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에 전례 없는 평화의 시기가 찾아왔다. 지난 4월 남북 정상이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라는 판문점 선언에 합의한 데 이어, 올해 안에 공식적인 종전 선언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남북한은 공동경비구역(JSA) 내에 있던 남북한 초소와 병력, 장비를 철수했고 서로를 겨냥한 적대 행위도 멈췄다.
한반도에 변화를 불러온 주역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그리고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다. 한반도 평화가 국제 사회 이슈로 떠오르기 전까지 북미 정상은 불통의 아이콘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들은 전에 없던 과감한 ‘선택’으로 지금의 평화 국면을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는 붕괴론에 기대지 않고, 미국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면 북한 체제를 인정하겠다는 열린 태도를 보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의 경제 성장을 위해 비핵화 제안을 수용하고, 그 대가로 체제 보장 약속을 얻어내는 전략가의 면모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이나 중국에 기대지 않고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통념을 깨고,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운전자가 되어 북미 정상의 대화를 중재했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고 한다. 비관적인 전망을 거두지 않는 이들도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뒤돌아 가지 않을 것”이라는 남북의 의지에 기대를 걸어 본다. 불가능한 조건 속에서도 가능한 길을 모색하는 태도가 변화를 만든다는 저자의 말이 어느 때보다 무겁게 들린다.
곽민해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