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업의 배후에 고도로 조직화된 정치력이 작용하기 시작한 것은 1차 세계 대전 때였다. 영국에서 배급되는 식량이 부족해졌고, 어린이 영양실조가 만연했다. 당시 부상하던 영양 과학 분야는 높은 단백질 함량에다, 이후 비타민으로 불린 ‘필수 아민(vital amines)’이라는 새로운 영양소도 풍부한 우유를 잠재적 해결책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가격 통제 정책 덕분에 우유는 공급 부족 사태를 겪지 않았다. 데보라 발렌즈(Deborah Valenze)는 《우유: 지역적이고 세계적인 역사(Milk: A Local and Global History)》에서 “소비자들은 우유의 기적을 기록한 엄청난 프로파간다의 홍수를 목격했다”고 밝혔다. 우유는 무한한 칼슘, 단백질, 비타민의 공급원인 슈퍼 푸드의 원조가 되었다. 1946년 영국의 클레멘트 애틀리(Clement Attlee) 정부와 미국의 해리 트루먼(Harry Truman) 정부 모두 우유를 학교에 무상 제공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영국의 우유 마케팅 위원회 같은 업계 제휴사들은 우유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홍보 활동에 착수했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에서 “우유 마셨어요(Got Milk)?” 캠페인에 비욘세 같은 유명인부터 개구리 캐릭터 커밋(Kermit)까지 우유 콧수염(우유를 마신 후 윗입술 위에 묻은 우유 자국이 콧수염과 비슷하다고 해서 생긴 표현)을 묻히고 등장했다. 메시지는 명확했다. 아이들을 튼튼하고 건강하게 키우고 싶다면, 우유를 마시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유제품 산업 시장의 규모는 4000억 달러(484조 2000억 원) 이상이며, 우유 산업은 전 지구에서 2억 7400만 마리의 젖소 군단이 동원되는 고도로 조직화된 거대 산업이 되었다. 정치인들이 우유와 얽히기도 한다(마가렛 대처가 교육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1971년, 7세 이상의 아이들에게 우유 무상 급식을 중단하는 가혹한 조치를 취했을 때 그녀는 ‘우유 날치기꾼’으로 낙인찍혔다). 그러나 이제 다수 소비자들에게 우유의 매력은 줄어들고 있다. 1975년 미국인들은 1인당 연간 247파운드(130리터)의 우유를 소비했지만 2017년에는 겨우 149파운드(66리터)로 감소했다. 미국에서 우유 매출은 2012년 이후 15퍼센트 하락했다.
우리가 하루에 소비하는 음료의 종류별 비율을 나타내는 산업 용어인 ‘목구멍 점유율(share of throat)’은 청량음료, 주스 및 스무디, 심지어 생수에 점령당했다. 우유의 입지는 서서히 약화되어 왔다. 하지만 이 음료들 중 어떤 것도 우유를 실존적으로 위협하지는 못했다.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우유가 건강에 유익하고 좋은 영양식이라는 사회적인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더 명확한 표적을 공략하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 등장하면서, 유제품이 가진 그 건강한 광채는 점점 퇴색되어 갔다.
인터넷은 동물 권리 운동가들에게 새로운 활동 영역을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유제품(dairy)’을 검색하면 젖소의 고통을 그래픽으로 상세히 설명하는 ‘유제품은 무섭다(조회 수 500만)’ 같은 제목의 영상들이 무차별 공격을 가할 것이다. 넷플릭스 역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카우스피라시(Cowspiracy)〉나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What the Health)〉 같은 다큐멘터리를 시청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동물 학대 외에도 낙농업이 환경에 치명적이라는 증거는 많다. 낙농업은 항공과 선박, 도로 위의 자동차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옥스퍼드대학교가 주도한 최근 연구는 채식주의 식단을 준수하는 것이 우리의 환경 발자국(의식주에 필요한 자원을 생산하고 폐기하는 데 드는 비용을 토지 면적으로 환산하여 나타낸 지수)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주장했다.
식물성 우유는 깨끗한 식습관과 연관되어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식물성 우유 열풍은 유제품을 부정적인 건강 문제에 연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깨끗한 식습관은 산뜻한 피부와 화려한 이미지의 웰빙 블로거들과 인스타그램 유명인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들은 지나치게 가공된 식품이나 알레르기 유발 식품, 글루텐과 카페인, 육류와 유제품 같은 “자연스럽지 않은” 먹거리들을 배제하자고 주장했다. 이 운동의 지지자들은 여드름, 습진, 무기력, 관절통, 그리고 소화기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유당 불내증이라고 비난했다. 깨끗한 식습관을 추구하는 이들은 우유를 끊으라고 경고하며, 팔로워들을 식물성 우유 스타트업 지지 세력으로 끌어들였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매력적인 밀레니얼 세대 인플루언서들은 땅콩 우유가 들어간 태국식 카레와 글루텐 프리 비트 빵과 같은 먹음직스러운 사진들로 인스타그램 피드를 가득 채우고 있다(업계 분석가들에 따르면, 이런 식물성 식품이 유행하는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인스타그램 사진이 맛있어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은 채식주의 캠페인이 지난 수년간 하지 못했던 일을 해냈다. 갑자기, 우유를 끊는 것은 단순한 건강상의 문제가 아닌 것이 되었다. 이제 우유를 끊는 것은 가장 좋은 방식의 삶, 가장 아름다운 삶을 사는 것의 일부다.
식물성 우유를 팔아라
식물로 우유를 만든다는 개념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는 적어도 14세기부터 두부를 만드는 과정에서 두유를 생산해 왔다. 아몬드 우유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226년 바그다드 요리책인 《키탑 알타비크(Kitab al-Tabikh)》에 등장한다. “중세 요리법을 찾아보면, 우유와 아몬드 우유 중 선택하라는 표현을 자주 볼 수 있다.” 식품 미시사 분야를 개척한 베스트셀러 《대구: 세계를 바꾼 물고기의 일대기(Cod: A Biography of the Fish that Changed the World)》의 저자 마크 쿨란스키의 말이다.
서구에서는 최근까지도 아몬드 우유나 두유는 채식주의자들이나 괴짜(포드 자동차의 창설자 헨리 포드는 일찍이 두유 전도사였다)들을 제외한 사람들에게는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다. 1956년 초기 동물 권리 운동가 모임인 영국 채식 협회에서 부회장을 맡았던 레슬리 크로스(Leslie Cross)가 식물성 우유 협회(Plantmilk Society)를 설립했다. 낙농업의 잔인성에 반대했던 크로스는 영국에서 재배할 수 있는 농작물로 유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유제품인 우유를 모방해서 만든 액상 음료로 어떻게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느냐였습니다.” 이 단체의 회장이었던 아서 링(Arthur Ling)의 아들, 애드리언 링(Adrian Ling)은 말했다. 당시 사진을 보면 하얀 실험실 가운을 입은 채 미소 짓고 있는 선구자들이 알 수 없는 불투명 액체가 담긴 수많은 유리잔을 검사하고 있다. “그분들은 양배추 연구를 정말 많이 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두유에 정착하게 된다. “소비자가 수백 명밖에 안 될 정도로 시장 규모가 작았습니다. 금전적 손실이 아주 컸죠.”
1981년 벨기에의 젊은 식품 기술 전문가 필리페 반데무르텔레(Philippe Vandemoortele)는 살균한 테트라 브릭(Tetra Brik)이라는 새로운 포장 기술을 활용해 두유를 팔기 시작했다. “항아리와 냄비, 그라인더를 가지고 차고에서 시작했어요. 저는 어렸고 순진했죠.” 현재 73세인 반데무르텔레가 말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두유에 알프로(Alpro)라는 이름을 붙였다. 평가는 엇갈렸다. 동네 슈퍼마켓은 입고를 거절했다. “구매 담당자가 제가 만든 제품을 맛보더니, ‘와, 끔찍해!’라고 말하더군요.” 그는 참고 버텼다. 현재 알프로는 세계 최대 낙농 제품 생산업체 다농(Danone)이 소유하고 있으며, 2017년 총매출액이 1억 8300만 파운드(2825억 원)를 넘었다.
두유는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국 콜로라도의 두유 업체 화이트웨이브(WhiteWave)가 놀라울 만큼 명백한 현상을 발견한 것이 계기였다. 바로 두유를 유제품이 있는 냉장 칸으로 옮기자 더 많은 사람들이 두유를 구입하게 된 것이다. 화이트웨이브의 ‘실크Silk’라는 냉장 두유 신제품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동시에 실크와 알프로를 비롯한 두유 업체들은 자사 제품을 건강 대안 식품으로 마케팅하기 위해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와 심장병의 관련성을 나타나는 증거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두유는 모두를 위한 음료가 되었다.
두유의 빠른 성장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맛이 없다는 것이다. 농장 우유를 모방하기 위해 설탕과 걸쭉한 재료를 비롯한 첨가물을 추가했음에도 현재 유통되고 있는 두유 제품에서는 특유의 콩 냄새와 맛이 느껴진다. 2000년대 초반에는 두유와 관련한 건강 문제가 대두되었다. 두유는 인간의 호르몬 효과를 모방할 수 있는 화합물인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함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호르몬을 교란시키고 남성들을 ‘여성화’시킨다는 두려움을 유발하는 연구가 발표된 것이었다. 지금까지 계속된 임상 연구들은 이런 우려가 과장되었다는 사실을 일관되게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신나치주의자들은 두유가 남성들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자유 진영의 음모라는 이론을 계속 밀어붙이며 “소화력의 우월성”을 보여 주기 위해 우유를 마시자는 집회를 이어 오고 있다.
2008년 캘리포니아에서 아몬드 농사를 짓던 농부들의 대규모 협동조합인 블루 다이아몬드 재배업자들(Blue Diamond Growers)은 기회를 감지했다. 이들이 만든 아몬드 브리즈(Almond Breeze)라는 아몬드 우유는 당시 미국의 인기 두유 제품인 실크에 오랫동안 뒤처져 있었다. 블루 다이아몬드의 마케팅 이사 알 그린리(Al Greenlee)는 이렇게 말했다. “실크와 경쟁하려면 우리 제품도 냉동 칸에 진열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죠.” 슈퍼마켓 진열 공간은 꽉 차 있었고, 신제품을 진열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수료를 내야 했다. 냉장 진열대의 화려하고 비좁은 칸은 특히 경쟁이 치열했다. 그 당시 실크의 소유주는 거대 유제품 기업 딘 푸드(Dean Foods)였는데 실크를 우유와 나란히 진열하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도 비슷한 전략으로, 미국 내에서 두 번째로 큰 유제품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었죠.” 블루 다이아몬드는 유당 불내증의 유전적 발생 빈도가 더 높은 히스패닉들이 많이 사는 플로리다 지역을 겨냥해 아몬드 우유 판매를 시작했다.
한편, 캘리포니아 아몬드 업계도 대대적인 마케팅과 자금 지원, 그리고 아몬드의 건강 관련 효능을 보여 주기 위한 새로운 연구, 광고 및 출판 사업에 착수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고 세련된 잡지들이 아몬드를 ‘슈퍼 푸드’라고 선언했다. 아몬드 브리즈의 큰 성공 이후 2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실크는 이런 추세를 따라잡기 위해 자체 아몬드 우유를 출시했다. 2013년까지 아몬드 우유는 두유를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식물성 우유로 자리 잡았다.
아몬드 우유에서 귀리 우유로
지금과 같은 포화 상태의 시장 환경에서 신상품이 눈에 띄기 위해서는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호주에서 만든 너티 브루스(Nutty Bruce)라는 우유는 ‘활성 아몬드’를 자랑하는데, 이는 현재 유행하는 숯 열풍(강하게 가열한 후 산화시킨 ‘활성’ 숯은 디톡스 식품으로 시판되고 있다)의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아몬드를 평소보다 약간 더 오래 물에 담근 것일 뿐이다. 리플(Ripple)이라는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은 향이나 색의 변화 없이 노란 완두콩에서 단백질만 분리해 내는 첨단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한다. 뉴욕에 본사를 둔 생산업체 엘름허스트 밀크트(Elmhurst Milked)의 수석 과학자 셰릴 미첼(Cheryl Mitchell)은 그녀의 특허 추출 공법을 신나게 이야기했는데, 고압수를 이용하여 껍질을 벗기는 방법으로 견과류와 콩류의 단백질을 유지하면서 분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미첼은 존경받는 식품 기술 전문가 집안 출신이다. 그녀의 아버지 빌은 쿨 휩(Cool Whip)이라는 휘핑크림 유사 제품과 팝 락스(Pop Rocks)라는 입안에서 튀는 캔디, 그리고 탱(Tang)이라는 과일 향 음료를 개발했다. 1980년대 그녀는 라이스 드림(Rice Dream) 개발을 도왔다. 엘름허스트 생산 업체는 90년 동안 유제품을 만들었다. 전성기에는 맨해튼 전역의 공립 학교와 스타벅스 매장에 납품했다. 그러나 2016년 소들을 모두 처분하고 식물성 우유 사업으로 전환하여, 현재 11종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미첼은 말했다. “조만간 옥수수 우유가 나올 거예요. 노란색이지만 항산화 물질이 블루베리보다도 많답니다.”
모든 식품 영양소에는 추종자가 존재하는 듯하다.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코코넛 음료 제조업체인 레벨 키친의 설립자 타마라 아비브(Tamara Arbib)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존재 방식에 대한 철학을 전파하기 위해 이곳에 왔어요. 자연과 더 조화롭게 공생할 수 있는 방법 말이죠.” 레벨 키친은 2014년에 뮐크라는 제품을 출시했는데, 코코넛과 쌀, 그리고 캐슈너트를 혼합한 것이다. “저는 사람들이 각자 혈액형에 맞는 음식을 먹는 것을 신봉합니다. 대부분의 혈액형에 유제품은 맞지 않아요.”
지난 7월, 나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식물성 우유 스타트업 중 하나인 런던의 루드 헬스를 방문했다. 카밀라 바너드(Camilla Barnard)와 닉 바너드(Nick Barnard)가 2005년에 설립한 루드 헬스는 뮤즐리 판매로 시작했지만, 순식간에 작은 건강식품 제국으로 성장했다. 북적이는 브런치 시간이 끝나 갈 무렵, 루드 헬스 카페는 캐슈너트 라떼를 홀짝거리고 있는 건강해 보이는 전문직 종사자들로 가득했다. 날렵한 용모와 은발에 흰색 캐주얼 셔츠 차림을 한 닉은 콤부차(kombucha)를 주문했다. 카밀라는 “나는 유제품을 먹는다”고 은밀하게 말했다.
루드 헬스는 2017년 언론의 부정적인 조명을 받았다. 회사 블로그에 지속 가능한 유제품을 홍보하는 글을 올렸다가 일부 채식주의자들이 격분한 것이다. 카밀라는 말했다. “우리는 유제품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우리가 유제품에 반대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우린 그저 하던 대로 계속 했어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면서요.” 이 에피소드는 루드 헬스의 마케팅 전략을 재고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채식주의자만을 위한 브랜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왜 모든 것이 마법의 약 아니면 나쁜 것으로 취급받아야 하나요? 왜 항상 어떤 것에 동조하거나 반대해야만 하는 거죠?”
루드 헬스는 2013년 귀리, 현미, 아몬드 세 가지 맛을 출시하면서 식물성 우유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호랑이콩, 캐슈너트, 헤이즐넛과 카카오 등을 포함해 열 가지 상품을 판매 중이다. 우리는 시음을 위해 매장 근처의 회사로 걸어갔다. 경쟁사 제품과 식물성 재료 전문 요리책들이 선반에 진열되어 있었다. 닉은 다양한 베이지색 음료들을 작은 유리잔에 조금씩 따랐다. 많은 식물성 우유는 액상을 더 하얗고 불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초크라는 탄산 칼슘을 첨가한다(칼슘이 추가된다는 사실은 좋은 점이다). 카밀라는 이 식물성 우유들의 색깔은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몇 가지를 시음했다. 코코넛 우유는 바운티 초콜릿이 물에 녹은 것처럼 달콤했다. 헤이즐넛 우유는 다소 과한 느낌이 들 정도로 기분 좋게 진했다. “톤도 젠틸레(Tondo Gentile)입니다. 미식가용 헤이즐넛이죠.” 닉이 자랑스러워하며 말했다.
그에 비해 아몬드는 옅은 맛이 났다. 이들이 만드는 레귤러 아몬드 음료에는 현미와 ‘착즙’ 해바라기 오일과 천일염이 들어 있지만, 루드 헬스는 얼티밋 아몬드((Ultimate Almond)라는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아몬드와 물만 섞은 이 제품은 순수한 식물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것이다. 카밀라는 “극단적인 영역의 시장도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판매되는 식물성 우유 중 아몬드 우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분의 2에 달한다. 그러나 아몬드 우유는 평판의 위기를 겪고 있다. 한 가지 문제는 환경이다. 아몬드 한 알(기술적으로 한 알이 아닌, 하나의 씨앗)을 키워 내는 데 4.5리터의 물이 사용된다. 세계 아몬드의 10분의 8을 재배하는 캘리포니아에서는 전체 물 공급량의 약 10퍼센트가 아몬드 재배에 투입된다. 가뭄에 자주 시달리는 이곳에서는 논쟁을 일으키는 문제다.
소비자들은 대부분의 아몬드 우유에 들어 있는 실제 아몬드 함량이 아주 적다는 문제를 지적한다. 실크와 알프로 모두 아몬드 함량은 2퍼센트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물에다 오일과 다량의 설탕과 점액질을 넣은 다음, 마지막으로 견과류를 조금 얹은 수성 액상이에요.” 엘름허스트의 셰릴 미첼은 말했다. “비즈니스 모델로서 굉장히 매력적이죠. 언제든 물을 팔 수 있는 거잖아요, 그렇죠? 업체들이 하고 있는 일의 본질이 그렇습니다.” 내가 이야기를 나눈 업계 관계자들도 아몬드 우유는 이제 그 수명이 끝난 것 같다는 데 동의했다. 현재 뜨는 제품은 코코넛과 귀리다.
2012년 페테르손이 오틀리 CEO에 취임할 당시만 해도, 스웨덴 밖에서 귀리 우유를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틀리는 룬드대학교 연구원이었던 리카르드 외스테(Rickard Öste)가 1994년에 설립했다. “귀리는 정말 좋은 작물이에요. 어디에서나 재배할 수 있으니까요.” 페테르손이 말했다. “귀리는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 그리고 섬유질도 포함하고 있어요.” 그는 귀리 우유와 비교하면, 아몬드 우유는 그냥 “맛있는 식물 주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