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배당을 취소하고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에 따르면 부유한 세계 각국 정부들은 자동차 기업 수입의 약 15퍼센트에 해당하는 임시 휴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대신 지급할 계획이다. 독일의 폭스바겐, BMW와 다임러는 5월 5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화상 회의를 하고 금융 위기 이후 도입된 것과 같은 ‘현금 보상제’ 부활을 호소할 예정이다.
최소 몇 주간 문을 닫은 공장들은 운영을 재개하고 있다. 중국의 공장들은 이미 가동되고 있다. 중국의 대리점들도 그렇다. 초기에 나타난 신호들은 그래도 희망적인 편이다. 기업 단체인 중국 승용차 협회에 따르면, 올해 2월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80퍼센트 급감했다. 3월에는 5분의 2로 줄었다. 여전히 암울하지만 조금 나아진 결과다. 4월에는 더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4월 첫 19일 동안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퍼센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매출이 회복되더라도 상처는 남을 수밖에 없다. 중국 공장의 설비 가동률은 75퍼센트로 글로벌 표준에 비해 이미 낮다. 지금은 확실히 더 낮아져서 65퍼센트 이하일 것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경험에 따라 생산성의 수지를 맞추려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립 라인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행하기도 어렵다. 로봇으로 윈드스크린(windscreen)을 부착하는 일처럼 고도로 자동화된 절차도 6명의 노동자가 함께 작업해야 한다.
환자 발생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 더 엄격한 위생 및 안전 지침이 한동안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릴 것이다. 4월 27일부터 재가동을 시작하는 유럽 기업 중 하나인 폭스바겐은 중국 내 33개 공장 중 32개 공장을 재가동했던 경험을 활용할 것이다. 완벽을 추구하는 공장의 지침이 노동자들의 건강은 보호하겠지만, 작업은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공급망이다. 2011년 일본에서 발생한 강력한 대지진과 쓰나미같은 자연 재해는 자동차 회사들에게 공급업체를 다양화해 대안을 마련하라는 교훈을 주었다. 그러나 모든 부품을 다양한 부품업체에서 조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런던의 정보 제공 업체 IHS 마킷의 마테오 피니(Matteo Fini)의 설명처럼 도어 패널처럼 부피가 큰 부품은 공장 근처에서 만드는 경우가 많아 다수의 생산자를 찾기 어렵다. 대시보드처럼 값비싼 세공이 필요한 부품은 공급처를 다양화하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
공급 업체들은 부품을 공급받는 자동차 제조업체들보다 재정적으로 더 취약하다. 경영 컨설팅 기업 앨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에 따르면 주식 시장에 상장된 400여 개 부품업체의 거의 4분의 1이 현금 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다. 전자 장치에서 타이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자동으로 자체 공급하는 독일 생산업체 컨티넨탈은 수십 개의 공급 협력업체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부품과 인력이 없으면 공장은 전속력으로 달릴 수 없다.
시계를 되돌려라
암울하게 뒤섞인 생산 침체와 불확실한 판매 전망은 수익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윤은 전염병으로 침체되기 전에도 흔들리고 있었다. 일부는 전기차 투자로 인한 것이었다. 특히 배기가스 배출 기준이 강화되고 있는 유럽 때문이었다. 현재 상황에서는 자본 지출과 연구 개발 예산이 재검토되고 있다.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의 신기술에 어떤 자원을 할당해야 할지를 판단하는 어려운 문제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댄 레비(Dan Levy)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은 ‘두 개의 시계’ 위에서 달리고 있다. 첫 번째 시계가 가리키는 지점은 단기적으로 가장 큰 이익을 제공하는 화석 연료 자동차에 투자하는 동시에 (자율 주행차와 모빌리티 분야 사업뿐 아니라)전기차에 투자할 돈도 확보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 시계 위에서는 기업들이 몇 년 동안 계속 손해를 보면서도 전기차를 판매할 것이다. 두 번째, 장기적 시계는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의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을 만큼 하락하는 시점을 가리킨다. 그러나 배터리 가격이 떨어진다 해도, 일정 기간은 전기차의 수익이 기존 차량을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폭스바겐 최고 경영자 허버트 디에스(Herbert Diess)는 지난 1월 자동차 산업이 “신성한 소 몇 마리를 도살해야 할 것”이라고 비유하면서 복잡한 방정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암시했다. 폭스바겐은 향후 5년 동안 600억 유로를 전기차 등 신기술에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도박을 시작했다.
문제는 자동차 운전자들의 변화에 대한 관심이다. 정부가 자국 자동차 회사들을 세계의 리더로 만들기 위해 기술 보조금을 아끼지 않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전기차 도입의 속도는 더딘 편이다. 소비자가 (전기 배터리의) 운행 거리, 충전 인프라와 비용 등을 고민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지난해 판매된 자동차 가운데 순수한 배터리 전기차는 100대당 두 대꼴이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유럽의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에 대한 완화 요청을 (아직)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전기차 판매 비율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최근 배기가스 기준이 완화된 미국에서는 전기차 판매 비율이 증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앨릭스파트너스의 앤드류 버그바움(Andrew Bergbaum)은 구매자들이 두 가지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한다. 도시가 봉쇄되는 동안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 즐거움을 누린 일부는 전기차를 구매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많은 사람들은 오래된 가솔린 엔진 자동차를 더 오래 타게 될 것이다. 유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임대료 미지급으로 팔려 나온 리스 차량으로 중고차 가격도 떨어질 것이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줄일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전기차 도입을 늦출 수는 있어도 중단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자동차 기업들은 조만간 전기차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일부 기업은 수익이 가장 높은 쪽에 자원을 모으기도 한다. GM이 2017년에 손해가 발생한 브랜드 오펠(Opel)을 PSA에 매각하고 유럽을 탈출한 것이 하나의 사례다. 오펠을 대규모 유럽 사업 부문의 일부로 편입해 수익을 낸 PSA그룹과 피아트크라이슬러의 대형 인수 합병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더 많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자동차 부문에서 성공과 실패의 역사를 모두 기록한 완전한 합병이라는 방법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투자자들은 오랫동안 저조한 수익률의 원인이 되었던 중복 투자를 줄이려는 노력을 환영할 것이다. 투자자들은 작년에 BMW와 재규어 랜드로버가 공동으로 전기차 개발 계획을 발표한 것처럼, 부족한 재원을 모으는 더 많은 협력 관계를 기대할 수 있다. 전기차 개발 비용을 분담하려는 포드와 폭스바겐의 협력은 더욱 긴밀해질 수 있다. 모건 스탠리는 자동차 기업들의 협력 방식에는 “한계가 없다”고 본다. 글로벌 금융 기업 UBS의 패트릭 훔멜(Patrick Hummel)은 차세대 가솔린 엔진 공동 개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협력은 쉽지 않은 일이다. 최대 규모의 협력 관계인 르노와 일본의 두 기업 닛산, 비쓰비시의 동맹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결국 깨질지도 모른다.
사라져 가는
전염병이 모두에게 똑같이 해를 끼치지는 않을 것이다. 테슬라에게는 이 위기는 ‘좋은 위기’다. 이 전기차 제조업체는 세 가지 상황을 즐기고 있다. 밀리는 대량 주문, 경기 침체를 이겨 내기에 충분한 유동성, 벗어나야 할 가솔린 엔진이 없는 상황 말이다. 테슬라 주가는 3월에 저점을 기록한 이후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테슬라보다 시가 총액이 큰 자동차 기업은 토요타뿐이다.
매년 약 1000만 대의 차를 제조하는 일본의 자동차 대기업과 폭스바겐은 이 폭풍우를 견뎌 내야 한다. 중국 기업들은 해외에서 값싼 거래 대상을 찾을지도 모른다. 중국의 두 기업 지리(Geely)와 북경 자동차 그룹(baic)은 이미 벤츠 제조사 다임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임러에는 폭스바겐과 BMW처럼 적대적 인수를 막아 줄 전략적 주주들이 없다. 마진율이 낮은 대중적인 차량을 만드는 기업들 다수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르노처럼 취약한 기업들은 납세자들의 세금으로 떠받치게 될 수도 있다.
가장 큰 우려는 바이러스가 자동차에 대한 태도 자체를 바꿀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기차나 버스, 공유 자동차를 이용하는 통근자들이 자동차를 선택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재택근무가 늘면서 자동차 통근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통근 자체가 줄어들 수도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자동차 수요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도 있다. 미래의 자동차 기업들은 2017년을 업계의 최고 호황기로 추억하면서 회고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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