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베어 르포〉의 스티븐 콜베어는 2006년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 포함됐다. ‘진실스러움(truthiness)’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사전에 등재시키는가 하면, 정치인들에 대한 성역 없는 풍자로 유명하다. 콜베어는 2006년 백악관 기자단 만찬회에 초대받아 연설을 했는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면전에서 이라크 전쟁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 그리고 폭스뉴스 등 보수 진영을 싸잡아 풍자했다. 미국 기자들 사이에서는 현재까지도 역사상 가장 논란이 많았던 백악관 기자단 만찬 연설로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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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미국의 심야 토크 쇼나 정치 코미디 쇼들은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정보의 양이 많고, 신랄하게 현실 정치를 비판하면서 뉴스 프로그램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정치 풍자 개그 프로그램이 있지만, 미국처럼 오랜 세월에 걸쳐 매일 방송된 경우는 없다. 오히려 정치 풍자가 너무 인기를 끌다가 정치권의 눈 밖에 나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정치권이 정치 풍자를 풍자로 넘기지 않거니와 편 가르기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가 크기 때문이다.
[14] 그러나 정치와 풍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우리나라에는 정치 뉴스를 재미있게 다루는 TV 코미디 쇼나 풍자 토크 쇼가 10여 년씩 장수한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팟캐스트나 유튜브의 정치 콘텐츠 프로그램들이 상대적으로 더 인기를 끌었다고도 볼 수 있다.
토크 뉴스의 문제점
토크 뉴스에는 명확한 단점과 부작용이 있다. 첫째는 정치적 편향성과 사회적 갈등을 강화할 수 있다. 토크 뉴스에 등장하는 정치인이나 평론가 등은 대부분 정파성이 강하고, 지지층이 좋아하는 말을 한다. 둘째는 뉴스가 시청률 만능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를 풍자하는 미국 코미디 쇼의 경우, 시청자들이 재미있고 쉽게 정치 정보를 접하는 반면에, 정치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갖게 한다. 이런 문제점들은 우리나라와 미국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고민거리다.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뉴스의 근본적인 책임감이나 공익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다만 이 부분에 있어 한국과 미국의 구체적인 모습은 조금 다르다.
미국에서는 2022년 5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첫 번째 대변인이었던 젠 사키(Zen Psaki)가 MSNBC로 이직해 정치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15], 2023년에는 OTT 스트리밍 뉴스 앵커를 맡을 예정이다. 정치적 편향성의 문제에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현직 기자들이 청와대에 ‘직행’하는 게 종종 문제가 된다. 방송사 혹은 신문사 간부가 청와대 대변인이나 비서관으로 가면서 정치적 독립성이나 언론 윤리를 해친다는 지적을 받는다.
[16] 어느 쪽이 더 정치적 공정성을 해치는지는 몰라도, 국내에서 청와대 대변인이 유력 방송사의 뉴스 프로그램 진행자로 간 경우는 아직 없다.
규제의 차이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지상파 TV와 라디오, 종합 편성 채널, 뉴스 전문 채널 등 모두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재허가·재승인 심사를 받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내용 심의를 한다. 방송사들은 공적 책무, 공익성, 공정성 등을 요구받고 있으며, 규제 기관들은 쌍심지를 켜고 있다. 방송사들도 뉴스 내용에 조심할 수밖에 없고, 때때로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벌어지지만 큰 틀에서 보면 수위 조절이 된다. 미국은 연방통신위원회(FCC·Federal Communications Commision)가 뉴스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심사를 하지 않는다. 방송사와 앵커들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나 정치적 이해관계, 그리고 시청률 등에 따라서 진보 혹은 보수 어느 한쪽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한국에 비해 강하다.
특히, 유튜브 정치 토크 채널들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와 미국 모두 TV 방송사 프로그램처럼 별도의 심사를 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어떤 채널들은 내용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을 넘어 ‘가짜 뉴스’가 자주 논란이 된다. 유튜브 가짜 뉴스에 대해 현실적으로 추가적인 규제가 어렵다면, 기성 뉴스 매체들이 스트리밍 뉴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양화가 악화를 구축하도록’ 노력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유력 방송사들이 토크 뉴스 형식의 OTT 전용 스트리밍 뉴스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