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 자본과 예술의 경계
파괴를 통해 창조된 예술품
주류를 비판하지만 주류의 사랑을 받는 아티스트
2. 거리 예술의 속성과 뱅크시
유머와 위트의 활용
표현 매체의 확대
관객이 이해하기 쉬운 메시지
3. 예술과 현실이 교차하는 드라마
작품의 인증을 거부하는 뱅크시의 작품 공증 단체
진위가 아닌 관계를 강조하는 퍼포먼스 화법
4. 누가 애호가이고 누가 소비자인가
미디어와 언론이 만들어 낸 가짜 거리 예술가
60달러가 된 3만 달러짜리 작품들
5. 폭력과 유머 사이
유머로 역사적, 정치적 맥락 비틀기
논쟁을 유머의 대상으로 삼기
6. 거리는 누구의 것인가
예술, 공공의 재산, 혹은 예술가의 재산
거리의 속성을 닮은 인터넷
7. 창조하라, 그리고 파괴하라
담론을 만들어 내는 뱅크시의 전략
먼저 읽어 보세요
2018년 예술계 최고의 화제작은 뱅크시의 〈풍선과 소녀〉였다. 뱅크시는 소더비 경매장에서 낙찰되자마자 그림이 액자 밑으로 내려가며 파쇄기에 잘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반쯤 잘려나간 작품은 〈사랑은 쓰레기통에〉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예술계는 이 작품의 가치를 작가의 작품 중 최고가인 15억 원 이상으로 전망했다. 뱅크시는 영국의 백인 남성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체를 숨기고 활동한다. 자신이 그릴 벽화 정보를 SNS에 올리고, 대중과 미디어는 그의 행적을 쫓는다. 뱅크시는 540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로 대표되는 어마어마한 팬덤을 바탕으로 현대 예술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에디터의 밑줄
“뱅크시는 대중을 자본주의 아래에서 살아가는 쥐에 빗대어 풍자하고, 우체국과 병원 같은 공공 기관의 운용 논리를 비판하고, 다리 밑이나 버려진 공장 건물에 하층민의 현실을 표현한다. 일상의 공간에서 작업하지만 일상의 공간을 지배하는 시장, 정치, 도시 문화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가 본인 작품의 공증 단체인 페스트 콘트롤(Pest Control)을 만들어 운영하는 목적은 역설적으로 진품을 부정하기 위해서다. 작가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단체가 진품 여부를 확인해 주지 않음으로써 작품이 경매에 나갈 확률은 줄어든다.”
“뱅크시는 미술관 방문객이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과 미술관에 걸리는 작품 수준에 관해 질문했다. 미술관의 계급 의식, 진품이 가진 권위는 관객 스스로 예술을 향유하고 있다는 환상을 심었다. 관객은 진품의 복제품도 아닌 모조품을 감상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인터넷도 거리와 비슷하다. 과거 거리의 작품은 갤러리 전시를 위해 캔버스에 그려지거나, 전문가가 기록한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존됐다. 그러나 지금 거리 예술은 미술상과 미술 유통 회사, 대중에 의해 벽에서 통째로 떼어져 경매되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 기술의 힘을 빌려 공유된다. 시공간적인 유한성을 전제로 탄생한 그라피티와 거리 예술이 디지털카메라와 웹을 통해 영생을 얻는 것은 21세기적인 현상이다.”
“부정적 평가에도 뱅크시가 거리 예술가로서 확고한 위상을 가진 이유는 담론을 만들어 내는 그의 능력 때문이다. 1990년대에 거리 예술가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20여 년 동안 뱅크시의 문화 퍼포먼스는 대상을 한정하지 않았다. 미술 권력, 유명 작가를 무분별하게 좇는 대중과 미디어, 동료 예술가, 자기 자신으로 대상을 끊임없이 변주했다. 그리고 그는 관객의 관심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현대 미술은 물론, 자기 자신의 권위와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수용자와 함께 답을 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