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은 끝났고, 도시는 여전히 비었다. 동료들은 컴퓨터 속에 존재한다. 새로운 근무 방식은 혁신을 만들 수 있을까.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를 영원히 바꿨을까? 나는 솔직히 이런 주장에 회의적이며, 장기적으로 보자면 그 중심이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전염병이 시작한 지 거의 3년이 지나 이제 우리가 2023년에 접어들면서[1], 적어도 근무 패턴에 있어서는 팬데믹 시기의 봉쇄로 인한 변화가 영구화되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연말 시즌이 되기 전,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런던의 금융 중심지)에서 그 증거를 볼 수 있었다. 레든홀 마켓(Leadenhall Market)처럼 술집들이 많은 지역은 원래 사람들로 붐비는 곳인데, 내가 찾아갔던 날에는 기이하게도 절반 정도만 차 있었다. 연말 휴가를 앞둔 시기라면 원래 스퀘어마일(Square Mile)[2]에 있는 사람들은 오랜 친구나 고객과 함께 몇 잔 마시고 자리를 떠났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찾아갔을 때 그들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원래 그곳에서 이뤄졌을 친목 모임은 집에서 좀 더 가까운 장소에서 이뤄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아마도 서로가 편한 교외의 동네 술집에서 만나고 있었을 것이다.
1층 사업자들은 런던 중심가 위층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주로 상대한다. 이들을 한번 떠올려 보자. 그들의 장사는 망했다. 겨우 잘 버텨낸 우울한 봉쇄 조치는 끝났지만, 그다음에는 재택근무가 시작됐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철도와 지하철 파업이 벌어지면서 그들의 장사는 더욱 어려워졌다.
물론 이것이 런던 중심가만의 상황은 아니다. 주5일 출퇴근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의존하는 모든 곳이 마찬가지다. 샌드위치 가게, 미용실, 세탁소, 신발 수선업체, 카페, 셔츠 및 정장 판매업체, 꽃집, 택시, 선물 가게, 식료품점 등등 그 목록은 끝이 없다.
일주일에 겨우 2~3일만 사무실로 출근하는 체계로 전환함에 따르는 피해와 고통은 쉽게 간과되곤 한다. 출근하지 않는 다른 날에는 어떨까? 그때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주5일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의지해 생활하던 사람에게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의 여론 조사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조직마다 직원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의견이 갈린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혼합 근무를 채택하고 있다. 그중 일부는 직원들에게 주당 며칠씩 사무실에 출근할 것을 요구하는 반면, 다른 기업들은 언제 재택근무를 할지 선택할 수 있는 더 큰 자유를 부여하고 있다.
주 2~3일 출근을 선택한 회사로는 PwC, 소시에테제네랄(Societe Generale), 블랙록(BlackRock), 애버딘(Abrdn), 아비바(Aviva) 등이 있다. 유연 근무를 허용하는 회사는 알리안츠(Allianz), 딜로이트(Deloitte), EY, 로이즈뱅킹그룹(Lloyds Banking Group), 악사(AXA) 등이 있다. 그 결과 런던 금융가는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가장 분주하고, 월요일과 금요일은 훨씬 조용하다.
이 조사는 금융 및 전문 서비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런 경향은 영국 전역의 도시 및 도회지의 중심가, 사무 지구 등에서 반복되고 있는 패턴이다. 놀라운 점은 같은 부문 내에서조차도 그 특성이 동일하지 않다는 점이다. PwC, 딜로이트, EY는 모두 회계 및 컨설팅 기업이지만, PwC가 2~3일 출근을 명하고 있는 반면에 나머지 두 기업은 직원이 각자에게 적합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유연한 방식을 채택한다.
나의 견해를 밝히자면, 확실히 덜 과학적인 분석이긴 하지만, 내가 아는 기업체 대표들은 대체로 절망적인 심정이다. 그들은 후배 동료들이 가능한 사무실에서 내근하기를 원한다. 일부의 경우에는 재택근무로 인해 생산성이 향상되고 사람들은 더 행복해 한다. 그럼에도 뭔가 심각하게 결여돼 있다. 한때 활활 타오르던 불꽃도, 웃음도, 창조적인 에너지도 없다. 어떤 기관의 대표는 간단히 이렇게 표현한다. “더 이상 재미가 없습니다.”
그는 개인적으로 직업 윤리에도 문제가 있다고 의심한다. 물론 이론적으로 사람들은 예전과 똑같이 또는 그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노력의 퀄리티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 보내던 시간을 채울 수 있는 종류의 일이지만, 결정적으로 놓치고 있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부가적인 가치이다. 즉, 어깨너머로 누군가를 부르며 작성 중인 내용에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봐달라고 부탁하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일상적인 대화를 하고, 우연히 마주친 회사 내의 경험 많은 고참이 유용한 조언을 해 주는 것 등을 말한다. 그 외에도 퇴근 후의 술 한 잔, 동료와의 즉흥적인 점심 식사 같은 자연스러운 사교 관계 역시 사라졌다.
또 다른 대표는 많은 직원이 재택근무의 혜택을 체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건강 및 복지에 대한 외부 평가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누군가의 기분이 다운되었거나 몸이 좋지 않은 사람을 발견하는 자신의 능력에 오랫동안 자부심을 가져 왔다. 그러나 줌(Zoom)이나 팀스(Teams)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일부 고용주들은 ‘웰니스(wellness)’ 통화를 도입했다. 이는 특정한 안건을 가지고 회의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탐색하고 사람들의 기분을 살피기 위한 대화의 장이다. 이는 환영 받았지만, 어디까지나 스케줄 예약을 통해 이뤄지는 통화다. 그래서 약간 어색하고, 누군가를 가까이 보면서 하는 대화와는 같을 수가 없다.
근무 형태가 현재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게 주변을 왔다 갔다 하면서 점심 시간에 불쑥 나타나는 사무직 노동자에게 의존하는 소규모 사업자에게는 그 효과가 분명하면서도 즉각적이다. 이러한 현실이 소매업 및 서비스업에 미치는 결과는 심각하며, 그렇지 않아도 이미 고군분투하고 있던 번화가 상인에게는 더욱 근심을 더한다. 마찬가지로 책상으로 가득 찬 커다란 사무용 건물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지금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공유 업무 공간과 노트북 컴퓨터뿐이다.
이러한 변화가 영구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정확한 형태는 확정되지 않았을지라도 말이다. 우리는 이 변화의 장기적인 결과는 알지 못한다. 나는 친밀감, 참여, 궁극적으로는 충성심이 상실될 것이라고 감히 예측한다. 현재 재택근무를 즐기는 직원들과 고용주는 재택근무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