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밝히는 인간의 마음
완결

웃음이 밝히는 인간의 마음

웃게 만드는 사람에게 끌리는 건 본능이다. 우리는 더 많이 웃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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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웃음의 효과


당신은 마지막으로 진짜 웃은 때가 언제인가? 삐딱한 웃음이나 억지스러운 미소, 실없이 걸걸한 웃음이 아닌, 온몸을 뒤흔들고 허파에 있는 공기가 요동치며 체면도 잊게 만드는 요절복통 같은 것 말이다.

저명한 진화심리학자인 로빈 던바(Robin Dunbar)에 의하면, 웃음은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신없이 웃으면 우리는 스스로 주체할 수 없는 것처럼 느낀다. 어떤 면에서는 정말로 그렇다. 고대의 진화적 맥동이 우리의 호흡 체계를 장악하는 것이다. 우리 갈비뼈 사이에 있는 횡경막과 근육은 매우 강하게 쥐어 짜이고, 우리의 폐와 후두를 통해서는 고의적으로 흉내 내기 어려운 속도와 힘으로 갑작스럽게 공기가 방출된다.

우리는 말하는 건 고사하고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다. 잠시 동안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낀다. 다시 숨을 쉬려고 하면 역류하는 공기 때문에 고통스럽다. 그런데 주위를 살펴보면, 이제는 다른 사람들도 어깨를 들썩거리고 있다. 진짜 웃음은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그리고 웃으면 기분이 정말 좋아진다. 우리 몸에는 엔도르핀을 비롯한 행복 호르몬이 넘쳐나게 되는데, 안정을 되찾은 후에도 기분은 한동안 고조된 상태가 된다.

전염성이 강한 엄청난 웃음을 경험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그런 웃음은 더욱 기억에 남는다. 강한 웃음에 대한 기억은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된다. 그런 경험을 함께 한 사람들이 있다면, 최소한 그들을 신뢰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을 진정으로 마음에 들어 할 가능성은 훨씬 더 높다.

옥스퍼드대학교의 진화심리학 명예 교수인 던바 교수는 그것이 바로 웃음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웃음은 새로운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고 기존의 관계는 더욱 심화시킨다.

던바 교수는 이러한 무의식적인 웃음 충동이 영장류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그것은 웃음이 우리 선조가 언어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기 오래 전에 하나의 사회적 유대 행위로써 발현되었음을 의미한다.

“누군가가 웃기 시작하면 함께 웃지 않는 건 정말로 어렵습니다.” 던바 교수는 말한다. “웃음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아주 오래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2. 웃음의 기원


던바 교수는 150이라는 수치로 가장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영장류 공동체는 각 종마다 특정 규모 이상 커지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한계 규모를 넘어서면 기존 집단의 역학 관계가 붕괴하면서 그 무리가 경쟁 파벌로 갈라지기 때문이다. 던바 교수는 영장류의 두뇌 크기와 그들이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무리의 평균 규모 사이에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예를 들어, 고릴라와 침팬지는 평균적으로 20~30마리가 무리 지어 사는 경향이 있다. 그는 인간 두뇌의 평균 부피를 바탕으로 상향 추정하여, 현대 인류는 그 수치가 150이라고 추정했다. 이를 ‘던바의 수(Dunbar number)’라고 부른다.

안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 수에 인지적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 중학교 한 학년이나 군대의 한 개 중대, 또는 시골 마을 공동체 규모로 150명이 딱 적당하게 느껴지는 이유뿐만 아니라, 인간의 웃음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도 설명할 수 있다.

영장류는 털 고르기(grooming)를 하면서 사회적 유대감과 동질감을 형성한다. 그러나 털 고르기는 시간이 소요되고 노동 집약적인 과정이며, 일대일로만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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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초기 인류 조상들은 약 250만 년 전에 훨씬 더 큰 두뇌를 발달시켰다. 그러면서 동시에 더욱 커다란 규모의 공동체로 모여 살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전보다 더욱 복잡한 사회 구조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던바 교수는 당시에 물리적인 털 고르기로만 관계를 유지하기에는 하루 중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영장류는 하루 중 20퍼센트의 시간을 털 고르기에 사용합니다.” 그는 말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상한선이 있습니다. 약 50마리 정도면 한계에 도달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뭔가 다른 방식으로 유대 관계를 해소하지 못하는 한, 사회적 집단의 규모는 그 이상으로 커지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던바 교수는 그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해 웃음이 사용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웃음이 털 고르기에 의한 자극과 매우 유사한 엔도르핀 반응을 유발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인간의 웃음이 유달리 시끄럽다는 사실은 어쩌면 훨씬 더 의미심장한 것일지도 모른다.

“웃음은 원숭이 및 영장류들에게서 보이는 매우 오래된 습성인 칭얼거림(play-grunt)이라는 행위에서 비롯됩니다. 칭얼거림은 무리 생활을 하는 원숭이와 유인원 사이에서 매우 흔한 행동입니다.” 그는 말한다. “아프리카 유인원들은 웃음이라는 걸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소리를 냅니다. 그들의 헐떡거리는 듯한 칭얼거림은 들숨과 날숨을 오락가락하며 이뤄지기 때문에 상당히 조용한 편입니다. 인간의 웃음도 본질적으로는 같지만, 우리의 웃음에는 숨을 들이쉬는 부분이 빠져 있습니다. 인간의 웃음은 내쉬는 호흡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러면서 허파를 비워낼 때까지 웃기 때문에 웃음 소리는 엄청나게 떠들썩합니다.”

폐활량이 많은 인간의 웃음은 여러 명이 동시에 ‘합창하기(chorusing)’에 이상적이다. 웃음의 승수 효과(multiplier effect)는 ‘가상의 털 고르기’로써 집단이 폭넓게 결속하는 것을 뒷받침했을 것이다.

인간의 두뇌는 점차 복잡해지면서 훨씬 더 미묘한 발성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은 어느 순간 언어가 출현하는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이전에, 인간은 사회적 유대감을 빠르게 형성하는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웃음을 모방했을 것이다. 그 직접적인 결과로 개인은 물론 한 종족 모두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이다. 긴밀한 협력 동맹이 없었다면 협동 사냥이나 육아를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던바 교수는 웃음에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중 하나는 무의식적인 웃음인데, 여기에는 눈가에 주름이 생기는 소위 ‘뒤센 미소(Duchenne smile)’가 동반된다. 다른 유형의 웃음은 형식적인 것으로, 이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일상적인 상호 작용에서도 무의식적인 웃음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의식적인 웃음은 언어와 함께 훨씬 더 후대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형식적 웃음은 우리 스스로 웃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할 정도로 일상화 된 행동이다.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대화에는 그러한 의사소통 성격의 형식적인 웃음이 끼어들며, 때로는 우리가 명시적으로 하는 말보다도 더 미묘한 함축적 의미를 전달하기도 한다. 우리는 미소를 지음으로써 지금의 대화가 농담이라는 걸 알고 있음을 보여주거나, 또는 깔깔 웃음으로써 동의나 독려 의사를 보여 주기도 한다. 때로는 분위기를 즐겁게 하려는 누군가의 노력에 감사한다는 표시로 웃기도 한다. 이러한 유형의 웃음에 적극적으로 주의를 기울인다면, 평범한 일상 속에 숨겨진 웃음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사실 웃음이 없을 때에야 비로소 사교적 윤활제로서 웃음의 가치를 깨닫게 될 정도다.

 

3. 웃음의 가치


“웃음이 없는 대화를 진행하기가 매우 어려운 이유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던바 교수는 말한다. 메릴랜드대학교의 신경과학자이자 심리학 교수였던 고(故) 로버트 프로빈(Robert Provine)은 수백 건의 길거리 대화를 녹음했다. 이는 그가 ‘보도 신경과학(sidewalk neuroscience)’이라고 설명했던 접근법이다. 프로빈은 웃음의 목적이 본질적으로 사교와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며, 유머와는 전혀 관계없이 웃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프로빈의 연구진은 녹음된 대화를 글로 옮겨 적는 작업을 하며 웃음의 99.9퍼센트가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불연속적인 순간에 발생하며, 사람의 말과 겹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소위 ‘구두점 효과(punctuation effect)’는 우리가 나누는 거의 모든 일상적인 대화에서 수없이 나타난다. 우리는 일상적인 대화에서 웃음이 어울리는 부분이 어디인지를 직감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인지신경과학 교수인 소피 스콧(Sophie Scott)은 프로빈의 연구 결과에 동의한다. “웃음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행동이며, 아마도 우리가 배운 사회적 기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말한다.

신경 영상 기술에 따르면 대부분의 성인은 두 가지 유형의 웃음을 구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진짜 웃음소리를 들으면 두뇌의 청각 피질 특정 부위가 명확하게 밝아집니다.” 스콧 교수는 말한다. “그러나 형식적인 웃음을 들으면, 다른 사람의 생각이 무엇인지를 헤아리는 마음 파악(mentalisation)을 관장하는 부위가 활성화됩니다.”

그녀는 매우 어린 아이들은 웃음에 매료되어 누군가와 함께 웃고 싶어 하지만, 신경 영상 스캔을 통해 아이들은 두 가지 형태의 웃음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능력은 청소년기를 거치며 서서히 향상하지만, 웃음을 파악하는 데 완전히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은 20대 후반에 이르러서다.

어린 시절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웃음이 상대방의 진짜 감정이나 생각과 다를 수도 있는 우회적인 언어임을 깨닫기 시작한다. “마치 웃음이 주는 재미가 멈추기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두뇌는 공감 능력을 발달시키면서 다른 사람들과 조율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스콧 교수는 말한다.

규모가 크고 복잡한 사회 집단에서 생활하는 것은 인지적으로 버거운 일이다. 던바 교수는 우리의 두뇌가 커다란 이유가 그러한 필요성을 충족시키기 위한 진화적인 적응이라고 생각한다. 점점 더 커져가는 무리에 살면서 우리는 변화하는 동맹 관계를 기억하고, 그 사실을 공유하고, 관계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심리적으로 더욱 복잡한 두뇌가 필요했을 것이다.

“단연코 인간은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존재입니다.” 그는 말한다. “우리의 두뇌는 현재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매우 열심히 작동해야 하며, 두뇌가 이런 기술을 배우는 데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웃음이 화석으로 남는 건 아니지만, 고고학적 기록은 미묘한 사회적 행동을 해독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인간 발달의 핵심적인 단계라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치아 화석에 나타난 성장선(growth line)을 보면 초기 인류들은 청소년이 되기 이전에 성장 정체기를 겪었음이 나타난다. 이는 현대 인류의 유아에게 나타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현대의 아이들은 생후 6~7년 동안 꾸준한 속도로 자라다가 몇 년 동안 성장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 후,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급격하게 성장하게 된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사춘기를 거치면 사실상 성체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성이 강한 원숭이와 유인원은 사춘기 이후에 기나긴 청소년기를 거친 후에야 완전한 성인이 됩니다.” 던바 교수는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인간에게서 확실히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사회적 기술을 배우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동기가 길지 않다면 청소년 직전의 아이들은 ‘놀이’를 할 시간이 없을 것이며, 성인 시기 생존을 위해 매우 핵심적인 우정과 동맹 관계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사회화 기술을 개발하지 못했을 거라고 여겨진다.

이 이론은 개인은 물론 인류 전반의 생존을 설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포유류와 달리 인간의 유아는 수명 주기의 상당 기간 동안 무기력한 상태로 존재한다. 부모가 집단 육아를 할 수 있는 긴밀한 협력 동맹을 형성할 수 없다면, 그처럼 취약한 아기들이 스스로 부모가 될 수 있을 때까지 무사히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진화적인 관점에서 볼 때 진짜 웃음은 모든 것이 무사하며 주변 환경에 위협적인 요소가 없어서 마음 놓고 놀아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매우 편안하게 느껴진다. 스콧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웃음을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맥박은 느려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들며 아드레날린과 코티솔 수치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연구에 따르면 웃음은 심혈관 환자의 예후를 개선하는 데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한다. 웃음이 최고의 명약이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웃음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야 한다는 점은 부끄러운 일이다.

웃음 요가(Laughing Yoga) 센터들은 이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웃음 요가는 스스로 웃는 법을 배우는 것이 귀중한 자기 관리 기법임을 설파하는 새로운 분야다. 이런 센터들은 일련의 장난스러운 신체적 움직임과 숨쉬기 운동을 통해 의도적인 요절복통을 유도하는데, 이는 ‘진짜’ 웃음이 주는 것과 유사한 생리적, 심리적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센터들이 진정으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은 사교적 측면이다. 프로빈 교수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어떤 자극에 대해 큰 소리로 웃을 가능성이 30배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리는 혼자 있을 때에도 무의식적으로 웃을 수는 있지만, 프로빈은 그런 웃음조차도 대부분 실제 사람을 대신하는 텔레비전이나 기타 미디어에 의해 유발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실제로 고립 상태에서 은둔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일기를 분석한 결과, 프로빈은 그들이 웃음이 거의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시들어가는 것을 발견했다.

던바 교수는 프로빈의 연구 결과에 동의하며, 웃음이 사회적 동물로서 인류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웃음이 없다면 우리는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는 능력이 부족했을 것이다. 우리가 본능적으로 웃게 만드는 사람에게 이끌리고, 대중문화에서 코미디언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던바 교수는 웃음이 가지는 전염적인 효과를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곳은 작은 코미디 극장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동시에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웃음이 물결치며 퍼져나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는 말한다. “웃음은 마치 일종의 파도타기 응원처럼 퍼져나갑니다. 여러분 자신의 웃음도 실제로는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웃음에 의해 유발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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