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리니 리서치, 2026년 1분기 거시경제 메모
완결

시트리니 리서치, 2026년 1분기 거시경제 메모

2028년 글로벌 인텔리전스 위기 - 금융사(金融史)의 미래로부터 전하는 사고 실험

서문

AI를 향한 우리의 낙관론이 계속해서 적중한다면, 그리고 그 적중이 도리어 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한다면 과연 어떠할 것인가?

부디 이 글이 독자들로 하여금 AI가 경제를 전례 없는 양상으로 변모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좌측 꼬리 위험(역주: 금융 및 통계에서 발생 확률은 매우 낮지만, 한번 발생하면 자산 가치에 극단적인 손실을 주는 위험)에 보다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 글은 2028년 6월의 시트리니 리서치(CitriniResearch)의 거시경제 메모로, 글로벌 인텔리전스 위기의 전개 과정과 그 여파를 상세히 기술한다.

풍요로운 지능의 결과
 
오늘 아침 발표된 실업률은 10.2퍼센트로, 예상치를 0.3퍼센트 포인트 상회하는 수치였다. 이 발표에 시장은 2퍼센트 하락으로 반응했으며, 이로써 S&P 500 지수의 2026년 10월 고점 대비 누적 낙폭은 38퍼센트에 달하게 되었다.

거래 주체들은 이제 이러한 충격에 무감각해진 모습이다. 불과 6개월 전만 하더라도, 오늘과 같은 수치는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시켰을 것이다.

단 2년이었다.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으며 특정 부문에 국한된 현상이라 치부되던 상황이, 우리가 성장하며 목격해 온 그 어떤 모습과도 닮지 않은 경제 체제로 변모하는 데 걸린 시간 말이다. 이번 분기 거시경제 메모를 통해 우리는 그간의 일련의 과정을 재구성해 보고자 한다. 이는 위기 이전 경제에 대한 일종의 사후 분석이라 할 수 있다.

도취감은 손에 잡힐 듯 생생했다. 2026년 10월에 이르러 S&P 500 지수는 8000선을 넘나들었고, 나스닥은 3만 포인트를 돌파했다. 인간의 노동력이 불필요해지면서 촉발된 1차 대규모 해고 물결은 2026년 초부터 시작되었으며, 그 결과는 해고가 으레 가져다주는 효과 그대로였다. 마진은 확대되고, 실적은 기대치를 상회했으며, 주가는 상승했다. 기록적인 기업 이익은 곧바로 AI 연산 인프라에 재투자되었다.

표면적인 수치들은 여전히 탄탄했다. 명목 GDP는 연율 기준으로 한 자릿수 후반대 성장을 거듭하여 기록했다. 생산성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시간당 실질 산출량은 1950년대 이후 유례없는 속도로 증가했는데, 이는 잠을 자지 않고, 병가를 쓰지 않으며, 의료보험도 필요로 하지 않는 AI 에이전트들에 의해 주도된 결과였다.

컴퓨팅 파워를 소유한 이들의 부는 인건비가 소멸하는 과정과 궤를 같이하며 폭발적으로 팽창했다. 한편 실질 임금 상승률은 붕괴했다. 행정부가 기록적인 생산성 수치를 거듭 자랑하는 동안,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은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기고 더 낮은 임금의 직종으로 내몰렸다.

소비 경제에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경제 논객들은 ‘유령 GDP’라는 표현을 유행시켰다. 국민계정에는 기록되지만 실물 경제 속으로는 결코 순환하지 않는 산출량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모든 면에서 AI는 기대를 뛰어넘고 있었고, 시장 자체가 곧 AI였다. 유일한 문제는 경제가 시장과 궤를 같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스다코타의 GPU 클러스터 하나가 맨해튼 미드타운의 화이트칼라 근로자 1만 명이 이전에 담당하던 산출량을 대체하는 것은, 경제적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경제적 역병에 가깝다는 사실은 처음부터 자명해야 했다. 화폐의 유통 속도는 사실상 정지했다. 당시 GDP의 70퍼센트를 차지하던 인간 중심의 소비 경제는 시들어 갔다. 기계가 선택재에 얼마나 지출하는지만 물어보았더라도 우리는 이를 훨씬 일찍 간파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답: 0.

AI의 성능이 고도화될수록 기업은 더 적은 인력을 필요로 했고 사무직 해고는 늘어났다. 실직한 노동자들은 지출을 줄였다. 이러한 수익성에 대한 압박은 기업들이 AI에 더욱 투자하게 만드는 동인이 되었고, 그 결과 AI의 역량은 다시금 향상되는 가속이 붙었다.

이는 자연적인 제동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 악순환이 됐다. 인간 지능 대체의 소용돌이 말이다. 사무직 근로자들은 자신들의 소득 창출 능력이 구조적으로 훼손되는 것을 목도해야 했고, 합리적인 귀결로서 지출 역시 축소되었다. 이들의 소득은 13조 달러 규모에 달하는 주택 담보 대출 시장의 근간이었으나, 이제 대출 심사역들은 우량(Prime) 모기지 채권이 과연 여전히 건전한 자산인지 근본적으로 재평가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실질적인 채무 불이행 주기 없이 지속된 17년의 세월은 사모 자본 시장을 비대하게 만들었다. 특히 연간 반복 매출(ARR)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 사모펀드(PE) 주도의 소프트웨어 인수 거래들이 시장에 가득했다. 그러나 2027년 중반, AI에 의한 산업 구조 재편이 촉발한 첫 번째 채무 불이행의 파고는 이러한 낙관적인 전제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만약 이 혼란이 소프트웨어 업종에만 국한되었다면 관리 가능한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2027년 말에 이르러 그 여파는 인간들 사이의 마찰을 수익화하는 것에 근거한 모든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중개 기능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도록 설계된 수많은 기업들이 허물어져 내렸다.

이 시스템은 결국 화이트칼라 생산성 성장에 대한 상관관계 높은 베팅들이 길게 이어진 하나의 연쇄 고리였음이 드러났다. 2027년 11월의 시장 폭락은 이미 작동 중이던 모든 악순환을 한층 가속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었다.

우리는 ‘악재가 곧 호재’라는 시장의 역설이 다시금 작동하기를 거의 1년째 기다려 왔다. 정부는 각종 대책을 검토하기 시작했으나, 정부가 어떠한 형태의 구제책이라도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거의 사라졌다. 정책 대응이 경제 현실에 뒤처지는 것은 언제나 있어 온 일이다. 하지만, 포괄적인 대응책 없이는 더욱 강한 디플레이션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 들게 될 것이다.

발단

2025년 말, 에이전틱 코딩 도구들은 역량 면에서 단계적 도약을 이루었다.

클로드 코드(Claude Code) 또는 코덱스(Codex)를 활용하는 유능한 개발자라면 이제 중견 SaaS 제품의 핵심 기능을 몇 주 안에 복제해 낼 수 있게 되었다. 완벽하지 않고 모든 예외 상황이 처리된 것도 아니었지만, 연간 50만 달러 규모의 계약 갱신을 검토하는 최고정보책임자(CIO)가 ‘그냥 우리가 직접 만들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던지기에는 충분한 수준이었다.

대부분의 회계연도가 달력상의 연도와 일치하기에, 2026년 기업 지출 계획은 AI 에이전트가 아직 유행어에 불과하던 2025년 4분기에 이미 수립되어 있었다. 중간 연도 검토가 이루어진 시점에서야 비로소 조달팀들은 이 시스템들이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파악한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일부 팀들은 자사 내부 인력이 몇 주 만에 수십만 달러짜리 SaaS 계약을 대체하는 프로토타입을 구축해 내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서비스나우, 신규 순 연간계약가치(ACV) 성장률 23퍼센트에서 14퍼센트로 둔화; 전체 인력의 15퍼센트 감원 및 ‘구조적 효율화 프로그램’ 발표; 주가 18퍼센트 하락 | 〈블룸버그〉, 2026년 10월

SaaS가 소멸한 것은 아니었다. 자체 구축 및 운영에는 여전히 비용 대비 편익 분석이 수반되었다. 그러나 자체 개발이 하나의 선택지로 부상했고, 이는 가격 협상에 영향을 미쳤다. 어쩌면 더욱 중요한 것은 경쟁 구도 자체가 변모했다는 사실이다. AI는 새로운 기능의 개발과 출시를 한층 쉽게 만들었고, 그 결과 차별화 요소는 무너져 내렸다. 기존 시장 지배자(Incumbents)들은 서로 간의 다툼은 물론, 새롭게 등장한 신진 세력들과 이른바 '바닥을 향한 경쟁(Race to the bottom)'이라 불리는 처절한 혈투를 벌여야 했다. 에이전틱 코딩 역량의 비약적 발전에 고무된 이 신생 업체들은 보호해야 할 기존 비용 구조도 없는 상태에서 공격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잠식해 나갔다.

이러한 시스템들 사이에 얽힌 상호 의존적 본질 역시 해당 실적 발표 전까지는 충분히 인식되지 못했다. 서비스나우의 수익 모델은 사용자 수에 기반하고 있었다. 포춘 500대 고객사들이 인력을 15퍼센트 감축하자, 그에 상응하는 15퍼센트의 라이선스 계약이 즉각 취소되었다. 고객사의 영업이익률을 제고했던 AI 주도의 인력 감축이, 역설적으로 서비스나우의 수익 기반을 기계적으로 파괴하고 있었던 것이다.

워크플로 자동화 솔루션을 판매하던 기업이 도리어 더 정교한 자동화 기술에 의해 잠식당하는 형국이었다. 이에 대한 서비스나우의 대응은 자사 인력을 감축하고, 거기서 확보된 비용을 자신들을 위협하는 바로 그 기술에 재투자하는 것이었다.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가만히 앉아서 더 느리게 죽어가라는 말인가? AI로부터 가장 큰 위협을 받는 기업들이 AI의 가장 공격적인 채택자가 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자명한 사실처럼 들리겠지만, 당시에는 절대 그렇지 않았다. 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전통적인 산업 파괴 모델에 따르면, 기존 시장 지배자들은 대개 신기술에 저항하다가 기민한 신규 진입자들에게 점유율을 잠식당하며 서서히 소멸해 갔다. 코닥(Kodak)이나 블록버스터(Blockbuster), 블랙베리(BlackBerry)의 사례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2026년의 전개 양상은 판이했다. 기존 기업들은 신기술에 저항하기에는 그 처지가 너무나 절박했다.

주가가 40~60퍼센트 하락한 상황에서 이사회가 해명을 요구하자, AI의 위협에 처한 기업들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을 했다. 인력을 감축하고, 그로써 확보한 재원을 AI 도구에 재투자했다. 그리고 그 도구들을 활용하여 더 낮은 비용으로 동일한 산출량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각 기업의 개별적 대응은 합리적이었다. 그러나 그 집합적 결과는 파국적이었다. 인건비 절감으로 확보된 한 달러 한 달러가 AI 역량으로 흘러 들어갔고, 그 역량은 추가적인 감원을 가능하게 했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서막에 불과했다. 투자자들이 SaaS 기업들의 멀티플(수익성 지표)이 바닥을 쳤는지를 두고 설전을 벌이는 동안 간과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재귀적 루프(Reflexive loop)가 이미 소프트웨어 섹터의 경계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서비스나우의 인력 감축을 정당화한 논리는, 화이트칼라 비용 구조를 가진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마찰이 사라진 시대

2027년 초에 접어들며 LLM의 활용은 기본값으로 자리 잡았다. 누구나 클라우드 컴퓨팅의 개념을 정확히 숙지하지 못한 채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듯, AI 에이전트가 무엇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었다. AI는 자동완성이나 맞춤법 검사와 다를 바 없는, 그저 스마트폰이 수행하는 당연한 기능 중 하나로 여겨졌다.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AI가 처리하는 흐름의 촉매제는 첸(Qwen)의 오픈소스 에이전틱 쇼핑 도구였다. 불과 몇 주 만에 모든 주요 AI 어시스턴트가 에이전틱 커머스 기능을 통합했다. 경량화된 증류(distilled) 모델 덕분에 이러한 에이전트들은 클라우드 인스턴스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노트북에서도 구동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추론의 한계비용을 대폭 낮추었다.

투자자들이 실제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했을 부분은, 이 에이전트들이 요청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사용자의 설정된 선호도에 따라 백그라운드에서 작동했다. 소비는 더 이상 인간의 파편화된 개별적 의사결정의 연속이 아닌, 모든 연결된 소비자를 대행하여 연중무휴 24시간 작동하는 연속적 최적화 과정이 되었다. 2027년 3월 기준, 미국의 1인당 일일 평균 토큰 소비량은 40만 개에 달했으며, 이는 2026년 말 대비 10배나 급증한 수치였다.

경제 연쇄 고리의 다음 마디는 이미 파열되고 있었다.

중개의 소멸

지난 50여 년간 미국 경제는 인간 능력의 한계를 바탕으로 거대한 지대 추출형 구조(Rent-extraction layer)를 형성해 왔다. 일에는 시간이 걸리고, 인내심은 한계에 달하며, 브랜드에 대한 익숙함이 꼼꼼한 검토를 대신한다. 또한 대다수 사람은 클릭 몇 번을 더 하는 수고를 피하려고 기꺼이 불리한 가격을 수용하곤 한다. 수조 달러에 달하는 기업 가치가 바로 이러한 제약의 지속에 기대고 있었다.

시작은 단순했다. 에이전트들이 마찰을 제거했다.

몇 달째 사용하지 않음에도 자동으로 갱신되는 구독과 멤버십. 체험 기간이 끝나면 슬그머니 두 배로 뛰는 도입 할인 가격. 이런 것 모두 에이전트가 협상할 수 있는 인질 상황으로 재정의되었다. 구독 경제 전체가 기반을 두고 있던 지표인 평균 고객 생애 가치(CLV)는 뚜렷하게 하락했다.

소비자 에이전트들은 거의 모든 소비자 거래의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인간은 단백질 바 한 상자를 구매하기 전에 다섯 개의 경쟁 플랫폼에서 가격을 비교할 시간이 없다. 기계는 다르다.

여행 예약 플랫폼이 초기 피해자 중 하나였는데, 그 구조가 가장 단순했기 때문이다. 2026년 4분기에 이르러 AI 에이전트들은 항공권, 호텔, 지상 교통수단, 포인트 적립 최적화, 예산 제약, 그리고 환불 절차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여행 일정을 그 어떤 플랫폼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구성해 낼 수 있게 되었다.

보험 갱신 시장도 재편되었다. 이 시장의 갱신 모델 전체는 보험 계약자의 관성에 의존하고 있었다. 매년 보장 내용을 재검토하고 재가입 여부를 비교하는 에이전트들은, 보험사들이 수동적 갱신을 통해 누려 온 보험료의 15~20퍼센트에 해당하는 수익을 증발시켰다.

재무 자문, 세금 신고 대행, 일상적인 법률 업무는 물론, ‘당신이 번거롭게 여기는 복잡한 일을 내가 대신 처리해 드리겠습니다’가 궁극적인 가치였던 모든 영역이 잠식당했다. 에이전트들에게는 번거로운 것이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적 관계의 가치로 인해 보호받을 것이라 여겼던 영역들조차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수자와 소비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 덕분에 수십 년간 5~6퍼센트의 중개 수수료가 용인되던 부동산 시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MLS(부동산 매물 공동 정보 시스템) 접근권과 수십 년 치 거래 데이터를 갖춘 AI 에이전트들이 중개인의 지식 기반을 즉각적으로 복제해 내자, 시장은 속절없이 붕괴했다. 2027년 3월의 한 매도 측 분석 보고서는 이를 ‘에이전트 간의 난투극’이라 명명했다. 주요 대도시의 매수 측 평균 수수료율은 2.5~3퍼센트에서 1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졌으며, 매수 측에 인간 중개인이 전혀 개입하지 않고 거래가 성사되는 비율도 나날이 높아졌다.

우리는 인간관계의 가치라는 것을 과대평가해 왔다. 사람들이 흔히 관계라고 일컬어온 것들의 실상은, 그저 ‘상냥한 얼굴을 한 마찰’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

이것은 중개 산업에 대한 교란의 시작에 불과했다. 성공한 기업들은 소비자 행동과 인간 심리의 특이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어 왔지만, 이제 그런 요소들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았다.

가격과 적합성을 기준으로 최적화하는 기계 지능은 당신이 즐겨 쓰는 앱이나 지난 4년간 습관적으로 열어온 웹사이트에 아무런 관심이 없으며, 치밀하게 설계된 결제 경험이 주는 심리적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지쳐서 가장 손쉬운 선택지를 고르거나 ‘나는 늘 여기서 주문해’라는 관성에 굴복하는 일도 없다.

이러한 변화는 ‘관성적 중개’라는 특수한 형태의 경제적 해자를 완전히 파괴했다.

도어대시(DoorDash, DASH US)가 그 전형적인 사례였다.

코딩 에이전트들은 배달 앱 출시의 진입 장벽을 무너뜨렸다. 유능한 개발자라면 몇 주 안에 기능적인 경쟁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었고, 실제로 수십 명이 그렇게 했다. 이들은 배달 수수료의 90~95퍼센트를 기사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도어대시와 우버이츠(Uber Eats)로부터 기사들을 유인했다. 멀티 앱 대시보드는 초단기 노동자들이 스무 개, 서른 개의 플랫폼으로부터 들어오는 주문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게 했고, 이로써 기존 업체들이 의존하던 종속 효과는 사라졌다. 시장은 하룻밤 사이에 파편화되었고, 마진은 거의 제로 수준으로 압축되었다.

에이전트는 이러한 파괴적 과정의 양면을 동시에 가속했다.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을 가능케 함과 동시에, 그들을 직접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도어대시의 해자는 문자 그대로 ‘당신은 배가 고프고, 귀찮으며, 이것이 홈 화면에 있는 앱’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에이전트에게 홈 화면이라는 개념은 무용지물이다. 에이전트는 도어대시와 우버이츠, 음식점 자체 웹사이트, 그리고 스무 개의 새로운 바이브 코딩 기반 대안 서비스들을 일일이 비교하여 매번 최저 수수료와 가장 빠른 배달을 선택한다.

비즈니스 모델의 전제였던 습관적 앱 충성도는 기계의 세계에선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는 이 거대한 위기의 서사 속에서 에이전트가 실직 위기에 몰린 사무직 노동자들에게 베푼 아마도 유일한 호의라는 점에서 기묘하게도 시적인 정취마저 자아낸다. 그들이 배달 기사로 전락했을 때, 최소한 수입의 절반이 우버와 도어대시로 빠져나가지는 않았다. 물론 기술이 베푼 이 호의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자율주행 차량이 빠르게 확산했기 때문이다.

거래의 주도권을 장악한 에이전트들은 더 거대한 최적화의 대상을 찾아 나섰다.

가격 비교와 취합으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에이전트 상호 간의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사용자의 지출을 지속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수료를 없애는 것이었다. 기계 간 상거래 체제에서 2~3퍼센트에 달하는 기존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지극히 당연한 타격 목표가 되었다.

에이전트들은 카드보다 빠르고 저렴한 대안을 찾아 나섰다. 대부분은 솔라나 또는 이더리움 레이어2를 통한 스테이블 코인을 선택했다. 결제는 거의 즉각적이었고, 거래 비용은 1센트도 되지 않았다.

마스터카드 2027년 1분기: 순매출 전년 동기 대비 +6퍼센트; 구매 거래액 성장률, 전분기 +5.9퍼센트에서 +3.4퍼센트로 둔화; 경영진, “에이전트 주도 가격 최적화”와 “선택재 부문 압박” 언급 | 〈블룸버그〉, 2027년 4월 29일

마스터카드의 2027년 1분기 실적 보고서는 돌이킬 수 없는 변곡점이 되었다. 에이전트 기반 상거래는 이제 단순한 서비스 차원의 화두를 넘어, 금융 시스템의 근간에 관한 문제로 격상되었다. 발표 다음날 마스터카드의 주가는 9퍼센트 급락했다. 비자 역시 동반 하락세를 보였으나, 스테이블 코인 인프라 부문에서의 견고한 입지를 주목한 분석가들의 평가가 잇따르며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가맹점 수수료 체계를 우회하는 에이전트 기반 상거래는 카드 특화 은행 및 단일 업종 카드 발행사들에게 훨씬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왔다. 이들은 2~3퍼센트에 달하는 수수료 수익의 상당 부분을 점유해 왔을 뿐 아니라, 가맹점에 대한 지원금을 재원으로 하는 보상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거대한 사업 영역을 구축해 왔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AXP US)의 타격이 가장 극심했다. 사무직 인력 감축에 따른 고객 기반의 위축과 에이전트의 수수료 체계 우회로 인한 수익 모델의 파괴라는 이중의 역풍이 몰아쳤기 때문이다. 싱크로니(Synchrony, SYF US), 캐피털 원(Capital One, COF US), 디스커버(Discover, DFS US)의 주가 역시 이후 수 주에 걸쳐 10퍼센트 이상 급락했다.

이들의 해자는 오로지 마찰이라는 토대 위에 구축된 것이었다. 그리고 마찰은 소멸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업종 리스크에서 시스템 리스크로

2026년 내내 시장은 AI의 부정적 영향을 업종 차원의 문제로 다루었다. 소프트웨어와 컨설팅 업종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었고, 결제 및 기타 수수료 기반 사업들은 흔들리고 있었으나, 경제 전반은 양호한 것처럼 보였다. 노동 시장은 둔화하고 있었지만, 자유낙하 상태는 아니었다. 지배적인 시각은, 창조적 파괴는 모든 기술 혁신 사이클의 일부라는 것이었다. 일부 영역에서는 고통스럽겠지만, AI가 가져다주는 전반적인 순이익이 어떠한 부정적 측면도 상쇄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우리의 2027년 1월 거시경제 메모는 이것이 잘못된 사고 모델임을 주장했다. 미국 경제는 화이트칼라 서비스 경제이다.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은 전체 고용의 50퍼센트를 차지했으며, 선택재 소비 지출의 약 75퍼센트를 주도했다. AI가 잠식하고 있던 기업과 일자리들은 미국 경제의 주변부가 아니라, 미국 경제 그 자체였다.

기술 혁신은 일자리를 파괴하지만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가장 널리 퍼지고 설득력 있는 반론이었다. 그 말이 2세기에 걸쳐 옳았기 때문이다. 미래의 일자리가 어떤 모습일지 구체적으로 그려낼 수 없다 하더라도, 그것은 반드시 나타날 것이었다.

ATM의 도입은 지점 운영 비용을 낮추었고, 덕분에 은행들은 오히려 지점을 더 많이 개설했으며, 창구 직원 고용은 이후 20년간 증가했다. 인터넷은 여행사, 전화번호부, 오프라인 소매업을 붕괴시켰지만, 그 자리에 완전히 새로운 산업들을 탄생시키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과거의 이러한 사례들에서 새로 생겨난 모든 일자리는, 그것을 수행할 인간을 필요로 했다.

AI는 이제 범용 지능으로서, 인간이 재배치될 바로 그 과업들에서 스스로 향상되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개발자들은 단순히 AI 관리 분야로 이동할 수 없다. AI가 이미 그 역할마저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AI 에이전트들은 수 주에 걸치는 연구 개발 과업을 처리한다. 매년 와튼 스쿨의 교수들이 산출된 데이터를 새로운 S자형 곡선에 대입해 설명하려 애썼으나, 기하급수적 성장의 위력은 무엇이 가능한지에 대한 우리의 기존 관념을 무너뜨렸다.

그들은 사실상 모든 코드를 작성한다. 그중 가장 성능이 뛰어난 것들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거의 모든 인간보다 현저히 뛰어나다. 그리고 그 비용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AI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 AI 안전 연구원, 인프라 기술자가 그것이다. 인간은 여전히 최고 수준의 조율을 담당하거나 취향을 지시하는 역할로 업무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AI이 새로운 역할 하나를 창출할 때마다, 수십 개의 기존 역할이 쓸모없어졌다. 게다가 새로 생겨난 직종들에 지급되는 임금은 과거 일자리들이 보장했던 보수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미국 고용 지표(JOLTS): 구인 건수 550만 건 하회; 구인 건당 실업자 수 비율 약 1.7로 상승, 2020년 8월 이후 최고치 | 〈블룸버그〉, 2026년 10월

채용률은 연초부터 내내 부진했으나, 2026년 10월 고용 지표는 사태의 심각성을 입증하는 명확한 데이터를 제시했다. 구인 건수는 550만 건을 밑돌며 전년 동기 대비 15퍼센트라는 급격한 하락세를 기록했다.

‘생산성 제고 계획’ 확산에 따라 소프트웨어, 금융, 컨설팅 분야 구인 공고 급감 | 인디드 채용 연구소(Indeed Hiring Lab), 2026년 11~12월

화이트칼라 분야의 구인 공고는 급감하는 와중에도 건설, 의료, 숙련 기술직과 같은 블루칼라 구인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했다. 일자리 붕괴는 주로 보고서를 작성하고(당사 또한 어찌 됐든 아직은 살아남아 있다), 예산을 승인하며, 경제의 중간 계층을 지탱하던 직종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그러나 양쪽 집단 모두의 실질 임금 상승률은 연중 대부분의 기간 동안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하락세는 계속되었다.

주식 시장은 여전히 고용 지표보다 GE 베르노바의 터빈 생산 용량 전체가 2040년까지 완판되었다는 소식에 더 큰 관심을 기울였다. 시장은 부정적인 거시 경제 지표와 낙관적인 AI 인프라 헤드라인 사이의 줄다리기 속에 횡보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채권 시장은 언제나 주식 시장보다 더 현명하거나, 적어도 덜 낭만적이다. 소비 충격이 채권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후 4개월간 4.3퍼센트에서 3.2퍼센트까지 하락했다. 그럼에도 헤드라인 실업률은 급증하지 않았고, 고용 시장의 내부적 구성이 뒤바뀌는 미묘한 변화를 간과한 이들이 여전히 존재했다.

일반적인 경기 침체에서는 그 원인이 결국 자기 교정 과정을 거친다. 건설 시장 과열은 건설 경기 둔화로 이어지고, 이는 금리 인하를 가져오며, 금리 인하는 다시 신규 건설로 이어진다. 재고 과잉은 재고 축소로 이어지고, 결국 다시 재고 확충으로 이어진다. 경기 순환의 메커니즘은 그 자체 안에 회복의 씨앗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침체의 원인은 경기의 상승, 하강 곡선과 상관없는 것이었다.

AI는 더욱 발전하고 더욱 저렴해졌다. 기업들은 직원을 해고하고, 그로써 절감된 비용으로 더 많은 AI 역량을 구매했으며, 이는 다시 더 많은 해고를 가능하게 했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은 지출을 줄였다. 소비자에게 물건을 파는 기업들의 판매량은 감소했고, 약해진 기업들은 마진을 지키기 위해 AI에 더 많이 투자했다. AI는 더욱 발전하고 더욱 저렴해졌다.

자연적인 제동 장치가 없는 피드백 루프였다.

총수요의 하락이 AI 구축을 둔화시키리라는 것이 직관적인 기대였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이것이 하이퍼스케일러 방식의 자본 지출(CapEx)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운영 비용(OpEx)의 대체였다. 연간 직원에 1억 달러, AI에 500만 달러를 지출하던 기업이 이제 직원에 7000만 달러, AI에 2000만 달러를 지출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AI 투자는 몇 배로 증가했지만, 이는 총 운영 비용의 감소와 함께 이루어졌다. 모든 기업의 AI 예산이 증가하는 동시에 전체 지출 규모는 축소되었다.

이것의 아이러니는, AI 인프라 복합체가 자신이 잠식하고 있는 경제가 악화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성과를 내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NVDA)는 여전히 기록적인 매출을 발표하고 있었다. TSMC는 여전히 95퍼센트 이상의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여전히 분기당 1,500억~2,000억 달러를 데이터센터 자본적 지출에 투입하고 있었다. 대만과 한국처럼 이러한 추세에 완전히 편승하여 수혜를 입는 경제권은 다른 국가들을 압도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인도는 그 반대였다. 인도의 IT 서비스 업종은 연간 2000억 달러 이상을 수출하고 있었는데, 이는 인도 경상수지 흑자의 단일 최대 기여 항목이자, 인도의 고질적인 상품 무역 적자를 상쇄하는 원천이었다. 이 모델 전체는 하나의 가치 명제 위에 세워져 있었다. 인도 개발자들의 비용이 미국 개발자들보다 훨씬 낮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AI 코딩 에이전트의 한계비용은 사실상 전기 요금 수준으로 붕괴되어 있었다. TCS, 인포시스(Infosys), 위프로(Wipro) 등은 2027년 내내 계약 해지가 급격히 증가했다. 인도의 외부 계정을 뒷받침하던 서비스 수지 흑자가 증발하자, 루피화는 4개월 만에 달러 대비 18퍼센트 하락했다. 2028년 1분기에 이르러 IMF는 뉴델리와의 예비 협의를 시작했다.

이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는 엔진은 매 분기 고도화되었고, 이는 파괴의 속도 역시 매 분기 빨라졌음을 의미했다. 노동 시장에는 자연스러운 하한선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더 이상 AI 인프라의 거품이 언제 터질 것인지를 묻지 않게 되었다. 대신, 소비자가 기계로 대체되는 시대에 소비 및 신용 기반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 것인지를 묻기 시작했다.

지능 대체의 소용돌이

2027년은 거시경제적 서사가 더 이상 미묘한 신호에 머물지 않게 된 해였다. 앞선 12개월간의 단편적이지만 분명히 부정적이었던 일련의 전개들이 하나의 전달 메커니즘으로 연결되어 뚜렷하게 드러났다. BLS(노동통계국) 데이터를 파헤칠 필요도 없었다. 지인들과의 저녁 자리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일자리를 잃은 사무직 노동자들은 가만히 앉아 있지 않았다. 그들은 수준을 낮추었다. 많은 이들이 더 낮은 임금의 서비스업이나 초단기 일자리로 이동했고, 이는 해당 분야의 노동 공급을 늘려 그곳의 임금마저 하락시켰다.

2025년 당시 세일즈포스(Salesforce)의 시니어 제품 관리자(PM)였던 한 지인의 사례를 들어보자. 그녀는 번듯한 직함과 의료보험, 퇴직연금(401k)을 갖추고 연간 18만 달러를 벌었다. 6개월간의 구직 활동 끝에 그녀는 우버(Uber) 운전을 시작했고, 수입은 4만 5000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별적인 사연보다 그 이에 숨겨진 방정식이다. 주요 대도시마다 존재하는 수십만 명의 노동자에게 이 역학을 대입해 보라. 서비스 및 초단기 노동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온 고스펙 인력은 이미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마저 끌어내렸다. 특정 섹터에 국한되었던 파괴적 혁신이 경제 전반의 임금 하락으로 전이되었다.

인간 중심적 일자리의 잔여 풀에는 또 한 차례의 조정이 기다리고 있었으며, 그것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자율 배달 및 자율주행 차량이 1차 실직자 물결을 흡수한 초단기 일자리로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2027년 2월에 이르러, 아직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던 전문직 종사자들조차 자신들이 다음 해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소비를 조절하기 시작했음이 명백해졌다. 그들은(대부분 AI의 도움을 받아) 해고를 면하기 위해 두 배로 열심히 일하고 있었으며, 승진이나 임금 인상의 희망은 사라졌다. 저축률은 조금씩 높아지고 소비는 위축되었다.

가장 위험한 부분은 시차였다. 고소득자들은 평균 이상의 저축을 활용하여 약 2~3분기 동안은 평상시와 다름없는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실물 경제에서 이미 상식이 된 위기가 한참 뒤늦게서야 공식 통계(Hard data)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간의 환상을 산산조각 낸 결정적인 통계치가 발표되었다.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48만 7000건으로 폭증; 2020년 4월 이후 최고치 기록 | 미국 노동부(Department of Labor), 2027년 3분기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48만 7000건으로 급증했다. 2020년 4월 이후 최고치였다. 민간 고용정보업체인 ADP와 에퀴팩스(Equifax)는 신규 청구 건수의 압도적 다수가 화이트칼라 전문직 종사자라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S&P 500 지수는 그 후 일주일간 6퍼센트 하락했다. 거시경제의 부정적 신호가 마침내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한 것이다.

통상적인 경기 침체에서는 실직이 광범위하게 분산된다.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이 각 집단의 고용 비중에 대략 비례하여 고통을 나누어서 진다. 소비 충격 역시 광범위하게 분산되며, 저소득 근로자들의 한계 소비 성향이 더 높으므로, 소비 위축 역시 전방위적으로 발생하며 지표상으로도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침체에서 실직은 소득 분포 최상위 계층에 집중되었다. 이들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을지 모르나, 전체 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터무니없이 압도적이다. 미국 내 소득 상위 10퍼센트가 전체 소비의 50퍼센트 이상을 담당하며, 상위 20퍼센트로 넓히면 그 비중은 약 65퍼센트에 달한다. 이들은 주택과 자동차를 구매하고 여행과 외식을 즐기며 자녀의 사립학교 학비를 내고 주택을 개보수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소비자 선택재 경제 전반을 지탱하는 수요의 근간이다.

이들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거나, 생계를 위해 임금이 50퍼센트나 삭감된 자리를 수용함에 따라 발생한 소비 충격은 상실된 일자리 수와 비교했을 때 가히 압도적이었다. 화이트칼라 고용이 2퍼센트 감소하면 선택재 지출은 약 3~4퍼센트가량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공장에서 해고되는 즉시 지출을 중단하는 블루칼라의 경우와 달리, 화이트칼라의 실직은 시차를 두고 발생하지만, 그 충격은 훨씬 깊었다. 이들은 저축이라는 완충 장치를 보유하고 있어, 소비 행태가 실제로 변화하기 전까지 몇 달간은 기존 소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27년 2분기에 접어들며 경제는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전미경제조사국(NBER)은 관례대로 수개월이 지난 뒤에야 침체 시작 시점을 공식화했으나, 데이터는 이미 자명했다. 실질 GDP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그래도 아직 금융 위기는 아니었다. 최소한 그때까지는 말이다.

얽혀 있는 투자들

사모 대출(Private credit)은 2015년 1조 달러 미만에서 2026년에는 2조 5,000억 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 자본의 상당 부분은 소프트웨어 및 기술 딜에 투입되었으며, 대부분은 매년 10퍼센트 중반대의 매출 성장이 영구히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체결된 SaaS 기업들의 차입 매수(LBO)였다.

그러한 성장 가설들은 최초의 에이전트형 코딩 시연과 2026년 1분기 소프트웨어 폭락 사태 사이의 어느 시점에 이미 폐기되었으나, 장부상의 평가 가치(Marks)는 여전히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듯했다.

대다수 상장 SaaS 기업들이 EBITDA(역주: 이자(Interest), 세금(Tax), 감가상각비(Depreciation), 무형자산상각비(Amortization)를 차감하기 전의 영업이익으로,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실제 현금을 벌어들이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 대비 5~8배 수준에서 거래되는 동안, 사모펀드가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경우에는 이미 사라져 버린 과거의 매출 배수에 근거한 인수 가치를 반영한 장부 평가액으로 대차대조표에 남아 있었다. 운용사들은 상장사 비교군이 이미 50센트 수준을 가리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부가를 100센트에서 92, 85센트로 아주 서서히 하향 조정하며 버텼다.

AI 주도 경쟁적 혼란에 따른 구조적 매출 역풍을 이유로 14개 발행사의 사모펀드 지원 소프트웨어 채무 180억 달러 일괄 신용등급 강등; 2015년 에너지 업종 이후 단일 섹터 최대 규모 조치 |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Moody's Investors Service), 2027년 4월

신용등급 강등 이후 벌어진 일들은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업계의 베테랑들은 2015년 에너지 업종 등급 강등 이후의 수순을 이미 경험한 바 있었다.

소프트웨어 담보 대출은 2027년 3분기부터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지기 시작했다. 정보 서비스와 컨설팅 분야의 사모펀드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그 뒤를 이었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차입 매수를 통해 인수되었던 유명 SaaS 기업들이 잇따라 기업 회생 및 구조조정 단계에 진입했다.

젠데스크(Zendesk)야말로 결정적인 증거였다.

젠데스크, AI 주도 고객 서비스 자동화로 연간 반복 매출(ARR) 잠식되며 채무 약정 조건 미준수; 50억 달러 직접 대출 시설, 액면의 58센트로 평가 절하; 역대 최대 규모 프라이빗 크레딧 소프트웨어 디폴트 기록 | 《파이낸셜 타임스》, 2027년 9월

2022년, 헬만 앤 프리드먼(Hellman & Friedman)과 퍼미라(Permira)는 102억 달러에 젠데스크를 인수하여 비상장사로 전환했다. 부채 규모는 50억 달러의 직접 대출 방식이었으며, 이는 당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ARR(연간 반복 매출) 담보 대출이었다. 블랙스톤(Blackstone)이 주도하고 아폴로(Apollo), 블루 아울(Blue Owl), HPS 등이 대출단에 참여했다. 이 대출은 젠데스크의 연간 반복 매출이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라는 가정을 명시적 전제로 설계되었다. EBITDA의 약 25배에 달하는 레버리지는 오직 그 전제가 성립할 때만 타당성을 가졌다.

2027년 중반에 이르자, 그 전제는 무너졌다.

이미 1년 가까이 AI 에이전트들이 고객 서비스를 자율적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젠데스크가 정의했던 카테고리(티켓 발행, 라우팅, 인간 상담원 간의 상호작용 관리)는 이미 티켓 자체를 생성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으로 대체되어 있었다. 대출 심사의 근거였던 연간 반복 매출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았다. 현재의 고객들도 결국 떠나게 되면 남은 매출도 사라질 것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ARR 담보 대출은 역대 최대 규모의 사모 대출 소프트웨어 채무 불이행이 되었다. 모든 크레딧 데스크가 동시에 같은 질문을 던졌다. 경기 문제로 보이지만, 실은 구조적 역풍을 안고 있는 곳이 또 어디인가?

그러나 적어도 초기에는 당시 시장의 지배적인 의견이 옳았던 부분도 있다. 이 정도 상황은 충분히 버텨낼 수 있어야 했다는 점이다.

사모 대출은 2008년의 은행권과는 달랐다. 전체 구조 자체가 강제 매각을 피하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었다. 이들은 자본이 묶여 있는 폐쇄형 펀드였다. 기관 투자자들은 7년에서 10년 동안 자금을 예치했다. 뱅크런을 일으킬 예금주도, 자금을 회수할 라인도 없었다. 운용사들은 부실화된 자산을 보유한 채 시간을 두고 해결하며 회복을 기다릴 수 있었다. 고통스럽겠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이었다. 시스템은 부러지는 것이 아니라 휘어지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블랙스톤(Blackstone), KKR, 아폴로(Apollo)의 경영진은 전체 자산 중 소프트웨어 노출 비중이 7~13퍼센트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충분히 감당 가능한 범위였다. 모든 매도 측 보고서와 X의 금융권 관련 계정들은 입을 모아 같은 말을 반복했다. 사모 대출은 영구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레버리지를 일으킨 은행이라면 파산했을 정도의 손실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영구 자본’, 이 문구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모든 실적 발표와 서한에 등장했다. 그것은 일종의 주문이 되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주문이 그러하듯, 누구도 세부 사항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 영구 자본의 실체는 다음과 같았다.

지난 10년에 걸쳐 대형 대체 자산 운용사들은 생명보험사를 인수하여 자금 조달 창구로 탈바꿈했다. 아폴로는 아테네(Athene)를, 브룩필드(Brookfield)는 아메리칸 에쿼티(American Equity)를, KKR은 글로벌 애틀란틱(Global Atlantic)을 인수했다. 그 논리는 명쾌했다. 연금 예치금이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부채 기반을 제공한다는 점이었다. 운용사들은 이 예치금을 자신들이 직접 조성한 사모 대출에 투자함으로써, 보험 부문에서의 금리 차익(Spread)과 자산 운용 부문에서의 수수료라는 이중의 수익을 챙겼다. 이는 단 하나의 조건 하에서만 아름답고 완벽하게 작동하는, 수수료에 수수료를 더하는 ‘영구 기관’이었다.

그 조건이란, 사모 대출 자산이 안전 자산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장기 부채에 대응해 비유동 자산을 보유하도록 설계된 재무제표에 손실이 닥치기 시작했다. 시스템에 회복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었던 영구 자본의 실체는, 고도의 위험을 감수하는 세련된 투자자나 인내심 있는 기관 자금의 추상적인 집합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메인 스트리트라 불리는 미국 가계의 저축이었으며, 현재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진 사모펀드 기반의 소프트웨어 및 기술 채권에 투자된 연금 자산이었다. 뱅크런이 불가능하도록 묶여 있었던 자본은 바로 생명보험 가입자들의 돈이었고, 그 세계의 규칙은 일반 금융권과는 조금 달랐다.

은행 시스템에 비해 보험 규제 당국은 온순했고, 심지어 안일하기까지 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강력한 경종이 되었다. 생명보험사의 사모 대출 집중도에 대해 이미 불안감을 느끼고 있던 규제 당국은 이들 자산에 대한 위험 기준 자본(RBC) 가중치를 하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보험사들은 자본을 확충하거나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으나, 이미 마비되어 가는 시장에서 그 어느 쪽도 유리한 조건으로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뉴욕·아이오와 주 규제당국, 생명보험사가 보유한 일부 민간평가(privalely rated) 신용자산의 자본 규제상 취급 강화 추진; 전미보험감독관협의회(NAIC) 지침, 위험 기반 자본(RBC) 적용 비율 상향 및 증권 가치 위원회(SVO)의 추가 심사 강화 예상 | 〈로이터〉, 2027년 11월

무디스가 아테네의 재무 건전성 등급을 부정적 전망으로 조정하자, 아폴로의 주가는 2 거래일 만에 22퍼센트 하락했다. 브룩필드, KKR 및 여타 운용사들도 그 뒤를 따랐다.

상황은 그로부터 더욱 복잡하게 전개되었다. 이 기업들은 단순히 보험사를 이용한 영구기관만을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규제 차익 거래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교한 역외 구조까지 구축해 두고 있었다. 미국 내 보험사는 연금을 판매하고, 그 위험을 역시 자신들이 소유한 버뮤다 또는 케이맨 소재의 계열 재보험사에 이전했다. 이 재보험사들은 동일한 자산에 대해 더 적은 자본금만 보유해도 되는 유연한 현지 규제를 활용하기 위해 설립된 곳들이었다. 또한 이들 계열사는 역외 특수목적법인(SPV)을 통해 외부 자본을 조달했다. 이는 보험사와 함께 동일한 모기업의 자산 운용 부문이 조성한 사모 대출에 투자하는 새로운 거래 상대방층을 형성했다.

일부 신용평가사들 자체가 사모펀드 소유였다. 그러니 이들이 투명성에 있어 모범생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별로 놀라울 것은 없다. 서로 다른 재무제표와 연결된 여러 기업이 얽히고설킨 거미줄은 그 불투명함에 있어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기초 대출이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졌을 때, 누가 실제로 그 손실을 떠안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실시간으로 도저히 답할 수 없는 영역에 있었다.

2027년 11월의 폭락은 이번 사태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흔히 있을 법한 경기 주기적 하락’에서 ‘훨씬 더 심상치 않은 무언가’로 전환되는 분기점이 되었다. 연준 의장 케빈 워시(Kevin Warsh)는 11월에 열린 FOMC 긴급 회의에서 이를 가리켜 ‘화이트칼라 생산성 성장에 대한 상관관계 높은 베팅들의 연쇄 고리’라고 명명했다.

주지하다시피, 위기를 야기하는 것은 결코 손실 그 자체가 아니다. 그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바로 그 인식을 두려워하게 된, 훨씬 더 크고 중요한 금융 영역이 하나 더 있다.

주택 담보 대출 문제

질로우(Zillow) 주택 가격 지수, 샌프란시스코 전년 대비 11퍼센트 하락, 시애틀 9퍼센트 하락, 오스틴 8퍼센트 하락; 패니메이, 기술·금융 고용 비중 40퍼센트 초과 ZIP 코드에서 ‘초기 단계 연체 상승’ 경고 | 질로우/패니메이(Zillow/Fannie Mae), 2028년 6월

이번 달 질로우 주택 가격 지수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전년 대비 11퍼센트, 시애틀에서 9퍼센트, 오스틴에서 8퍼센트 하락했다. 우려스러운 헤드라인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달 패니메이(Fannie Mae)는 대형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은 우편번호 구역, 즉 신용 점수 780점 이상의 차입자들이 거주하며 통상적으로 난공불락이라 여겨졌던 지역들에서 초기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미국 주택 담보 대출 시장 규모는 약 13조 달러에 달한다. 모기지(주택 담보 대출) 대출 심사는 차입자가 대출 기간 내내 현재와 유사한 소득 수준의 고용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근본적인 가정 위에 구축된다. 대부분 30년 정도는 소득 수준을 유지한다고 본다.

화이트칼라 고용 위기는 기대 소득의 지속적인 변화를 초래하며 이 가정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터무니없게 들렸을 질문을 던져야만 한다. “프라임 모기지(Prime mortgages, 우량 주택 담보 대출)는 과연 안전 자산인가?”

미국 역사상 과거의 모든 모기지 위기는 세 가지 요인 중 하나에 의해 촉발되었다. 투기적 과잉(2008년처럼 주택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대출), 금리 충격(1980년대 초처럼 금리 상승으로 변동금리 모기지가 감당 불가능해지는 경우), 혹은 특정 지역의 경제 충격(1980년대 텍사스의 석유 산업 붕괴나 2009년 미시간의 자동차 산업 붕괴처럼 단일 지역에서 단일 산업이 무너지는 경우)이 그것이다.

이 중 어느 것도 지금의 상황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문제의 차입자들은 서브프라임 등급이 아니다. 이들의 신용 점수는 780점이다. 20퍼센트의 계약금을 납입했다. 깨끗한 신용 이력, 안정적인 고용 기록, 그리고 대출 실행 시점에 소득 증빙과 문서화도 완벽히 마친 상태였다. 금융 시스템의 모든 리스크 모델이 신용 품질의 근간으로 봤던 우량 차입자들이었다.

2008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에는 대출 자체가 실행 첫날부터 부실했다. 그러나 2028년의 대출들은 실행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만 대출이 실행된 이후에 세상이 변해버린 것뿐이다.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된 미래를 담보로 돈을 빌렸던 셈이다.

2027년에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의 초기 징후들을 포착했다. 모기지 상환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었으나, HELOC(주택 담보 신용대출) 인출, 401(k) 퇴직연금 중도 인출, 그리고 신용카드 부채가 급증하고 있었다. 그래도 모기지 상환은 여전히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점차 일자리가 사라지고 채용이 동결되며 보너스가 삭감되자 이들 우량 차입 가구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DTI)은 두 배로 치솟았다.

이들은 여전히 모기지 원리금을 납부할 수는 있었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선택재 지출을 중단하고 저축을 소진하며 주택의 유지 및 보수나 개선 같은 것을 모두 나중으로 미뤄야 간신히 버틸 수 있었다. 서류상으로는 연체 없는 정상 상태였지만, 단 한 번의 추가 충격만으로도 무너질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었으며, AI 역량의 발전 궤적은 그 충격이 머지않아 닥칠 것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전국 평균은 여전히 역사적 정상 범위 안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맨해튼, 오스틴에서는 연체율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는 가장 극심한 국면에 진입해 있다. 주택 가격 하락은 시장의 한계 구매자가 건전할 때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의 한계 구매자들 역시 기존 차입자들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소득 훼손을 겪고 있다.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모기지 위기 단계에 들어선 것은 아니다. 연체율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친다. 그러나 진정한 위협은 현재의 수치가 아니라, 그 수치가 만드는 추세에 있다.

지능 대체 나선은 이제 실물 경제의 쇠퇴를 부추기는 두 가지 금융적 촉진제를 확보했다.

노동 대체, 모기지 우려, 사모 시장의 혼란. 이 요소들은 각각 서로를 강화한다. 금리 인하나 양적 완화와 같은 전통적인 정책 도구는 금융 엔진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나, 실물 경제 엔진에는 대응할 수 없다. 실물 경제 엔진을 움직이는 동력이 긴축적인 금융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을 움직이는 근본 원인은 AI가 인간의 지능을 예전보다 덜 희소하게, 그리고 덜 가치 있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제로 금리 수준으로 금리를 낮추고 시장에 나온 모든 주택저당증권(MBS)과 부도난 소프트웨어 차입 매수 채권을 전량 매입한다 하더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월 200달러의 비용으로 구동되는 클로드(Claude) 에이전트가 18만 달러 연봉을 받는 프로덕트 매니저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공포가 현실화한다면, 올 하반기 모기지 시장에는 균열이 발생할 것이다. 그 시나리오 하에서 현재 진행 중인 주식 시장의 하락 폭은 궁극적으로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의 하락 폭(고점 대비 저점 -57퍼센트)에 필적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S&P 500 지수는 3,500선 부근까지 급락할 것이다. 2022년 11월 이른바 ‘챗GPT 모먼트’가 도래하기 한 달 전 이후로 본 적 없는 수준이다.

분명한 사실은 13조 달러 규모의 주거용 모기지 대출의 근간이 되는 소득 가정이 구조적으로 훼손되었다는 점이다. 반면, 모기지 시장이 이 사태의 의미를 완전히 가격에 반영하기 전에 정책적 개입이 제때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우리는 희망을 품고 있으나, 비관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시간과의 싸움

첫 번째 악순환은 실물 경제에서 시작되었다. AI 성능이 향상되면 급여 총액이 줄어들고, 소비가 위축되어 기업 마진이 압박받으며, 기업은 이를 타개하려 다시 더 많은 AI 역량을 구매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AI 성능은 더욱 향상되는 구조다. 뒤이어 상황은 금융 부문의 악순환으로 번졌다. 소득 훼손이 모기지 시장을 타격했고, 은행의 손실은 신용 경색으로 이어졌으며, 자산 효과가 무너지면서 피드백 루프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그리고 이 두 가지 흐름은, 솔직히 말해 혼란에 빠진 것으로 보이는 정부의 불충분한 정책 대응으로 인해 더욱 악화하였다.

현재의 시스템은 이러한 위기를 상정하고 설계되지 않았다. 연방 정부의 세입 기반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시간'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사람이 일을 하고 기업이 임금을 지불하면, 정부가 그중 일부를 가져가는 구조다. 평시에는 개인 소득세와 급여에 부과되는 세금이 정부 세입의 중추 역할을 한다.

올해 1분기 기준, 연방 세입은 의회예산처(CBO) 기준 전망치를 12퍼센트 하회하고 있었다. 이전 보수 수준으로 고용된 인원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급여세 수입이 감소하고 있다. 벌어들이는 소득 수준이 구조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에 소득세 수입이 감소하고 있다. 생산성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그 이익은 자본과 연산 자원으로 흘러가고 있을 뿐 노동으로는 향하지 않는다.

GDP 대비 노동소득 분배율은 1974년 64퍼센트에서 2024년 56퍼센트로 하락했다. 이는 세계화, 자동화, 그리고 노동자 협상력의 꾸준한 약화가 40년에 걸쳐 만들어낸 완만한 하락세였다. 그러나 AI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지난 4년 사이, 이 수치는 46퍼센트까지 폭락했다. 사상 최대의 낙폭이다.

경제적 산출물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그 산출물이 기업으로 환류되는 과정에서 더 이상 가계를 거치지 않게 되었고, 이는 곧 국세청조차 거치지 않음을 의미한다.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붕괴하고 있으며, 이제 정부가 나서서 이를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모든 경기 침체기가 그러하듯, 정부 지출은 세입이 감소하는 바로 그 시점에 증가한다. 이번 사태의 차이점은 지출 압력이 경기적 성격을 띠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의 자동 안정화 장치(역주: 별도의 정책 결정 없이도 경기 변동에 따라 조세와 정부 지출이 자동으로 조절되어 경기 과열이나 침체를 완화하는 제도적 장치로 실업급여, 누진소득세, 사회보장 이전지출 등이 포함됨)는 일시적인 실직을 위해 설계된 것이지, 구조적 대체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이 시스템은 근로자들이 재흡수될 것이라는 가정 아래 실업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는, 적어도 이전 임금 수준에 근접한 형태로는, 고용 시장에 재흡수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당시 정부는 GDP 대비 15퍼센트에 달하는 재정 적자를 거리낌 없이 감내했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인 조치로 이해되었다. 오늘날 정부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회복 가능한 팬데믹에 의해 타격을 입은 것이 아니다. 그들은 계속해서 발전하는 기술에 의해 대체된 것이다.

정부는 세금으로 거두어들이는 돈이 줄어드는 바로 그 시점에, 가계에 더 많은 돈을 이전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물론 미국이 채무 불이행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지출하는 통화를 직접 발행하며, 그 통화로 채권자들에게 빚을 갚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스트레스는 다른 곳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지방채 시장의 연초 대비 수익률에서 우려스러운 격차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득세가 없는 주들은 건재하지만, 소득세 의존도가 높은 주(대다수의 민주당 집권주)들이 발행한 일반보증채는 일부 채무 불이행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정치권은 이를 빠르게 알아차렸고, 누구를 구제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은 정당 노선에 따라 갈렸다.

현 정부는 다행히도 이번 위기의 구조적 성격을 조기에 인식했으며, 이른바 ‘전환 경제법(Transition Economy Act)’이라는 초당파적 법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적자 재정 지출과 신설될 ‘AI 추론 컴퓨팅세(AI inference compute tax)’를 재원으로 하여,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에게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프레임워크다.

논의 테이블 위에는 한발 더 나아간 급진적인 제안도 있다. ‘AI 번영 공유법(Shared AI Prosperity Act)’은 AI 인프라 자체의 수익에 대한 공공의 청구권을 확립하고자 한다. 이는 국부 펀드와 AI 생성 산출물에 대한 로열티의 중간적 성격을 띠며, 여기서 발생하는 배당금으로 가계 지원금을 충당하는 구조다. 민간 부문 로비스트들은 이것이 미끄러운 비탈길이 될 것이라며 언론에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막후 정치 상황은 암울할 정도로 뻔하게 흘러갔다. 소모적인 생색내기와 벼랑 끝 전술로 인해 악화 일로였다. 우파는 자금 이전과 재분배를 마르크스주의로 규정하고, 컴퓨팅 자원에 대한 과세가 중국에 주도권을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경고한다. 좌파는 기존 거대 기업들의 조력을 받아 설계된 세금이 결국 규제 포획의 또 다른 이름이 될 뿐이라고 경고한다. 재정 보수파는 지속 불가능한 적자를 지적한다. 재정 매파는 감당할 수 없는 적자를 지적하고, 비둘기파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단행되었던 성급한 긴축 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분열은 올해 대선을 앞두고 더욱 심화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말다툼을 벌이는 동안, 사회적 결속력은 입법 절차가 진행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

‘실리콘밸리 점령 운동(Occupy Silicon Valley)’ 운동은 이러한 광범위한 불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달, 시위대들은 앤트로픽과 오픈AI의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입구를 3주 연속 봉쇄했다. 시위 인원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의 행동은 시위의 도화선이 된 실업 통계 수치보다 더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파 속에서 시민들이 은행가들보다 더 증오하는 대상을 상상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AI 연구소들이 그 자리를 넘보고 있다. 그리고 시민들의 시각에서 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들의 창립자와 초기 투자자들은 도금 시대조차 초라하게 만드는 속도로 부를 축적했다. 생산성 폭증으로 발생한 이익이 거의 전적으로 컴퓨팅 자원의 소유주와 이를 운영하는 연구소 주주들에게만 돌아가면서, 미국의 불평등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대되었다.

각 진영은 저마다의 악당을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악당은 시간이다.

AI의 성능은 제도가 적응할 수 있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정책적 대응은 현실이 아닌 이데올로기의 속도로 움직인다. 만약 정부가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조속히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앞서 언급한 악순환의 피드백 루프가 그들을 대신해 역사의 다음 장을 써 내려가게 될 것이다.

마치며 - 지능 프리미엄의 해소

현대 경제사의 전 기간에 걸쳐, 인간 지능은 희소 자원이었다. 자본은 풍부했거나 적어도 복제 가능했다. 천연자원은 유한했으나 대체 가능했다. 기술은 인간이 적응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느린 속도로 발전했다. 분석하고, 결정하며, 창조하고, 설득하며, 조정하는 능력인 지능이야말로 대규모로 복제할 수 없는 유일한 대상이었다.

인간 지능의 본질적인 프리미엄은 바로 그 희소성에서 기인했다. 노동 시장부터 모기지 시장, 세법에 이르기까지 우리 경제의 모든 제도는 이 가정이 유효한 세상을 전제로 설계되었다.

우리는 지금 그 프리미엄이 해소되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다. 기계 지능은 이제 점점 더 넓은 범위의 과업에서 인간 지능을 대체할 수 있는, 유능하고 빠르게 발전하는 대체재가 되었다. 인간의 정신이 희소했던 세상을 위해 수십 년간 최적화되어 온 금융 시스템은 이제 가격 재산정에 돌입했다. 이 과정은 고통스럽고 무질서하며, 아직 완성되려면 멀었다.

그러나 가격 재산정이 곧 붕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 그 균형점에 도달하는 것은 이제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과제 중 하나로 남았다. 그리고 우리는 이 일을 올바르게 해내야만 한다.

경제 역사상 가장 생산적인 자산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이는 현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누구의 프레임워크도 현재 상황에 들어맞지 않는다. 희소했던 투입 요소가 풍부해진 세상을 위해 설계된 모델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만들어야만 한다. 제때 이를 구축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당신은 이 글을 2028년 6월에 읽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2026년 2월이다.

S&P 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에 근접해 있다. 앞서 묘사한 악순환의 피드백 루프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우리는 이 시나리오 중 일부는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동시에, 기계 지능의 발전이 계속해서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 또한 확신한다. 인간 지능이 누려 온 프리미엄은 점차 축소될 것이다.

투자자로서 우리는 자신의 포트폴리오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이 이 10년을 버텨내지 못할 가정들 위에 구축되어 있는지 점검할 시간을 아직 가지고 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여전히 선제적으로 대응할 기회가 있다.

이 글의 내용은 단순한 시나리오이지, 예측이 아니다. 이 글은 비관론자들의 말초적 자극물도, AI 종말론자들의 팬 픽션도 아니다. 이 글의 유일한 목적은 지금껏 비교적 충분히 탐구되지 않은 시나리오를 모델링하는 데에 있다. 동료 알라프 샤(Alap Shah)가 문제를 제기했고, 우리는 함께 그 답을 구상했다. 이 부분은 우리가 집필했으며, 그는 별도의 두 편을 저술했다. 해당 글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광산 속 카나리아는 아직 살아있다.
* 어떤 이야기는 너무 흥미진진해서 길게 들려줄 수밖에 없죠. longread 시리즈는 단편 소설처럼 잘 읽히는 피처 라이팅입니다. 월 1회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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