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항상 조금은 이방인 같은 느낌이었어요.” 울프는 한 인터뷰에서 고백했다. 그는 과학자였고, 처음에는 1980년대에 시작된 유기농 운동에 회의적이었다. 그는 유기농 운동이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최우선 과제는 미래의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작물 개발이었다. 하지만 그는 연구를 거듭할수록 작물의 저항력에 핵심적인 요소가 품종의 다양성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다. 지난 수십 년간 현대 농업이 제초제와 단일 재배로 제거해 버린 바로 그것 말이다. 만약 병원체가 유전적으로 동일한 작물을 공격하면 밭 전체가 말살될 수도 있었다.
울프는 은퇴를 앞두고 혼합 농업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 보기로 했다. 혼농임업(농업과 임업을 혼합한 형태)은 1970년대, 미국의 식물 육종사 필 루터(Phil Rutter)가 던진 근원적인 질문 이후로 자리를 잡았다. 자연 상태에서의 지배적인 구조가 나무, 즉 다년생 식물이라면, 왜 인간은 지난 1만 년간 한해살이 작물을 개발해 왔느냐는 질문이었다. 루터는 개암나무나 밤나무 같은 견과 나무를 심으면 매년 다시 씨를 뿌리지 않더라도 (토양에)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의 좌우명은 ‘세상의 미래는 견과류’였다.
1994년 울프는 서퍽(Suffolk)의 웨이크린스(Wakelyns)라 불리는 목초지 두 곳과 천장이 낮은 집 한 채를 샀다. 한때 돼지 농장과 개 사육장으로 사용하던 공간이었다. 그는 개암나무, 버드나무, 견과 나무, 목재용 나무 배치를 정교하게 계획했다. 나무 사이에는 채소, 곡물, 콩과 같은 한해살이 작물을 심었다. 웨이크린스는 혼농림의 실험장으로 구상됐다. 울프의 아들 데이비드(David)가 말하듯 “조금 값비싼 개인의 취미 활동”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이곳은 점차 실제 연구의 중심지가 되어 갔다.
처음에 토끼 방지 보호용 플라스틱과 함께 진흙에 심은 묘목들은 가늘고 연약했다. 이곳을 방문한 농부들은 왜 나무를 심어 땅을 낭비하는지 의아해했다. “어떤 실험도 완전히 실패하는 경우는 없죠.” 울프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무가 자라고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웨이크린스는 유럽 농림업 우수 사례로 꼽히며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울프는 수많은 방문객들에게 나무들이 긴 뿌리로 흙 속 깊은 곳에서 영양을 끌어오는 방식과 한해살이 농작물들이 토양 속 곰팡이 조직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는 방식을 설명하며 농작물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강렬한 태양 때문인지 그에게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무가 작물의 성장을 방해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나무는 오히려 농작물을 지키고 보호합니다.”
2000년에 울프는 특별한 작물을 개발했다. 울프는 식물 재배업자와 유기농 연구 센터(Organic Research Centre) 과학자의 도움으로 영국의 저투입 농법(low-input conditions)에 적합한 20종의 표본 밀을 전달받았다. 표본 중 절반은 단백질과 글루텐을 다량 함유한 품종이었고 나머지는 수확량이 높은 품종이었다. 그는 교차 교배 방법을 통해 총 190개의 새로운 품종을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식물 육종사는 품종을 살펴보고 원하는 특성을 가진 것을 골라 심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모든 품종의 씨앗들을 하나의 농장에 한꺼번에 뿌려서 몇 년 동안 재배하고, 수확하고, 다시 심었다. 울프는 이와 같은 재배 방식을 수확량(yield)과 품질(quality)의 앞 글자를 따서 YQ라고 명명했다.
개를 사육할 때와 마찬가지로, 품종을 선택하면 유전자 풀을 좁히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YQ는 넓은 유전자 풀을 유지했다. 유전적 다양성은 병원균에 대한 내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YQ의 수확량이 풍년의 고수확량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울프는 강수량이 많거나 건조한 해에도, 단일 품종 농장을 완전히 쓸어버릴 질병이 발생한 해를 거치면서도 YQ의 생산량이 설득력 있는 수준으로 일정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울프는 YQ 방법으로 재배한 밀을 헛간에 있던 작은 전기 분쇄기로 직접 분쇄했다. 그의 아내 앤(Ann)은 그 밀가루로 케이크와 과자를 만들었고, 사람들은 풍부한 견과 맛을 좋아했다. 하지만 울프는 YQ 밀가루를 빵으로 만들어 줄 전문 제빵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제빵 장인 킴 벨; 곡물 본연의 맛을 찾아 떠나다
2018년 BBC 식품농업상(Food and Farming award)을 수상한 영국의 신예 제빵 장인 킴 벨Kim Bel을 만나기 위해 지난해 2월 노팅엄(Nottingham)으로 향했다. 나는 빵집에서 마무리 청소를 하고 있는 벨을 만날 수 있었다. 천으로 된 반다나(bandana)로 머리를 묶은 에너지 넘치는 그녀는 오븐 청소를 끝내자마자 밀가루 묻은 손으로 집에서 만든 루바브 케피르(kefir, 우유를 발효한 음료)를 건넸다. 열정과 피로가 뒤섞인 전형적인 제빵사의 모습이었다. 마침내 자리에 앉은 그녀에게 나는 말했다. “언젠가는 청소해 줄 사람을 두고 일할 수 있을 거예요!” 벨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허드렛일을 하기 위해 들어오는 사람은 여기 없어요. 모든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하죠.”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방침은 의도된 것이다. 자율성과 책임을 독려하기 위한 하나의 정책인 것이다. 그녀는 모든 제빵사가 자신의 에너지와 시간, 뜨거운 물까지 모든 자원을 소중하게 여기기를 바랐다.
나는 그녀가 만든 둥근 계피 빵을 먹었다. 끈적끈적하고 부드러우면서 바삭했다. 밤나무 꿀의 달콤함과 자연 발효가 만들어 낸 독특한 풍미를 한입 가득 느낄 수 있었다. 베어 물 때마다 다른 맛이 났다.
벨은 미술 학교에 다녔지만 예술가가 되고 싶지 않았다. 대신 몇 년간 아버지와 함께 주유소 상가에 카페나 작은 가게를 유치하는 일을 했다. 사업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으나 벨은 대중을 상대로 하는 소매 시장이 앞으로는 암울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벨은 항상 수십 개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했고 많은 동료들을 거느리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요리를 하고, 친구의 술집을 방문하고, 결혼식에서 음식을 준비하거나, 여성 연구소(Women’s Institute)[3]에서 주최하는 마켓에 참여해 빵을 구웠다. 어느 순간, 그녀는 친구를 도와 카페를 개업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이클 폴란과 댄 바버의 이야기를 읽으며 지속 가능한 농업과 맛을 연결하는 미국의 식품 운동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영국 사워도우 운동의 대부인 앤드류 휘틀리(Andrew Whitley)의 강연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그는 1976년 영국 컴브리아(Cumbria) 멜머비(Melmerby) 마을에서 영국 최초로 유기농 빵집을 열었던 사람이었다. “앤드류는 자연에서 온 효모를 쓰고, 우리가 사용하는 효모와 곡물이 어디서 왔는지 이해하는 것이 빵 혁명의 시작이라는 아이디어를 강조하고 있었어요.”
벨은 아주 좋은 제빵사다. 그리고 정치적인 제빵사이기도 하다. 토양의 고갈과 질병, 사회 정의에 눈을 뜬 그녀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 모든 것이 나를 위한 것이었죠. 우리의 음식 시스템에는 문제가 있고 우리는 문제를 고쳐야 해요.”
생각이 모였고, 일은 시작되었다. 노팅엄에는 예술가들의 협동조합을 유치하기 위해 작은 카페가 생겨났다. 2014년 벨은 자신이 공간과 오븐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쳤다. 빵집을 여는 것이 식품 시스템의 오류와 슈퍼마켓 빵에 도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보였다. 비닐봉지에 든 슈퍼마켓 빵에 맞서는 사워도우의 도전장이었다.
“어느 날 팡파르도 없이 문을 열었죠.” 벨은 회상했다. “주변에 알리지 않았어요. 간판도 없었죠. 하루 종일 손님이 한 사람만 온 날도 있었어요. 게다가 그 한 명의 손님이 글루텐 과민증이었죠.” 벨은 정식 제빵 교육을 받지 않았다. 그녀는 대부분의 신진 장인 제빵사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일했다. 바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타르틴 베이커리(Tartine Bakery)를 모방하는 것이다. 타르틴은 인스타그램에서 커다란 구멍이 가득한 크럼(crumb, 빵의 내부 질감)으로 유명하고, 바삭바삭한 빵 껍질로 높은 평가를 받는 베이커리다.
“당신은 밀가루를 안정적인 재료라고 생각할 거예요.” 벨은 내게 여러 종류의 밀가루가 든 봉투를 열어 건네며 만져 보고 맛보게 했다. “하지만 제대로 만들어진 밀가루는 살아 움직이죠.” 나는 밀가루가 얼마나 잘 뭉쳐지는지 보기 위해 손바닥으로 밀가루를 쥐어 보았다. 이는 수분의 함량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내가 별생각 없이 써왔던 밀가루는 창고에 얼마나 두어도 괜찮은지 확인할 수 없는 무기력한 가루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일과 미생물이 들어 있는 통곡물 밀가루는 썩기 전 몇 달 동안만 먹을 수 있다.
벨은 더 좋은 밀가루로 더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영국 제빵업의 선구자다. 맛의 일부는 다양한 종류의 곡물에서 나온다. 스펠트 밀(spelt, 널리 재배하지 않지만 건강한 재료로 알려져 있다), 외알 밀(einkorn, 예전에는 사료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거의 재배하지 않는다), 엠머 밀(emmer, 주로 사료와 아침 시리얼로 사용한다) 같은 현대 품종의 조상 격인 밀과 호밀, 메밀, 보리, 귀리 같은 곡물들을 사용한다. 밀가루 반죽과 효모균에서 나오는 천연 발효 효모에서 젖산의 톡 쏘는 맛을 얻기도 한다.
벨은 처음 빵집을 시작했을 때 영국의 고급 제분 업체인 시프턴 제분(Shipton Mill)에서 유기농 밀가루를 공급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쓰는 밀가루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재배되는지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다. 빵집의 사명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지역에서 재료를 찾고 싶었다. 그녀는 곧 40마일(64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제분소에서 유기농 밀가루를 만드는 사람을 찾을 수 있었다.
제분업자 폴 와이먼; 풍차로 밀가루를 만들다
재계에서 수년간 일한 폴 와이먼(Paul Wyman)과 그의 아내 파리(Fari)는 14년 전 거의 즉흥적으로 턱스퍼드(Tuxford) 지역의 개조된 풍차를 구입했다. 사용법을 배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와이먼은 ‘제분 밀’과 동물들에게 적합한 ‘사료용 밀’의 차이를 어렵게 알아내야 했고(이 둘은 단백질 함량이 서로 다르며 제빵사들은 빵 속에 더 많은 구멍이 생기는 질감을 위해 단백질 함량이 높은 밀가루를 주로 사용한다), 기계적인 문제와 갑작스러운 돌풍도 겪었다. 그는 말한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저는 꽤 훌륭한 제분업자가 되었어요.”
와이먼의 아내는 주방을 맡아 직접 제분한 밀가루로 케이크와 스콘을 만들어 팔면서 각 밀가루가 내는 맛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 주었다. 나도 그가 생산한 턱스퍼드 골드(Tuxford Gold) 두 봉지를 사서 파스타부터 과자까지 밀가루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음식을 만들어 봤다. 품질 차이는 명확했다. 확실히 더 풍부하고, 더 복합적이며, 더 흥미로운 맛이 났다.
풍차를 움직이는 구조적인 특징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커다란 풍차 날개는 큰 돛대를 단 배처럼 우아하고 힘차게 돌았다. 철로 만든 물렛가락이 돌 때 축과 체인, 도르래와 나무 톱니 기어가 부딪치고 쿵쾅대며 두 개의 무거운 맷돌 중심을 통과한다. 수천 년 동안 인류가 밀을 제분해 온 방식이다.
곡식을 원형의 맷돌 가운데 구멍에 붓는다. 윗돌은 매끈하고, 아랫돌에는 홈이 파여 있다. 이 홈은 밀이 제분되어 돌 바깥쪽으로 밀리게 하는 좁은 통로이고, 고운 밀가루가 가장자리를 덮을 때까지 각 곡물을 2만 번에서 3만 번 정도 빻는다. 이런 제분 방식은 기술이 구현하는 예술과도 같다. 낮은 온도에서 제분하면 미생물과 밀 껍질이 100퍼센트 포함된 통곡물이 되고 이 밀가루를 다양한 각도로, 다양한 크기의 체에 걸러 낸다. 밀가루에 상당한 양의 밀 껍질이 포함되어 있을 때를 미들링(middlings, 밀의 제분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로 입자가 가는 밀기울, 말분, 밀의 씨눈, 밀가루가 섞여 있는 상태)이라고 한다. 이 이름은 ‘특별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상태(fair to middling)’에서 따왔다고 한다. 완전히 흰 밀가루로 추출하면 전체 곡물의 3분의 1 이상이 버려진다.
워싱턴(Washington) 빵 연구소(Bread Lab)의 스티븐 존스는 통곡물이 곡물의 필수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알의 곡식에는 8퍼센트의 섬유질이 있는데, 흰 밀가루에는 없어요. 곡식 1킬로그램당 35~100밀리그램의 철이 있지만, 흰 밀가루는 0에 가깝습니다.” 밀 껍질은 보통 동물 사료용이나 화분 분재용으로 싸게 팔린다.
존스는 세계 각국의 제빵사, 재배자, 제분업자들을 모아 매년 ‘곡물을 위한 모임(Grain Gathering)’을 개최한다. 존스는 제빵사, 맥주 양조업자, 농부와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추기 위해 새로운 밀과 다양한 곡물들을 개발하는 세계적인 리더다. 최근 빵 연구소는 부드럽고 달콤한 미국 빵을 먹고 자란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새로운 슬라이스 빵을 개발해 출시했다.
킴 벨은 이 심포지엄에서 존스를 여러 번 만났다. 지난 2년 동안 그녀는 영국판 곡물을 위한 모임이라고 할 수 있는 ‘곡물 연구소(Grain Lab)’를 주최했다. 14개국에서 온 150명의 농부, 제분업자, 제빵사들과 함께 마케팅, 운송 등의 비용 문제를 이틀간 논의하는 행사다.
슈퍼마켓 빵 한 덩이의 가격은 약 1파운드(1500원)이고 장인의 빵집에서 만든 빵은 서너 배 정도 더 비싸다. 가격 문제로 사워도우는 엘리트나 중산층의 전유물이 되었다. 슈퍼마켓 빵의 수익은 아주 적어서 큰 빵집은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빵을 만든다. 작은 빵집들은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값비싼 유기농 재료, 그리고 많은 시간이 걸리는 공정과 씨름해야 한다. 제빵사들은 자신이 만든 빵의 가치를 높은 포만감(두툼한 한 조각이 당신을 아주 행복하게 한다)과 적은 양의 쓰레기로 보여 준다. 반면, 슈퍼마켓 빵은 너무 저평가되어 있어서 거의 절반은 버려진다. 우리는 농식품 산업이 아닌, 납세자들에 의해 탄생한 공업화된 식품의 실제 비용을 점점 이해하기 시작했다. 2017년 지속 가능한 식품 신탁(Sustainable Food Trust)의 연구에 따르면 비만과 당뇨병 등 건강을 위한 비용, 환경 정화와 보조금을 감안했을 때 우리가 구입하는 음식의 실제 비용은 매장 가격의 두 배다.
벨과 동료들은 새로운 종류의 곡물 경제 구조를 만들기 위해 지역의 공급망을 통합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들의 노력은 경제적 이익보다 심리적 이익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벨이 만들어 내고 있는 새로운 연결 고리들은 개인적인 차원인 경우가 많고,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진전되기도 한다(예를 들면, 농부들이 직접 키운 곡물로 만든 빵을 처음으로 맛볼 때의 반응과 같은 것들이다). 벨에게는 이렇게 형성되는 관계의 질이 빵을 만드는 원료의 질만큼 중요하다.
YQ와 풍차 제분소, 제빵 장인의 만남
3년 전 어느 날, 유기농 운동가인 조시아 멜드럼(Josiah Meldrum)이 YQ 밀가루 한 봉지를 들고 벨의 빵집에 들어섰다. 그는 영국산 콩류를 취급하는 노퍽(Norfolk)의 호드메도드(Hodmedod’s)의 공동 창업자이자 마틴 울프의 절친한 친구로, 제빵사들이 YQ에 관심을 가지도록 울프를 열심히 도왔다. 멜드럼은 벨에게 YQ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빵을 구워 볼 것을 제안했고 YQ는 상대적으로 단백질 함량이 낮다고 사과하듯 설명했다. 대부분의 제빵사들은 머뭇거렸겠지만 벨은 알맞게 구워진 견과류의 풍미에 끌렸다.
처음 거친 식감의 딱딱한 빵을 만들려고 했을 때에는 반죽이 질척거려 형태를 제대로 만들 수 없었다. 벨은 효모 비율을 수정했고, 수분 함량은 높이고 온도를 낮춰 부드럽게 섞지 않고 강하게 혼합해 보았다. “시도와 실패의 반복이었죠.” 그녀는 밀 고유의 풍미를 끌어내고 싶었다. 마침내 그녀는 어두운 황색 껍질에 속살이 말랑하고 폭신한 둥근 빵을 만들었고, 웨이크린스의 울프에게 보여 줄 수 있었다.
“울프가 좀 유명하잖아요.” 벨은 조금 긴장했다. 둘은 거의 하루 종일 대화를 나눴다. “울프는 기뻐했어요. 20년 동안 이 프로젝트를 해왔고 과학자들도 흥미로워했지만 YQ 밀가루로 빵을 굽는 제빵사는 구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대요.” 벨과 울프는 각자의 방정식에서 비어 있었던 나머지 절반을 채울 수 있었다. 벨에게 YQ 밀은 “다양화와 탈중앙화, 종자라는 근원으로 돌아가는 일 등 제빵에 대해 생각해 온 모든 것”을 상징했다.
20세기 초부터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종자는 품종에 따라 법적으로 등록해야 했다. 이를 통해 구매자들은 보호받을 수 있었고 시간과 돈을 들인 개발자들은 품종에 대한 특허 사용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종자와 식물 품종은 균일성과 안정성 기준을 따라야 했다. 그러나 YQ는 유전적으로 수천 가지의 다른 밀 품종을 말한다. ‘개체군’으로 알려져 있어 유럽에서 법적으로 등록하거나 거래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