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는 알고 있다
완결

문어는 알고 있다

수산 양식은 인간이 물고기를 먹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식일까. 바다에게, 물고기에게 이는 그저 잔인한 이야기다.

©Adobe Stock

1. 똑똑한 문어


문어를 과소평가했다간 큰코다친다. 1875년에 브라이튼 수족관(Brighton Aquarium)[1]의 직원들은 문어가 며칠 밤마다 계속 모습을 감추는 것에 대해 어리둥절했다. 그러다가 점차 깨닫게 되었다. 문어 한 마리가 밤중에 몰래 벽을 기어올라 마음껏 한밤의 성찬을 즐기더니, 아침이 되자 바로 옆에 있는 자신의 수조로 돌아갔던 것이다.

요즘에도 피터 체(Peter Tse) 교수는 다트머스대학교(Dartmouth College)에 있는 자신의 연구실에 들어갈 때면 칸이 나뉜 수조 꼭대기에서 문어들이 ‘팔짱을 끼고’ 있는 걸 발견할 때가 많다. 인지신경학 교수인 그는 지능적인 생명체가 어떻게 출현했는지에 대해 문어가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지나 의식 같은 특징들을 이해하고 싶다면, 다른 곳에서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어는 일개 달팽이로 시작했지만, 일종의 진화적 군비 경쟁으로 인해 매우 지능적인 생명체로 진화했습니다. 문어는 매우 취약한 편인데, 바다의 모든 생물이 문어를 먹고 싶어 하거든요. 문어는 슬그머니 돌아다니며 숨어야 하고, 그래서 그렇게 교활해진 거죠.”

문어는 고독한 존재로 알려졌다. 그러나 스스로 안전하다고 여길 때면 놀랍게도 많은 문어들은 외항적으로 변한다. “문어와 관계를 형성하는 건 쉽습니다.” 체 교수의 말이다. “그들은 놀기 위해 수조 앞쪽으로 옵니다. 어떠한 이유로든 생존을 위해 손길이 필요한 게 아니라, 때로는 그냥 만져지는 것 자체를 원합니다. 성격의 측면에서 보자면, 문어는 고양이와 비슷합니다. 고독하게 혼자 있는 것을 즐기지만, 필요하다고 느낄 때는 사교적인 상호 작용을 찾아 나섭니다.”

체 교수는 문어의 지능을 연구할 때 고양이와 같은 동물이 유용한 비교 대상이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대부분의 신경과학자는 피질(cortex)이 감각과 자각을 주관한다고 여깁니다. 그런 피질만 살펴봐도 문어는 몸 전체에 약 5억 개의 뉴런을 갖고 있습니다. 고양이의 피질에 있는 것과 같은 양입니다. 각각의 촉수에는 자체적인 소형 두뇌가 있어서, 문어는 아홉 개의 두뇌를 갖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촉수들이 각자 자체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죠.”

이어서, 체 교수는 문어가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을 구별할 수 있으며, 각자 특유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연구자들은 문어가 미로를 통과하는 경로를 기억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심지어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 보였다.

문어가 지적인 생명체라는 증거는 탄탄하다. 그래서 체 교수와 같은 연구자들은 최근에 드러난 문어 양식장 조성 계획에 큰 충격을 받았다.

 

2. 과학자들이 문어 양식장을 걱정하는 이유

스페인 라코루냐(La Coruña)에 위치한 누에바페스카노바(Nueva Pescanova) 산업 시설 ©Adobe Stock
수산 양식 분야의 다국적 대기업인 누에바페스카노바(Nueva Pescanova)는 2019년에 문어를 가둬서 기르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한 이후로, 물고기 대량 양식 기법을 문어에 적용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해 왔다.

우리는 현재 매년 42만 톤의 문어를 소비한다. 문어는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일본 등지에서 오랜 기간 별미로 여겨져 왔는데, 최근에는 미국을 비롯한 부유한 국가에서도 인기가 높아지면서 그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성장하는 문어는 단 하루 만에 몸무게를 5퍼센트나 늘린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수산 양식 업계는 문어가 가진 잠재적인 수익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계획의 규모는 지난 3월 누에바페스카노바의 수산 양식 허가 신청서를 동물 보호 단체인 유로그룹 포 애니멀스(Eurogroup for Animals)가 폭로했을 때에 이르러서야 분명하게 드러났다.

카나리아 제도에 위치한 그란 카나리아(Gran Canaria) 섬에 1000개의 수조로 이루어진 세계 최초의 실내 문어 양식장을 구축함으로써, 누에바페스카노바는 연간 3000톤의 문어 고기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그룹 포 애니멀스의 케리 티에지(Keri Tietge)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이 계획이 사실이라면 문어는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겪을 것입니다. 복잡하고, 호기심 만고, 지능적이고, 대부분 혼자 지내고, 빛을 싫어하는 이 동물은 북적거리며 척박하고 완전히 인공적인 수조 안에 갇힌 채 24시간 내내 지속적인 빛에 노출될 것입니다.”

티에지의 연구팀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문어 양식이 경제성을 가지려면 누에바페스카노바가 매년 백만 마리의 문어를 길러야 한다. 그러면 1세제곱미터의 물속에 10~15마리의 문어가 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티에지의 말에 따르면, 누에바에바페스카노바는 다른 물고기 양식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문어처럼 자신의 영역을 가진 생명체는 좁은 곳에서 물리적으로 구속된 상태로 지는 것에 적합하지 않다는 명백한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

“비슷한 환경에서 수행된 과거 연구로부터 우리는 문어가 공격적으로 행동할 수 있으며 서로를 먹어치우거나 자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문어는 껍질이 연약한 데다, 내부나 외부에서 몸을 보호하는 골격도 없기 때문에 양식 수조 안에서 부상을 당하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티에지의 말이다.

티에지는 최근에 문어의 지위가 ‘지각을 가진 동물’로 재지정되었기 때문에, 그들이 공장식 사육의 미래를 벗어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의뢰하고 런던 정치경제대학교(LSE·London School of Economics)가 주도한 광범위한 조사에 따르면 문어를 포함한 두족류는 ‘지각을 가진 동물(sentient animal)’이라고 명확하게 결론 내려졌다.

런던 정경대는 지각(sentience)을 고통, 즐거움, 배고픔, 갈증, 온기, 기쁨, 편안함, 흥분감과 같은 감정을 가질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해당 연구자들은 300건의 과학 연구 결과를 평가하여 모든 두족류와 마찬가지로 문어가 2006년에 제정된 영국 동물복지법(Animal Welfare Act 2006)의 대상이 되는 ‘동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 이후로 영국 동물 법안은 이런 점을 반영하여 개정돼 왔다. 그러나 적어도 당분간 유럽연합(EU)의 현행 동물복지법은 무척추동물에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영국이 아닌 유럽에서 양식 문어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는 없다.

 

3. 효율로 설명되지 않는 문어 양식


체 교수는 문어에게 지각이 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로 그들의 탁월한 위장술을 든다. 포식자로부터 몸을 숨길 때 문어는 단지 주변 산호초에 맞게 색깔을 바꿀 뿐 아니라, 그 질감과 모양을 모방함으로써 스스로를 위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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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 위해서는 문어가 3차원의 입체적인 형태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대상을 향해 그 위장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로써 문어에게 원근법에 대한 인식이 있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체 교수는 문어가 고통을 느낀다는 것 또한 매우 명백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문어는 고통스러운 경험으로부터 학습하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험실 문어 한 마리가 물레방아 날개에 촉수를 잃었을 때, 그 문어는 부상을 치료하는 것과 완전히 같은 방식으로 행동했다. 다리가 재생돼서 몇 달 뒤에 다시 온전히 자라나기까지 몇 주 동안이나 그 상처를 쓰다듬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어 양식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누에바페스카노바의 면허 신청서 중 그들이 수천 마리의 문어를 동시에 도살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에 대해 가장 우려하고 있다.

공장식으로 양식되는 물고기를 도살하기 위해 사용되는 가장 전통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방식은 물고기들을 얼음물에 담가 심부 체온을 낮춤으로써 저체온증으로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것이다. 누에바페스노바는 이와 동일한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동물권 활동가들을 격노하게 만들었다.

“인도주의적 도살로 허용되는 기준은 1초 안에 의식을 잃게 만든다고 입증된 기법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티에지의 설명이다. “그들이 제안한 얼음물 기법에서 동물들은 장시간 고통 받다가 죽음에 이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때로는 몇 시간 동안 지속되기도 하죠. 그리고 이런 이유로 인해서 다른 수산 양식 부문에서는 이 방법이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있습니다. 상업적인 양식 목적으로, 문어를 인도주의적으로 도살하는 방식으로는 현재 알려지거나 승인된 것이 없습니다. 그것은 완전히 부적절하고 비인도적이며, 지각 있는 동물에게는 끔찍한 고통을 유발할 것입니다.”

이전 성명에서 누에바페스카노바는 이렇게 밝혔다. “우리의 양식장에서 문어 또는 다른 동물을 생산하기 위해 요구되는 복지 수준은 해당 동물을 올바르게 다룰 것을 보장합니다. 마찬가지로 도살 역시 해당 동물이 어떠한 아픔이나 고통도 느끼지 않도록 적절한 취급이 필요합니다.”

누에바페스카노바 같은 수산 양식 분야의 거대 다국적 기업들은 물고기 양식이 어류 남획을 막기 위한 지속 가능한 대안이며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이 회사는 “수산 양식이 지속 가능한 어류 생산량을 보장하는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또한 물고기 양식이 해저 저인망 어업과 같은 파괴적인 방식의 조업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환경 단체로부터 반박되고 있다. 그들은 이런 방식의 수산 양식업이 어족 자원을 보호하기는커녕 양식 물고기들에게 야생 동물이나 어분(魚粉) 및 어유(魚油)와 같은 자체 부산물을 먹임으로써 먹이 사슬을 무너뜨리고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서 해양 생태계를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사료용 어종은 1차 생산자로부터 커다란 물고기, 해양 포유류, 바닷새를 포함한 먹이 사슬 상위 포식자 종들에게 에너지를 전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해양 환경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죠.” 환경 단체인 컴패션 인 월드 파밍(CIWF·Compassion in World Farming)의 엘레나 라라(Elena Lara) 박사의 설명이다.

라라 박사는 문어 사료로 야생에서 잡힌 물고기를 사용하는 것이 주요 어장이 위치한 서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같은 지역의 식량 안보 문제를 야기한다고 생각한다. 환경 운동가들은 또한 대체적으로 물고기 양식이 연안 해역을 화학 폐기물과 배설물로 오염시킨다고 주장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물고기의 50퍼센트는 수산 양식업에서 생산되며, 2030년이 되면 이 수치는 66퍼센트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크대학교(York University)에서 동물 체계를 연구하는 린지 해밀턴(Lindsay Hamilton) 교수는 산업적 동물 양식을 둘러싼 윤리를 성찰하는 데 익숙한데, 그녀는 수산 양식이 복잡한 문제를 제기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동물산업복합체(AIC)라고 부르는 것에 얽혀 있는데, 소비자들이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영양가 있는 먹거리를 원한다면 앞으로 쉬운 길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문어에 대해서라면 해밀턴 교수는 그것의 고급 식재료라는 지위가 문제를 단순화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이렇게 묻는다. “우리의 영양 섭취에 있어서 주요한 성분이 아니라, 사치스러운 먹거리를 위해 집약적 형태의 동물 사육을 늘리는 것이 정말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1]
현재 이름은 시 라이프 브라이튼(Sea Life Brigh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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