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인권 변호사, 시민운동가 출신의 3선 서울시장이다. 국내 최초로 성희롱 사건의 변호를 맡았고, 소액 주주 권리 찾기, 국회의원 낙선 운동, 1인 시위 등을 주도해 시민 사회 운동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례는 5일간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러진다.
- 실종 전날인 8일 오후, 박 시장의 전직 비서가 2017년부터 박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이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 박 시장이 속한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논평을 내고 “서울 시민을 위해 헌신하셨던 분”이라며 애도했다. 여권 주요 인사들은 빈소를 찾아 박 시장의 업적을 추모했다. 서울시청 앞 시민 분향소에도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조문을 보류했다. 정의당 일부 의원에 이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조문을 거부했다. 피해자 2차 가해가 우려되고, 서울시 5일장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서울시 5일장 반대’ 국민 청원 참여 인원은 이틀 만에 50만 명을 넘겼다.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 6·25 전쟁 영웅이다. 전쟁 초기의 전세를 뒤집은 ‘낙동강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한국군 최초의 4성 장군이다. 휴전 회담 한국 대표, 합참의장, 주중 한국 대사, 교통부 장관 등을 지냈다. 장례는 5일간 육군장으로 치러진다.
- 백 장군은 일제 강점기 때 간도특설대에서 장교로 복무했다. 간도특설대는 일본 괴뢰국인 만주국이 항일 조직을 토벌하기 위해 만든 부대다. 백 장군은 2009년 친일 반민족 행위자 명단에 포함됐다.
- 미래통합당은 백 장군의 인생이 “대한민국을 지켜 온 역사 그 자체”라며 애도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백 장군의 공로가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에 비해 작지 않다”며 서울 동작동 현충원에 안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친일 논란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백선엽 씨는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한 장본인”이라며 현충원 안장에 반대했다. 백 장군은 대전 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결론: 두 죽음 앞에서 애도하거나 애도할 수 없다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언론의 책임은 없을까. 주말 사이 수천 건이 넘는 부고 기사가 쏟아졌다.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죽음을 앞다퉈 전했고, 유력 인사들의 말을 빌려 고인의 삶을 압축했다. 애도할 틈도, 공과를 반추할 여유도 없이 논쟁이 점화됐다. 뉴욕타임스의 편집자 윌리엄 맥도널드는 부고 기사를 “과거를 비추는 백미러”라고 말한다. 뉴욕타임스는 사후 발표를 전제로 생전에 부고 인터뷰를 수시로
갖는다. 인생의 부분이 아닌 전체를 꿰뚫고 역사가 녹아 있는 부고 기사가 나오는 배경이다. 광장의 인파는 잘못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