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은 비옥한 땅에서 발전했다. 산맥과 바다는 국가의 가능성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바뀐다. 지정학의 시대는 끝났다.
전쟁과 난민, 불공정한 기후재난과 양극화 등 논리로는 설명하기 힘든 부조리가 너무 많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인류는 살아간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힘으로 지배하기도 하고, 특정 지역에서 납득할 수 없는 기묘한 투표 성향이 관찰되는 경우도 있다.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인류는 그 모든 현상 속에서 살아간다.
인간은 설명하고 싶어 하는 동물이다. 그리고 이해하고 싶어 하는 동물이다.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을 명쾌하게 정리해 주는 목소리에 필연적으로 끌린다. 매력을 느낀다. 그리고 지정학은 그 지점을 가장 잘 간파한 학문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매력적인 설명은 때로 독이 되기도 하는 법이다. 지정학의 분석과 예측은 그럴듯하지만, 어쩌면 시대에 뒤떨어진 운명론일 수도 있다. 기술의 발전이 지도 위의 산맥을 쉽게 지워버리고, 기후 변화가 해안선을 고쳐 그리는 21세기에는 더욱 그렇다. 어쩌면 지리의 힘은 유통기한이 다 된 것일 수도 있다.
* 20분이면 끝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The Guardian × BOOK JOURNALISM
북저널리즘이 영국 《가디언》과 파트너십을 맺고 〈The Long Read〉를 소개합니다.〈The Long Read〉는 기사 한 편이 단편소설 분량입니다. 깊이 있는 정보 습득이 가능합니다. 내러티브가 풍성해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부터 패션과 테크까지 세계적인 필진들의 고유한 관점과 통찰을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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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