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이유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실현되고 있다.
재난이 우리를 바꾸고 있다.
함께 경험한 재난 상황 속에서 죽음의 근접성은 우리를 더 절실히 살게 하고, 삶의 작은 부분에 덜 신경 쓰게 하며, 시민 사회나 공익 같은 큰 부분에 더 전념하게 한다, 폭풍이 지나고 나면 시야를 가리고 있던 먼지들이 모두 깨끗이 씻겨 나가 그 어느 때보다 멀고 선명히 볼 수 있다. 코로나19 판데믹이라는 지금의 이 폭풍이 걷히면, 우리는 심각한 질병이나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처럼 우리가 어디에 있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자신과 공동체, 생산 시스템, 기후 위기에 대해 완전히 다른 감각을 가질 수 있다.
* 14분이면 끝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A4 7장 분량).
The Guardian × BOOK JOURNALISM
북저널리즘이 영국 《가디언》과 파트너십을 맺고 〈The Long Read〉를 소개합니다. 〈The Long Read〉는 기사 한 편이 단편소설 분량이라 깊이 있는 정보 습득이 가능하고, 내러티브가 풍성해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정치, 경제부터 패션, 테크까지 세계적인 필진들의 고유한 관점과 통찰을 전달합니다.
저자 소개
레베카 솔닛(Rebecca Solnit)은 미국의 저술가이자 비평가, 역사가다. 1980년대부터 환경, 반핵, 인권 운동에 참여해 왔다. 저서로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걷기의 역사》, 《이 폐허를 응시하라》 등이 있다. ‘맨스플레인(man+explain, 여자를 가르치려 드는 남자의 속성을 의미하는 단어)’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켰다.
역자 최혜윤은 한양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고 미국 뉴욕 주립대 스토니브룩(Stony Brook)에서 실험심리와 인지과학을 전공했다. 인간, 기술, 문화의 융합 이슈에 많은 관심이 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뇌와 행동을 연결시키는 뇌인지과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 두려움 속 변화의 가능성
위기와 재난
일상에 숨겨져 있던 것들
2.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봄의 해빙
엘리트 공황
억만장자와 위정자의 대응
3. 가까이에 있는 죽음
우선순위의 변화
하룻밤에 삶이 바뀔 수 있다면
4. 절대 일어날 수 없었던 일들
흑사병 이후의 일들
재난과 세상의 변화
5. 함께할 가치가 있는 갈등
멈춰 있지만 변화하는 상태
고통과 공존하는 희망
먼저 읽어 보세요
14세기에 유럽 전역에 흑사병이 유행해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영국에서는 전쟁세와 임금 제한에 항의하는 농민 봉기가 이어졌다. 결국 진압되고 말았지만, 농민과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권리와 자유를 가져다주는 계기가 되었다. 올해 3월 코로나19로 미국에서 긴급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병가 권리를 얻었다. 노숙자들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것처럼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확신했던 많은 것들이 세계 곳곳에서 실현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판데믹 이전의 평범한 삶을 그리워하지만, 그 삶은 어떤 이들에게는 절망과 배제의 재앙이었고, 환경과 기후의 재앙, 불평등의 소굴이었다. 우리는 재난을 함께 겪었고, 달라질 수 있다.
에디터의 밑줄
“우리는 죽음에 대한 자각을 통해 우리 자신의 삶과 생명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되고, 이동하는 우선순위에 맞춰 변화한다. 심지어 ‘우리’에 대한 정의는 우리가 학교 친구나 직장 동료들과 떨어져 이 새로운 현실을 낯선 사람들과 공유함에 따라 바뀔지도 모른다.”
“의식하지 않은 사이에 당신의 몸은 성장하고, 치유하고, 재생하고, 변화하고, 일하고 있다. 우리가 이 끔찍한 재난의 과학과 통계를 알아 가기 위해 고군분투할 때, 우리의 정신은 그에 준하는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나는 종종 이러한 시기가 봄의 해빙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마치 얼음이 부서지고 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여 배들이 겨울 동안 닿을 수 없었던 곳들을 오가게 되는 것과 같다.”
“현재 상태가 무너졌을 때 이로부터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종종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기보다는 그 상황을 유지하거나 재정립하는 데 더 집중한다. 미국의 보수주의자들과 대기업들이 주식 시장을 위해 모두가 일터로 되돌아가야 하고 그에 따른 죽음은 치를 만한 대가라고 주장했을 때 우리가 보았듯 말이다.”
“우리 각자가 어떻게 전체에게 속하고 의존하고 있는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결국 갑작스럽고 엄청난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가 배우게 된 이상, 의미 있는 기후 행동의 사례를 강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지진이 발생한 그 하룻밤에 당신의 삶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 당신은 생각하게 되죠. ‘그래서 뭐? 나는 좋은 삶을 위해 내 목숨을 걸어 보고 싶다. 어차피 하룻밤 새에 죽을 수도 있으니까.’ 잘 살아 낼 수 없다면 살아갈 가치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겁니다. 이것은 재난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아주 심오한 변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