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기술계의 왕들은 다르다.
오랫동안 우리는 그들의 전념과 가혹한 집중력, 자사 제품을 설명할 때의 메시아적 열정, 그리고 당연히 기존의 거대 기업과 비교하여 그들이 보여주는 캐주얼한 매너와 드레스 감각에 익숙해져 왔다.
이제 그들이 완전히 다른 종족이라는 추가적인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팀 쿡(Tim Cook)은 고객이 자신에게 보내 오는 모든 이메일을 읽는다고 말한다.
다양한 기업의 대표가 고객의 피드백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말해 왔다. 그중 일부는 고객의 편지를 읽는 걸 즐긴다고 말한다. 그들은 비서에게 편지 더미에서 자신이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거나, 그중 일부를 직접 읽는다고 말한다. 나머지는 고객 서비스 부서가 처리한다.
그러나 애플의 대표인 팀 쿡은 그렇지 않다. 《GQ》와의 인터뷰에서 말하길, 그는 오전 5시에 일어나서 자신에게 들어온 모든 이메일을 읽는다고 밝혔다. 그의 이메일 주소는 온라인에서 쉽게 알아낼 수 있다. “만약 우리처럼 삶을 진정으로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기술을 창조하는 업계에 있다면, 기술이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싶을 것이다. 사람들이 기술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도 알고 싶을 것이다.”
애플 고객은 그에게 애플의 제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하는 것은 물론, 때로는 고객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는 이런 정보가 영감의 원천이 된다고 말한다. “물론 저는 불평도 듣습니다. 그것도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우리 사용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느끼는 것에 대해 솔직하게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마존(Amazon)의 창업자이자 전직 CEO인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도 팀 쿡과 똑같이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시가 보내는 이메일이 그렇게 사용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팀 쿡은 매일 약 800통의 이메일을 받는다. 이론적으로 그는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전 세계 약 20억 명의 고객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선언했기 때문에, 그는 확실히 더 많은 사람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유에선지, 선공한 대표들은 자신의 아침 의식을 공유할 필요성을 느낀 것 같다. 현재 아마존의 경영 일선에서 한 걸음 물러난 베이조스는 아침 시간을 “꾸물거리며” 보내는 걸 좋아한다고 밝혔다. 즉, 일찍 일어나서 신문을 읽고 아이들과 아침 식사를 먹은 뒤 오전 10시 첫 회의에 참석한다는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아침에 일어나 페이스북을 확인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Bill Gates)는 러닝머신 위에서의 한 시간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의 아내는 그가 아침 식사를 먹지 않는다고 말한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나는 매일 아침 도넛 한 개를 먹는다. 그러고도 여전히 살아 있다.”
일상을 공개하는 배경에는 그들이 다른 일반인처럼 얼마나 현실과 밀접하게 지내는지 보여주고자 하는 바람이 있다. 우리 대부분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기술계의 마법사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낯선 사람과의 관계를 원하는 것 같다. 〈매니지먼트 투데이(Management Today)〉와의 인터뷰에서 스트랫세븐(Strat7)의 선임 데이터 과학자인 하스디프 세티(Hasdeep Sethi)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이 정상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며,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거라고 말이다. “팀 쿡의 노력이 가진 가치는 친밀소통편향(closeness-communication bias)이라는 맥락에서 보면 훨씬 더 빛을 발합니다. 인간은 원래 가까운 사람보다는 낯선 사람에게 더욱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티는 현실을 이렇게 설명한다. “회사 CEO는 고사하고 그렇게 자유로이 얻을 수 있는 외부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그건 대체로 실용적인 판단입니다. (...) 만약 당신이라면 겨우 몇 개의 희귀한 통찰력을 얻겠다는 희망으로 수천 통의 이메일을 읽어 볼 수 있을까요?”
이제는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AI의 발전으로 인해 이제 CEO들은 불필요한 이메일과 같은 ‘비정형 데이터(unstructed data)’를 활용하고 그로부터 통찰력을 추출할 수 있다. “이런 형태의 데이터는 일반적으로 텍스트 위주이며, (끝없이 읽기와 같은)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해석과 분석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세티의 말이다. 비정형 데이터의 다른 사례로는 소셜 미디어 게시물, 콜 센터 녹취록, 웹 사이트 로그(log), 고객 피드백 양식, 그리고 심지어는 비디오와 오디오도 있다.
이메일을 예로 들자면, AI 도구는 텍스트 내에서의 패턴을 분석하고, 키워드를 파악하고, 주제 또는 유사성을 기초로 그것을 분류하여 통찰력을 생산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AI 방식은 5만 통의 고객 이메일을 읽어서 어떤 제품과 관련한 상위 10개의 관심 분야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는 챗GPT(ChatGPT)와 구글의 바드(Bard)를 뒷받침하는 것과 동일한 자연어 처리(NLP) 기술을 사용하여 수행되며, 피드백 내에서 빈번하게 언급되는 주제 영역과 키워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고객 설문 조사에 의지하던 시절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그 이유는 비정형 데이터가 미국의 도널드 럼스펠드(Donald Rumsfeld) 전 국방 장관이 “알지 못하는 지식(unknown knowns)”이라고 불렀던 것을 밝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럼스펠드는 “알지 못하는 지식”을 “아직까지 알아내지 못했음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식”이라고 정의했다.
비정형 데이터는 또한 연구자들이 의문을 제기할 생각도 하지 못한, 자연스럽고 즉흥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또는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은 어떤 경향을 밝힐 수도 있다. 이것이 왜 중요할까? PwC의 최근 보고에 의하면 CEO들의 56퍼센트는 수익성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고객 선호의 변화를 지적했기 때문이다.
팀 쿡의 접근법은 어느 혁신적인 거물에게는 터무니없이 들릴 수도 있다. 다이슨(Dyson)의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 경(Sir James Dyson)은 자신이 하루에 여섯 통의 이메일만 읽는다고 밝혔다. 그의 직원들이 가장 중요한 이메일을 선별해서 다이슨에게 전달하고, 나머지는 그들이 처리한다. 그는 신입 직원에게 회의에서 사용할 노트를 나눠주며, 사무실에서는 디지털로 소통하기보다는 직원들이 서로 직접 이야기를 나누도록 권장한다. “우리는 물건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그것을 판매하는 방법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이다. “그런 일을 자기 혼자서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어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