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교육 과정에서 배제됨으로써 약물을 멀리하기보다는 오히려 약물을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교육 과정에서 배제된 아이들은 선택권을 제한당하며, 개인으로서 ‘얼룩진’ 평판을 남기게 된다. 이러한 오명은 그들의 내면에 자리를 잡아 자신감이나 일말의 희망마저 잃게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들은 교외에서 마약을 판매할 젊은이들을 모집하는 사람들에게 무방비로 포섭될 수 있으며, 대마초보다 더욱 위험한 약물에 가까이 노출된다.
런던 광역경찰청(MPS·Metropolitan Police Authority)의 크레시다 딕(Cressida Dick) 청장이나 프리티 파텔(Priti Patel) 내무장관
[2]의 주장과는 달리, 교외의 마약 거래는 대마초나 분말 코카인이 아니라 (훨씬 더 위험한) 크랙 코카인과 헤로인 공급 및 유통에 집중되어 있다. 젊은이들은 오랫동안 정신적인 피해를 겪으며 길들여지고 착취당한다. 정부와 경찰은 오랫동안 그들을 피해자가 아닌 범죄자로 간주해 왔다. 다행히 처벌보다 보호가 우선시되면서 이런 인식도 변화하기 시작하고 있다.
청소년기는 사회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다. 청소년들은 아이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며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형성된다. 많은 이들이 약물을 경험하는 나이도 바로 이 시기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것이 대마초다. 그리고 이 연령대는 정신병 발병 위험성이 가장 높은 시기이기도 하다. 나이가 더 들어서 정신병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대부분 그보다 이른 나이에 관련 증상을 경험한다.
정신병을 촉발하는 요인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은 스트레스다. 역설적이게도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비록 단기적이긴 하지만 대마초가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심리적 스트레스의 원인은 다양하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전의 트라우마가 분명한 연관성을 갖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성폭력이나 정서적 학대가 있다. 괴롭힘이나 부모의 압박, 이별, 고립감 등은 덜 극단적인 경우다. 이러한 원인과는 관계없이,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고 때로는 무력화시키는 스트레스의 영향은 약물에 의해 효과적으로 완화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효과적인 것이 무엇인지 금세 알아낸다. 많은 사람들에게 대마초는 간편하면서도 저렴한 선택지다. 상담과 같은 정규적인 형태의 도움과는 달리, 대마초는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릴 필요도 없고 견디기 힘든 침습적 검사(invasive assessment)를 하지도 않는다.
대마초와 정신병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시도는 어렵고 복잡할 수밖에 없다. 정신병 증상과 대마초 노출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접근하는 방향은 인과 관계 논쟁을 혼탁하게 만든다. 정신병 초기 증상을 경험하는 젊은이들은 대마초 같은 약물을 구하려 할 확률이 다른 또래보다 더 높고, 약물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더 높다. 대마초는 어떤 사람들의 정신병을 더욱 악화시키기도 하는데, 심지어 그들은 그 정반대로 믿고 있다. 그러나 정신병이 먼저인지, 아니면 대마초에 노출되는 것이 먼저인지 확실히 가려내는 것은 끔찍할 정도로 난감한 일이다. 사람의 기억은 신뢰할 수 없으며, 정신병을 겪는 이들은 그 증상이 약한 시기에도 인지적 기능이 손상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문제는 대마초로 인한 정신병 위험에 처해 있는 젊은이들에 대해 예측하는 것이다. 우리는 유전적 소인과 마찬가지로 트라우마가 정신병의 위험 요소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위험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어떤 이들은 대마초에 손을 대지 않는지, 또는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왜 정신병을 겪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공중 보건의 관점에서 보자면, 적어도 1만 명의 젊은이들이 대마초에 손을 대는 걸 막아야만 한 건의 정신병을 예방할 수 있다. 정신병의 피해와 그 범위를 고려할 때, 이것은 비현실적인 전략이다. 설령 그런 위험에 처한 이들을 조기에 식별하고자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훨씬 더 정교하고 구체적인 지표들이 필요하다. 정신병, 대마초, 젊은이라는 변수와 관련된 교란 인자(confounding factor)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기를 신성아 시절부터 격리하고 그중 일부에게 10대 초반에 대마초에 노출시킨 후, 노출되지 않은 또래와 비교하지 않는 한 담배, 알코올 및 기타 약물에 노출되는 것과 같은 영향 인자(influencing factor)들을 제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연구가 윤리적으로 명백히 문제 있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우리는 인과 관계 및 대마초가 정신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완전히 밝혀낼 수 없을 것이다.
4. 대마초 연구의 편향성
대마초 및 정신병에 대한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이러한 교란 인자들만이 아니다. 연구의 편향 역시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한 가지 예로 성별과 젠더에 주목하거나, 아니면 오히려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을 들 수 있다. 정액에 관한 연구는 오직 대마초를 사용한 남성과 그들의 정신병 발병 위험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러한 젠더 편향은 젊은 남성들이 대마초를 사용할 가능성이 더욱 높으며, 동시에 젊은 여성들보다 정신병에 걸리기 쉽다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는 듯하다. 이 두 가지 요인에 대한 다양한 조사에 따르면 이는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연구들에 따르면 젊은 여성 또한 대마초를 사용하며, 정신병을 포함한 다양한 정신 건강 증상에 취약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마초나 정신병 그 어느 것도 남성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마초가 여성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놓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지식에는 분명히 공백이 존재한다. 이는 여성에게 불리할 뿐만 아니라, 역설적으로 남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식에도 지장이 간다. 여성들의 대마초 사용 및 정신병에 대한 탐구를 통해 남성들에게 도움이 되는 귀중한 통찰을 발견할 수도 있다. 현행 연구들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가 참여하고 있을 때조차도 성별과 젠더에 대한 데이터가 세분화되지 않는다는 것은 실망스러우면서도 비효율적인 관행이다.
대마초와 정신병에 대한 왜곡된 견해에는 연구 대상은 거의 대부분 서양 사람들이라는 점이 더해진다. 이 분야의 연구는 주로 미국, 유럽, 호주 출신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출신의 표본으로 수행된 연구는 거의 없다. 문화와 사회가 대마초와 정신병 모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두 가지 요소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대해 우리는 비좁은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이다. 대마초가 정신병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다른 문화와 국가로부터 배울 수 있는 전인미답의 상당한 잠재력이 존재한다. 서방의 이런 왜곡된 견해는 연구 자금 지원 방식 때문이다. 서방 국가들은 연구 자금의 막대한 부분을 지원하고 있으며, 게다가 주요한 학술 저널은 모두 영어로 출간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대마초와 정신병 및 조현병 각각에 대해서 우리 지식은 상당히 진전했다. 그러나 두 가지가 교차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현재의 이해에 대한 문제 진단은 비교적 안이한 편이며, 일부 해결책들도 마찬가지다. 많은 나라가 대마초에 대한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규제된 시장을 통해 대마초에 대해 접근할 수 있게끔 개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마초의 잠재적 폐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모호하게 논의되어 온 사안인 대마초와 정신병의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정확히 식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