의 유해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질산염으로 보존 처리되지 않은 햄들이 보툴리누스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음을 과장하는 글을 계속해서 만들어 냈다.
질산염 처리를 하지 않은 햄은 보툴리누스 식중독을 일으킬까? 그게 사실이라면 이상한 점이 있다. 지난 25년 동안 질산염 처리 없이 생산된 파르마산 햄은 보툴리누스 식중독과 관련된 사고를 단 한 차례도 일으키지 않았다. 극히 드문 일이긴 하지만, 보존 식품이 일으킨 보툴리누스 식중독 사례의 대부분은 완벽하지 않은 방식으로 보존 처리한 채소(그린빈, 완두콩, 버섯 등의 병조림 제품)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다. 보툴리누스 식중독에 대한 주장은 연막작전이었다. 사람들이 베이컨이나 햄 안에 들어 있는 질산염과 아질산염의 유해성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그렇게 소비자들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계속해서 평소처럼 구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