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 솔루션 제영호 대표이사 - 소리로 세상을 바꾸고 있는 스타트업

소리로 세상을 바꾸고 있는 스타트업
JD 솔루션 제영호 대표이사

 
멀뚱히 회의실에 앉았는데 갑자기 천장에서 소리가 뚝 떨어졌다. 이게 뭔가 싶어 보니 정작 스피커는 내 앞에 있다. 고개를 갸우뚱했더니 순식간에 소리가 멀리 사라지고 다시 고개를 가누니 명료한 소리가 들려온다. 기술이다. 소리를 필요한 곳에만 명확히 전달하는, 쉽지 않은 기술이다. 이 신기한 기술은,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바꾼다. JD 솔루션의 제영호 대표는 15년 동안 소리에만 집착해 왔다. 투자받기 쉽지 않은 분야를 알리며 시장을 키웠고, 기술적 완벽에서 고객과의 접점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며 난관을 극복해 왔다. 스타트업의 사명은 혁신으로 삶을 더 나아지게 한다는 것이다. 이를 현실로 만드는 과정에는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객관화를 할 수 있는 CEO의 관점이 필요하다.

초지향성 음향 기술로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무지향성 스피커는 어느 방향에서든 동일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지향성 스피커는 특정 방향으로 소리를 전달한다. JD 솔루션은 초지향성 기술을 갖고 있다. 아주 좁은 범위에서만 들을 수 있도록, 혹은 넓은 범위에서도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조정할 수 있다. 또, 소리를 어느 방향에서 들을 수 있게 할 지도 세밀하게 조절 가능하다.

신기하다. 하지만 이런 기술이 왜 필요한가?

우리의 일상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지금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가산동 큰길 사거리 횡단보도에도 초지향성 스피커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보행자가 위험한 위치에 서 있으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안내 음성이 나간다. 그런데 이 음성은 필요한 당사자에게만 들린다. 주변을 지나가는 보행자는 방해하지 않는다. 이것이 초지향성 기술이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를 명료하게 전달한다는 가치다.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도 도플러 효과 없이, 반사 없이 잘 들리는 안전 운행 고지를 한다거나, 발전소와 같은 산업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확실히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한다. 이미 우리 기술을 통해 현실화한 사례들이다. 특히 소음이 심한 환경, 곡선 구간 등에서는 명료도를 높이기 위해 주파수를 변주해서 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피커의 구조나 앰프, 음향 지연 송출 등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더 적극적인 안전 대책도 강구할 수 있다. 사람이 많이 모여 위험한 환경에서도 모두가 안내 사항을 제대로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이동형 비상 방송 스피커다. 이미 현장에서 사용 가능하다.

소리를 제대로 전달하는 기술이 곧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장벽을 허무는 기술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청각 장애가 있는 분들, 노화 등으로 청력이 약해진 분들을 위해서도 초지향성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필요한 청자에게만 필요한 만큼 크게 소리를 전달하면 된다. 어르신들이 집안에서 TV를 크게 틀어놓고 계시는 경우가 꽤 있다. 가족 간에, 이웃 간에 갈등이 생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면 청력이 만드는 장벽을 허물 수 있다.

방해받지 않는 것을 넘어 신체 능력의 한계가 삶의 장벽이 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활용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뮤즈’라는 우리 스피커를 소개하고 싶다. 미술관에서 작품 앞에 사람이 멈춰 서면 눈앞의 작품 설명이 관람객에게 ‘떨어지도록’하는 스피커다. 센서가 부착되어 있어 큐레이터가 없다 하더라도 설정한 언어로 해설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기술을 확장하면 ‘나만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많은 것이 가능해진다. 키오스크나 노트북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시각 장애나 난청을 가진 분들의 생활 패턴을 바꿀 수 있다. 또, 올해 말에는 시니어를 위한 스피커가 출시 예정이다.

소리로 사람을 살리고 장벽을 허물고 있다. 사실, 음향 분야의 스타트업이라니 좀 생소했다.

VR 회사에서 근무하던 당시 사운드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시각 외적인 요소를 활용해 현실감을 극대화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던 것이다. 예를 들어 폭발음을 통해 충격파를 만들거나 피격 상황에서 진동을 느끼게 하는 등 다양한 효과가 시각이 아닌 청각으로 구현될 수 있다.

소리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얘기다.

15년 전 이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바로 그것이다. 소리를 통해 별다른 장비 없이도 어떤 효과를 감각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건물이 붕괴하는 것 같은 효과도 만들 수 있다. 저음역을 강하게 쓰면 몸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15년이다. 소리라는 낯선 분야에만 집착해 왔다.

가장 힘들었던 것이 고객에게 우리 기술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소리란 직접 들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다. TV나 라디오 등의 매체를 통해 나가면 우리 기술을 온전히 경험할 수가 없다. 그러니 직접 만나 들려드리는 방법뿐이다. 한국 회사라는 점 때문에 편견을 갖는 경우도 있었다. 같은 기술을 가진 미국 경쟁사보다 우리 기술이 더 낫다는 것을, 직접 들어보기 전까지는 믿어주지 않았다.

어떻게 돌파했나?

우리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직접 들어봐야 고정관념이 깨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품이 완전무결하지 않더라도 빨리 시장에 내놓고 평가를 받아서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나 스스로 기술자 출신이다 보니 초반에는 제품을 잘 만드는 것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결국 좋은 기술이 널리 쓰이려면 마케팅과 고객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올해 CES에도 참가하는 등 이제는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는 인상이다.

이번 CES는 사실 무척 아쉬웠다. 눈에 띄기 어려운 곳에 부스 위치를 배정받아 적극적인 활동이 어려웠다. 다음번에는 단독 부스를 준비하려고 한다.

아쉬운 일이다. 사실 이번 CES의 화두는 아무래도 AI였는데?

누구나 AI를 사용하게 되었고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다. 관건은 차별성이다. JD 솔루션은 AI와 사람의 소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무인 편의점에 들어가 “사브레 과자 어디 있나요?”라고 질문했을 때 카메라와 마이크가 나를 인식하고 나에게만 들리도록 답변을 해 준다면 어떨까? 소리는 감시보다는 동반의 느낌을 강하게 준다. 미래의 무인점포는 이런 모습 아닐까.

현실화한다면 멋지겠다.

실제로 우리 스피커가 일본 후지츠사의 AI 무인 편의점에 납품되고 있다. 지금은 물건을 계산 없이 그대로 들고 나갈 경우 귓가에 “어서 오세요”라는 인사말이 들리게끔 하는 보안 기능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효과도 인정받았다. 이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앞서 이야기한 무인점포의 미래도 곧 현실이 될 수 있다.

소리로 세상을 바꿔 나가겠다는, 거창한 포부다.

우리의 자체 스피커도 있지만, 각각의 오디오 회사들은 고유의 소리 특성을 갖고 있다. 그 특성을 존중하면서 우리가 가진 기술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형태로 협업한 예시가 후지츠와의 작업이다. 이런 방식으로 이 기술이 어디든 적용될 수 있다.

꾸준히 업력을 쌓아온 결과다.

우리나라에서 음향 분야는 인정받기 힘들다. 그만큼 투자를 받기도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줘야 시장 규모가 커지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 사실 소리가 없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반대로 소리가 명료해지면 사람을 살릴 수 있고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다. 이것을 체감하게 된다면 이 분야의 가치도 결국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신아람 에디터

* 2024년 6월 19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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