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이직 시대의 HR,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대세는 핀셋 채용
대이직 시대를 맞은 기업들은 어떻게 인재를 채용하고 있을까? 요즘 기업들은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많은 사람을 뽑기보다, 그때그때 필요한 인력을 정교하게 검토해 그 자리에 꼭 맞는 사람을 채용하는 ‘핀셋 채용’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기업 HR 담당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공개 채용 없이 수시 채용만 진행하는 기업의 비율이 70퍼센트를 넘어섰다. 주된 인재 채용 사유로는 ‘사업 확장 등에 따른 신규 인력 채용(49.5퍼센트)’과 ‘기존 인력 퇴사로 인한 충원(44.6퍼센트)’이 꼽혔다. 반면에 우수 인재 선점을 위한 채용이나 산업 호황에 따른 채용은 매우 낮은 비율을 보였다. 경영 불확실성 속에서 꼭 필요한 인력만 뽑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기업들의 신중한 채용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여전히 ‘귀한 몸’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개발 직군과 4~9년 차의 인재들이다.
HR 담당자 설문 조사 결과 37.2퍼센트가 개발 직군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제2 벤처 붐에서 시작된 개발자 채용 전쟁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전체 직군을 통틀어 채용이 가장 어려운 연차로는 4~6년 차(45.4퍼센트)와 7~9년 차(34.3퍼센트)가 꼽혔다. 이들은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으면서도 10년 차 이상의 시니어에 비해 연봉에 대한 부담이 덜해 기업들의 채용 경쟁이 집중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직러를 잡는 방법
그렇다면 기업들이 채용 시장에서 인기 있는 직군·연차의 인재를 선점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HR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채용이 어려운 직군·연차 영입을 위해 하는 활동을 질문한 결과, ‘채용 채널 확대 및 변경(65.6퍼센트)’, ‘사내 추천 장려(59.1퍼센트)’, 그리고 ‘채용 브랜딩 강화(51.6퍼센트)’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풍부하고 퀄리티 있는 인재풀을 확보하는 것이 성공적인 채용의 핵심 조건인 만큼, 채용 채널 확대 및 변경은 기업들이 가장 먼저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사내 추천은 어느 정도 검증된 인력을 구할 수 있어 기업들이 선호하는 채용 방식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사내 추천으로 합류할 시 입사자와 추천인에게 별도의 보상을 주는 등 사내 추천을 적극 장려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편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하고 싶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채용 브랜딩에 힘쓰는 추세다.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자연스럽게 잠재적 지원자들과 관계를 쌓아 가는 것은 물론이고, 자체적인 채용 페이지를 개설해 조직 문화를 소개하는 콘텐츠나 현직자 인터뷰, 지원자를 위한 팁 등을 제공한다. 집중 채용이 필요한 직군이나 연차를 대상으로 채용 설명회 등을 개최해 구직자들과 한층 더 밀접한 관계를 맺기도 한다. 공개 채용의 시대처럼 구직자들이 알아서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다, 온·오프라인에서 구직자들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TREND ; 복지는 못 참지
인재 영입을 위한 기업들의 노력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복지다. 연봉 인상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직장 생활의 만족도를 높여 주는 복지 제도를 또 다른 혜택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원티드에 등록된 채용 공고를 바탕으로 많은 회사가 공통적으로 제공하고 강조하는 복지를 정리했다.
지난 2021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기업들이 채용 공고에 등록한 복지 태그[1]를 분석한 결과, 기업에서 가장 많이 제공하는 복지 세 가지는 건강 검진, 보너스(성과급+상여금), 그리고 재택근무로 밝혀졌다. 이직 시장에 나선 직장인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건강 관리와 기여에 따른 보상, 자율적인 근무 환경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재택근무의 경우 대부분 기업에서 팬데믹을 계기로 도입했지만, 이후 이것이 IT 기업과 스타트업에서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으며 여전히 복지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INSIGHT: 회사 안 인재와 회사 밖 인재, 모두 잡는 방법은?
인터뷰이: 고승우(콜랩코리아 HR 디렉터) / 이선민(위대한상상(요기요) Culture팀 리드) / 정원석(카카오뱅크 Culture팀 매니저)
이직 시장에 찾아온 변화를 가장 빠르게, 그리고 생생히 느끼는 사람들은 바로 기업의 HR 담당자들일 것이다. 기업과 구직자의 움직임 모두 예측하기 어려운 대이직 시대, 그들은 어떤 문제에 집중하고 있을까? 현업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HR 담당자 3인과 함께 대이직 시대에 필요한 HR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2021년부터 ‘대퇴사 시대’ 혹은 ‘대이직 시대’라는 표현이 활발히 사용되기 시작했는데요, 이 시기를 기점으로 HR 전략에 있어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요?
고승우(이하 ‘고’) 기업들의 채용 방식이 대규모 공개 채용에서 수시 채용으로 완전히 기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이직률이 높아지다 보니 다음번 공채 시즌까지 기다렸다가 사람을 뽑기엔 당장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한 거죠. 이에 따라 채용에 관한 관점이 달라졌어요. 과거에는 가능성을 지닌 인재를 뽑아 긴 호흡으로 교육하고 양성해 나갔는데, 이제는 그런 식으로 하면 기껏 교육해 놓으면 다른 회사에서 더 높은 연봉을 주고 데려가 버리곤 합니다. 자연스레 채용할 때 지원자가 가진 잠재력보다는 해당 포지션에 필요한 경력이나 스킬셋을 갖추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게 됐죠. 또 많은 기업이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회사로 보이기 위해서 승진 제도나 보상 체계를 개편했어요. 가령 장기 근속 포상 기준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등 구성원들이 더 짧은 시간 안에 베네핏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었어요.
이선민(이하 ‘이’) 대기업의 경우 대부분 직급별·연차별 연봉이 정해져 있었는데, 대이직 시대가 오면서 이것이 많이 흔들렸어요. 좋은 인재들을 데려오려면 그들의 눈높이에 우리 회사를 맞춰야 하니까요. 동시에 ‘구성원 경험’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졌습니다. 어떤 인재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구성원들의 몰입도를 높일 방법과 함께 우리 회사에서만 줄 수 있는 차별화된 경험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어요. 현재 구성원들이 조직 생활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바로바로 바꾸기 시작했죠.
정원석(이하 ‘정’) 요즘은 이직을 준비할 때 여러 기업을 동시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회사가 지원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 됐어요. 특히 경력직 채용이 주가 되면서 그들에게 긍정적인 채용 경험을 주는 것이 중요해졌죠. 가령 카카오뱅크에서는 경력직 영입 리드 타임을 줄이기 위해 채용 대시보드를 만들어서 전형별로 병목 지점을 찾아보고, 채용 과정을 효율화했어요. 일부 경력직에게는 연차 사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하루에 1, 2차 면접을 끝내는 원데이 면접을 실시하기도 하고요.
한편 2023년 들어 경기 침체로 인해 지난 몇 년에 비해 이직 러시가 주춤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현업에서 체감하는 이직 시장의 상황은 어떤가요?
정 채용 규모 자체는 줄었지만, 여전히 각 회사가 필요한 인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적게 뽑더라도 좋은 사람을 뽑고 싶은 거죠. 자연스레 지원자를 볼 때 포지션에 맞는 역량을 충분히 갖추었는지 더 꼼꼼히 체크하게 됐어요. 구직자들 사이에서도 이전보다 안정적인 회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 같아요.
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니어나 핵심 포지션에 있는 사람들은 회사가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이직을 선택했는데, 최근에는 지금보다 못한 회사로 가게 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이직을 신중하게 결정하게 됐어요.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는 이직 시장에 나오는 인재의 모수 자체가 줄어든 셈이죠. 특히나 콜랩코리아 같은 스타트업에서는 경력직 채용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요. 이직 시장에 나온 극소수의 핵심 인재들은 오히려 잡 쇼핑을 하듯 회사를 고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최근의 채용 경향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 제가 속한 IT 업계는 특히나 경기를 많이 타는 편이에요. 2022년까지 개발자 채용에 집중했다면, 경기 침체가 온 지금은 재무나 퍼포먼스 마케팅 등 숫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분야에서 인력 수요가 커졌어요. 같은 맥락에서 데이터 전문가의 인기도 높아졌고요.
고 확실히 즉시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인력에 집중하게 됐어요. 이전에는 일단 능력 있는 사람들을 뽑아 놓고 나중에 기회가 왔을 때 그들이 활약하기를 기대했다면, 이제는 말 그대로 계산기를 두드려서 당장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는지 냉철하게 따져 봅니다. 예를 들어 10억짜리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수익이 그 사람의 인건비를 상쇄할 테니 채용할 가치가 있는 거죠.
현재 인재 채용과 관련해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정 완전히 새로운 인재풀을 확보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다시 말해 그동안 이직 시장에 나오지 않았거나, 카카오뱅크에 한 번도 지원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우리 회사에 지원하게끔 하는 거예요. 이를 위해 일정 기간 동안 특정 직무에 대한 정보를 집중적으로 전달하고 전형 일정을 단축해 빠르게 채용하는 ‘하이라이트 채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원자들의 심리적 부담감을 줄여 주는 동시에 회사에서 이 직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거죠.
고 지원자의 역량을 판단하는 과정이 가장 까다롭습니다. 매번 경력과 레퍼런스 체크 등을 바탕으로 이 사람이 제 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채용하지만, 실제로 실무에 투입됐을 때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거든요. 어떻게 하면 채용 과정에서 이 사람이 적격이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을지 늘 고민합니다. 제가 확신이 있어야 경영진도 최종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각종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직장인의 주된 퇴사/이직 이유는 바로 ‘보수’라고 합니다. 인재 확보를 위해 보상 체계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정 요즘 직장인들에게는 ‘내가 하는 일이 충분히 인정받고 기여한 만큼 보상을 받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절대적인 연봉 액수는 한계가 있기도 하고,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 따라서 단순히 연봉 액수를 높이기보다 구성원들이 기여한 만큼 공정하게 보상해 주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회사가 평가하는 나’와 ‘내가 평가하는 나’ 사이에 간극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위대한상상의 경우 본인이 어떤 성과를 냈으며, 그것이 기대 수준에 얼만큼 부합하는지 체크할 수 있도록 수시 피드백을 하고 있습니다. 1on1 등을 통해 구성원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각자의 기대치와 목표 도달률을 확인하게끔 하고요.
연봉만큼이나 직장 생활 만족도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조직 문화일 텐데요, 이와 관련해서 어떤 시도를 하고 있나요?
정 조직 문화의 핵심은 ‘회사와 구성원이 같은 곳을 보며 달리고 있는가’라고 생각해요. 즉 구성원들이 회사의 비전과 방향성을 투명하게 공유받고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럴 때 자신이 하는 일이 회사에 어떤 임팩트를 줄 수 있는지 고민하고, 한층 더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카카오뱅크의 경우 단기간에 규모가 커진 만큼, 회사와 구성원 간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더더욱 노력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주요 서비스의 상황과 새롭게 준비 중인 서비스 등을 시의성 있게 공유하고 구성원 간에 응원을 주고받는 프로그램, ‘AA(Alignment Activities)’를 시행 중이에요. 또 매월 1일 CEO Daniel과 함께 지난달의 성과를 공유하고 앞으로 집중해야 할 이슈 등에 대해 싱크를 맞추는 ‘일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위대한상상에는 ‘요기문화 TF’가 있습니다. 우리 회사만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TF로,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지원을 받아 꾸렸어요. 격주로 모여서 구성원들의 몰입도를 높일 방법을 고민하고, 개선해야 하는 이슈를 도출하죠. 요기문화 TF를 운영하면서 확실히 인사팀에서 일방적으로 만든 제도나 이벤트보다는 구성원들이 함께 만든 것이 훨씬 더 큰 무게감을 지닌다는 것을 실감해요. 실제로 요기문화 TF에서 기획한 행사나 콘텐츠에 많은 구성원이 관심과 응원을 보내 주고 있어요.
고 조직 문화를 개선할 때는 ‘이게 될까?’ 싶은 것도 우선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재택근무만 해도 몇 년 전까지 어떻게 집에서 일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인식이 강했지만, 팬데믹 이후 반강제적으로 도입해 보니 생각보다 잘 돌아갔던 것처럼요. 콜랩코리아에서는 재택근무뿐만 아니라 한국과 시차가 3시간 이내라면 어디에서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워케이션 제도를 실행 중입니다. 리텐션을 높이기 위해 근속 연수 1년마다 워케이션 기간이 1주씩 늘어나도록 했죠. 새로운 시도에 대한 HR팀과 경영진의 열린 시각과 구성원들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제도인 것 같아요.
이직 시장, 앞으로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또한 그에 따른 HR의 과제는 무엇일까요?
정 당장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채용에 나서기 어렵겠지만, 이런 시기일수록 인재들을 향한 메시지를 계속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이직을 고려하게 됐을 때 우리 회사를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채용 팀만 열심히 해서는 안 되고, DevRel(Developer Relation) 등 현업 팀과의 협력이 필요해요. 물론 현업에서는 채용 관련 캠페인이나 이벤트 등이 당장 불필요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그 필요성을 충분히 전달하고 그들을 설득하는 것이 HR의 과제라고 봅니다.
이 무엇보다도 시나리오 플래닝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고성장기에 필요한 HR 전략과 경기 침체기에 맞는 HR 전략을 각각 준비해야 하죠. 현재와 같이 경기 침체기를 지날 때 인재풀을 확보할 방법부터, 다시 고성장기가 왔을 때 필요한 인력을 끌어올 방법까지 미리 준비해 둬야 앞으로 어떤 상황이 오든 잘 대처할 수 있을 거예요.
고 요즘 세대는 한 조직에 자신의 미래를 고스란히 맡기기보다, 여러 직장을 거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능력을 키워서 필요한 순간에 언제든 다른 회사의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경향이 있어요. 여기에 따른 HR의 첫 번째 과제는 확실하고 공정한 보상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밖의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할 때도 구성원의 입장에서 일 자체의 의미와 워라밸, 성장 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해요. 또 MZ세대를 특이한 세대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로 인정할 필요가 있어요. 나아가 MZ세대가 행복하게 일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그들이 선호하는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야 하죠. 앞으로 HR이 해결해야 할 과제의 해답은 바로 여기에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