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는 전 세계에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약물이 아니라, 마치 약품처럼. 근거가 있을까. 대마초는 정말 괜찮을까.
1. 대마초는 정신병에 위험하다?
대마초와 조현병 등 정신 건강 질환 사이의 연관성은 수십 년 동안 논의되고 조사되어 왔다. 오랜 연구들을 통해서 대마초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위험성에 대한 지식은 조금씩 늘어났다. 그중에서도 세간에 정립된 한 가지 확고한 생각은, 한 번에 많은 양의 대마초를 사용하는 것과 사용 빈도가 높아지는 것 모두 정신병에는 비슷하게 위험하다는 것이다.
알코올을 포함한 모든 약물의 사용량과 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암에서부터 인지 장애에 이르기까지 신체 및 정신 건강 질환의 발병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오랫동안 여겨져 왔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적 통념은 새로운 연구에 의해 도전받고 있다. 대마초에 대한 소량의 노출조차도 정신병 및 조현병 위험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2010년부터 2020년 사이에 수행된 대마초와 정신병에 대한 500건 이상의 연구에서 데이터를 추출해 메타 분석(meta-analysis)을 수행했다. 이를 통해서 대마초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낮은 빈도로 사용하는 사람 역시 위험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대마초의 잠재적인 위험에 대한 오랜 견해를 뒤집을 뿐만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은 물론 공중 보건 및 전문적 치료 개입에 있어서도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대마초 사용은 특이한 행위가 아니다. 전 세계에서 약 2억 명의 사람들이 대마초를 사용하고 있다. 담배와 알코올에 이어서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이용되는 약물이다. 대마초는 최근 몇 년 동안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데, 점점 더 많은 나라에서 기분 전환이나 치료 목적을 위한 대마초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 대부분의 주와 라틴아메리카의 일부 국가들은 이러한 정책적 변화를 채택했으며, 다수의 유럽 국가들도 이런 사례를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책의 변화는 대마초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일조했다. 대마초는 원래 위험한 약물로 인식되었으나, 이제는 일부 건강에 도움을 줄 수도 있는 의약품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영리 기업들이 대마초 기반 제품을 홍보하는 것 역시 이런 태도 변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 왔다. 그러나 대마초 기반 제품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일부 주장은 그다지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잠재적으로 위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대마초 제품이 암 치료에 나름의 역할을 한다는 주장으로 인해 사람들은 일반적인 치료를 거부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마초를 더욱 자연스러운 ‘치료법’이라고 인식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대마초 관련 정책과 사람들의 태도가 변화하는 시점에, 이런 새로운 연구는 대마초가 결코 괜찮은 약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적절하게 상기시켜 주고 있다. 비록 담배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논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대마초가 정신병을 ‘유발한다’고 주장할 만큼 충분한 근거가 있지는 않다. 하지만 둘 사이의 연관성은 충격적이며 그 가능성을 더욱 탐구해서 보다 자세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2. ‘대마초’ 개방할 것인가, 금지할 것인가?
대마초와 정신병에 대한 논쟁은 두 가지 상반된 견해가 지배해 왔다. 약물법 개정을 지지하는 진영은 대마초가 알코올이나 담배에 비해서 덜 유해하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대마초를 처벌하지 않음으로써 대마초가 초래하는 대부분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대마초 합법화는 대마초의 품질을 관리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좀 더 약하고 순수한 형태의 대마초가 대중적으로 선호되고, 위험한 성분을 함유했거나 독성이 강한 종류는 사라지게 만든다고 한다. 재차 말하지만, 그들은 독성이 강한 유성의 대마초가 정신병 유발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마초를 포함한 모든 약물의 금지를 주장한다. 그들은 정신 경강에 대한 유해성을 포함하여 대마초가 초래하는 위험들을 지적한다. 특히 청소년의 두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마초 및 정신병과 관련하여 더 이상의 추가적인 근거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관련 연구 및 근거에 따르면 대마초는 정신병과 조현병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실하다고 말한다.
양쪽 진영의 목소리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 두 그룹 모두 나름의 설득력 있는 주장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매우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만, 적어도 대마초가 일반 사람들에게 미치는 피해를 줄이려고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대마초를 규제된 시장 내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반면 금지론자들은 1971년 제정된 영국의 약물남용법(Misuse of Drugs Act 1971)에 의해 B등급으로 분류된 대마초의 현재 지위를 재검토하여 ‘스컹크(skunk)’라고 불리는 더욱 강력한 A등급으로 상향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그러기 위해 나설 가능성은 없다. 노동당과 보수당 모두 대마초의 B등급 유지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두 정당은 기호용 대마초 사용을 단속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데, 본질적으로 정치권은 ‘마약과의 전쟁’을 오랫동안 지지해 왔다.
마약과의 전쟁은 보수냐 진보냐에 관계없이 역대 정부의 일관적인 정책이었다. 양당은 모두 헤로인 및 크랙 코카인(crack cocaine)[1]과 같은 약물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이 강경한 입장을 지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마초와 관련해서는 확고한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사람들은 대마초 사용의 비범죄화를 지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약물에 대해 온건한 태도를 취한다고 유권자들이 여기는 것에 대해 초조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원로 정치인들 가운데는 젊은 시절에 대마초를 접해 봤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러한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겨우 관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청소년을 처벌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공인들은 대마초 등 약물 소지로 인한 범죄 기록으로 취업이나 해외여행에 불이익을 겪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만큼 운이 좋지 않아서, 또는 늘 그렇듯 백인이 아니어서 범죄에 걸려든 사람들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에는 만족하는 듯 보인다. 흑인 및 소수 인종 젊은이들은 대마초 사용 정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백인 청년들에 비해 약물 소지 범죄로 인한 기록이 남을 가능성은 최대 여덟 배나 높다. 대마초는 대개 경찰의 불심검문에 의해서 적발된다.
소량의 대마초 소지 혐의에 대한 주의 처분 및 체포는 사람들의 인생에 스트레스와 심리적 피해를 유발함으로써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일은 교육적으로 어린 나이, 그리고 중요한 시기에 벌어진다. 학교는 대마초를 사용하는 학생들에 대해 어쩔 줄 몰라하면서, 처벌 수위가 낮은 대안을 강구하기보다는 아이들을 쫓아내는 것으로 대응하곤 한다.
3. 내쫓긴 아이들의 선택지
아이들은 교육 과정에서 배제됨으로써 약물을 멀리하기보다는 오히려 약물을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교육 과정에서 배제된 아이들은 선택권을 제한당하며, 개인으로서 ‘얼룩진’ 평판을 남기게 된다. 이러한 오명은 그들의 내면에 자리를 잡아 자신감이나 일말의 희망마저 잃게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들은 교외에서 마약을 판매할 젊은이들을 모집하는 사람들에게 무방비로 포섭될 수 있으며, 대마초보다 더욱 위험한 약물에 가까이 노출된다.
런던 광역경찰청(MPS·Metropolitan Police Authority)의 크레시다 딕(Cressida Dick) 청장이나 프리티 파텔(Priti Patel) 내무장관[2]의 주장과는 달리, 교외의 마약 거래는 대마초나 분말 코카인이 아니라 (훨씬 더 위험한) 크랙 코카인과 헤로인 공급 및 유통에 집중되어 있다. 젊은이들은 오랫동안 정신적인 피해를 겪으며 길들여지고 착취당한다. 정부와 경찰은 오랫동안 그들을 피해자가 아닌 범죄자로 간주해 왔다. 다행히 처벌보다 보호가 우선시되면서 이런 인식도 변화하기 시작하고 있다.
청소년기는 사회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다. 청소년들은 아이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며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형성된다. 많은 이들이 약물을 경험하는 나이도 바로 이 시기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것이 대마초다. 그리고 이 연령대는 정신병 발병 위험성이 가장 높은 시기이기도 하다. 나이가 더 들어서 정신병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대부분 그보다 이른 나이에 관련 증상을 경험한다.
정신병을 촉발하는 요인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은 스트레스다. 역설적이게도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비록 단기적이긴 하지만 대마초가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심리적 스트레스의 원인은 다양하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전의 트라우마가 분명한 연관성을 갖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성폭력이나 정서적 학대가 있다. 괴롭힘이나 부모의 압박, 이별, 고립감 등은 덜 극단적인 경우다. 이러한 원인과는 관계없이,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고 때로는 무력화시키는 스트레스의 영향은 약물에 의해 효과적으로 완화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효과적인 것이 무엇인지 금세 알아낸다. 많은 사람들에게 대마초는 간편하면서도 저렴한 선택지다. 상담과 같은 정규적인 형태의 도움과는 달리, 대마초는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릴 필요도 없고 견디기 힘든 침습적 검사(invasive assessment)를 하지도 않는다.
대마초와 정신병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시도는 어렵고 복잡할 수밖에 없다. 정신병 증상과 대마초 노출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접근하는 방향은 인과 관계 논쟁을 혼탁하게 만든다. 정신병 초기 증상을 경험하는 젊은이들은 대마초 같은 약물을 구하려 할 확률이 다른 또래보다 더 높고, 약물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더 높다. 대마초는 어떤 사람들의 정신병을 더욱 악화시키기도 하는데, 심지어 그들은 그 정반대로 믿고 있다. 그러나 정신병이 먼저인지, 아니면 대마초에 노출되는 것이 먼저인지 확실히 가려내는 것은 끔찍할 정도로 난감한 일이다. 사람의 기억은 신뢰할 수 없으며, 정신병을 겪는 이들은 그 증상이 약한 시기에도 인지적 기능이 손상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문제는 대마초로 인한 정신병 위험에 처해 있는 젊은이들에 대해 예측하는 것이다. 우리는 유전적 소인과 마찬가지로 트라우마가 정신병의 위험 요소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위험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어떤 이들은 대마초에 손을 대지 않는지, 또는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왜 정신병을 겪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공중 보건의 관점에서 보자면, 적어도 1만 명의 젊은이들이 대마초에 손을 대는 걸 막아야만 한 건의 정신병을 예방할 수 있다. 정신병의 피해와 그 범위를 고려할 때, 이것은 비현실적인 전략이다. 설령 그런 위험에 처한 이들을 조기에 식별하고자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훨씬 더 정교하고 구체적인 지표들이 필요하다. 정신병, 대마초, 젊은이라는 변수와 관련된 교란 인자(confounding factor)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기를 신성아 시절부터 격리하고 그중 일부에게 10대 초반에 대마초에 노출시킨 후, 노출되지 않은 또래와 비교하지 않는 한 담배, 알코올 및 기타 약물에 노출되는 것과 같은 영향 인자(influencing factor)들을 제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연구가 윤리적으로 명백히 문제 있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우리는 인과 관계 및 대마초가 정신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완전히 밝혀낼 수 없을 것이다.
4. 대마초 연구의 편향성
대마초 및 정신병에 대한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이러한 교란 인자들만이 아니다. 연구의 편향 역시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한 가지 예로 성별과 젠더에 주목하거나, 아니면 오히려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을 들 수 있다. 정액에 관한 연구는 오직 대마초를 사용한 남성과 그들의 정신병 발병 위험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러한 젠더 편향은 젊은 남성들이 대마초를 사용할 가능성이 더욱 높으며, 동시에 젊은 여성들보다 정신병에 걸리기 쉽다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는 듯하다. 이 두 가지 요인에 대한 다양한 조사에 따르면 이는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연구들에 따르면 젊은 여성 또한 대마초를 사용하며, 정신병을 포함한 다양한 정신 건강 증상에 취약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마초나 정신병 그 어느 것도 남성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마초가 여성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놓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지식에는 분명히 공백이 존재한다. 이는 여성에게 불리할 뿐만 아니라, 역설적으로 남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식에도 지장이 간다. 여성들의 대마초 사용 및 정신병에 대한 탐구를 통해 남성들에게 도움이 되는 귀중한 통찰을 발견할 수도 있다. 현행 연구들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가 참여하고 있을 때조차도 성별과 젠더에 대한 데이터가 세분화되지 않는다는 것은 실망스러우면서도 비효율적인 관행이다.
대마초와 정신병에 대한 왜곡된 견해에는 연구 대상은 거의 대부분 서양 사람들이라는 점이 더해진다. 이 분야의 연구는 주로 미국, 유럽, 호주 출신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출신의 표본으로 수행된 연구는 거의 없다. 문화와 사회가 대마초와 정신병 모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두 가지 요소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대해 우리는 비좁은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이다. 대마초가 정신병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다른 문화와 국가로부터 배울 수 있는 전인미답의 상당한 잠재력이 존재한다. 서방의 이런 왜곡된 견해는 연구 자금 지원 방식 때문이다. 서방 국가들은 연구 자금의 막대한 부분을 지원하고 있으며, 게다가 주요한 학술 저널은 모두 영어로 출간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대마초와 정신병 및 조현병 각각에 대해서 우리 지식은 상당히 진전했다. 그러나 두 가지가 교차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현재의 이해에 대한 문제 진단은 비교적 안이한 편이며, 일부 해결책들도 마찬가지다. 많은 나라가 대마초에 대한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규제된 시장을 통해 대마초에 대해 접근할 수 있게끔 개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마초의 잠재적 폐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모호하게 논의되어 온 사안인 대마초와 정신병의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정확히 식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