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환율: 코로나 사태와 원유 증산 경쟁으로 26일 루블·달러 환율은 78.39루블로 한 달 전의 65.49루블에 비해 16퍼센트 올랐다. 루블 가치가 달러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이다. 달러를 기준으로 한 러시아의 원유 생산 비용도 하락했다. 반면 사우디 화폐인 리얄의 가치는 그대로다. 사우디는 달러 연동 고정 환율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 러시아 국영 정유사 로스네프트(Rosneft)의 배럴당 생산 비용은 지난해 3.1달러에서 현재 2.5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로이터가 추산했다. 사우디 국영 정유사 아람코의 생산 단가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2.8달러로 유지되고 있다.
- 루블 폭락은 러시아 경제 전반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생산 단가가 높은 미국의 셰일 오일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러시아 기업들에는 도움이 된다. 사우디와의 증산 경쟁에 투입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비축 시설: 사우디의 무기는 버틸 수 있는 여력이다. 사우디는 비축 시설을 다량 보유하고 있어 증산 후 팔려나가지 않은 원유를 보관해 뒀다가 추후 유가가 상승하면 시장에 풀 수 있다.
- 시장 분석 기관 데이터 이니셔티브 공동 기구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원유 비축 시설 재고량은 1월 기준 1억 5400만 배럴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3억 1000만 배럴에 달했던 2015년 비축량의 절반 정도다.
미국의 협상 제안: 2018년 원유 생산량 점유율 16.2퍼센트로 세계 1위 산유국이 된 미국은 가격 경쟁력에서도, 비축 여력에서도 밀리고 있다. 미국은 사우디와 원유 생산량을 줄이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 배럴당 40달러 이상으로 생산 단가가 높은 미국 셰일 오일 업계는 유가 하락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인도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이동 금지령을 발효하면서 정유 업계의 위기는 가중되고 있다. 인도는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세 번째 원유 소비국이다.
- 미국은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원유 감산 협상을 시작했다. 오는 11월 열리는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사우디의 지위를 활용한 압박 전략도 거론되고 있다.
결론: 러시아, 사우디는 각자의 무기를 확보하고 장기전에 돌입할 태세다. 그러나 재정의 상당 부분을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러시아와 사우디도 장기간 버티기는 어렵다. 전 세계적 경기 침체가 예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유 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결국 이번 유가 전쟁은 승자 없이 피만 흘리고 끝나는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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