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평화유지 작전에서 여성들의 참여율, 단위: % / (네이비 실선) 경찰 목표 / (민트 실선) 군 목표 / (네이비 그래프) 경찰 / (민트 그래프) 군
국제 여성의 날이었던 지난 3월 8일, UN은 여성 평화유지군 인력이 활동하는 영상을 공개했는데, “우리가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나요?”, “우리가 방관자라고 생각하나요?”라고 묻는 문구를 통해서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러한 편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러한 편견을 자주 경험한다. UN군의 임무에 대한 연구를 보면 여성 평화유지군은 교전 지역에서는 총성이 조금은 잦아든 다음에야 임무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기존의 성폭력 발생 빈도가 높은 분쟁 지역에서는 여성의 참여 비율이 더욱 낮았다. 설령 그런 지역에 파견되더라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기지에만 머물러 있거나 전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코넬대학교의 사브리나 카림(Sabrina Karim)은 여성들이 그렇게 제지를 당하는 이유는 지휘관들이 여전히 그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심지어 그런 판단 때문에 여성 인력이 본연의 임무를 하지 못하게 막는 경우도 있었다. 전투에서 여성 병사를 잃게 되면 미디어에서 엄청난 논란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도 그러한 계산의 일부다. “여성들은 그들을 가장 필요로 하는 지역에서 유의미한 기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박탈당하고 있다”고 카림 박사는 말한다.
맴, 예스, 맴(Ma’am yes ma’am)
뉴욕에 있는 싱크탱크인 국제평화연구소(International Peace Institute)의 그레첸 볼드윈(Gretchen Baldwin)은 여성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장애물을 해결하지 않은 채로 여성 평화유지군 인력을 증원하는 것은, 해당 여성은 물론이고 임무에서도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여성들이 그저 정해진 비율만 채우기 위해서 그곳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 그들과 함께 파견된 남성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들을 전투에 참여하기에 적당하지 않은 형식적인 인력으로 대우하게 될 것이다.
만약 각국에서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여성을 서둘러서 내보낸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프가니스탄에 여성으로만 구성된 부대를 파견했던 초기에는, 수많은 여성 병력이 자신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그 부대에서 근무하도록 사실상의 명령을 받곤 했다. 2014년 미국 육군의 연구에서는 “이로 인해서 (여성으로만 구성된 부대의) 동기 부여 수준이 부족해졌고, (부대 내에서) 정식 군사 훈련을 전혀 또는 거의 받지 못한 인력이 많아졌는데, 이는 모두 임무의 성공과 개인의 안전에 있어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킹스칼리지런던(King’s College London)의 조지나 홈즈(Georgina Holmes)는 르완다에서 다르프루로 파견된 여성 평화유지군들로부터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들은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을 상대하기 위한 충분한 훈련을 받지 못했으며, (그러한 상황을 마주하면) 어찌할 바를 몰라 했던 경험이 많았다고 한다. 르완다에 있는 군사 교관들이 홈즈 박사에게 말하길, 그들은 여성 평화유지군들이 희생자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국제평화연구소의 그레첸 볼드윈 역시 훈련을 제대로 받은 여성들마저도 ‘위험한 지역’에 파견하기를 거부하는 군부 지도자들의 위선을 지적하고 있는데, 그런 여성들이 동료 병사들로부터 괴롭힘을 받을 위험이나 그보다 더한 행위들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순찰을 하고 있을 때보다 기지에서 동료들과 함께 있을 때 더 안전하지 못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하는 건 전혀 드문 경우가 아니”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평화유지군 인력을 증원하겠다는 UN의 목표가 크게 진전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놀라운 사실은 아니다. 비록 UN이 평화유지군에 병력을 파견하는 국가들이 속도를 낼 수 있게 “지속적으로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여성 평화유지군 인력의 수는 5퍼센트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UN은 이런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평화유지군은 젠더 이슈에 대해 더욱 많은 교육을 소화하고 있다. 배치 전에 이루어지는 훈련 과정에는 UN 평화유지군 요원에 의한 성적 착취를 방지하는 내용에 대한 강좌와 민간인에 의해 자행되는 성폭력을 방지하고 대응하는 것에 대한 강좌가 포함되어 있다. 캐나다가 지원하는 프로젝트인 엘시 이니셔티브(Elsie Initiative)의 일환으로, UN의 관계자들은 캠프를 여성에게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부대 시설의 배치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어린아이를 둔 여성에 대해서는 복무 기간을 단축해 주는 선택권도 부여하고 있다.
여성이 배치되는 방식도 새롭고 더욱 효율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콩고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UN 평화유지군에는 여성이 참여한 팀이 모두 15개 있는데, 이들 각 팀은 장교 한두 명의 지휘하에 10~15명의 여성 병사가 속해 있다. 그런데 이 작전에서 영국군의 젠더 고문을 담당하고 있는 헬렌 브라이언(Helen Bryan) 소령은, 콩고에 파병된 모로코의 평화유지군이 여성들로만 조를 구성해서 순찰을 나갈 때는 사람들이 이들을 그다지 진지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남성 병력이 함께 배치되면서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콩고 사람들은 여성들로만 이뤄진 팀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만약에 성별이 섞여 있다면, 여성들도 남성들과 동일한 임무를 똑같이 수행한다는 것을 그들도 볼 수 있습니다. 여성들이 단지 여성스러운 일만 하는 것을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러나 여성 평화유지군을 보유하는 것이 특별한 장점이 있다는 주장들 중의 일부는 설득력이 부족한 편이다. UN은 여성이 다른 여성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더욱 감수성이 뛰어나다고 주장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들은 또한 여성 평화유지군이 “해당 국가의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에 있어서도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여성이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라이베리아에서는 인도에서 파병된 여성 경찰 부대를 비롯해 여성들로만 구성된 다른 부대들이 모범을 보이면서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의 비율이 늘어났고, 심지어 현지 여성들이 국가의 경찰력에 더욱 많이 합류하도록 용기를 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입증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여성 군인의 존재는 나름의 한계를 가질 수 있다. 콩고 동부에 있는 도시인 베니에서는, 지난 4월 8일 현지 경찰이 군중을 향해 실탄을 발사했는데, 당시 시민들은 2014년부터 이 도시를 괴롭혀 왔던 대량 학살을 막기 위해 평화유지군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항의하고 있었다. 이곳을 포함해 다른 곳에서도 평화유지군 요원들의 생명이 위험에 처할 수 있거나, 해당 국가의 정부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는 평화유지군이 시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주 받는다. 여성 평화유지군이 현지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길을 닦고 있다는 모든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제복을 입은 여성이 있다고 해서 제복을 입은 남성이 나쁜 행동을 하는 것을 막는 것은 아니다. 콩고, 아이티, 라이베리아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평화유지군 요원들이 강간을 비롯한 여러 형태의 성적 학대 혐의로 기소되었다. UN은 2005년이 되어서야 병사들의 행실을 평가하기 위한 조직을 구성했는데, 2015년에 미국 정부의 압력이 있기 전까지는 어떤 나라에서 평화유지군 병력이 학대 혐의로 기소되었는지를 공개하지 않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여성 군인의 수가 많아지면 평화유지군이 저지르는 성폭력에 대한 신고가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성도 남성만큼이나 평화유지군 동료를 신고하기가 어렵다고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 평화유지군에 대한 이러한 논쟁은 국가의 무장 공권력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역할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슈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심지어 전투 임무에 있어서도 여성이 예전보다 더욱 많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월에 미국의 현역 및 예비역 군인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퍼센트가 여성이 전투 임무에 복무하는 것을 찬성했으며, 30퍼센트는 반대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전히 상당수가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유럽의 어느 장교는 여성 평화유지군의 인원수를 늘리려는 시도에 대해서 남성 동료들 사이에서 광범위한 불신이 표출되고 있었다고 기억한다. “여성들은 순찰 임무를 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굳이 파병되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만약 15명의 여성이 파병된다면, 15명의 남성이 훈장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변화에 대한 시도는 보다 넓은 범위의 문화 전쟁에 휘말리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지난해 가을 펜타곤은 도널드 트럼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우려해서 두 명의 여성 장성에 대한 진급을 연기시켰다. 조 바이든이 이들에 대한 진급을 확정한 직후인 지난 3월에는, 폭스 뉴스의 진행자인 터커 칼슨(Tucker Carlson)이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서 “임신한 여성들도 전쟁에 참전할 것이며... 이는 우리 미국의 군대를 경멸하는 것”이라고 조롱했다. 그리고 그는 중국의 군대가 “더욱 남성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펜타곤으로부터 쓴소리를 들었지만, 많은 시청자가 그의 의견에 동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