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포크가 주목하는 러닝 클럽
“운동화 고무바닥이 딱딱한 아스팔트를 박찼다. 그 감촉을 맛보면서 구라하라 가케루는 소리 없이 웃었다. 발끝에 전해지는 충격을 온몸의 근육이 유연하게 받아서 흘려버렸다. 귓가에서 바람이 울렸다. 살갗 바로 밑이 뜨거웠다. 아무 생각 없이도 가케루의 심장은 온몸에 피가 돌게 하고 폐는 막힘없이 산소를 빨아들인다. 몸이 점점 가벼워졌다. 어디까지든 달려갈 것 같았다.”
일본 소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는 하코네 역전 마라톤에 도전하는 칸세이대학교 육상부의 이야기다. 천부적인 육상 선수지만 그 외에는 모든 것이 서툰 사회학부 가케루, 아프리카에서 왔지만 달리기는 난생처음인 교환 학생 이공학부 무사, 육상계에 잠시 몸담았으나 지금은 헤비 스모커가 된 이공학부 니코짱, 사법 시험을 패스한 철저한 분석파 법학부 유키까지. 속도와 주법은 저마다 다르지만, 그들은 한곳을 향해 함께 달린다.
서울의 러닝 클럽 PRRC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페이스, 레이스 경력, 하는 일은 저마다 다르지만, ‘타타타타’ 발소리와 호흡을 맞춰 가며 매주 달린다. 정동길, 잠수교, 한강 남단 등 서울 곳곳을 가로지른다. PRRC의 서브 러닝 클럽 서울비너스(SLVNS), 프라이빗 트랙(Private Track) 등의 정규런까지 하면 주 2~3회 발을 맞추는 셈이다.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그리스 코린토스 양식 투구’ 등 PRRC 심볼 로고 유니폼을 입고서 그날의 결승선을 함께 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