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는 어떻게 월스트리트를 점령했는가
2화

컴퓨터, 알고리즘, 그리고 수동적인 매니저

기계들의 행진

50년 전만 해도, 투자는 분명히 인간의 일이었다. “사람들이 서로를 데리고 나갔고, 딜러들은 펀드 매니저들을 접대했는데, 그 비용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1970년대 초 뉴욕 증권 거래소(NYSE)의 거래 현장에서 일했던 레이 달리오(Ray Dalio)의 말이다. 그가 세계 최대의 헤지 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를 설립하기 전의 얘기다. 기술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라자드(Lazard) 투자 은행의 케네스 제이콥스(Kenneth Jacobs) 회장은 당시 기업 보고서에 등장한 수치들을 분석하기 위해서 휴대용 계산기를 사용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다. 그보다 나이가 많은 동료들은 계산자(slide rules)를 사용했다. 심지어 한 투자자는 1980년대에는 “출근하는 길에 읽는 월스트리트저널, 거래소의 텔레비전 한 대와 (시세가 표시되는) 수신용 테이프”가 중요한 정보 획득의 수단이었다고 회상한다.

그 이후로, 증권 거래 시장에서 인간의 역할은 급격하게 축소되어 왔다. 사람이 있던 자리에는 컴퓨터와 알고리즘, 그리고 수동적인 매니저들이 들어섰다. 여기서 매니저는 주식 시장의 트렌드를 돌파하려 하기보다는 시장의 수익률에 맞추거나, 시장에 포함되어 있는 주식 바스켓을 갖춘 인덱스 펀드 제공 기관들이다.(표1 참조) 9월 13일 리서치 기업인 모닝스타가 광범위한 분석을 바탕으로 발표한 지표를 보면, 이러한 패시브 주식 자산의 총액은 4조 3000억 달러(5147조 1000억 원)로 인간이 운영하는 자산의 규모를 사상 최초로 넘어섰다.

금융의 로봇화 경향은 주식 시장의 속도와 구조를 바꾸는 문제만은 아니다. 금융의 로봇화는 시장의 기능, 시장이 광범위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 기업의 지배 구조와 금융 안정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패시브 자산의 공격/ 주가 지수를 추적하는 자산의 비율/ 전체 주식 자산 평가액 중에서 패시브 자산 관리액의 비율(%)/ 미국(빨간색)/ 전체(파란색)/ 미국을 제외한 세계 전체(하늘색)/ 출처: JP모건체이스 미국 주식 전략 및 글로벌 퀀트 연구,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 *2019년은 8월 31일 기준.
 

미국이 자동화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시장을 움직이는 정보를 경쟁자들보다 먼저 얻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기술을 사용해 왔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초기 투자자들은 희망봉을 돌아서 네덜란드로 향하고 있는 선박들의 자산에 관련된 내용을 담은 소식지를 읽었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재산 가운데 상당 부분은 전령 비둘기들의 덕이다. 비둘기들은 프랑스가 워털루 전투에서 패했다는 소식을 선박보다 더 빠르게 전해 주었다.

붉은 멜빵과 계산자의 시대에도 오늘날과 같은 테크놀로지의 맹아가 싹트기 시작했다. 기계들은 처음에는 쉬운 (그리고 가장 시끄러운) 일들을 맡았다. 1970년대에는 거래소에서 서로에게 고성을 지르던 트레이더들이 전자 실행 방식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장치는 모두가 가격과 물량 데이터를 더 쉽게 수집할 수 있도록 해줬다. 새로운 기술은 가격에 대한 분명한 확신을 줬고, 실행력을 향상시켰다.

포트폴리오 관리 분야에서 알고리즘은 이미 수십 년간 사용되어 왔다. 잭 보글(Jack Bogle)은 1975년에 뱅가드(Vanguard)를 설립하고 최초의 인덱스 펀드를 만들어서 가장 간단한 수준의 포트폴리오 배치 업무를 자동화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각각 “퀀트 펀드”라고 알려진 양적 헤지 펀드와 상장 지수 펀드(ETF)와 같은 보다 세련된 형태의 자동화 상품들이 등장했다. 일부 ETF들은 지수들을 추적하지만, 일부는 이른바 가치주 매입과 같이 오랫동안 인간이 해온 결정을 자동화해 만들어 낸 정교한 투자 규칙을 따른다. 가치주란 해당 기업이 갖고 있는 자산에 비해서 저렴해 보이는 주식을 말한다. 도입 이후로 많은 퀀트 펀드들은 전문 용어로 “팩터(factors)”라고 하는 인간이 선택할 만한 종류의 매력을 가진 주식을 찾아다니면서 시장에 대한 데이터를 샅샅이 조사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설계해 왔다.

팩터라는 개념은 유진 파마(Eugene Fama)와 케네스 프렌치(Kenneth French)라는 두 명의 경제학자가 고안했다. 그리고 파마의 제자이자 1998년에 세계 최대의 헤지 펀드 중 하나를 운용하는 AQR 캐피탈 매니지먼트 투자 기업을 설립한 클리프 애즈니스(Cliff Asness)가 활용하기 시작했다. AQR과 같은 퀀트 펀드들은 경제 이론으로부터 도출되고 모멘텀(momentum·최근의 주가 상승세)이나 일드(yield·높은 배당금)와 같은 데이터 분석으로 근거를 갖는 팩터들에 기반해서 주식을 선택하도록 알고리즘을 프로그래밍한다. 초기에는 겨우 몇 명의 자금 관리인들만이 그러한 숫자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었다. 지금은 모두가 그렇게 한다.

“규칙 기반”의 기계를 운영하는 투자자들(포트폴리오상의 결정을 실행하기 위해서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투자자들)의 전략은 달라지고 있다. 브리지워터 등 일부 퀀트 펀트은 알고리즘으로 데이터를 분석하지만, 거래 여부는 인간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투 시그마(Two Sigma)와 르네상스 테크놀로지(Renaissance Technologies)와 같은 다수의 퀀트 펀드들은 자동화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을 활용해 어떤 주식을 사고팔 것인지를 기계가 결정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인간 투자자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업무 영역까지 컴퓨터가 대체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바로 투자 전략을 설계하기 위해 정보를 분석하는 업무다. 컴퓨터가 활용된다면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기업이 가치가 있는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알고리즘 트레이더들이 주식 시장의 주문 실행 업무를 장악하고 있다. 뉴욕 증권 거래소의 시끄러운 입회장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는 줄었고, 뉴저지에서 조용히 돌아가는 컴퓨터 서버의 거래는 늘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주식-선물 거래의 90퍼센트, 현금-주식 거래의 80퍼센트가 인간의 개입이 전혀 없는 알고리즘에 의해 실행되고 있다. 리서치 기업 탭 그룹(Tabb Group)의 래리 탭(Larry Tabb) 회장은 주식 파생 상품 시장 역시 전자 실행 방식이 장악하고 있다고 말한다.
안녕, 고든 게코(영화 〈월스트리트〉의 주인공인 트레이더)/ 미국의 기관 거래 주식/ 주식 거래량(소매 거래 및 초단타 매매 기업 거래량 제외), 단위: %/ 헤지 펀드(하늘색)/ 퀀트 펀드(파란색)/ 자산 관리자(분홍색)/ 은행(빨간색)/ 자산 관리자: 연금 펀드, 뮤추얼 펀드, 그리고 다른 자산 관리자들을 포함하는 기관들/ 2019년은 추정치/ 출처: 탭 그룹.
 

여기가 바로 거기일 거야


매일 약 3200억 달러(381조 9520억 원)에 달하는 70억 주가 미국 주식 시장에서 거래된다. 이러한 거래량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초단타 매매는 단기적 수익을 얻기 위해서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중개인 역할을 하는 초단타 트레이더들은 하루 거래량의 절반에 관여한다. 하지만 트레이더들을 제외한 투자자들만 살펴보아도, 규칙 기반의 (기계) 투자자들이 이제는 대부분의 거래를 담당하고 있다.

3년 전, 퀀트 펀드는 미국 주식 시장 기관 거래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표2 참조) 탭 그룹에 따르면, 퀀트 펀드는 올해 기관 거래량의 36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2010년의 18퍼센트와 비교하면 크게 상승한 결과다. JP모건체이스의 두브라브코 라코스-부하스(Dubravko Lakos-Bujas)는 전통적인 주식 펀드 매니저들의 기관 거래는 전체의 10퍼센트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기계 거래 가운데 보유 목적의 매수도 늘고 있다. 러셀 3000 지수(미국의 3000개 대기업 주가 지수)로 평가한 미국 상장 기업 주식 전체의 가치는 31조 달러(3경 7026조 원)다. 컴퓨터가 관리하는 세 가지 유형의 펀드 - 인덱스 펀드, ETF, 퀀트 펀드는 주식의 35퍼센트가량을 운용하고 있다.(표3 참조) 기존의 헤지 펀드와 뮤추얼 펀드 등 인간 자산 관리자들이 관리하는 주식의 비중은 24퍼센트다. (측정하기 어려운 나머지 40퍼센트는 자사주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기업 등 다른 형태의 주주들로 구성되어 있다.)
미래 전망/ 미국 상장 주식 자산/ 최신 자료, 전체 상장 주식(31조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율(%)/ 자동화로 관리되는 펀드35.1(뮤추얼 펀드 지수 7.7, 기관 지수* 14.7, ETF 지수 7.4, 스마트 ETF 2.9, 퀀트 펀드 2.4)/ 사람이 관리하는 펀드 24.3(뮤추얼 펀드 13.9, 기관* 8.0, 헤지 펀드 2.4)/ 다른 소유 형태 40.6(자사주 15.3, 기타- 정부, 보험사, 외국인 25.3)/ 출처: 러셀 3000, 연방준비제도, 블룸버그, 모닝스타, ETF.com, HFR, 프레킨, JP모건체이스/ *추정치.
18조에서 19조 달러를 차지하는 관리 자산의 대부분을 기계가 운용하고 있다. 인덱스 펀드는 전체의 절반인 9조 달러를 관리한다. 리서치 기업인 번스타인(Bernstein)은 퀀트 주식 관리자들이 전체의 10~15퍼센트, 약 2조 달러 규모를 추가로 관리한다고 보고 있다. 7~8조 달러 가치인 나머지 35~40퍼센트는 인간이 관리한다.

알고리즘 투자의 진행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은 헤지 펀드다. 세계 상위 5대 헤지 펀드 중 네 곳(브리지워터, AQR, 투 시그마, 르네상스)이 퀀트 기법을 사용하기 위해서 설립됐다. 5대 헤지 펀드 가운데 유일하게 빠져 있는 영국의 헤지 펀드 맨 그룹(Man Group)은 2014년에 보스턴 소재 퀀트 주식 관리사인 뉴메릭(Numeric)을 인수했다. 현재 맨 그룹이 관리하고 있는 자산의 절반 이상이 퀀트 기법으로 운용되고 있다. 10년 전에는 헤지 펀드 자산 가운데 퀀트 펀드의 비중은 4분의 1 수준이었다. 리서치 기업 HFR에 따르면, 퀀트 펀드의 비중은 현재 30퍼센트다. 포인트72 등 전통적인 펀드들이 부분적으로 퀀트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비중은 더 높을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결과로 현재의 주식 시장은 엄청난 효율성을 얻었다. 로봇이 관리하는 새로운 시장은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패시브 펀드는 관리 자산에 매년 0.03~0.09퍼센트의 수수료를 책정한다. 인간 관리자들은 그보다 20배쯤 많은 수수료를 받는다.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레버리지와 파생 상품을 활용하는 헤지 펀드들은 수익금의 20퍼센트를 성과 보수로 챙긴다.

거래 실행 비용이 낮아지면서 기업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주가에 즉시 반영된다. 레이 달리오 회장은 “주문 실행이 경이로울 정도로 좋아졌다”고 말한다. 거래소의 주식 거래 수수료는 아주 적다. 시카고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매수자와 매도자 양쪽이 각각 내는 수수료는 주당 0.0001달러다. 수수료 최저치도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소비자 중개 부문의 선두 기업인 찰스 슈왑(Charles Schwab)과 경쟁사인 TD아메리트레이드(Ameritrade)는 10월 1일 거래 수수료를 무료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트레이더가 주가를 움직이기 전에 주식을 얼마나 사고팔지를 결정하는 유동성에 저렴한 수수료까지 더해진 격이다. 유동성이 높다는 것은 트레이더가 주식을 살 수 있는 가격과 팔 수 있는 가격의 차이인 스프레드가 작다는 의미다.

하지만 많은 비평가들은 이러한 해석이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초단타 매매로 인한 유동성은 은행이 제공하는 유동성에 비해서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경제 위기가 닥치면 이러한 유동성은 쉽게 사라질 수 있다. 헤지 펀드 시타델 시큐리티스(Citadel Securities)가 최근에 내놓은 보고서는 이런 견해를 다시 반박한다. 보고서는 단일 기업의 주식에 대한 1만 달러 정도의 소규모 거래 실행에 대한 스프레드 수익은 지난 10년 동안 급격히 줄었고, 계속해서 낮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나 1000만 달러 이상의 대규모 거래에서 스프레드 수익은 최악의 경우 그대로였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개선되었다.

 

최고수의 번뜩임


시장에 대한 기계의 지배력은 더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기술이 아직 초보적인 시절에 인간이 고안한 팩터에 의한 전략은 이제 ETF를 통해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일부 ETF들은 한 가지 이상의 팩터를 갖고 있는 주식들을 찾아 나선다. 어떤 ETF들은 “리스크 패리티(risk parity) 전략”을 따른다. 레이 달리오가 개척한 이 접근법은 서로 다른 등급의 자산이 가진 변동성을 균형 있게 조정하는 것이다. 새로운 레벨의 복잡한 기법들이 추가될 때마다 인간 컨설턴트들이 할 일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30년 전에는 최고의 펀드 매니저란 최고의 직관력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투 시그마의 공동 회장인 데이비드 시겔(David Siegel)의 말이다. 이제는 머신, 데이터,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과학적 접근법”을 취하는 사람들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체스의 사례는 다가오는 시장의 발전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1997년 IBM의 슈퍼컴퓨터인 딥블루가 당시 세계 체스 챔피언이었던 가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를 꺾었다. 어느 정도 수준에서는 기계가 인간을 상대로 거둔 승리라고 할 수 있었다. 딥블루는 인간 선수들이 만든 규칙을 기반으로 프로그래밍되었다. 딥블루는 인간의 스타일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훨씬 더 잘 플레이했다.

구글이 알파제로(AlphaZero)를 선보인 2017년으로 넘어가 보자. 이 컴퓨터는 입력된 체스의 규칙을 통해 스스로 체스 두는 법을 익혔다. 알파제로는 단 네 시간의 훈련 뒤, 인간의 전략을 바탕으로 프로그래밍된 최고의 체스 기계 스톡피시(Stockfish)를 이겼다. 흥미롭게도, 알파제로는 인간의 눈에는 실수처럼 보이는 수를 두었다. 예를 들면, 알파제로는 게임 중반에 비숍을 희생시켰다. 전략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수였다는 것은 한참 뒤에야 분명히 드러났다.

퀀트 펀드는 두 개의 그룹으로 나뉜다. 인간의 전략을 모방한 기계를 사용하는 스톡피시 유형과 스스로 전략을 창조해 내는 알파제로 유형이다. 한 퀀트 투자자는 지난 30년 동안 퀀트 투자가 특정한 가설을 수립하는 것에서 출발해 왔다고 말한다. 투자자들은 과거의 데이터와 비교해 테스트를 해보고 그 방식이 앞으로도 유용할지를 판단했다. 이제는 순서가 바뀌었다. 이 투자자는 말한다. “우리는 데이터로 시작하고 그다음에 가설을 찾습니다.”

인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인간은 기계에 어떤 데이터를 입력할지를 고르고 선택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알고리즘에게 어떤 데이터를 들여다볼 것인지 알려 줘야 합니다.” 같은 투자자의 말이다. “만약에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너무 커다란 데이터세트에 자주 적용하면, 모멘텀과 같은 매우 간단한 전략으로 되돌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알파제로가 명백하게 인간과는 다른 전략을 찾아낸 것처럼, 라자드의 제이콥스 회장은 인공지능으로 구동되는 알고리즘 투자가 종종 인간이 발견하지 못한 팩터들을 식별해 낸다고 말한다. 인간 투자자들은 기계가 발견한 것을 이해하려고 애쓰면서 새로운 “설명 가능한” 팩터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새롭게 찾아낸 팩터들은 결국 기존의 팩터들처럼 알려질 것이다. 하지만 한동안은 새로운 팩터를 알고 있는 사람들만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신중을 기하고 있다. 예일대학교의 브라이언 켈리(Bryan Kelly)는 AQR에서 머신러닝 부문을 이끌고 있다. 켈리는 이 회사에서 순수하게 기계에 의해 도출된 팩터들을 찾아냈는데, 한동안은 이 팩터들이 월등히 뛰어난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는 머신러닝은 경제 이론과 결합할 때 더 효과적으로 작동한다고 말한다.

완전히 회의적인 사람들도 있다. 달리오 회장도 그렇다. 그는 지적한다. 체스는 언제나 같은 규칙이 유지되는 게임이다. 그러나 시장은 진화한다. 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학습하는 데다, 그 학습의 결과가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만약에 당신이 발견해 낸 것을 다른 사람들도 발견한다면, 그것은 가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저평가받고 결국에는 손실로 이어집니다.” 달리오 회장의 말이다. 인간의 논리를 적용하지 않는 머신러닝 전략은 “깊은 이해가 동반되지 않으면 폭발하기 마련”이다.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생각했던 것만큼 유용하지는 않다. 기존의 헤지 펀드 매니저들은 이제 주식 선별 과정에서 신용 카드 기록부터 창고의 위성 이미지, 개인용 제트기의 운항 허가에 이르는 모든 종류의 데이터를 분석한다. 하지만 데이터가 늘어난다고 해서 새로운 투자 요인을 찾는 핵심적인 일을 반드시 기계가 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인공지능의 응용 프로그램에 적용하기에는 관련 데이터세트가 작기 때문이다. “우리가 실제로 다루어야 하는 데이터의 양은 우리가 예측하고자 하는 것의 크기로 결정이 됩니다.” 주식 시장의 투자자들이 예측하고자 하는 것은 월간 수익일 것이다. 수십 년간의 데이터가 있기는 하지만, 데이터포인트[1]는 겨우 몇백 개뿐이다. 안면 인식과 무인 자동차 주행을 위한 알고리즘 훈련에 쓰이는 기가바이트 단위의 데이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양이다.
기계가 주도하는 투자에 대해서 자주 듣게 되는 한 가지 불평은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런 입장의 비평가들은 기계들이 무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전혀 그렇지 않아서 오히려 그것이 두렵다고 말한다. 한 가지 우려는 알고리즘이 주가에 보다 빈번하게 갑작스러운 충격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우려되는 문제는 “플래시 크래시”다. 2010년, S&P500 지수 가치의 5퍼센트 이상이 불과 몇 분 만에 사라졌다. 2014년에는 채권 가격이 5퍼센트 이상 급등했다가 몇 분 만에 또다시 올랐다. 두 사례 모두 장이 마감될 때에는 대부분 정상화가 되었지만, 규제 당국은 초단타 매매의 가벼운 유동성이 이러한 움직임을 더욱 악화시켰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작은 뉴스에 가격이 급락했다가, 지난 여름에는 거칠게 요동치면서, 기계의 장악이 시장을 관리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우려가 극에 달했다.

1987년에는 소위 프로그램 거래가 시장이 하락해 있는 동안 주식들을 매도하면서 블랙 먼데이 사태를 불렀다. 당시 다우존스 지수가 단 하루 만에 22퍼센트 하락했다. 하지만 당시의 문제는 “군집 행동(herding)”이었다. 자산 관리자들이 하나의 전략을 근거로 모여들었던 것이다. 오늘날에는 다양한 데이터 소스와 시간대, 전략을 활용하는 서로 다른 투자 펀드들로 인해 훨씬 더 큰 다양성이 존재한다. AQR의 마이클 멘델슨(Michael Mendelson)은 알고리즘에 의한 거래가 희생양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시장이 하락하면 투자자들은 그 손실을 설명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면, 컴퓨터를 비난합니다.” 그는 기계가 시장을 진정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컴퓨터는 공황 상태에 빠지지 않거든요.”

 

돈은 결코 잠들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기존의 자산 관리자들에게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주식 시장은 승자 독식의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 관리자로 꼽히는 인물의 불평이다. “저는 우리가 이 게임에서 경쟁 근처에 갈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뜨거운 기대를 받고 있는 펀드 자브레 캐피탈(Jabre Capital)을 2007년에 출범시킨 필립 자브레(Philippe Jabre)는 지난해 12월 몇몇 펀드들을 폐쇄하며 고객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서 컴퓨터화된 모델이 기존의 주체들을 “부지불식간에 대체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짜 두려운 것은 따로 있다. 만약에 퀀트 펀드들이 거친 추진력을 발동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주식 시장은 현대 경제의 중심이다. 주식 시장은 돈이 필요한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시켜 주고, 기업들이 얼마나 사업을 잘하고 있는지 보여 준다. 기업의 운영 방식은 재무 안정성과 기업 지배 구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알고리즘이 인간의 의사 결정에서 벗어나서 상황을 지휘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기계에서 추출된 팩터들을 이용해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전망은 자금 관리자들을 유인할 것이다. 알지 못하는 세계로 뛰어드는 일, 그리고 그 결과를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시장이 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돌아간다면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더 좋은 일이다.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새롭게 등장한 거래상의 우위는 초반의 몇 가지 혜택을 줄 뿐이다. 시장은 냉혹하다. 우위의 근원은 공개되고 복제될 것이다. 그리고 주식 시장뿐 아니라 주식 시장이 반영하는 세계에 대한 어떤 새로운 정보도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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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세계경제 #금융 #돈 #테크 #데이터 #AI #마켓 #이코노미스트
[1]
데이터 포인트(data point)는 분석 대상 전체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입체적인 정보가 설정되어 있는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어떤 인구 집단에서의 수요를 분석하기 위한 데이터포인트로는 소득, 재산, 연령, 피부양자 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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