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이유
서울, 비버튼, 교토에서 달리는 이들을 만나다.
달리기는 삶의 기준과 동력을 만드는 가장 원초적인 도구다.
달리는 행위로 자신을 소개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의 삶에는 목적 없는 뜀이, 함께 흘리는 땀이 묻어 있다. 러너에게 달리는 행위는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자신의 삶만이 가질 수 있는 페이스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달리기는 새로운 삶의 방식과 동력을 제안한다. 빠르게 앞서 나가는 것만이, 타인을 뛰어넘는 것만이 유일한 기준, 목적이 아니라고 말이다. 일로서, 취미로서, 때로는 삶 그 자체를 위해 달리는 전 세계에서 달리는 이들을 만났다. ‘왜 달리느냐’는 질문에 이들의 답은 한결같았다. ‘왜 달리지 않는가?’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화. 프롤로그 ; 서로를 지지하는 달리기
2화. 나이키 비버튼 캠퍼스의 러너들
우리는 운동선수를 위해 존재한다
프리처럼 달리기
달리기에 미친 사람들
3화. 메이크원 ; PRRC, 내가 가면 길이 된다
킨포크가 주목하는 러닝 클럽
“전 세계 러닝 크루를 서울로”
4화. 굿러너컴퍼니 ; 팝니다, 달리기의 모든 것
러너들이 만든 러닝 스페셜티 브랜드
“굿러너만의 커뮤니티와 리테일 서비스”
5화. 히맨 ; 고프로 들고 후지산 한 바퀴
엔지니어에서 트레일 러닝 유튜버로
“10년 넘게 아카이빙, 나의 러닝 성장 일기”
6화. 클로이 핼리버튼 ; 오리건에선 모두가 달린다
포틀랜드, 비버튼, 유진
“나이키 홈타운 오리건, 러너의 도시”
7화. 토마스 부쉬 ; 천년 고도 교토, 영감을 주는 달리기
독일 러너가 만든 교토 러닝 클럽
“새벽 가모강 조깅, 비즈니스의 동력”
8화. 라이자 하워드 ; 샌안토니오 ‘울트라 맘’
육아, 울트라 마라톤, 코칭을 동시에
“달리기는 선물, 일상에 질서 가져다줘”
9화. 마리 레오테 ; 달려서 세계 일주
2년 6개월간 4대륙을 달린 여성 러너
“러너는 메신저다”
10화. 에필로그 ; 왜 달리는가
11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 달리기로 이어지는 세계
에디터의 밑줄
“나이키가 발간하는 각종 리포트와 웹사이트에 등장하는 기업 대표 슬로건은 바로 ‘Serve athletes’이다. ‘나이키는 운동선수를 위해 존재한다’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이는 곧 ‘세계 모든 운동선수에게 영감과 혁신을 준다’는 나이키의 미션과 연결된다. 여기서 말하는 운동선수는 프로 선수뿐만이 아니다. 일반인도 신체가 있으면 누구나 선수라는 것이 나이키의 철학이다. 러너 출신이 만든 나이키는 늘 러너를 위해 존재해 왔다.”
“올림픽 트랙 경기를 보면 대부분 선수는 남은 바퀴 수와 랩 타임을 체크하며 전략적인 레이스를 한다. 하지만 프리는 스타트와 동시에 선두로 치고 나서는 프론트 러닝을 고수했다. 적절한 페이스를 계산하며 뛰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바우어만 코치는 이런 공격적인 경주로 인해 경기 후반에 페이스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그의 방식을 바꾸려 했다. 하지만 프리는 논쟁까지 불사하며 완고하게 저항했다.”
“대부분 러너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달릴 때 강렬하게 살아 있음을 느낀다. 일상생활을 할 때면 심장이 뛰는지 아닌지 모르고 지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 비로소 강렬하게 뛰는 심장을 느낀다. 그때 ‘내가 살아 있구나’ 새삼 깨닫는다. 바보처럼 웃기도 한다. 러너스 하이인 것 같다.”
“러닝은 확실히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 다양한 영역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꾸준히 달리며 알게 됐다. 춥고 비가 와도 달리고 나면 항상 기분이 좋아진다. 특별한 장비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건강을 유지하는 쉬운 방법이다. 레이스에 참가하면서 러닝 루틴을 유지하고 꾸준히 훈련한다. 좋은 성과를 내고 PB를 세우는 것도 좋지만, 중요한 건 일관성을 유지하고 달리기를 내 삶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다.”
“어떤 날에는 나뭇잎 사이에 부는 바람, 지저귀는 새소리, 강물이 흐르는 소리, 몸과 바닥에 닿는 빗소리, 이 모든 것이 내게 진정한 휴식을 준다. 그 순간 오직 달리기와 나만 존재한다. 달릴 때 누구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 우리 몸은 애초부터 러닝에 맞춰져 있다. 꾸준히 달리면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이유다. 삶을 지탱하는 힘도 얻는다. 러닝을 통해 도전에 직면하고 극복하는 방법, 투쟁하는 방식, 자신이 성장하는 방법을 배운다. 이 경험은 라이프스타일과 직업 생활에도 적용된다.”
“알베르 카뮈의 에세이 《시지프 신화》에서 시지프는 출생, 투쟁, 죽음으로 정의되는 삶의 부조리를 겪는다. 바위를 산 위로 밀어 올리는 운명에 처해 있다. 바위가 정상에 도달하면 떨어지고 다시 굴려야 한다. 누구나 이런 삶을 산다. 달리기는 삶의 부조리를 이겨낼 수 있도록 한다. 나는 살아오면서 생활과 업무의 실패를 여러 번 겪었다. 그때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달렸다. 러닝이 준 안도감과 교훈은 내가 살아가는 동력이다.”
“육아와 훈련, 경주를 함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는지 파악하기 때문이다. 주어진 역할을 골고루 잘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렇긴 하지만, ‘놓아 주는 법’을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여성은 남성보다 흔히 덜 강하고 덜 빠르다고 여겨진다. 물론 육체적으로 근육량과 호르몬이 다르다. 다만 이런 차이는 엘리트 러너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아마추어 러너와 일반인에게 성별의 차이는 크지 않다. 누가 됐든 스포츠에 참여하는 이유는 건강하고 활동적인 방식으로 살아 있음을 느끼고 기쁨을 누리기 위함이다.”
“그렇다고 늘 즐거운 것만은 아닌 게 또 달리기다. 목표 없는 러닝, 싫증, 부상, 이유는 다양하다. 일이 많아서, 날이 추워서, 도무지 발이 안 떨어지기도 한다. 같은 코스, 같은 페이스, 나만의 루틴은 의미 없는 반복이 돼버린다. 어느새 러닝화는 신발장 한구석을 차지하게 된다. 러너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패턴이다. 적어도 함께 달리기 전까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