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토크하다
3화

토크 뉴스의 조건

토크 뉴스의 세 가지 맛


누구나 토크 뉴스를 만들 수 있지만, 모든 토크 뉴스가 관심을 받는 건 아니다. 성공적인 토크 뉴스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말맛’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말맛은 “말소리나 말투의 차이에 따른 느낌과 맛”이라고 정의돼 있다. 토크 뉴스는 진행자와 패널의 대화가 핵심 경쟁력이다. 이들이 주고받는 대화에서 말맛이 느껴져야 사람들의 눈과 귀를 끌어당길 수 있다. 모든 것을 떠나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토크 뉴스가 지금처럼 인기를 끌고, 새로운 뉴스 포맷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예전부터 진행자와 패널이 나와서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들은 많았지만, 단순히 서로 번갈아 가며 한 마디씩 뉴스를 분석한다면 재미가 없다. 패널 선정이나 프로그램 구성부터 재미가 없으면, 찾아서 보는 사람이 적고, 보는 사람이 적으면 유력 정치인이나 뉴스메이커들도 선뜻 출연하기를 꺼린다. 이와는 반대로, 말맛이 있는 진행자와 패널을 확보한다면, 그 토크 뉴스는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토크 뉴스 프로그램은 많아도 출연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한데, 말맛이 있는 코멘테이터(commentator)를 찾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정치 토크 뉴스의 단골손님이다. 한 언론사 집계에 따르면, 그는 2022년 7월 한 달에만 TV와 라디오, 유튜브 등에 약 50회나 출연했다.[1] 2022년 기준으로 82세의 고령이고, 7월 중순에 낙상 사고를 당해 발목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음에도 출연 분량이 많다. 40년 가까이 국회의원, 대통령비서실장, 장관, 국가정보원장에 심지어 수감 생활까지 경험했으니 정보와 뉴스가 풍부하고, 이를 풀어내는 말솜씨가 탁월하다. 다음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2022년 10월 12일 방송분에서 발췌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발언이다.

진행자 : 어제 감사원에 대한 국회 국정 감사가 있었는데 지켜보셨습니까?
박지원 : 참 웃기더라고요. 사무총장이 답변 거부하겠다고, 할 필요가 없다고 어떻게 그런 태도가 나와요?
진행자 : 왜 그런다고 생각하세요?
박지원 : 그건 실세니까 그러겠죠. 정부 내에 실세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고 그러니까 그렇게 법사위에서 큰소리 빵빵 치잖아요. 또 감사원의 한동훈은 유병호 사무총장 아니에요.
⋯중략⋯
진행자 : 근데 그 문자 파동이 있었잖아요. 그 성격을 어떻게 보세요?
박지원 : 감사원 실세 사무총장이 대통령실 왕수석한테 그런 문자를 보낸 것은 그건 대통령한테 보고한 거예요.
진행자 : 아, 대통령에 대한 보고라고 보세요?
박지원 : 제가 어떻게 됐든 김대중 정부가 5년간 그러한 일을 해봤잖아요. 선수 앞에서는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다 해봤어요.
진행자 : 유병호 총장은 어제 국회 답변에서 대통령실과 소통이 안 돼서 답답하다 창구가 없어서, 오히려 이렇게 얘기하던데요.
박지원 : 그건 쇼죠. 법사위에 제가 있었으면 그대로 안 있죠.


다음으로, ‘시원한 맛’이 있다. 뉴스는 넘쳐나지만, 사람들이 진짜 궁금해하는 당일의 이슈는 몇 가지 안 된다.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이슈를 정하고, 그 이슈에 대해 진행자와 패널이 빙빙 돌리지 않고 직접적이고 시원하게 이야기할 때, 반응은 폭발적이다. 토크 뉴스 역시 기본은 뉴스다. 사람들이 토크 뉴스를 보는 궁극적인 목적 역시 대화 속에 담겨 있는 뉴스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얻는 것이다. 단순히 재미만 있다면 연예 토크 쇼와 다를 바 없다. 다루는 이슈에 대해 진행자가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하고, 패널이 충분한 배경 지식과 자신의 관점을 바탕으로 시원시원하게 답변할 때 듣고 보는 즐거움이 생긴다. 물론 진행자와 패널이 시원하게 말을 하다 보면, 실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언 자체가 또 다른 뉴스가 된다.

뉴스는 전통적으로 객관성이 핵심 요소로 꼽힌다. 스웨덴의 정치 학자인 요르겐 웨스터슈탈(Jörgen Westerståhl)은 객관성에 필요한 요소들로, 진실성, 관련성, 균형성, 중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진행자나 패널이 중립 지대를 벗어나 관점을 명확히 드러낼수록 객관성과 서로 충돌하게 된다. 뉴스에서 시원한 맛을 살리는 것은 편향된 발언이 될 수 있고, 뉴스에 기대되는 객관성의 요소들과 배치될 수 있다. 때문에 규제가 많은 지상파 TV 프로그램은 토크 뉴스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반대로 라디오와 유튜브, 팟캐스트는 자유롭다. 뉴스의 객관성은 여전히 중요한 덕목이지만, 기계적 중립을 깨는 것을 사람들이 더 많이 용인하는 것 또한 현실의 트렌드다.

마지막으로 ‘뜨거운 맛’이 있다. 유튜브에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는 정치 토론 동영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은 보수와 진보 패널이 민감한 주제를 놓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는 장면이다. 뜨거운 논쟁은 토크 뉴스와 떼려야 뗄 수 없다. 패널들이 논쟁을 즐기는 성향인 경우도 있고, 다루는 주제가 열변을 토할 만큼 민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몇 년 사이 토크 뉴스 형식의 정치 토론 동영상들이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얻은 배경은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을 거치면서, 보수와 진보 세력이 정치적으로 크게 충돌했기 때문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쟁, 부동산 폭등, 남녀 간 젠더 이슈, 초접전의 대선 레이스에 이르기까지 보수와 진보 세력이 격하게 논쟁을 벌일 때마다 정치 토론 동영상들은 쑥쑥 커나갔다. 이는 최근 뉴스 시청자들의 확증편향(確證偏向)이 강해지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과 부합하는 정보들만을 받아들이는 경향을 뜻한다.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에 부합하는 뉴스 정보를 제공하고 해석해 주는 토크 뉴스와 패널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이유다.

뜨거운 토론은 말과 행동이 다소 과격해지는 경우로도 이어진다. 여야 대선 경선이 한창이던 2021년 10월, MBC 라디오 프로그램 〈정치인싸〉에서 원희룡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 캠프 대변인을 지낸 현근택 변호사가 거친 말싸움을 벌이다가 방송 중에 둘 다 자리를 떠나는 일이 있었다.[2] 이 일은 언론을 통해 뉴스로 재생산됐고, 〈정치인싸〉 해당 동영상의 조회 수는 평소의 두 배가 넘는 58만 회를 기록했다.

 

최고의 토크 뉴스 ; 홍준표 vs 유시민 100분 토론


성공한 토크 뉴스의 조건으로는 이렇게 세 가지 맛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세 가지 맛은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부터 진행자와 패널의 선정, 뉴스 주제 선정 등 전반에 걸쳐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최고의 토크 뉴스 이벤트로는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2019년 10월 22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 20주년 특집 생방송 ‘공정과 개혁을 말한다’ 편이라 하겠다. 당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공정성 논쟁과 검찰 개혁 찬반 이슈로 온 나라가 진보와 보수, 두 쪽으로 갈라진 시기였다. 보수에서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진보에서는 유시민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출연해 이른바 ‘일대일 맞짱 토론’을 펼쳤다. 진행은 100분 토론 사회자인 김지윤 정치학 박사가 맡았다. 홍준표, 유시민 두 사람은 당대의 논객이자 정치적으로도 영향력이 매우 큰 이슈메이커다. 두 패널은 가장 민감한 현안을 앞에 두고 때론 시원하게 자기 주장을 하고, 때론 뜨겁게 각자의 진영을 대표하며 격렬한 논쟁을 펼쳤다.[3] 주요 발언들은 실시간으로 기사가 돼 포털 사이트에 속보로 보도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홍준표 전 대표, 유시민 이사장이 패널로 출연한 모습 ⓒMBC 유튜브
TV 프라임타임에 편성된 1부와 2부, 그리고 정규 방송이 끝난 뒤 유튜브 장외 토론까지 합쳐 총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정치 토크 뉴스 이벤트의 시청률은 1부는 6.6퍼센트, 2부는 9.6퍼센트(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대 KBS2에서 방송된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가 7.6퍼센트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른바 ‘시청률 대박’을 쳤다고 할 수 있다. TV 방송이 끝난 뒤에는 유튜브 장외 토론을 이어갔다. 무려 18만 명이 실시간 동시 접속해 두 사람의 토론을 지켜봤다. 방송 후 100분 토론 유튜브 공식 계정에 업로드된 유튜브 영상들은 현재까지 17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의 배경에는 토크 뉴스로서 시원한 맛과 뜨거운 맛, 그리고 시종일관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두 패널의 강력한 말맛이 있었다.

토크 뉴스의 말맛은 프로그램 전체의 재미와 곧장 연결된다. 정치적 이슈에 대한 상대의 논리적 허점을 말의 칼날로 확실하게 찌르면서도, 주고받는 ‘티키타카’ 토크 속에는 재미가 넘쳐났다. ‘홍준표 vs 유시민’ 토론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필자는 두 논객으로부터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때 느낀 것은 두 논객이 발 딛고 있는 정치 진영과 생각은 서로 많이 다르지만 그럼에도 상호 존중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어떤 민감한 주제라도 툭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두둑한 배짱이 있다는 것이었다. 사석에서 가감 없이 듣는 두 논객의 말들은 한층 더 재미있었는데, 이는 TV 정규 방송이 끝난 뒤 유튜브 장외 토론을 추가로 기획하게 된 배경이기도 했다. 실시간 라이브를 지켜본 시청자들의 유튜브 댓글을 몇 개 소개하면 이렇다.

“날 선 눈빛과 적대심으로 무거웠던 토론이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알차고 유익한 토론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게 대단합니다. 상대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논리 없는 극편향적 우기기가 거의 없다보니 이런 토론도 될 수 있구나 싶네요”
“이렇게 토론 하는 것 보기 좋다. 여유도, 웃음도 가지면서”
“하려던 일 제쳐두고 계속 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재밌었다”
“서로 비방, 정치적 수싸움 이런 언플만 보다가 서로 면전에서 각자 의견의 차이를 알아가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의 길로 갈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오늘 100분 토론 웃긴 상황이 많이 나오긴 했는데 정치 공방 이런 것만 보다보니 뭔가 치유받는 기분이었다”


사람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토크 뉴스란 바로 이런 것이다. TV든 유튜브든 편한 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뉴스 정보와 뉴스에 대한 관점 있는 해석을 마음껏 들을 수 있고, 이 모든 과정이 재미있어야 한다. 매일 뉴스와 말의 잔치가 쏟아지니 재미가 없는 것은 선택받기가 힘들다. 토론 후기 및 시청자의 반응에서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화합에의 열망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일맥상통하는 주장을 듣고 싶어 하지만, 그렇다고 맹목적인 싸움만을 원하지는 않는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이 서로 다른 패널들의 토크를 통한 정치의 발전과 치유라는 점은 토크 뉴스 제작자와 진행자, 패널들이 곱씹어 볼 대목이다.

 

토크 뉴스의 스타들 ; 손석희, 김어준, 김현정


손석희

토크 뉴스가 대중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발전해 온 과정에 가장 중요한 인물은 손석희 전 JTBC 총괄 사장이다. 손 전 사장은 〈JTBC 뉴스룸〉 앵커 시절은 물론이고, MBC 재직 중에는 〈100분 토론〉과 〈손석희의 시선집중〉 앵커를 맡아 굵직한 인터뷰를 수없이 진행했다. 그는 《시사저널》 이 뽑은 영향력 있는 언론인 조사에서 2022년 기준으로 17년째 1위를 하고 있는데, 그의 영향력은 말과 토론, 그리고 뉴스메이커와의 인터뷰에서 나온다. 그 스스로도 토론과 인터뷰를 즐긴다고 말할 정도다. 그는 수많은 이슈 가운데서 가장 궁금한 것, 꼭 알아야 할 것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보고 듣는 시청자에게 재미와 함께 뉴스를 제공해 왔다.

“사실 궁금한 것을 물어보려면, 우선 궁금해야 하고, 시간과 상황이라는 조건에 되도록 구애받지 않고 물어봐야 하는 거다. 그런데 방송이든 신문이든 워낙 제약 조건이 많으니 늘 한계가 있다. 다만 제한된 시공간을 굳이 다루지 않아도 될 문제들에 대부분 할애한다면 반성해야 할 텐데, 언론들이 시청률이나 포털 조회 수에 매달리다 보니 점점 그리되는 것 같다. 정책을 다루면 재미없다 생각하고. 내가 과거 인터뷰했던 알랭 드 보통이 한 말이기도 한데, 그러니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재미없는 걸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만드느냐일 게다. 난 그 방법론을 인터뷰와 토론으로 택했던 것이다.”

《한겨레》와의 인터뷰[4]에서 손석희 전 사장이 한 말이다. 궁금한 것을 물어보려면 시간 제약이 없어야 하고, 재미는 없지만 다뤄야 할 중요한 뉴스들을 재미있게 말로 풀어내려고 노력했다는 의미다. 이는 곧 토크 뉴스의 핵심 요소이다. 기자는 대중적 관심이 있는 사안을 보도할 때, 그 사건에 가장 밀접하게 연관돼 있거나 핵심 키(key)를 쥐고 있는 당사자를 직접 인터뷰하길 원한다. 이런저런 분석과 해석, 요약과 정리도 좋지만, 당사자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 따끈따끈한 뉴스는 없다. 이슈와 밀접하게 관련된 당사자의 말은 지루하지 않으며 대중의 눈과 귀를 즉각적으로 사로잡는다. 그러나 앵커나 기자가 뉴스메이커를 단독으로 만나기는 쉽지 않고, 만난다고 해도 충분한 답변을 끌어내기도 어렵다. 요즘은 라이브 기자 회견장에서 기자가 뻔한 이야기를 물어보면, 시청자들이 게시판 댓글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아우성친다. 앵커와 기자의 전문적 역량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손석희 전 사장이 진행했던 MBC 시사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국내 데일리 토크 뉴스의 표준이자 원조라고 할 만하다. 손 전 사장은 〈시선집중〉을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진행했다.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은 말로써 승부를 본다. 제작진은 매일매일 핫 이슈를 선정하고, 해당 이슈에 맞는 출연자 (interviewee)를 섭외해 진행자와 대화를 하면서 뉴스를 생산한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때로는 현안을 파고들고, 때론 출연자와 치열하게 논쟁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가수, 배우, 영화감독, 스포츠 스타, 문인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수시로 인터뷰가 이뤄졌다.

손석희 전 사장이 〈시선집중〉에서 날카로운 말로써 핵심을 시원하게 파고들고 출연자와 뜨겁게 토론하는 것은 듣는 재미가 있었다. 손 전 사장은 정치인 출연자는 물론이고, MBC와 JTBC 기자에게 사전에 약속되지 않은 직설적인 질문을 불쑥 던지는 것으로 유명했다. 출연자와 기자는 진땀을 빼지만 라이브 토크가 주는 생동감은 극대화된다. 단순한 재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뉴스메이커의 중요한 발언들은 신문과 방송, 인터넷 등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뉴스로 재생산됐다. 당시 일반 대중과 언론인, 정치인 등 많은 사람들이 매일 아침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통해 뉴스를 접했기 때문에 사회적 영향력이 매우 컸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출연자와의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뉴스를 전달하고 분석한 방식은 당시 TV 뉴스에서는 하기 힘든 독특한 방식이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부터 ‘라디오 저널리즘’이 시작됐다고 평가될 수 있는 이유인데[5], 이후에 라디오뿐만 아니라 TV 뉴스에 끼친 영향이 크다.
〈JTBC 뉴스룸〉에 가수 양준일이 출연해 인터뷰하는 모습 ⓒJTBC 유튜브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손석희 전 앵커가 출연해 인터뷰하는 모습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만들어 낸 토크 뉴스 DNA는 이후에 손석희 당시 사장이 2013년 진행한 〈JTBC 뉴스룸〉에 이식됐다. 당시 손 사장은 ‘한 걸음 더 들어간 뉴스’를 내걸었다. 지상파 저녁 메인 뉴스들이 짧은 기자 리포트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던 방식을 버리는 대신에, 당사자나 전문가와의 라이브 인터뷰, 기자 라이브 출연 등을 대폭 늘렸다.[6] 이런 뉴스 전달 방식의 변화들은 〈JTBC 뉴스룸〉의 성공 이후 많은 방송 뉴스에서 보편화됐다.

김어준과 김현정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만든 라디오 저널리즘의 핵심 포맷이 토크 뉴스라면, 〈손석희의 시선집중〉 이후에는 CBS 〈김현정의 뉴스 쇼〉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이 이를 이어받아 토크 뉴스를 발전시키고 있다. 웬만한 유력 정치인이나 뉴스메이커는 이들 프로에 출연하지 않은 경우가 드물다. 특히 〈김현정의 뉴스 쇼〉,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은 출연자 인터뷰가 끝나면 인터뷰 전문을 담은 대화 실시간 속기록을 홈페이지에 올리는데, 정치부 기자들이 이를 매우 좋아한다. 속기록이 없으면 일일이 발언 내용을 다시 정리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국회를 취재하는 정치부 정당팀 말진(末陣) 기자 시절에 정치인의 발언을 인용하고자 〈김현정의 뉴스 쇼〉 인터뷰 스크립트 덕을 많이 봤다. 당시만 해도 모든 라디오 프로그램이 스크립트를 제공하지는 않았다. 실시간 속기록은 진행자와 출연자의 대화가 기사로 쉽고 빠르게 재생산될 수 있게 한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진의 서비스이자 전략적 장치다.

실제로 정치인들이 오전에 데일리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이슈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 이는 각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의 손을 거쳐 발 빠르게 온라인 뉴스로 만들어진다. 중요한 발언들은 신문 지면이나 방송사 저녁 리포트에까지 인용된다. 아침에 온라인 뉴스들을 잘 살펴보면, A 정치인이 라디오에 출연해 무슨 말을 어떻게 했다는 기사들이 넘쳐난다. 기자들은 핵심 발언만 인용 부호로 소개하기도 하고, 전날까지 보도된 뉴스를 감안해 새로운 발언에 담긴 맥락을 분석하는 기사를 쓰기도 한다. 사실 정치는 말의 향연이고, 정치인의 말이 없으면 정치 뉴스도 없다. 때문에 매일 아침 라디오 토크 뉴스들은 정치 뉴스를 여는 출발점이자 중요한 뉴스 소스가 되고 있다.

〈김현정의 뉴스 쇼〉와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주간 코너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정치인들이 거의 매일 출연한다는 것과 여야 논객의 고정 토론 코너가 있다는 것이다. 일일 출연자들의 면면을 보면 정치인의 비중이 더 크다. 주요 정치인들의 출연이 잦다는 것은 그만큼 뉴스 영역에서 이 프로그램들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좌) 〈김현정의 뉴스 쇼〉, (우) 〈김어준의 뉴스공장〉방송 코너(2022년 11월 기준) ⓒCBS, TBS 홈페이지
여야 패널이 출연하는 고정 코너는 최근 다른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보편화된 프로그램 구성 방식이다. 여야 패널 혹은 특정 정치인의 고정 코너를 두는 이유는 매일매일 최적의 해설가를 섭외하기 어려운 제작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고정 코너를 두면 데일리 정치 이슈를 토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화하기 쉽고, 시간이 지날수록 출연자의 말맛을 기대할 수 있다. 사람들은 라디오 토크 뉴스들에서 재미와 정보, 그리고 뉴스 해석의 관점을 원하기 때문에, 대중에게 이름이 알려져 있거나 말을 잘하는 정치인을 고정 출연자로 두는 것이 청취율이나 뉴스 영향력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대부분 핫 이슈들은 여야의 관점이 엇갈리는 사안들이어서, 사람들은 양쪽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고, 여야 패널들이 때로 격하게 논쟁하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다.

최근 라디오들은 유튜브로 동시에 생방송하고 있어 라디오는 듣는 동시에 시청이 가능한 매체다. 이러한 변화는 정치인이나 뉴스메이커 입장에서 라디오 출연을 좀 더 선호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라디오 토크 뉴스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사례는 선거철이다. 대선이나 총선은 물론이고, 각 정당의 당 대표 경선과 원내 대표 경선 등 크고 작은 선거철이 되면 라디오 토크 뉴스는 정치인들이 쏟아 내는 말잔치로 분주해진다. 진행자들은 직접 논쟁에 뛰어들거나 여야 패널 간의 논쟁을 유도하면서 화제를 만들어 낸다.

가장 논쟁적인 토크 뉴스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다. 진행자 김어준은 논쟁을 즐기고, 거침없는 발언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한국리서치가 실시하는 수도권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서 청취율 약 14퍼센트로 수년째 1위를 차지했다.[7] 그러나 보수 진영으로부터는 ‘좌편향’, ‘편파 방송’이라는 비판과 함께 프로그램 폐지 압력을 받았다. 서울시의회의 다수당인 국민의힘 서울시 의원들은 높은 시청률 비결을 “막장 드라마”에 비유했고[8] 결국 김어준씨는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손석희의 시선집중〉이나 〈김현정의 뉴스 쇼〉와 비교하면, 분명 좀 더 리버럴하다. 진행자 김어준은 〈딴지일보〉, 〈나꼼수〉, 〈다스뵈이다〉 등 팟캐스트와 유튜브에 기반한 방송 진행을 통해 팬덤(fandom)을 형성해 왔다. 뉴스를 다루는 화법이 기성 언론에서는 볼 수 없는 형태인데, 직설적이고, 논쟁적이다. 이러한 정치적 공방을 논외로 하면,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성공한 토크 뉴스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먼저,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매일 아침 출근길에 토크 뉴스가 주는 세 가지 맛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첫째로 진행자 김어준이 시원시원한 말로 뉴스를 다루는 것은 정제된 TV 리포트나 신문 기사보다 더 재미가 있다. 여야가 충돌하는 방송통신심의위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발언 내용과 법정 제재 여부는 늘 뜨거운 감자였다. 둘째로 유력 정치인과 셀럽 등 뉴스메이커들이 자주 출연했다. 화제가 되는 뉴스가 많이 쏟아지니 뉴스의 생산과 화제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뉴스 정보의 선순환이 이뤄진다.

셋째로 뉴스에 대한 명확한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 신문과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뉴스를 다룰 때 중립성을 중시한다. 중립이라는 것은 명확히 측정할 수는 없지만, 뉴스 아이템의 배치, 보수·진보 출연자 비율 같은 기계적인 요소들도 있고, 앵커의 멘트 수위 조절과 같은 요소들도 있다. 방송사의 중립성을 놓고 국회 국정 감사에서 시비가 많이 걸리는데, 여야가 바뀌면 정치권이 주장하는 말들도 서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어떤 측면에서는 중립성이라는 것이 마치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기도 하다.

중립성은 편향성과 반대되는 말인데, 뉴스에서 두 가지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은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하다. 방송 리포트라면 기사 내용과 함께 영상 편집을 고려해야 하고, 신문 기사라면 단어의 선정과 뉘앙스 등을 고민해야 한다. 뉴스에서 중립성을 많이 고려하면, 비판을 피하기는 쉽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관점이 흐려질 수가 있다. 반대로 관점을 많이 반영하면, 한쪽의 주장만을 편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진행자나 출연자가 뉴스에 대한 관점을 드러내는 것은 토크 뉴스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자신만의 말투와 언어, 뉘앙스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뉴스에 대한 관점을 중시하고, 이를 진행자 혹은 출연자의 말로써 시원하게 풀어냈다. 지금, 사람들이 원하는 뉴스 트렌드다. 제작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양승창 PD는 2021년 한국언론학회의 학술세미나에 참석해 “관점 미디어가 ‘주목 받고 있는 트렌드’라고 들었다. 뉴스공장은 관점 미디어의 선두 주자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열광적인 청취자들에게 ‘우리 편’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큰 스피커 기능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9] 찬반 논란이 많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관점을 가진 뉴스를 원한다는 것이다.

언론진흥재단과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조사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한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응답자의 44퍼센트는 자신과 관점이 같은 뉴스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40개 나라 평균치가 28퍼센트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반대로 자신과 반대되는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는 사람은 4퍼센트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뉴스 소비자들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무척 양극화된 뉴스 소비 패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10]

마지막으로,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진행자와 프로그램을 브랜딩[11]하고 충성스러운 뉴스 소비자들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원래 브랜딩은 마케팅 용어다. 제조자를 구별할 수 있는 이름, 용어, 사인, 심볼 등 브랜드를 통해서 특정한 이미지와 느낌, 그리고 정체성 등을 불어넣는 과정을 의미한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진행자 김어준은 ‘공장장’으로 불린다. 코너들은 스포츠 공장, 영화 공장, 패션 공장, 문화 공장 등으로 이름을 달고 있다. 주요 패널들에는 전문성과 아이덴티티에 맞는 별명이 부여된다. ‘황야의 우나이퍼’, ‘정치구단주’ 같은 식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이러한 브랜딩 전략은 프로그램의 재미와 흥미를 높여 줬고, 야구팀에 열성 팬이 생기듯이 팬덤을 만드는 데도 한몫했다.

 

TV에 심어진 토크 뉴스 DNA


10여 년 전만 해도 TV 뉴스라고 하면, 지상파 3사의 저녁 메인 뉴스를 의미했다. 아침 뉴스, 정오 뉴스, 마감 뉴스도 있지만, 매일매일의 중요하고 새로운 뉴스를 전하는 건 대체로 저녁 메인 뉴스였다. 지금도 지상파의 저녁 메인 뉴스는 가장 완성도가 높은 핵심 정보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동안 가장 큰 변화는 TV에서 낮 시간 토크 뉴스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점이다. 낮 시간대 뉴스들은 전통적 방식의 기자 리포트보다는 진행자와 출연자의 인터뷰 또는 여야 패널들 간의 토론을 통해 뉴스를 전하고 있다.

쉽게 말해, 라디오 토크 뉴스에서 볼 수 있던 뉴스 형식이 TV로 옮겨진 것이다. 저녁 메인 뉴스와 차별화하는 방식이기도 하고, 앞 장에서 설명한 대로 시청자들이 ‘팩트 플러스’를 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이전에도 라이브 인터뷰와 토론을 TV 뉴스에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처럼 매일매일 1시간이 넘게 편성되는 뉴스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지상파와 종편의 주간 편성표를 보면, 낮 시간에는 토크 뉴스들이 집중적으로 편성돼 있다.
낮 시간 TV 뉴스에는 우리나라 뉴스의 아이러니한 역사가 담겨 있다. 낮 시간 TV 뉴스들은 2011년 말 종합 편성 채널이 등장할 때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출연자들의 토크를 중심으로 한 낮 시간 뉴스 대담 프로그램은 그동안 지상파 뉴스에서는 잘 다루지 않던 분야였다. 낮 시간에 뉴스를 하더라도, 정오 뉴스나 5시 뉴스처럼 주로 기자 리포트를 통해 중요한 뉴스를 짧게 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이때만 해도 지상파 TV의 저널리즘은 탐사 보도 형식의 시사 프로그램이나 기자의 취재를 통해 정치 정보를 전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12] 특히나 정치 뉴스 분야는 뉴스를 보도하고 해석하는 것은 기자의 영역이고, 정치인 등은 기자의 취재원이자 뉴스를 제공하는 정보원으로 여겨졌다. 인터뷰 편집이나 발언 왜곡 논란이 발생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종편은 데일리 시사 대담 프로그램에 전직 정치인, 정치 평론가, 시사 평론가 등을 주요 패널로 적극 출연시켰다. 기자의 취재 대신에 평론가들의 직접적인 분석과 시선으로 뉴스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종편의 뉴스 형식은 막말이나 출연자 및 발언의 편향성 등 논란을 일으키면서 ‘종편 저널리즘’ 또는 ‘페니 프레스(penny press)의 텔레비전화’라는 비판을 받았다.[13] 페니 프레스는 1센트짜리 신문이라는 뜻으로, 미국에서 19세기 초 대중 미디어가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대량으로 생산됐던 신문들이다. 당시 가십과 선정적인 기사를 실어 인기를 끌었다. 시사 대담 프로그램들은 비판을 받았지만, 역설적으로 뉴스 매체로서 종편의 영향력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지상파가 뉴스를 잘 다루지 않던 낮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뉴스를 배치하고, 정치인이나 평론가들을 출연시켜 마음껏 뉴스를 해석하고 말하는 공간이 열린 것이다. TV조선과 채널A는 각각 보수 신문 매체인 《조선일보》, 《동아일보》 에서 출발한 만큼 정치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띠고 있다. 이들은 보수 성향 정치인과 평론가를 중심으로 보수 성향 시청층을 공략하는 전략을 취했는데, 시사 대담 프로그램은 이에 적절한 뉴스 포맷이었다.

전쟁이나 스포츠 경기에서 그러하듯 저널리즘 영역에서도 물량 공세는 매우 효과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현재 시사 대담 프로그램 혹은 시사 토크 쇼들은 종편이 만들어 낸 대표적인 프로그램 형식이자 상품이고, 독특한 종편 저널리즘을 형성[14]하고 있다. 시사 대담 프로그램, 시사 토크 쇼 등 용어가 다르지만 이는 결국 큰 틀에서 토크 뉴스로 분류할 수 있다. 종편의 낮 시간대 토크 뉴스가 자리를 잡으면서, 이제는 지상파에서도 모두 낮 시간대 토크 뉴스를 편성해 서로 경쟁하고 있다.

지상파가 낮 시간 TV 토크 뉴스를 신설하기 이전에는 정치인들은 지상파 뉴스에서 리포트에 인용되는 20초가량의 인터뷰에 주로 등장했다. 또는 비정기적으로 토론 프로그램 혹은 심층 인터뷰에 출연하는 데 그쳤다. 지금은 지상파들도 적극적으로 정치인과 유력 인사를 섭외해 장시간에 걸쳐 출연시키고, 뉴스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한다. 정치인이나 정부 관계자, 또는 셀럽들 역시 메인 저녁 뉴스가 시청률이나 집중도는 높지만, 낮 시간 토크 뉴스에 출연하면 더 많은 시간에 걸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낮 시간 TV 토크 뉴스의 경우 프로그램의 형식이나 출연진 구성 등도 과거 대비 발전하고 있다. 초기 종편의 프로그램들은 기자들이나 정치 평론가와 시사 평론가 몇몇에 한정됐다. 현재의 토크 뉴스들에서는 현직 국회의원을 포함한 유력 정치인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유력 정치인 같은 뉴스메이커가 실시간으로 출연하면, 뉴스가 더 많이 생산되고 영향력이 커진다. 모든 프로그램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용적으로도 이슈에 대해 단순한 코멘트를 하거나 밋밋한 분석에 그치던 것에서 한층 더 진일보한 뉴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지상파와 종편 각 방송사의 낮 시간대 토크 뉴스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 시간대에 편성된다. 저녁 7시 이후에는 각 방송사에서 저녁 메인 뉴스를 편성하고 있다. 낮 시간 토크 뉴스와 저녁 메인 뉴스는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고, 편성 시간도 다르고, 역할도 나뉘어 있다. 둘째로, 진행자와 패널들의 실시간 대화가 기본 형식이다. 낮 시간 토크 뉴스에서는 정치인 등 뉴스메이커가 직접 뉴스를 전하거나 분석하고, 저녁 메인 뉴스에서는 기자의 취재 리포트가 중심이 된다. 마지막 특징은 고정 출연자들이 있다는 점이다. 고정 출연자들은 정치인, 변호사, 시사 평론가 등으로 특정 이슈에 대한 해설자 역할을 하거나, 보수 혹은 진보를 대표하는 패널로서 상호 간에 말을 주고받는다.

지상파에서는 SBS가 낮 시간 토크 뉴스에 가장 적극적이다. SBS는 2013년부터 낮 시간 뉴스를 운영했는데, 2017년 개편을 통해 오후 2시부터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을 120분간 편성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뉴스를 놓고 전문가 혹은 패널들이 이야기를 나눈다. MBC는 2018년 9월부터 〈2시뉴스외전〉을 신설해 약 80분간 방송하고 있고, KBS는 2018년 6월부터 오후 4시에 〈사사건건〉을 신설했다. 낮 시간 뉴스 전달 방식은 큰 틀에서 지상파 3사가 비슷하다. 정치 이슈는 국회의원 등 정치인의 토론으로, 사회·경제 이슈는 전문가와 앵커의 대담으로 전달된다.

TV 토크 뉴스는 어느새 익숙한 뉴스 포맷이 됐다. 그렇다면, 라디오와 TV 방송사들은 모두 왜 토크 뉴스를 만들고 있을까. 무엇이 토크 뉴스를 성장하게 만들고 있을까. 앞서 언급한 이유들은 주로 시청자 입장에서 살펴본 것이다. 그렇다면 미디어 입장에선 어떨까? 전통적 뉴스 매체인 TV와 라디오가 종편이나 인터넷, 유튜브 등과 치열한 실시간 뉴스 경쟁을 해야 하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가성비를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 장에서는 토크 뉴스가 성장한 배경과 전략에 대해 미디어 산업의 측면에서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1]
박태훈, 〈‘송해 닮은’ 82세 박지원, 7월 47회·하루 6회 방송…“뼈 부러져도 인터뷰”〉, 뉴스1, 2022. 7. 26.
[2]
황선영, 〈원희룡-현근택, ‘소시오패스 발언’ 두고 생방송서 설전〉 , TV조선, 2021. 10. 23.
[3]
서혜림, 〈홍준표 “柳, 좌파 대표주자 옹립”…유시민 “선거판서 볼일 없다”〉, 연합뉴스, 2019. 10. 23.
[4]
김영희, 〈[인터뷰] 손석희 “950번 앵커브리핑, 그걸 어떻게 했나 싶어”〉, 《한겨레》, 2022. 4. 6.
[5]
정철운, 〈손석희 “시선집중은 라디오저널리즘의 보루”〉, 《미디어오늘》, 2020. 10. 27.
[6]
원성윤, 〈 JTBC, 손석희 앵커 기용…‘새로운 뉴스’ 추구〉, 한국기자협회, 2013. 9. 4.
[7]
이윤정, 〈2022년 3R 청취율... <뉴스공장> 1위, <신장개업> 시사 프로그램 TOP3 등극!〉, TBS뉴스, 2022. 8. 9.
[8]
고현실, <TBS 대표, 내부 책임론에 “대통령 지지율도 등락”〉, 연합뉴스, 2022. 7. 18.
[9]
금준경, 〈‘김어준의 뉴스공장’ PD가 말하는 ‘정치적 편향성’ 논란〉, 《미디어오늘》, 2021. 10. 18.
[10]
김지원·윤승민, 〈보수와 친여 채널 사이에 ‘교집합’은 없다…‘아시타비’는 돈이 되니까〉, 《경향신문》, 2021. 1. 20.
[11]
브랜드의 이미지와 느낌, 아이덴티티를 수용자의 마음속에 심어주는 과정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12]
심재웅 외 3인, 《방송저널리즘과 정치평론》, 한국언론진흥재단, 2012.
[13]
홍성일, 〈보수적 방송 채널의 제도화 혹은 페니 프레스의 텔레비전화〉, 《문화과학》, 78, 2014, 90-102쪽.
[14]
이영주, <종합 편성 채널 저널리즘의 비판적 재조명〉 , 《한국언론정보학보》, 77, 2016.06., 36–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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