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를 이야기하는 시대, 인간의 오감 중 가장 외면받고 있는 것은 촉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져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이끼가 머금고 있는 지구의 기억 같은 것들 말이다.
이끼를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끼는 존재하지만 인식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다분히 인간 중심적인 시선에 불과하다. 이끼는 지구의 시간 전체를 머금고 있다. 오만으로 가득한 인류의 시간에 비하면 억겁이다.
그런 이끼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었다. 콧대 높은 제국의 학자들 틈바구니 안에서 그는 이방인이었으며 환영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끼는 스스럼없이 자신을 드러냈다. 허리를 굽혀 땅을 만지는 이방인에게 접촉을 허락했다.
보고 듣는 감각이 지나치게 예민하고 비대해진 시대다. 그러나 우리는 때로는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 감각을 멋대로 취사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촉각은 다르다. 촉각을 닫아버릴 방법은 없다. 만짐과 동시에 만져지는 경험은 우리를 또 다른 세계로 이끈다. 이끼의 존재를 제대로 감각하고 싶다면, 그리하여 스스로를 해체하고 새로운 나를 재구성하고 싶다면 지금 손을 뻗는 방법뿐이다. 다정한 손길로 이끼와의 접촉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 16분이면 끝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The Guardian × BOOK JOURNALISM
북저널리즘이 영국 《가디언》과 파트너십을 맺고 〈The Long Read〉를 소개합니다.〈The Long Read〉는 기사 한 편이 단편소설 분량입니다. 깊이 있는 정보 습득이 가능합니다. 내러티브가 풍성해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부터 패션과 테크까지 세계적인 필진들의 고유한 관점과 통찰을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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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