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사태에 대비하라
2화

중국의 격리 조치와 세계 경제

꽉 막힌 도시

16세기의 건축물과 연못으로 구성된 중국 상하이 중심부의 정원 위위안(豫园)은 중국의 새해 휴일을 축하하는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산책로에는 화려한 조명등이 설치됐고, 노점은 만두로 가득했다. 출입구에는 몰려드는 인파를 관리하기 위한 경비원 수십 명이 서 있었다. 단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면, 바로 사람들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로 사람들은 집에만 머무르고 있다. 인근 실크 스카프 가게의 리신밍은 말했다. “오늘은 몇 개만 팔아도 장사 잘한 거예요.” 지난해 춘제(春節) 기간, 위위안을 찾은 방문객은 70만 명에 달했다. 정원과 인근 상인들에게는 이 기간이 성수기다. 올해는 그렇지 않다. 리신밍은 올해 춘제 기간의 손실은 앞으로 몇 달 동안의 수입을 상쇄할 만큼 크다고 말한다.

중국, 그리고 중국의 경제와 연결된 세계의 많은 기업과 국가들의 문제는 리신밍이 겪고 있는 문제가 더 넓은 범위로 확장될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다. 분명한 참고 자료는 2003년에 있었던 또 다른 코로나바이러스 사스와의 싸움이다. 전염병이 한창일 때 중국의 성장은 급격히 둔화되었으나, 바이러스가 억제된 후에는 빠르게 반등했다. 다른 최근의 전염병 사례들은 좋은 의사들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 한, 경제 전문가들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강화시켰다. 2006년 조류 독감이나 2009년 신종 플루 모두 세계 전망을 어둡게 만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냉철한 투자자들조차 이 새로운 전염병이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홍콩 증시는 보고된 감염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10퍼센트 가까이 하락했다. 여진은 이제 세계 시장을 조금씩 흔들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사스 바이러스보다는 치명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심각성이 아니라, 중국이 발병을 통제하는 방식의 속성과 잠재적인 지속 기간이다. 그리고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의 혼란은 세계적인 영향을 미친다. 컨설팅 기업인 가베칼 드래고노믹스(Gavekal Dragonomics)의 분석가들은 “중요한 것은 병이 아니라, 치료”라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전염병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의 90퍼센트가 타인과 어울리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에서 시작된다고 추정한다. 이로 인해 사무실과 상점들이 문을 닫게 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피해 지역을 격리하고 전국적으로 대인 접촉을 제한하려는 정부의 정책으로 이러한 두려움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공공 의료 전문가들은 이것이 올바른 접근법인지 논쟁하고 있지만, 경제학자들은 그 비용을 계산하게 될 것이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후베이(湖北)성에서 감지되고 있다. 후베이성의 수도인 우한(武漢)은 가장 먼저 격리되었다. 이후 거의 60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살고 있는 후베이의 나머지 지역도 폐쇄되었다. 식음료를 실은 트럭과 의료품을 제외하면 도시와 마을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일부만 허가를 받아 도시 외부로 나갈 수 있다. 이런 대규모 고립은 공중 보건 전략으로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병원 운영과 영화 스트리밍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경제 활동은 중단되었다. 후베이는 중국 국내 총생산(GDP)의 4.5퍼센트를 창출하는 지역이다. 이 지역을 폐쇄하는 일은 중국의 경제에 구멍을 만들 수밖에 없다.

중국의 다른 도시들은 격리되지는 않았지만, 지역 주민들은 격리된 것처럼 느끼며 살고 있다. 가족과 친구들과 만나 사원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고 식당에 가는(거주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연휴의 중요한 행사라고 할 수 있다) 대신에 사람들은 아무도 만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사람들에게 군중이 모이는 장소를 피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권유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이런 분위기는 소비를 저해할 것이다. 바이러스를 막는 데 얼마나 걸리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는 달라지겠지만, 적기는 이미 놓쳤다. 지난해 춘제 주간 소매 판매액은 1조 위안(170조 2300억 원)을 돌파해 평균 주간 판매액보다 3분의 1 이상 많았다. 올해는 지난해에 못 미칠 것이 확실하다.

일부 산업들은 특별히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춘제 기간의 영화 관람 수익은 중국 박스오피스 수익 전체의 9퍼센트를 차지했다. 올해는 중국 전역의 1만 1000개 영화관 거의 전부가 문을 닫았다. 춘제 시즌 국내 관광 관련 지출은 지난해 5000억 위안(85조 1150억 원)을 넘어 연간 총액의 8퍼센트에 달했다. 올해는 바이러스를 우려한 사람들이 여행을 취소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가 공장과 사무실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있다. 상하이와 광둥성을 포함한 몇몇 주요 경제 중심지들은 새해 연휴를 일주일 연장하고, 2월 10일부터 업무를 재개할 것을 요청했다. 중국 기업들은 연휴가 끝난 뒤 다시 속도를 높이는 일에 언제나 느린 편이다. 기술 대기업인 텐센트와 같은 일부 회사들은 직원들이 집에서 일하도록 할 수 있지만, 추가적인 일주일의 휴가는 업무 복귀 속도를 더 늦춰 놓을 것이다. 게다가 휴일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간 수천만 명의 노동자들은 일터로 돌아가는 버스나 기차에 올라타지 않고, (고향에서) 전염병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너의 고통은 나의 고통


사스 발병 시기와 지금의 상황을 비교할 때,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중국의 중요성이다. 2003년 중국은 세계 GDP의 4퍼센트를 창출했다. 지난해에는 16퍼센트였다. 중국의 소비 둔화와 생산 차질은 중국 국경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많은 돈을 쓰는 중국인 관광객들에 익숙해진 국가들은 잔혹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중국 정부는 모든 관광 기업들에게 바이러스가 통제될 때까지 영업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태국 당국은 올해 중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해에 비해 200만 명 줄어든 900만 명에 그쳐 관광 수입이 약 15억 달러(1조 7917억 5000만 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항공사의 주가는 폭락했다. 전염병은 일시적이더라도 엄청난 규모의 탑승 감소를 일으킨다. 그리고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여행객을 내보내는 관광 시장이다.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중산층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 기업들도 취약하다. 스타벅스는 중국 내 4292개 매장 중 절반 이상을 임시 휴업했다. 아직 문을 닫지 않은 매장에도 사람들의 발걸음은 드물다. 일부 매장은 마스크를 쓴 고객만 입장할 수 있다는 공지를 하기도 했다. 마스크 판매는 3M 같은 회사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드문 영역이다. 디즈니는 1년 중 가장 바쁜 주간인 새해 휴일을 맞고도 상하이 리조트의 문을 닫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은 이제 막 ‘쥐의 해’로 접어들었다. 쥐를 활용한 브랜드를 갖고 있는 회사에게는 엄청난 마케팅 기회였다.
격리의 변수들/ 홍콩 항셍 지수(하늘색)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빨간색) 추이/ 중국 춘제 기간 대중교통 이용객 수, 철도(파란색), 항공(하늘색)/ 중국 춘제 기간 박스오피스 수익(10억 위안)/ 출처: 블룸버그, 중국 국가 보건위원회, 윈드 인포, 중국 국무원.
공장 폐쇄의 여파는 세계 경제를 휩쓸 것이다. 우한은 제조업의 허브이고, 자동차 제조의 중심이다. 닛산, 혼다, 제너럴 모터스는 우한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우한이 중국 전역의 2000개 도시 가운데 열세 번째로 큰 공급망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예를 들면, 우한의 양츠 광섬유 케이블(YOFC)은 데이터 전달에 쓰이는 광케이블을 만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다.

중국 내 다른 지역의 업무 중단은 그 정도는 우한에 비해 가볍더라도 더 폭넓은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부 영향은 치명적이다. 전 세계 의약품의 원료 약 80퍼센트는 중국에서 온다.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이지만 산업적 영향은 큰 품목들도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플라스틱 꽃의 90퍼센트를 공급한다. 애플 스마트폰을 만드는 폭스콘의 주가는 10퍼센트 하락했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많은 회사들은 이미 중국 공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 바이러스는 꼭 정치 문제가 아니더라도, 공급원을 다양화하는 일이 얼마나 훌륭한 보험인지를 상기시키고 있다. 그러나 지난 한 해는 공급원을 다양하게 구축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 주었다. 미국과의 긴장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세계 수출 비중은 증가했다. 기업들은 제조에 필요한 핵심 자원의 대체품을 찾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게다가 중국 경제는 쥐의 해로 가는 시기에 암울한 출발을 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에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다. 컨설팅 기업 플레넘(Plenum)의 첸롱(Chen Long)은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2퍼센트로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2019년 4분기의 6퍼센트보다 낮은, 수십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그는 중국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강력한 반등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랫동안 갇혀 있었던 사람들은 상점과 식당으로 몰려들 것이다. 공장들은 놓친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작업을 서두를 것이다. 정부는 경기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인프라 지출을 늘릴 것이다.

문제는 정상 상황이 언제 재개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위위안 인근의 상인 리신밍은 기다릴 수 없었다. 사업이 중단되다시피 한 상태에서 그는 실크 스카프 가게에서 일하는 세 명의 직원들에게 무급 휴가를 제안했다. 중국의 많은 중소 기업들도 이런 결정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온 나라가 대가를 치르고 있다.

* 관련 콘텐츠를 더 읽고 싶으신가요? 아래 키워드를 클릭해 보세요.
#정치 #외교 #경제 #세계경제 #중국 #건강 #이코노미스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