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이유
칙칙한 인터넷 카페에서, 빽빽한 사무실에서
그들은 방대한 데이터에 주석을 단다.
AI는 사람이 필요 없는 기계 학습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실제로 이 기술은 지구 남반구에 퍼져 있는 인력의 노동 집약적 노력에 의존하고 있다. 2021년 국제노동기구(ILO)의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온라인 프리랜서 작업의 대부분이 남반구에서 수행되는데, 인도와 필리핀이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필리핀 정부의 비공식적인 추산에 따르면 200만 명이 넘는 필리핀 국민이 크라우드워크(crowdwork)를 수행한다.
이들이 만든 데이터로 미국 기업들이 AI 모델을 학습시킨다. 필리핀 작업자들은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사용되는 동영상에서 보행자와 야자수를 구분하고, AI가 정치인과 셀럽들의 모습을 생성할 수 있도록 이미지에 라벨을 붙이고, 챗GPT 같은 언어 모델이 횡설수설하지 않도록 텍스트 덩어리를 편집한다. 보수는 얼마나 될까. 프로젝트마다 다르지만 4시간을 일해서 30센트를 벌기도 한다. 작업 품질을 이유로 아예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까지 AI에 대한 윤리적, 규제적 논쟁의 대부분은 AI의 편견 성향과 허위 정보 등으로 인해 악용될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AI 기술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노동 착취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데이터 주석 작업을 했던 알치 엘레멘토는 이런 거대 AI 기업이 필리핀 노동자를 얼마든 착취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노동 착취가 벌어지고 있는 필리핀의 현 상황을 심층 취재했다.
* 8분이면 끝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The Independent × BOOK JOURN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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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디지털 노동 착취 작업장
해외 전초 기지
불만 제기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에디터의 밑줄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7월 리모태스크의 내부 메시지 플랫폼에 접속했을 때는 감독관으로부터 지급이 늦어지거나 누락됐다는 알림을 받는 일이 흔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일부 프로젝트에서는 한 달에 여러 건의 공지가 있었다. 때때로 감독관은 작업이 부정확하거나 지연됐기 때문에 대금 지급을 보류한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아예 아무 설명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는 폴을 민다나오섬 북부 카가얀데오로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는 자신을 손을 응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AI에 관한 모든 것에 엄청난 예산이 투입된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한테까지는 조금도 흘러내리지 않죠.’”
“필리핀의 디지털 노동을 연구하는 셰릴 소리아노 라살대학교 교수는 리모태스크 같은 마이크로 태스킹 플랫폼이 남반구 사람들을 프리랜서로 고용할 때 최저 임금이나 공정 계약 같은 노동 규정을 회피하고 자체적으로 정한 약관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결국 표준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작업자들은 처음에는 일주일에 200달러까지 벌 수 있었다. 그러나 2021년 리모태스크가 인도와 베네수엘라로 확장할 무렵, 작업자들의 증언과 당시 프로젝트 배정 스크린샷에 따르면 보수가 급감했다. 회사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 닉네임 ‘도이’로 신분을 밝히는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한 전직 SEPI 직원에 따르면 필리핀 프리랜서들은 일부 프로젝트에서 작업당 10달러를 벌던 것이 1센트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SEPI와 협력해 온 아웃소싱 회사의 소유자는 리모태스크가 작업을 전 세계적으로 경매에 부쳐서 보수에 대한 “바닥을 향한 경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업상 익명을 요구한 이 소유자는 이를 “악랄한 경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