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스타트업 플레이북
완결

AI 시대의 스타트업 플레이북

강력한 팀을 만드는 새로운 방식은 미니멀리즘이다.

수십 년 동안 스타트업들은 똑같은 플레이북을 따라왔다. 자금을 조달하고, 빠르게 채용하며, 인력 규모 확대를 성장 모멘텀의 척도로 삼았다. 창업자들은 투자를 유치할 때마다 온전한 부서 체계를 갖추고, 중간 관리자를 늘리며, 공격적으로 팀 규모를 확장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 성장은 곧 급여 명단에 오른 사람 수와 동의어였다.

하지만 때로는 이러한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등장한다. 아주 적은 인원만으로도 진정으로 비범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경우들 말이다.

1. 다다익선이라는 신화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에 10억 달러에 인수됐을 때 직원은 13명뿐이었다. 왓츠앱이 190억 달러에 엑시트(Exit)할 당시 인원은 55명이었고, 유튜브는 구글이 16억 5000만 달러에 인수했을 때 고작 65명 규모였다. 이들은 결코 기이한 예외가 아니었다. 작고 집중된 팀이 규모에 비해 압도적인 가치를 지닌 기업을 만들어 내는, 반복 패턴의 초기 징후였다.

이 팀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타이밍이 좋았거나 제품 아이디어가 탁월했다는 데 있지 않았다. 핵심은 조직 방식이었다. 그들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구조였기에 빠르게 움직였다. 의견 조율을 위한 회의(Alignment meetings)의 늪에 빠지지 않고도 결정을 내렸다. 단순히 운영 비용을 줄인 것이 아니라, 속도를 늦추는 모든 요소를 제거해 버린 것이다.

AI의 등장이나 투자자들의 긴축 요구 때문에 새로 생겨난 트렌드가 아니다. 가장 성공적인 테크 기업들의 저변에서 조용히 성장을 견인해 온, 언제나 존재했던 구조적 이점이다. 린(Lean)한 팀은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 단순히 생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종종 풍족한 팀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낸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더 강력한 도구와 자동화 기술, 그리고 유통망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덕분에 소규모 팀이 도달할 수 있는 한계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 성공 방정식은 더 이상 틈새시장의 전유물이 아니다.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이 글은 가난했던 창업 초기에 대한 향수 어린 이야기가 아니다. 군살 없이 위대한 기업을 만들기 위한 실전 전술 가이드다.
넷플릭스 영화 〈블랙베리〉의 한 장면. 블랙베리의 초기 스타트업 시절, 작고 빠르게 움직이는 테크팀이 가졌던 에너지, 긴장감, 혁신성을 강조한다. / 출처: IMDB
2. 작은 팀이 승리하는 이유: 속도, 명확성, 오너십

작은 팀의 저력은 더 열심히 일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전혀 다른 운영 방식이 경쟁력이다. 아주 작은 조직에는 절차라는 이름의 안개가 없다. 회의를 준비하기 위한 회의도 없다. 조수석에 앉아 방관하는 사람도 없다. 모든 구성원이 업무의 핵심 경로 위에 서 있다. 모든 의사결정은 직관적이다. 위계질서의 거추장스러움과 조율의 무게를 걷어내고 나면, 남는 것은 오직 속도뿐이다.

이런 팀들의 운영 방식에는 속도가 원래 내재되어 있다. 또, 신뢰란 굳이 얻어내거나, 문서로 증명하거나, 위임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그저 그곳에 존재할 뿐이다.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것이 목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모두가 알고 있다. 책임 소재는 복잡한 조직도나 프로젝트 관리 도구 없이도 투명하게 드러난다.

작은 팀은 신뢰의 기반을 자연스럽게 형성한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프로덕트 매니저(PM)를 너무 일찍 채용하는데, 아직 필요하지도 않은 조율 업무를 외주화하려는 시도일 뿐이다. 작은 팀에서 조율은 유기적으로 일어난다. 구성원들이 초능력자라서가 아니라, 불필요한 ‘통역 계층에 시스템이 짓눌려 있지 않아서 그렇다. 한 엔지니어가 한 디자이너와 직접 이야기하고, 그 디자이너가 고객과 직접 소통한다. 이 단순한 루프(loop)가 제품 출시로 이어진다.

비하이브(Beehiiv) 같은 회사에서 이 구조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작은 단위의 제품별 조작(Pod)들에 완전한 오너십을 부여해 20명도 되지 않는 인원으로 급성장 궤도에 진입했다. 검로드(Gumroad) 또한 대부분의 시리즈 A 스타트업보다 적은 팀 규모로 연간 반복 매출(ARR) 1000만 달러를 돌파했다. 결정 하나를 내리기 위해 결재 라인 여섯 단계씩을 거칠 필요가 없는 방식으로 회사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또한 작은 팀은 인재 밀도에서도 이점을 갖는다. 100명은 필요 없다. 문제의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질 줄 알고, 명확하게 움직이며, 일에 진심인 5명이면 충분하다. 이런 팀은 허락을 구하지 않는다. 그저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질문할 뿐이다.

3. 단단한 스타트업 설계하기: 구조가 곧 전략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무너지는 건 작아서가 아니다. 명확성이 부족해서 무너진다.

사람이 많을수록 더 강해진다는 가정은 이제 낡았다. 취약성은 적은 인원에서 오지 않는다. 비대해진 구조에서 온다. 오너십 없는 복잡성에서 온다. 일관성 없는 성장에서 온다.

가장 강력한 소규모 스타트업들은 관리 계층(Layer)을 늘리는 방식으로 확장하지 않는다. 인원수와 무관하게 전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며 확장한다.

포스트호그(PostHog)의 성공 방정식을 살펴보자. 그들은 50명 미만의 인원으로 엄청나게 광범위한 제품 스펙트럼을 구축했다. 팀 전체를 마이크로 스타트업 함대처럼 설계했기 때문이다. 각 유닛은 2~6명으로 구성되며, 자신들의 사업 영역을 온전히 소유한다. 각자 목표를 정하고, 자체적으로 리뷰를 돌리고, 로드맵을 짜고, 품질 관리와 배포 일정까지 직접 관리한다. 의존성도 없고, 떠넘기기도 없다.

이런 구조는 속도뿐만 아니라 회복 탄력성을 해결해 준다. 한 팀이 멈칫하더라도 다른 팀들은 계속해서 제품을 배포한다. 어떤 결정이 실패하더라도 그 피해 범위는 한정적이다. 빠르게 움직여 파괴하는 방식이 아니다. 빠르게 움직이되 위험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베이스캠프(Basecamp) 같은 회사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볼 수 있다. 약 30명의 인원이 매니저 없이 일하며, 비동기 커뮤니케이션과 로컬 중심의 의사결정을 유지하면서도 높은 수익을 내는 SaaS를 운영한다. 메타에 20억 달러에 인수되기 전에는 오큘러스(Oculus)도 75명의 팀으로 운영되었다. 시스템이 명료하게 설계돼 있다면, 혁신을 이끄는 힘은 규모가 아니라 구조라는 점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직무 타이틀을 넘어 사고할 수 있는 강력한 제너럴리스트가 필요하다. 그리고 보통은 위계질서가 처리하는 일들을 대신해 줄 기업 문화가 필요하다. 여기서 문화란 공유된 가치, 비동기적인 투명성, 명확한 목표를 뜻한다. 이것만 갖춰진다면 이 모델은 전통적인 부서 중심 구조보다 훨씬 확장에 유리하다. 이것이 바로 규모가 커져도 보존되는 스타트업의 DNA다.
 
포스트호그의 미션과 전략을 보여 주는 그래픽. 완전한 스택을 제공하고 중복 도구를 제거함으로써 엔지니어를 지원한다. / 출처: James Hawkins
또, 사일로(Silo)가 아니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스타트업은 직원 수로 정의되지 않는다. 스타트업을 정의하는 건 루프(loop)다. 매출의 루프, 제품의 루프, 피드백의 루프. 작은 팀이 이기는 이유는, 모든 행동이 다음 행동을 먹여 살리는 촘촘한 루프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부서 간 협곡을 건너느라 에너지를 잃지 않는다.

마케팅팀이 데이터팀의 리포트를 기다리느라 2주 동안 멈춰 버리면, 속도는 이미 사라진다. 고객 피드백이 다섯 번의 미팅을 거쳐서야 제품 리드에게 도달한다면, 그 진실성은 희석된다. 구조는 신호를 증폭해야지, 감쇠해선 안 된다.

이상적인 모델을 재현하기 위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 자율적인 조직(Autonomous pods)을 만들라: 그리고 각 조직에 명확한 미션과 책임 범위, 그리고 출시 권한을 준다.
  • 지표를 공유하라: 그래서 각 팀이 단일한 목표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볼 수 있게 한다.
  • 의사결정 주기를 줄여라: 6주 단위 스프린트로 일한다. 비동기 체크인을 기본값으로 둔다. 잘된 것과 안된 것을 한 장짜리 리뷰로 간단히 기록한다.

구조가 군더더기 없이 명확하면 사람들은 혼란에 발목 잡히지 않는다. 오히려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마지막으로, 문화를 우선시해야 한다. 구조는 그다음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구조 설계가 단순히 운영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체성의 문제다. 일을 조직하는 방식은 팀에게 당신이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말해 준다. 자율성, 오너십, 속도 같은 것들은 우연히 생겨나지 않는다. 설계되는 것이다. 창업자들은 이 사실을 자주 잊는다. 취약한 스타트업은 묻는다. “이걸 윗선 누구에게 보고해야 하지?” 반면 단단한 스타트업은 이렇게 묻는다. “이걸 고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뭐지?”

이렇게 회사를 설계하라.

4. 도구가 아닌, 시스템이 경쟁력이다.

많은 창업자가 흔히 빠지는 함정이 있다. 도구가 속도를 끌어 올릴 핵심 수단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들은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잔뜩 사들이고, 최신 AI 코파일럿을 구매하고, 수십 개의 SaaS 플랫폼을 연동해 놓고는, 왜 일 처리가 여전히 더딘지 의아해한다.

문제는 도구가 아니다. 시스템의 부재다. 효율성은 소프트웨어를 겹겹이 쌓아 올린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노력이 희소하고, 의도적이며, 존중받는 워크플로를 설계할 때 생긴다. 어떤 작업을 자동화하기 훨씬 이전에, ‘애초에 이 작업이 존재해야 하는지’ 질문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도구는 망가진 프로세스도 가속한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 그저 시간을 더 빠르게 낭비하게 만들 뿐이다.

피터 레벨스(Pieter Levels)의 플레이북을 보면, 자동화보다 중요한 것은 조율이란 것을 알 수 있다. 피터 레벨스가 유명한 이유는 ‘괴짜 1인 창업자’라서가 아니다. 팀 없이도 혼자 수백만 달러 규모의 비즈니스를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낸 인물이고, 그 핵심이 시스템 설계에 있기 때문이다. 노마드 리스트(Nomad List), 리모트 OK(Remote OK), 리베이스(Rebase)까지. 단순한 웹사이트들이 아니다. 사용자 행동이 비즈니스를 움직이도록 촘촘하게 설계된 기계다. 레벨스는 더 많은 기능을 코딩해서 확장하지 않았다. 제품이 사실상 스스로 굴러가도록, 마찰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확장했다.

노마드 리스트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 사용자가 도시 정보를 기록하고, 피드백을 공유하고, 생활비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며 콘텐츠를 생성한다.
  • 그 콘텐츠가 롱테일(Long-tail) SEO를 견인한다. 수십만 개의 페이지가 유기적으로 검색 엔진에 색인 된다.
  • SEO는 트래픽을 불러오고, 유료 구독으로 이어진다.
  • 유료 회원들이 커뮤니티를 직접 관리하며 품질을 유지한다.

지원팀도 없다. 영업팀도 없다. 마케팅 부서도 없다. 루프만 있다. 이미지 생성, 이메일 초안, 모더레이션 필터 등 그가 쓰는 AI 도구들은 핵심 엔진이 아니다. 보조 장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자동화가 아니라 조율이다.

마르쿠스 페르손(Markus Persson)이 만든 마인크래프트(Minecraft)의 초기 시절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있었다. 마케팅팀도, 영업 조직도 없었고, 커뮤니티와 다운로드 버튼 외에는 아무런 인프라도 없었다. 제품의 완성도가 팬의 참여를 만들고, 그 참여가 매출을 만들고, 그 매출이 더 나은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자기 강화 루프(Self-reinforcing loop)였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시작점은 시스템이다. 도구 스택(Stack)이 아니다. 너무나 많은 창업자가 어떤 도구를 도입해야 할지부터 고민한다. 하지만 진짜 던져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내가 아직도 손으로 직접 처리하고 있는 가장 반복적인 일은 무엇인가?”
“이 일이 애초에 존재할 필요가 있는가?”

이 질문에 답을 찾은 다음에 자동화를 고민해야 한다. 시스템 자체가 비대하다면, AI는 결코 상황을 개선해 주지 않는다. 그저 그 비효율적인 과정을 더 빠르게 돌리게 만들고, 운영 비용만 더 비싸게 만들 뿐이다.
적은 인원으로 구성된 린한 조직이 더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 출처: James Hawkins
5. 군더더기(Bloat) 없는 채용: 언제, 왜, 누구를 뽑을까?

대부분의 창업자는 채용을 하나의 이정표로 여긴다. 축하해야 할 일, 성장의 증거로 말이다. 하지만 초기 단계에서 채용은 단순한 결정이 아니라, 일종의 부채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때마다 무게가 더해진다. 더 많은 대화, 더 많은 맥락의 공유, 더 많은 복잡성이 생겨난다. 조심하지 않으면, 당신이 실제로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하는 속도보다 팀의 규모가 더 빠르게 커져 버릴 수 있다.

더 나은 접근법은 채용을 최후의 수단으로 두는 것이다. 대신 시스템을 만든다.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자동화할 수 있는가? 템플릿화할 수 있는가? 외주로 돌릴 수 있는가?  대답이 ‘아니오’이고, 그 업무가 꼭 필요한 핵심일 때만 사람을 데려와라. 그런 경우라도 채용 기준은 터무니없이 높아야 한다.

역할이 아닌 결과를 위해 채용해야 한다. 초기 팀에는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일하는 전문가는 필요 없다.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즉, 한 분야의 깊은 전문성도 가졌으되 다른 영역에도 넓게 손이 닿는 T자형 인재를 찾아야 한다. 코드를 짤 줄 아는 마케터, 전환 퍼널을 이해하는 디자이너. 고객과 대화하기를 즐기는 엔지니어 같은 사람들이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조직도상의 네모 칸에 깔끔하게 들어맞느냐가 아니다. 끊임없는 조율 과정 없이도 결과를 낼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부서를 만들지 말고, 미션을 설계하라. 그리고 그 미션을 완전한 자율성을 가지고 이끌 수 있는 사람을 찾아라.

초기 비대화의 함정은 피해야 한다. 당신에게 이런 사람들은 필요하지 않다.
  • 아무도 요청하지 않았는데 업무 진행 카드부터 만들기 시작하는 프로덕트 매니저(PM)
  • 아직 세일즈할 준비가 안 된 창업자를 위해 미팅만 잡아주는 영업 개발 담당자(SDR).
  • 고작 8명의 팀을 관리하겠다고 들어오는 HR 리드

당신에게 필요한 건 전체 그림을 볼 줄 아는 장인이다. 루프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운영자다. 허락을 구하지 않고 실행하는 빌더(Builders)다. 아마존이 트위치(Twitch)를 9억 7000만 달러에 인수하기 전, 트위치는 약 100명의 직원으로 린하게 운영되었다. 틈새 카테고리에서의 초고속 성장이 항상 비대한 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또 다른 증거다. 필요한 건 오직 제품에 대한 극단적인 집중과 커뮤니티 레버리지뿐이다. 만약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이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해’라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든다면, 일단 멈춰라. 대신 이렇게 생각하라.

“이 일을 처리할 시스템이 필요해. 만약 시스템으로 안 된다면, 그때 가서 3명 몫을 해낼 한 사람을 찾자.”

그렇게 해야, 지금 잘 굴러가는 것을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채용할 수 있다.

6.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확장하기

작게 시작하는 건 쉽다. 성장하면서도 ‘작은 조직의 정신’을 유지하는 것, 바로 그 지점이 까다롭다. 진정한 시험대는 제품이 궤도에 오르고 매출이 늘어나며, 요구사항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때 찾아온다. 더 많은 고객, 더 많은 기능, 더 많은 예외 상황이 닥친다. 자연스럽게 채용을 통해 덩치를 키우게 된다. 더 많은 팀, 더 많은 관리자, 더 많은 결재 라인을 만든다. 그러나 주의하지 않으면, 애초에 회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본질인 속도, 명확성, 오너십이 조금씩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게 된다. 사람을 더하는 순간, 마찰도 함께 더해지기 때문이다.

비대해지지 않으면서 확장하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네트워크형 코어’를 구축하는 것이다. 중심에는 작고 영속적인 핵심 팀이 있다. 지휘 유닛, 핵(核) 같은 존재다. 비전과 로드맵, 문화를 소유하는 사람들이다.

코어 주변에는 필요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 하는 모듈형 링이 있다. 파트타임, 계약직, 에이전시 등과 함께 AI 기반 프로세스들도 여기에 속한다. 이 외부 레이어는 모든 기능을 내부화하지 않고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거나 업무량이 많은 일들을 처리해 낸다.

구글이 10억 달러에 인수한 웨이즈(Waze)가 좋은 예다. 웨이즈는 린한 내부 팀에 사용자 생성 데이터, 자원봉사 지도 편집자, 크라우드 소싱 리포트 등의 외부 모델을 결합해 하이브리드 모델로 확장했다. 내부 복잡성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제품을 더 똑똑하게 만든 방식이다.

지원 체계를 유연하게 설계해야 한다. 마케팅은 론칭 시점에 확장했다가 이후에는 다시 축소할 수 있도록 만든다. 반복 운영은 AI로 처리하라. 전문가는 ‘인력 수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좁고 선명한 미션을 위해 채용해야 한다.
네트워크형 코어 스타트업 모델을 보여 주는 다이어그램으로, 린한 내부 팀을 중심에 두고 그 주변을 유연한 외부 기여자들이 둘러싼 구조다. 군살 없이 확장할 수 있는 방식이다. / 출처: Scott Hutcheson
린하다는 것은 취약하다는 뜻이 아니다. 진짜 취약한 건 비대한 팀이 얕은 일을 반복하는 구조다. 안쪽에서 바깥으로, 단단한 코어와 확장 가능한 외피를 갖춘 구조로 설계하면, 책임 범위가 커져도 민첩성을 유지할 수 있다. 회의를 늘리지 않고도 산출물을 늘릴 수 있다. 혼란을 더하지 않고도 더 많은 복잡성을 감당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기술이다. 숫자를 키우는 게 아니라, 중요한 것을 키우는 것이다. 최고의 창업자는 회사를 키우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명료함을 확장한다.

7. 성급한 채용의 숨겨진 비용

제품-시장 적합성(PMF, Product-Market Fit)을 찾기도 전에 규모를 키운 창업자들을 만나보면, 그들의 후회는 소름 끼칠 정도로 비슷하다.

“우린 너무 빨리 채용했어요.”

시작은 낙관주의다. 몇 번의 작은 성공, 투자 유치가 이어지면, 갑자기 팀을 꾸려야 할 때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단단한 기반, 명확한 제품 가치, 촘촘한 고객 피드백 루프, 지속적인 고객 확보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인력을 늘리면, 진전이 아니라 불확실성만 증폭된다.

성급한 채용은 단순히 자본만 더 빨리 태워버리는 게 아니다. 조율 부채가 쌓인다. 더 많은 사람을 맞추고, 온보딩하고, 관리해야 한다. 감정적 부채도 생긴다. 아직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역할들을 정당화해야 한다는 압박감이다. 문화적 부채도 따라온다. 작은 팀이 성장하는 원동력인 오너십 마인드가 희석된다. 모멘텀의 자리는 잡무로 대체된다. 실험 대신 회의를 주재하게 된다. 제품을 출시하는 대신 업무를 검토하게 된다. 갑자기 모든 일이 더 오래 걸리는데, 아무도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

복잡성은 비싸다. 새로운 사람 한 명은 네트워크에 있어 새로운 노드(Node)가 된다. 더 많은 결정에 조율이 필요해진다. 더 많은 툴에 접근 권한이 필요해진다. 더 많은 계층에 설명이 요구된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제품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창업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도 않은 ‘이전 버전의 사업’에 맞춰 뽑은 사람들을 끌어안고 가야 한다. 꽤 곤란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기본 질문을 바꿔야 한다. 채용하기 전에, 이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한지 묻지 마라. 대신 이런 질문들이 필요하다.
  • 워크플로우를 재설계할 수 있는가?
  • 이 단계를 자동화할 수 있는가?
  • 린함을 유지하기 위해 이 부분만 단기 외주로 돌릴 수 있는가?

직원 수는 성장을 증명하는 훈장이 아니다. 명료함에 대한 베팅이다. 그 베팅을 할 자격부터 먼저 확보해야 한다.

8. 새로운 유형의 창업자

창업자의 전형이 바뀌고 있다. 미래의 창업자는 1억 달러를 투자받아 100명을 고용하는 사람이 아니다. 5명의 인원으로 1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밤에는 편히 잠드는 사람이다. 스트레스가 아닌, 시스템을 통해 성장을 조율하는 1인 창업자다. 스스로 팔리고, 스스로 고객을 지원하는 제품을 가진 3인 팀이다. 회의도 없고 불필요한 갈등도 없이, 하루에 수십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6인 기업이다.

이제 이런 사례는 더 이상 특이하지 않다. 예외도 아니다. 새로운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효율의 문제가 아니다. 우아함의 문제다. 오너십의 문제다. 지속가능성의 문제다. 오늘날 최고의 창업자들은 성장 그 자체만을 좇지 않는다. 조직 복잡성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으면서, 스스로 통제하고 진화시키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있다.

작은 것은 그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다. 전략적인 것이며 온전한 방식이다. 그리고 제대로 된 손에 맡겨진다면, 멈출 수 없는 힘이 된다.
* 어떤 이야기는 너무 흥미진진해서 길게 들려줄 수밖에 없죠. longread 시리즈는 단편 소설처럼 잘 읽히는 피처 라이팅입니다. 월 1회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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