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패널이 출연하는 고정 코너는 최근 다른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보편화된 프로그램 구성 방식이다. 여야 패널 혹은 특정 정치인의 고정 코너를 두는 이유는 매일매일 최적의 해설가를 섭외하기 어려운 제작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고정 코너를 두면 데일리 정치 이슈를 토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화하기 쉽고, 시간이 지날수록 출연자의 말맛을 기대할 수 있다. 사람들은 라디오 토크 뉴스들에서 재미와 정보, 그리고 뉴스 해석의 관점을 원하기 때문에, 대중에게 이름이 알려져 있거나 말을 잘하는 정치인을 고정 출연자로 두는 것이 청취율이나 뉴스 영향력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대부분 핫 이슈들은 여야의 관점이 엇갈리는 사안들이어서, 사람들은 양쪽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고, 여야 패널들이 때로 격하게 논쟁하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다.
최근 라디오들은 유튜브로 동시에 생방송하고 있어 라디오는 듣는 동시에 시청이 가능한 매체다. 이러한 변화는 정치인이나 뉴스메이커 입장에서 라디오 출연을 좀 더 선호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라디오 토크 뉴스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사례는 선거철이다. 대선이나 총선은 물론이고, 각 정당의 당 대표 경선과 원내 대표 경선 등 크고 작은 선거철이 되면 라디오 토크 뉴스는 정치인들이 쏟아 내는 말잔치로 분주해진다. 진행자들은 직접 논쟁에 뛰어들거나 여야 패널 간의 논쟁을 유도하면서 화제를 만들어 낸다.
가장 논쟁적인 토크 뉴스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다. 진행자 김어준은 논쟁을 즐기고, 거침없는 발언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한국리서치가 실시하는 수도권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서 청취율 약 14퍼센트로 수년째 1위를 차지했다.[7] 그러나 보수 진영으로부터는 ‘좌편향’, ‘편파 방송’이라는 비판과 함께 프로그램 폐지 압력을 받았다. 서울시의회의 다수당인 국민의힘 서울시 의원들은 높은 시청률 비결을 “막장 드라마”에 비유했고[8] 결국 김어준씨는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손석희의 시선집중〉이나 〈김현정의 뉴스 쇼〉와 비교하면, 분명 좀 더 리버럴하다. 진행자 김어준은 〈딴지일보〉, 〈나꼼수〉, 〈다스뵈이다〉 등 팟캐스트와 유튜브에 기반한 방송 진행을 통해 팬덤(fandom)을 형성해 왔다. 뉴스를 다루는 화법이 기성 언론에서는 볼 수 없는 형태인데, 직설적이고, 논쟁적이다. 이러한 정치적 공방을 논외로 하면,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성공한 토크 뉴스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먼저,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매일 아침 출근길에 토크 뉴스가 주는 세 가지 맛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첫째로 진행자 김어준이 시원시원한 말로 뉴스를 다루는 것은 정제된 TV 리포트나 신문 기사보다 더 재미가 있다. 여야가 충돌하는 방송통신심의위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발언 내용과 법정 제재 여부는 늘 뜨거운 감자였다. 둘째로 유력 정치인과 셀럽 등 뉴스메이커들이 자주 출연했다. 화제가 되는 뉴스가 많이 쏟아지니 뉴스의 생산과 화제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뉴스 정보의 선순환이 이뤄진다.
셋째로 뉴스에 대한 명확한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 신문과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뉴스를 다룰 때 중립성을 중시한다. 중립이라는 것은 명확히 측정할 수는 없지만, 뉴스 아이템의 배치, 보수·진보 출연자 비율 같은 기계적인 요소들도 있고, 앵커의 멘트 수위 조절과 같은 요소들도 있다. 방송사의 중립성을 놓고 국회 국정 감사에서 시비가 많이 걸리는데, 여야가 바뀌면 정치권이 주장하는 말들도 서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어떤 측면에서는 중립성이라는 것이 마치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기도 하다.
중립성은 편향성과 반대되는 말인데, 뉴스에서 두 가지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은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하다. 방송 리포트라면 기사 내용과 함께 영상 편집을 고려해야 하고, 신문 기사라면 단어의 선정과 뉘앙스 등을 고민해야 한다. 뉴스에서 중립성을 많이 고려하면, 비판을 피하기는 쉽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관점이 흐려질 수가 있다. 반대로 관점을 많이 반영하면, 한쪽의 주장만을 편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진행자나 출연자가 뉴스에 대한 관점을 드러내는 것은 토크 뉴스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자신만의 말투와 언어, 뉘앙스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뉴스에 대한 관점을 중시하고, 이를 진행자 혹은 출연자의 말로써 시원하게 풀어냈다. 지금, 사람들이 원하는 뉴스 트렌드다. 제작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양승창 PD는 2021년 한국언론학회의 학술세미나에 참석해 “관점 미디어가 ‘주목 받고 있는 트렌드’라고 들었다. 뉴스공장은 관점 미디어의 선두 주자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열광적인 청취자들에게 ‘우리 편’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큰 스피커 기능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9] 찬반 논란이 많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관점을 가진 뉴스를 원한다는 것이다.
언론진흥재단과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조사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한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응답자의 44퍼센트는 자신과 관점이 같은 뉴스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40개 나라 평균치가 28퍼센트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반대로 자신과 반대되는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는 사람은 4퍼센트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뉴스 소비자들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무척 양극화된 뉴스 소비 패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10]
마지막으로,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진행자와 프로그램을 브랜딩[11]하고 충성스러운 뉴스 소비자들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원래 브랜딩은 마케팅 용어다. 제조자를 구별할 수 있는 이름, 용어, 사인, 심볼 등 브랜드를 통해서 특정한 이미지와 느낌, 그리고 정체성 등을 불어넣는 과정을 의미한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진행자 김어준은 ‘공장장’으로 불린다. 코너들은 스포츠 공장, 영화 공장, 패션 공장, 문화 공장 등으로 이름을 달고 있다. 주요 패널들에는 전문성과 아이덴티티에 맞는 별명이 부여된다. ‘황야의 우나이퍼’, ‘정치구단주’ 같은 식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이러한 브랜딩 전략은 프로그램의 재미와 흥미를 높여 줬고, 야구팀에 열성 팬이 생기듯이 팬덤을 만드는 데도 한몫했다.
TV에 심어진 토크 뉴스 DNA
10여 년 전만 해도 TV 뉴스라고 하면, 지상파 3사의 저녁 메인 뉴스를 의미했다. 아침 뉴스, 정오 뉴스, 마감 뉴스도 있지만, 매일매일의 중요하고 새로운 뉴스를 전하는 건 대체로 저녁 메인 뉴스였다. 지금도 지상파의 저녁 메인 뉴스는 가장 완성도가 높은 핵심 정보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동안 가장 큰 변화는 TV에서 낮 시간 토크 뉴스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점이다. 낮 시간대 뉴스들은 전통적 방식의 기자 리포트보다는 진행자와 출연자의 인터뷰 또는 여야 패널들 간의 토론을 통해 뉴스를 전하고 있다.
쉽게 말해, 라디오 토크 뉴스에서 볼 수 있던 뉴스 형식이 TV로 옮겨진 것이다. 저녁 메인 뉴스와 차별화하는 방식이기도 하고, 앞 장에서 설명한 대로 시청자들이 ‘팩트 플러스’를 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이전에도 라이브 인터뷰와 토론을 TV 뉴스에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처럼 매일매일 1시간이 넘게 편성되는 뉴스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지상파와 종편의 주간 편성표를 보면, 낮 시간에는 토크 뉴스들이 집중적으로 편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