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전망/ 미국 상장 주식 자산/ 최신 자료, 전체 상장 주식(31조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율(%)/ 자동화로 관리되는 펀드35.1(뮤추얼 펀드 지수 7.7, 기관 지수* 14.7, ETF 지수 7.4, 스마트 ETF 2.9, 퀀트 펀드 2.4)/ 사람이 관리하는 펀드 24.3(뮤추얼 펀드 13.9, 기관* 8.0, 헤지 펀드 2.4)/ 다른 소유 형태 40.6(자사주 15.3, 기타- 정부, 보험사, 외국인 25.3)/ 출처: 러셀 3000, 연방준비제도, 블룸버그, 모닝스타, ETF.com, HFR, 프레킨, JP모건체이스/ *추정치.
18조에서 19조 달러를 차지하는 관리 자산의 대부분을 기계가 운용하고 있다. 인덱스 펀드는 전체의 절반인 9조 달러를 관리한다. 리서치 기업인 번스타인(Bernstein)은 퀀트 주식 관리자들이 전체의 10~15퍼센트, 약 2조 달러 규모를 추가로 관리한다고 보고 있다. 7~8조 달러 가치인 나머지 35~40퍼센트는 인간이 관리한다.
알고리즘 투자의 진행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은 헤지 펀드다. 세계 상위 5대 헤지 펀드 중 네 곳(브리지워터, AQR, 투 시그마, 르네상스)이 퀀트 기법을 사용하기 위해서 설립됐다. 5대 헤지 펀드 가운데 유일하게 빠져 있는 영국의 헤지 펀드 맨 그룹(Man Group)은 2014년에 보스턴 소재 퀀트 주식 관리사인 뉴메릭(Numeric)을 인수했다. 현재 맨 그룹이 관리하고 있는 자산의 절반 이상이 퀀트 기법으로 운용되고 있다. 10년 전에는 헤지 펀드 자산 가운데 퀀트 펀드의 비중은 4분의 1 수준이었다. 리서치 기업 HFR에 따르면, 퀀트 펀드의 비중은 현재 30퍼센트다. 포인트72 등 전통적인 펀드들이 부분적으로 퀀트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비중은 더 높을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결과로 현재의 주식 시장은 엄청난 효율성을 얻었다. 로봇이 관리하는 새로운 시장은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패시브 펀드는 관리 자산에 매년 0.03~0.09퍼센트의 수수료를 책정한다. 인간 관리자들은 그보다 20배쯤 많은 수수료를 받는다.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레버리지와 파생 상품을 활용하는 헤지 펀드들은 수익금의 20퍼센트를 성과 보수로 챙긴다.
거래 실행 비용이 낮아지면서 기업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주가에 즉시 반영된다. 레이 달리오 회장은 “주문 실행이 경이로울 정도로 좋아졌다”고 말한다. 거래소의 주식 거래 수수료는 아주 적다. 시카고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매수자와 매도자 양쪽이 각각 내는 수수료는 주당 0.0001달러다. 수수료 최저치도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소비자 중개 부문의 선두 기업인 찰스 슈왑(Charles Schwab)과 경쟁사인 TD아메리트레이드(Ameritrade)는 10월 1일 거래 수수료를 무료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트레이더가 주가를 움직이기 전에 주식을 얼마나 사고팔지를 결정하는 유동성에 저렴한 수수료까지 더해진 격이다. 유동성이 높다는 것은 트레이더가 주식을 살 수 있는 가격과 팔 수 있는 가격의 차이인 스프레드가 작다는 의미다.
하지만 많은 비평가들은 이러한 해석이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초단타 매매로 인한 유동성은 은행이 제공하는 유동성에 비해서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경제 위기가 닥치면 이러한 유동성은 쉽게 사라질 수 있다. 헤지 펀드 시타델 시큐리티스(Citadel Securities)가 최근에 내놓은 보고서는 이런 견해를 다시 반박한다. 보고서는 단일 기업의 주식에 대한 1만 달러 정도의 소규모 거래 실행에 대한 스프레드 수익은 지난 10년 동안 급격히 줄었고, 계속해서 낮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나 1000만 달러 이상의 대규모 거래에서 스프레드 수익은 최악의 경우 그대로였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개선되었다.
최고수의 번뜩임
시장에 대한 기계의 지배력은 더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기술이 아직 초보적인 시절에 인간이 고안한 팩터에 의한 전략은 이제 ETF를 통해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일부 ETF들은 한 가지 이상의 팩터를 갖고 있는 주식들을 찾아 나선다. 어떤 ETF들은 “리스크 패리티(risk parity) 전략”을 따른다. 레이 달리오가 개척한 이 접근법은 서로 다른 등급의 자산이 가진 변동성을 균형 있게 조정하는 것이다. 새로운 레벨의 복잡한 기법들이 추가될 때마다 인간 컨설턴트들이 할 일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30년 전에는 최고의 펀드 매니저란 최고의 직관력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투 시그마의 공동 회장인 데이비드 시겔(David Siegel)의 말이다. 이제는 머신, 데이터,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과학적 접근법”을 취하는 사람들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체스의 사례는 다가오는 시장의 발전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1997년 IBM의 슈퍼컴퓨터인 딥블루가 당시 세계 체스 챔피언이었던 가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를 꺾었다. 어느 정도 수준에서는 기계가 인간을 상대로 거둔 승리라고 할 수 있었다. 딥블루는 인간 선수들이 만든 규칙을 기반으로 프로그래밍되었다. 딥블루는 인간의 스타일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훨씬 더 잘 플레이했다.
구글이 알파제로(AlphaZero)를 선보인 2017년으로 넘어가 보자. 이 컴퓨터는 입력된 체스의 규칙을 통해 스스로 체스 두는 법을 익혔다. 알파제로는 단 네 시간의 훈련 뒤, 인간의 전략을 바탕으로 프로그래밍된 최고의 체스 기계 스톡피시(Stockfish)를 이겼다. 흥미롭게도, 알파제로는 인간의 눈에는 실수처럼 보이는 수를 두었다. 예를 들면, 알파제로는 게임 중반에 비숍을 희생시켰다. 전략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수였다는 것은 한참 뒤에야 분명히 드러났다.
퀀트 펀드는 두 개의 그룹으로 나뉜다. 인간의 전략을 모방한 기계를 사용하는 스톡피시 유형과 스스로 전략을 창조해 내는 알파제로 유형이다. 한 퀀트 투자자는 지난 30년 동안 퀀트 투자가 특정한 가설을 수립하는 것에서 출발해 왔다고 말한다. 투자자들은 과거의 데이터와 비교해 테스트를 해보고 그 방식이 앞으로도 유용할지를 판단했다. 이제는 순서가 바뀌었다. 이 투자자는 말한다. “우리는 데이터로 시작하고 그다음에 가설을 찾습니다.”
인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인간은 기계에 어떤 데이터를 입력할지를 고르고 선택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알고리즘에게 어떤 데이터를 들여다볼 것인지 알려 줘야 합니다.” 같은 투자자의 말이다. “만약에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너무 커다란 데이터세트에 자주 적용하면, 모멘텀과 같은 매우 간단한 전략으로 되돌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알파제로가 명백하게 인간과는 다른 전략을 찾아낸 것처럼, 라자드의 제이콥스 회장은 인공지능으로 구동되는 알고리즘 투자가 종종 인간이 발견하지 못한 팩터들을 식별해 낸다고 말한다. 인간 투자자들은 기계가 발견한 것을 이해하려고 애쓰면서 새로운 “설명 가능한” 팩터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새롭게 찾아낸 팩터들은 결국 기존의 팩터들처럼 알려질 것이다. 하지만 한동안은 새로운 팩터를 알고 있는 사람들만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신중을 기하고 있다. 예일대학교의 브라이언 켈리(Bryan Kelly)는 AQR에서 머신러닝 부문을 이끌고 있다. 켈리는 이 회사에서 순수하게 기계에 의해 도출된 팩터들을 찾아냈는데, 한동안은 이 팩터들이 월등히 뛰어난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는 머신러닝은 경제 이론과 결합할 때 더 효과적으로 작동한다고 말한다.
완전히 회의적인 사람들도 있다. 달리오 회장도 그렇다. 그는 지적한다. 체스는 언제나 같은 규칙이 유지되는 게임이다. 그러나 시장은 진화한다. 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학습하는 데다, 그 학습의 결과가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만약에 당신이 발견해 낸 것을 다른 사람들도 발견한다면, 그것은 가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저평가받고 결국에는 손실로 이어집니다.” 달리오 회장의 말이다. 인간의 논리를 적용하지 않는 머신러닝 전략은 “깊은 이해가 동반되지 않으면 폭발하기 마련”이다.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생각했던 것만큼 유용하지는 않다. 기존의 헤지 펀드 매니저들은 이제 주식 선별 과정에서 신용 카드 기록부터 창고의 위성 이미지, 개인용 제트기의 운항 허가에 이르는 모든 종류의 데이터를 분석한다. 하지만 데이터가 늘어난다고 해서 새로운 투자 요인을 찾는 핵심적인 일을 반드시 기계가 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인공지능의 응용 프로그램에 적용하기에는 관련 데이터세트가 작기 때문이다. “우리가 실제로 다루어야 하는 데이터의 양은 우리가 예측하고자 하는 것의 크기로 결정이 됩니다.” 주식 시장의 투자자들이 예측하고자 하는 것은 월간 수익일 것이다. 수십 년간의 데이터가 있기는 하지만, 데이터포인트
[1]는 겨우 몇백 개뿐이다. 안면 인식과 무인 자동차 주행을 위한 알고리즘 훈련에 쓰이는 기가바이트 단위의 데이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