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30일 정치
개혁 공천은 없었다
제21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4·15 총선 후보 등록이 27일 끝났다. 253명을 뽑는 지역구 선거에는 1118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47개 의석이 걸린 비례대표 선거에는 35개 정당이 312명의 후보를 내세웠다.

핵심 요약: 이번 공천은 ‘개혁 공천’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평가가 많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비례 공천 과정에서 유난히 잡음이 컸고, 현역 의원 교체 비율, 청년과 여성 후보 비율도 기대를 밑돌았다.
공천: 공천이란 정당이 공직 선거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을 말한다. 스포츠에서 국제 경기를 앞두고 태극 마크를 달고 나갈 선수를 선발하듯, 선거를 앞두고 정당의 대표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다. 지원자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등 공천 심사 서류를 당에 제출하면, 공천심사위원회는 서류 합격자에 한해 면접을 실시한다. 이후 경선 등을 치러 최종 공천자를 확정한다.
  • 경선: 입후보자가 2명 이상일 때 경선을 치른다. 보통 전화 여론 조사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지지도가 높은 사람이 공천을 받는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경선에 참여한 뒤 패한 사람은 해당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 단수 공천: 입후보자가 1명이거나 경쟁 상대가 있어도 지지도 차이가 클 때는 경선 없이 공천이 결정된다. 단독 신청자의 선거 경쟁력이 현저히 낮을 때는 공천을 유보하고 재공모하거나 전략 공천 지역으로 전환된다.
  • 전략 공천: 단수 공천의 일종이다. 당이 후보자를 직접 선정해 특정 지역의 후보로 공천하는 것이다. 예컨대 A정당이 B지역에서 지지도가 낮다면, 거물급 정치인을 출마시켜 선거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 공천 잡음: 지역 여론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경선은 비교적 논란의 여지가 적지만, 단수 공천과 전략 공천은 뚜렷한 근거 없이 대통령, 당 대표 등 실력자의 입김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 총선 때마다 잡음이 나온다.

21대 총선 공천 분석: 이번 총선 공천 역시 ‘개혁 공천’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평가가 많다.
  • 현역 의원 교체: 더불어민주당은 현역 의원 129명 중 36명이 공천을 받지 못해 현역 의원 교체율 27.9퍼센트를 기록했다. 미래통합당은 현역 의원 124명 중 53명이 공천을 받지 못해 현역 의원 교체율 42.7퍼센트를 기록했다. 역대 총선에서는 현역 의원 교체 비율이 높은 정당이 승리했다.
  • 청년, 여성 비율: 지역구 후보자 1118명 중 남성은 905명, 여성은 213명이다. 여성 비율은 19퍼센트를 기록했다. 연령별로는 20~30대 후보자가 71명으로 6.3퍼센트에 그쳤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여성과 청년 후보를 대거 발탁하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 비례대표 혼선: 47명을 뽑는 비례대표 선거에 35개 정당이 등록을 했다. 투표용지의 길이가 51.9센티미터에 달한다. 전자 개표기에 들어가지 않아 일일이 손으로 개표해야 한다. 이번에 새로 도입되는 선거법이 비례 정당 난립을 자초했다.

결론: 선거 의식 조사에 따르면 투표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요인은 인물(35.6퍼센트), 정당(33.2퍼센트), 정책(19.4퍼센트) 순으로 나타났다. 정당과 인물은 모두 확정됐다. 이제 정책을 잘 살펴 투표하는 일만 남았다.
2020년 3월 25일 정치
선거를 망치는 선거법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 4·15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 명단을 확정했다.

핵심 요약: 이번 총선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고 처음 치러지는 선거다. 국민의 정치적 의사에 비례하지 않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다수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상세: 역대 가장 어려운 총선이 예상된다. 정당이 아니라 유권자 입장에서 머리가 복잡한 선거다. 새로 바뀐 선거법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를 계산하기가 어렵고, 비례대표용 정당도 수십 개에 달해 투표용지에서 정당명을 찾기도 어렵게 됐다.
  • 기존 국회의원 선거 방식: 총 300명을 선출한다. 지역구 의원이 253석, 비례대표 의원이 47석이다. 유권자는 투표용지 두 장을 받아 한 장은 지역구 의원 후보에게, 다른 한 장은 지지 정당에 투표를 하는데, 이 정당 지지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이 배분된다.
  • 이번부터 달라지는 선거 방식: 전체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는 예전과 같지만,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식이 달라졌다. 정당 지지율을 전체 의석수와 연동시켜 비례 의석을 배분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시된다. 지역구 의석수가 적을수록 비례 의석을 많이 가져가는 구조여서 신생 정당과 군소 정당에 유리하다. 당초 취지는 그랬다.

타임라인: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이번 총선에 비례대표 후보를 ‘공식적으로는’ 내지 않는다. 바뀐 선거법을 최대한 이용해 비례 의석을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서다.
  • 지난해 12월 27일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군소 야당 4곳은 이른바 ‘4+1 협의체’를 꾸려 공직선거법을 개정했다. 당초 표의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 다당제 실현이 목표였지만, 협상이 거듭되면서 개혁 취지를 잃었다. 그 결과 국민도 알 수 없는 복잡한 선거법이 나왔다. 인터넷에는 의석수 계산기까지 등장했다.
  •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선거법 개정 논의에서 배제됐다며 올해 2월 5일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했다. 위성 정당이란 비례 의석을 최대한 많이 가져가기 위해 지역구 후보 없이 비례대표 후보만 내는 정당이다. 총선 이후 모(母) 정당과 합당 등의 형식으로 ‘헤쳐 모이게’ 된다.
  • 위성 정당을 ‘꼼수 정당’, ‘유령 정당’, ‘페이퍼 정당’이라 비판했던 더불어민주당도 비례 의석수에서 손해를 볼 수 있게 되자, 3월 8일 범여권 정당들과 함께 더불어시민당을 출범시켰다.
  • 선거를 앞두고 급조한 정당이다 보니 비례 후보를 심사하는 과정도 짧았다.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 모두 공천관리위원회를 꾸린 지 사흘 만에 공천자 명단을 발표해 졸속 심사 논란이 일었다.

위성 정당의 선거 전략: 자리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 이번 선거에서 정당 투표용지에 올라갈 정당 개수는 40여 개가 넘는다. 현역 의원이 많은 정당일수록 정당 투표용지에서 상위 순번을 배정받는데, 투표용지의 상단으로 올라가면 유권자의 눈에 띄기 쉽다.
  • 거대 양당은 투표용지의 윗자리를 따내기 위해 ‘현역 의원 꿔주기’에 나서고 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소속 의원 7~10명을 탈당시킨 뒤 비례 정당 더불어시민당에 입당하게 할 예정이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도 비례 정당 미래한국당에 의원 9명을 파견했다.

결론: 언론과 시민 단체는 물론이고 선거법을 고친 당사자인 범여권마저 벌써부터 선거법 개정을 말하고 있다. 새 선거법으로 선거도 치르기 전에 법 개정을 논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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