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 양식 분야의 다국적 대기업인 누에바페스카노바(Nueva Pescanova)는 2019년에 문어를 가둬서 기르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한 이후로, 물고기 대량 양식 기법을 문어에 적용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해 왔다.
우리는 현재 매년 42만 톤의 문어를 소비한다. 문어는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일본 등지에서 오랜 기간 별미로 여겨져 왔는데, 최근에는 미국을 비롯한 부유한 국가에서도 인기가 높아지면서 그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성장하는 문어는 단 하루 만에 몸무게를 5퍼센트나 늘린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수산 양식 업계는 문어가 가진 잠재적인 수익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계획의 규모는 지난 3월 누에바페스카노바의 수산 양식 허가 신청서를 동물 보호 단체인
유로그룹 포 애니멀스(Eurogroup for Animals)가 폭로했을 때에 이르러서야 분명하게 드러났다.
카나리아 제도에 위치한 그란 카나리아(Gran Canaria) 섬에 1000개의 수조로 이루어진 세계 최초의 실내 문어 양식장을 구축함으로써, 누에바페스카노바는 연간 3000톤의 문어 고기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그룹 포 애니멀스의 케리 티에지(Keri Tietge)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이 계획이 사실이라면 문어는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겪을 것입니다. 복잡하고, 호기심 만고, 지능적이고, 대부분 혼자 지내고, 빛을 싫어하는 이 동물은 북적거리며 척박하고 완전히 인공적인 수조 안에 갇힌 채 24시간 내내 지속적인 빛에 노출될 것입니다.”
티에지의 연구팀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문어 양식이 경제성을 가지려면 누에바페스카노바가 매년 백만 마리의 문어를 길러야 한다. 그러면 1세제곱미터의 물속에 10~15마리의 문어가 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티에지의 말에 따르면, 누에바에바페스카노바는 다른 물고기 양식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문어처럼 자신의 영역을 가진 생명체는 좁은 곳에서 물리적으로 구속된 상태로 지는 것에 적합하지 않다는 명백한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
“비슷한 환경에서 수행된 과거 연구로부터 우리는 문어가 공격적으로 행동할 수 있으며 서로를 먹어치우거나 자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문어는 껍질이 연약한 데다, 내부나 외부에서 몸을 보호하는 골격도 없기 때문에 양식 수조 안에서 부상을 당하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티에지의 말이다.
티에지는 최근에 문어의 지위가 ‘지각을 가진 동물’로 재지정되었기 때문에, 그들이 공장식 사육의 미래를 벗어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의뢰하고 런던 정치경제대학교(LSE·London School of Economics)가 주도한 광범위한
조사에 따르면 문어를 포함한 두족류는 ‘지각을 가진 동물(sentient animal)’이라고 명확하게 결론 내려졌다.
런던 정경대는 지각(sentience)을 고통, 즐거움, 배고픔, 갈증, 온기, 기쁨, 편안함, 흥분감과 같은 감정을 가질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해당 연구자들은 300건의 과학 연구 결과를 평가하여 모든 두족류와 마찬가지로 문어가 2006년에 제정된
영국 동물복지법(Animal Welfare Act 2006)의 대상이 되는 ‘동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 이후로 영국 동물 법안은 이런 점을 반영하여 개정돼
왔다. 그러나 적어도 당분간 유럽연합(EU)의 현행 동물복지법은 무척추동물에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영국이 아닌 유럽에서 양식 문어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는 없다.
3. 효율로 설명되지 않는 문어 양식
체 교수는 문어에게 지각이 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로 그들의 탁월한 위장술을 든다. 포식자로부터 몸을 숨길 때 문어는 단지 주변 산호초에 맞게 색깔을 바꿀 뿐 아니라, 그 질감과 모양을 모방함으로써 스스로를 위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