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를 뒤흔든 폭발: 레바논 도심을 강타한 이번 폭발로 병원, 정부 청사, 항만 등 주요 시설이 파괴됐다.
- 두 차례에 걸친 폭발은 발생 지점 수 킬로미터 바깥의 유리창을 조각낼 정도로 강력했다. 진도 3.3을 기록한 이번 폭발은 160킬로미터 떨어진 사이프러스에서도 감지됐다. 특히 폭발 지점이 도심에서 가까워 피해가 컸다. 베이루트 도심은 뒤집힌 자동차, 부상자와 건물 잔해로 뒤덮였다. 중심가의 세인트 조지 종합병원도 폭발로 무너져 밀려들어 오는 부상자를 돌려보내야 했다.
- 폭발의 원인은 베이루트항에 6년간 보관돼 있었던 2750톤의 질산암모늄으로 보인다. 질산암모늄은 폭탄이나 비료를 만드는 원료다. 581명의 희생자를 낸 1947년 미국 텍사스시티 항구 폭발 사고 등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낸 과거의 폭발 사고의 원인이었다.
- 16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테러 공격에도 질산암모늄이 사용됐다. 이번 사건을 단순 폭발 사고로 단정 짓기 어려운 이유다.
레바논, 갈등의 역사: 레바논은 종파 갈등으로 1975~1990년 장기 내전을 겪었다. 지금도 이스라엘과 시아파 헤즈볼라 민병대 사이의 긴장으로 테러 발생 위험이 높은 상황이다.
- 2차 세계 대전 이전 프랑스 식민지였던 레바논에는 독립 이후 기독교도 중심의 정부가 들어섰다. 지중해 해안 지역은 기독교도와 수니파 무슬림이 다수고, 시리아, 이스라엘과 접하는 내륙 지역은 시아파 무슬림이 대부분이다.
- 종파 갈등은 1975년 내전으로 폭발했다. 이스라엘 건국 이후 무슬림 난민이 대거 유입되자 무슬림 민병대와 기독교도의 전투로 ‘15년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전쟁은 시아파를 지지하는 이란, 시리아 및 소련,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아랍 연맹, 프랑스 등 서방 국가와 이스라엘까지 개입하며 해결책 없는 국제전으로 치달았다.
- 민족, 계급 해방을 외치는 시아파 급진주의 단체인 헤즈볼라는 내전 중 창설됐다. 1990년 내전 종식 이후에도 무장 해제를 거부해 현재 레바논 정부군에 버금가는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2006년 이스라엘과 독자적인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서방 국가들은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있지만, 13명의 의원과 내각의 장관을 배출하고 있는 합법 정당이다. ‘종파 균형 원칙’으로 헤즈볼라가 반대하는 정책은 레바논 정부에서 추진되기 어렵다.
전망: 이번 폭발로 레바논 기독교 정당 ‘카타이브’의 당 서기인 나자르 나자리안이
사망했다. 테러로 밝혀진다면 또 다른 종파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레바논 종파 갈등,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및 이스라엘의 중동 내 힘겨루기에 서방 국가와 러시아의 개입으로 얼룩진 레바논 현대사에서 이번 폭발 사건은 또 다른 변곡점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