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팬덤의 커뮤니티, 트위치
5화

에필로그; 개인적인 동시에 집단적인·일상의 소음이 된 트위치

 

개인적인 동시에 집단적인


글로벌 실시간 방송 시장에서 경쟁하는 대표 기업은 아마존의 트위치, 구글의 유튜브, 마이크로소프트의 믹서(Mixer), 트위터의 페리스코프(Periscope)다. 전체 영상 시청 시간을 놓고 보면 유튜브가 트위치보다 앞서지만, 실시간 방송 시청 시간에 있어서 1위는 트위치다. 2018년 3분기 트위치의 실시간 방송 시청 시간은 약 25억 시간이었다. 9월에만 8억 1300만 시간을 기록해, 같은 기간 2억 6000만 시간을 기록한 유튜브에 비해 거의 4배 많았다.[1]

트위치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실시간 방송에 특화되어 있다. 바꿔 말하면, 정해진 시간에 모니터 앞으로 모여드는 충성도 높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의 지속적인 관심을 얻기 위한 미디어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시대에 트위치가 고관여 시청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돋보이는 강점이다.

트위치의 성공은 유튜브가 지향하는 넓은 의미의 영상 시장을 노리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트위치는 게임을 매개로 적극적으로 소통할 의지가 있는 게임 팬덤에 집중했다. 이들에게는 다른 사람의 게임 영상을 보면서 실력 향상에 도움을 받고 싶은 욕구, 게임에 푹 빠져 있는 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관계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게임 팬덤에 집중했다고 해서 소수의 마니아만 주목하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트위치는 전 세계 최대의 인터넷 생방송 플랫폼이기도 하다. 트위치의 일간 실사용자(DAU)는 1500만 명이다.[2] 최근에는 게임 방송 외의 카테고리를 확장해 게임을 하지 않는 시간마저 트위치에 접속하게 만들고 있다.

트위치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게임 팬덤의 즉각적인 소통을 지원한다. 트위치의 스트리머와 팬덤은 채팅창을 통해 대화하고, 플레이 과정에서 느끼는 희열과 고통을 나눈다. 시청자는 스트리머의 게임에 훈수를 두기도 하고, 방송을 함께 본 이들만 이해할 수 있는 밈을 창조한다. 이와 같은 트위치의 상호성은 1인 가구 시대에 더 중요한 특징이 되고 있다. 가족들이 거실에 모여 앉아 같은 채널을 보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각자의 공간에 흩어져 스마트폰으로 서로 다른 채널을 본다.

트위치에는 아주 작은 무대에서부터 거대한 규모의 스타디움까지 다양한 형태의 스포츠 경기장이 있다. 시청자들은 트위치 세계에서 원하는 게임 종목과 진행자를 선택하고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만 명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게임을 본다. 경기장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팬덤의 함성과 일사불란한 움직임, 응원봉의 반짝임 등은 이모티콘의 모양과 움직임, 채팅과 음성, 영상 메시지 등으로 형상화된다. 이모티콘의 집성이 트위치 방송을 보는 이들에게는 경기장의 함성과 같은 효과를 낳는 것이다.

스트리머의 실시간 방송과 시청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대화와 훈수 두기 등의 정서 공유 활동은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이다. 시청자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방송에 참여하지만, 이들의 행동이 쌓이고 쌓여서 공동의 기억이 된다. 기술의 발달이 만들어 낸 트위치라는 새로운 양식의 장에서 스트리머와 팬덤의 상호 작용은 강력한 커뮤니티로 발전하고 있다.

유승호

 

일상의 소음이 된 트위치


나는 매일 오후 8시 트위치에 접속한다. 8시는 스트리머 풍월량의 고정 방송 시간이다. 시간이 남아서 게임 방송을 보는 것이 아니라, 게임 방송을 보기 위해 시간을 비운다. 스트리머와 실시간으로 게임을 즐기고 싶다는 욕망은 정해진 생방송 시간에 맞춰 트위치를 찾는 성실함으로 이어졌다. 게임을 넘어 스트리머들이 즐겨 입는 옷 브랜드나 음식 등의 일상적인 취향에도 영향을 받는다.

트위치는 취미를 넘어 시청자의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백색 소음을 대신할 용도로 트위치 방송을 켜둔 날이 많았다. 트위치 시청자 중에는 잠을 자는 동안에도 방송을 켜두는 이들이 있다. 스트리머의 방송을 보고, 채팅창에서 나와 닮은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 자체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다.

스트리머와 팬덤은 방송 전후에도 지속적으로 교류한다. 스트리머는 방송을 하지 않을 때도 수 시간씩 채팅창을 열어 놓는다. 네이버 카페나 인스타그램 등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운영해 대기 시간이나 방송이 없는 시간에도 팬덤 활동을 활성화한다. 팬들은 스스로 지난 방송을 회상하거나, 앞으로의 콘텐츠를 추천하며 대화한다. 방송과 관련한 질문을 하기도 하지만 스트리머의 안부를 물을 때도 있다. 스트리머가 명절에는 어디에 가는지, 어떤 음식과 음악을 좋아하는지 궁금해한다. 방송 시간이 다가오면 어떤 소재로 방송할지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이와 같은 상호 작용이 가능한 트위치는 즐길 거리를 넘어서 정체성을 구성하는 커뮤니티가 됐다. 미디어는 개인의 정체성을 확장한다. 트위치에서 어떤 스트리머를 좋아하고, 어떤 게임 방송을 즐겨 보는지가 개인의 취향과 정체성의 많은 부분을 설명해 준다. ‘그스그시(그 스트리머에 그 시청자)’라는 트위치의 밈처럼, 스트리머가 게임을 즐기는 방식과 마인드, 언어 습관과 행동이 시청자 개인의 정체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햇수로 3년째, 트위치의 열혈 팬으로 살고 있다. 게임 팬으로서 트위치를 열심히 즐기고 연구한 덕분에 트위치를 소개하는 글을 쓸 기회도 얻었다. 트위치 시청자와 스트리머 세계를 이해하는 것, 트위치의 커뮤니티에 대해 탐구하는 일은 나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트위치는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자,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이며 소통의 장이다. 트위치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게임 스트리머와 팬덤은 새로운 시대의 크리에이터와 소비자다.

변혜린
[2]
강일용, 〈생방송 최강자 플랫폼 ‘트위치’의 명과 암〉, 《방송 트렌드&인사이트》 제18호, 한국콘텐츠진흥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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