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벌인 전쟁에 대하여 가혹하게 평가할 것이다.
2월 24일 음울한 이른 아침에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명령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맹공격은 전혀 아무런 명분이 없었다. 그러나 이 전쟁이 절대 피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것은 전적으로 그가 자초한 분쟁이다. 앞으로 닥칠 전투와 참상 속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수많은 인명들이 피를 흘릴 것이다. 그리고 그 핏방울들은 모두 푸틴의 손에 흩뿌려질 것이다.
푸틴이 약 19만 명의 러시아 병력을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시켜 놓은 채로 몇 달 동안 가만히 지내는 동안 우리에게 던져진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대체 이 남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가? 이제 그가 전쟁을 갈망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진 시점에서 던져질 질문은 이렇다. 대체 그가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
침공 전날에 했던 그의 말을 들어보자면, 그는 자신이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세상이 믿기를 원했던 것 같다. 러시아 대통령인 그가 슬라브계 동족들을 향해 순항 미사일의 일제 사격을 개시하면서 공개된 전쟁 선언은 지난 2월 21일에 녹화된 것이었는데, 이 발언에서 그는 서방 세계에 있는 “거짓말의 제국(the empire of lies)”을 맹비난했다. 그는 자신이 가진 핵무기를 뽐내듯 자랑하면서 어떤 나라든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다면 그들을 “분쇄할 것(crush)”이라고 날카롭게 위협했다. (2화 참조)
일부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포함된 초기의 보도들에서는 그가 가진 야심의 크기만을 강조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소규모의 집단 거주지들이 소재한 지역이자 막바지 외교의 대상이었던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Donetsk)와 루한스크(Luhansk)를 정복하는 선에서 만족할 것이라는 추정도 있었다. 그러나 대규모의 본격적인 침공이 벌어지면서 이러한 추정들은 모두 무의미해졌다.
관련 보도들을 보면, 러시아의 지상 병력이 동쪽의 국경을 넘어서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프(Kharkiv)로 향하고 있으며, 크림 반도에서 남쪽 국경을 넘어선 병력들은 헤르손(Kherson)으로, 그리고 벨라루스에서는 북쪽 국경을 넘어 수도인 키에프(Kyiv)로 진격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움직이는 병력의 기세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들이 줄곧 보고했던 것처럼,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역을 탐내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그는 정치적인 손익에 대한 일반적인 계산은 제쳐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는 자신에게 역사적인 사명이 있다는 위험한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상당 부분을 장악한다면, 침략을 즐기는 그로서는 거기에 멈춰서 평화협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그로서도 일단 처음에는 소비에트 제국의 일원이었지만 지금은 나토(NATO)에 가입되어 있는 나라들[1]을 침략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승리감에 도취된 그는 설령 무력 충돌을 감행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해당 국가들을 상대로 사이버 공격과 정보전을 벌일 것이다.
푸틴이 이런 방식으로 나토를 위협하게 될 이유가 뭐냐 하면, 그는 나토가 러시아와 자국 국민들을 위협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번 주 초에 행한 연설에서 그는 나토가 동쪽으로 확장하는 것에 격노했다. 그리고 그의 허구적인 주장에 불과한 우크라이나에서의 “대량 학살”을 서방이 후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은 자국 국민들에게 러시아 군대가 자유를 얻은 우크라이나의 형제자매들을 상대로 싸우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러시아가 미국과 나토를 비롯한 그들의 대리인과 전쟁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어쨌든 끔찍한 사실은 푸틴이 이웃의 주권 국가를 향해서 부당한 공격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국의 서쪽에서 방어막이 되어줄 동맹국들에 집착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21세기의 세계 평화를 지탱해 온 원칙들을 짓밟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는 그의 침공에 대하여 엄중한 대가를 부과해야만 한다.
이러한 대가는 러시아의 금융 시스템과 첨단기술 산업, 부유한 엘리트들에 대한 대규모의 징벌적 제재로 시작되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에 두 개의 공화국[2]을 정식 국가로 인정했을 때, 서방은 가벼운 제재만 가했다. 이제는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러시아가 요새 경제(fortress economy)의 구축에 착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는 여전히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러시아의 증시가 45퍼센트 급락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도 고통을 받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제제로 인하여 서방 세계 역시 피해를 입을 것이다. 침공이 벌어지면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 러시아는 유럽에 가스를 공급하는 주요 국가이다. 그리고 러시아는 니켈이나 팔라듐과 같은 금속을 수출하며, 우크라이나는 거대한 밀 수출국이다. 이런 모든 사실들은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과 공급망의 차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으로서는 더욱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서방 세계가 그러한 제재로 인한 피해를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서방이 푸틴이 저지른 과오에 대하여 크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나토의 동쪽 측면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토는 구(舊) 소비에트연방 내에서 나토의 활동을 제한한다는 내용으로 1997년에 러시아와 체결한 조약[3]을 지키려 노력해왔다. 이제 나토는 그걸 파기하고 재량을 발휘하여 동쪽에 수비 부대를 창설해야 한다. 물론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또한 나토는 최전방의 국가들에 4만 명의 신속대응 병력을 즉시 배치하여 그들의 단결력과 존재의 이유를 입증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하나의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이라고 간주하는 원칙에 신뢰성을 더해줄 것이다. 그리고 푸틴에게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더욱 밀어붙일수록, 그의 원래 의도와는 정반대로 우크라이나의 국경에 나토의 존재감을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시그널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계는 우크라이나가 자국과 국민들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들은 고통스런 짐을 짊어지게 될 것이다. 전쟁이 발발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군인과 민간인 사망자에 대한 첫 번째 보도가 나왔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동포들에게 저항할 것을 주문했다. 만약 푸틴이 수도인 키예프를 함락시키고 그곳에 괴뢰 정부를 세운다면,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어디를 거점으로 어떻게 저항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나토가 곧바로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배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핵보유국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토의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자금, 난민 피신처를 제공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망명 정부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식으로 푸틴에게 도전하는 것이 지나치게 위험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가 현실감각을 잃었거나, 또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거나, 오판을 하거나, 아니면 중국을 끌어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식 자체가 오판이다. 아무리 자신의 운명에 대한 의식이 과도하게 발달한 독재자라 하더라도, 22년을 정상의 자리에 있다 보면 생존에 대한 후각과 힘의 변동에 대한 감각을 갖게 된다. 난데없이 찾아온 위기의 정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많은 러시아인들은 우크라이나의 형제자매들을 상대로 끔찍한 전쟁을 벌이는 것을 냉담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 지점이 바로 서방 세계가 활용해야 할 부분이다.
푸틴이 착하게 행동하길 바라는 것은 여전히 너무나도 위험한 발상이다. 심지어 중국조차도 국경을 함부로 넘는 사람은 그들이 추구하는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고 바라볼 것이다. 지금 당장 푸틴이 더욱 자유롭게 활보할수록, 그는 앞으로도 점점 더 단호하게 자신의 비전을 세상에 강요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 그를 멈추게 하려면 더욱 많은 피를 흘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