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이유
EU 탈퇴와 잔류는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시민들은 위협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유럽’을 원한다.
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이후, 유럽 각국에서 EU 탈퇴를 주장했던 포퓰리스트 극우 세력들은 오히려 잠잠해지는 양상이다. 영국의 혼란, EU라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배경으로 유럽의 정당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EU 내부에서의 개혁을 목표로 삼고 있다. 좌와 우, 탈퇴와 잔류라는 기성의 틀로는 분류되지 않는 새로운 정치 지형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경제 성장, 통합에 대한 요구와 함께 EU의 부실한 리더십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과연 EU는 시민을 보호하는 정치, 경제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2019년 유럽 의회 선거는 달라진 환경에 대한 유럽 시민들의 요구다.
* 12분이면 끝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A4 9장 분량).
The Economist × BOOK JOURNALISM
북저널리즘이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커버스토리 등 핵심 기사를 엄선해 소개합니다. 《이코노미스트》는 격조 높은 문장과 심도 있는 분석으로 국제 정치, 경제, 사회 이슈를 다루어 왔습니다. 빌 게이츠, 에릭 슈미트, 헨리 키신저 등 세계적인 명사들이 애독하는 콘텐츠를 매주 수요일 오후 4시, 북저널리즘에서 만나 보세요.
저자 소개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를 전진하게 하는 지혜와 그 전진을 방해하는 변변치 못한 무지 사이의 맹렬한 논쟁”에 참여하기 위해 1843년에 창간되었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정치, 경제, 사회 이슈를 전문가들의 시각으로 분석하고 의견을 제시한다. 격조 높은 문체와 심도 있는 분석으로 유명하다.
역자 전리오는 서울대학교에서 원자핵공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총연극회 활동을 하며 글쓰기를 시작해 장편 소설과 단행본을 출간했다. 음악, 환경, 국제 이슈에 많은 관심이 있으며 현재 소설을 쓰면서 번역을 한다.
(커버 이미지 ©Luca D’Urbino)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 보호하는 유럽이란 어떤 의미인가?
펠로폰네소스반도의 출정식
좌파와 우파, 친유럽과 반유럽
2. 심연과 이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거대한 민주주의 행사와 무관심
EU의 위기와 회복력
그럼에도 EU가 좋다
3. 화성인, 아니 유럽인
유럽의 시민은 보호를 원한다
EU 탈퇴에서 EU 개혁으로
분열의 축이 달라졌다
4. 그래도 웨스테로스보다는 낫다
EU 속 왕좌의 게임
의회 선거와 새로운 위기
유럽은 달라졌을까
먼저 읽어 보세요
2019년 5월 23~26일 28개 유럽연합(EU) 회원국, 4억 2700만 명의 유권자가 751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유럽 의회 선거가 치러진다. 경제, 환경, 난민 정책 등 EU의 핵심 가치에 대한 유럽 시민의 판단을 보여 줄 이번 선거에 대해 유럽 언론들은 반(反)난민을 주장하는 포퓰리즘 우파 정당이 선전하고, 녹색당 계열 진보 정당들이 약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EU의 총리’로 불리는 집행위원장으로는 유럽 의회 내 최대 정파인 유럽국민당 그룹의 대표 후보인 독일의 만프레드 베버가 유력하다. EU 집행위원회의 브렉시트 협상 대표인 프랑스의 미셸 바니에, EU 경쟁위원회 집행 위원인 덴마크의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등도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에디터의 밑줄
“유럽 의회 선거는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거대한 민주주의 행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면면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유럽 의회 선거 결과에 대해 거의 관심이 없으며, 유럽 의회 선거를 자국 내 정치적 상황에 대한 호오를 확인하는 일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앞선 2014년 선거에서 투표수가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 곳이 8개국이나 됐다.”
“의회가 구성되면 EU 집행위원장을 선출하게 된다. 집행위원장은 의회 내 구성원 그 누구보다도 더 막강한 권한을 갖는 자리다. 그동안은 회원국들이 막후 협상을 통해 집행위원장 후보자를 선출해 왔다. 그러나 2014년 의회는 각 교섭 단체가 구성원들 중에서 슈피첸칸디다트(Spitzenkandidat)라고 불리는 선호 후보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가장 큰 교섭 단체에서 선택한 후보가 직위를 가져가는 구조다.”
“유럽은 이제 더 이상 확장하려는 목적이 없으며, 어떻게 해서든 통합을 이루어 내고야 말겠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고 있다. 그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보호받는 것이다. 브뤼셀 의사당의 복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보호해 주는 유럽(A Europe which protects)’이라는 표현을 이제는 선거 유세 현장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유럽 시민들이 경제 혼란, 기후 변화, 러시아와의 관계, 이민 문제 등 외부의 다양한 위협으로부터 보호를 필요로 하고, 원한다는 인식은 널리 공유되어 정치적 차이를 뛰어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좌파들은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보호를 주장하고, 우파들은 문화적인 측면에서의 보호를 주장하며, 중도 진영에는 두 가지 의견이 혼재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차이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라는 대립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경제 체제 안에서 시장과 사유 재산의 역할을 둘러싼 오랜 인식 차이가 그 틈을 만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유럽인들이 보호받기를 원하고 있다는 공통된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자국 정부와 EU 모두에 대한 확신이 있는 사람들은 스타크 가문에 해당한다. 자신들의 나라는 무너졌지만 유럽은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너리스 세력에 해당한다. 두 유형 모두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들의 나라에 대한 확신은 있지만 EU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자유민들이다. 둘 다 무너져 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천년 왕국 신앙을 믿는 스패로우들이다. 마지막 두 분파는 급진적 개혁주의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독일 마셜 기금의 잔 테쇼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전망한다. 유럽과 러시아의 전쟁, 새로운 유로화 위기, 급증하는 이민자들이 유럽에 가하는 통합에 대한 압력, 2040년이면 이들이 무시할 수 없는 막강한 세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 등이다. 극단적인 전망이긴 하지만 배경에 대한 진단에는 일리가 있다. 유럽은 힘겹게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왔다.”
코멘트
브렉시트 이후의 유럽 정치 지형을 단숨에 파악할 수 있다. 그동안 EU가 거둔 성과와 실패를 냉철하게 평가하면서 이번 유럽 의회 선거가 새로운 EU로 가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북저널리즘 CCO 김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