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페이지랭크는 이용자들이 생성한 검색 결과와 링크 연결을 바탕으로 ‘주목’에 도구적 합리성에 따른 가치를 부여한다. 질보다는 양이, 사유보다는 효율성이 우선시되는 것이다. 페이지랭크는 정보와 데이터를 고유의 정성적 가치뿐 아니라 중요도나 인기도에 대한 특정 정의에 따라 분류함으로써 세상에 위계질서를 창조하는 도구이자 그 자체로서 체계가 된다.[14] 페이지랭크 알고리즘은 지식을 생성하는 이전 단계인 정보, 정보 이전 단계인 데이터들 사이의 접속 과정을 자동으로 동기화할 뿐 아니라 그 과정 자체를 대량으로 생산한다.
키워드를 검색하면 유튜브 영상이 가장 먼저 표시되고, 사람들은 유튜브 영상을 보고 구독, 좋아요를 누르거나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공유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은 다시 이 키워드 연관성을 바탕으로 이 영상을 볼 법한 사람들에게 피드의 최우선 순위로 영상 링크를 올리고, 사람들은 여기에 또 좋아요를 누르거나 리트윗, 해시태그 공유를 한다. 여기에 유튜브의 알고리즘과 연동되어, 영상 시청 시간과 광고 시청 시간은 스노우 볼 효과로 비약적인 증대를 이룬다. 그러니까, 구독과 좋아요, 알람 설정은 이제 단순한 신호나 표지판이 아니라 ‘추상화된 주목 가치’의 척도이면서 블랙박스 안에서 도사리고 있는 광고 시청 시간·키워드 연관성· 해시태그·광고 매칭 등의 다른 기술 요소들에 조응하는 ‘사회적 필요 시청 시간’이자 주목의 잉여가치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핀이 비판하듯이, 페이지랭크는 사람들의 주목을 이용하는 경제에서 필수 통화인 아이디어의 순환을 위한 기본 색인을 구축하고, 애드센스라는 시장 입찰 시스템을 이용해 검색 결과에 기반을 둔 광고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전에 없던 규모의 주목을 현금화하는 데 성공했다.[15]
광고, 구독료, 후원을 통한 주목의 가치 실현
주목에서 가치가 만들어지려면, 주목의 형태로 응축된 잉여가치소가 실현되어야만 한다. 플랫폼-알고리즘을 통해 걸러진 주목은 지대의 형태로 가치를 실현한다. 이 지대는 크게 세 가지 형식, ①광고(수익 배당금, 매칭 수수료, PPL), ②구독료, ③후원금으로 이뤄져 있다.
①광고 수익은 플랫폼-알고리즘을 운용하는 자본과 그 안에서 일하는 크리에이터 모두가 가장 의존하는 부문이다. 어떤 크리에이터가 유튜브에 동영상을 업로드할 때, 광고를 삽입할 수 있는 옵션을 설정할 수 있다. 이 설정에 따라 광고 매칭 알고리즘인 구글 애드센스에 의해 광고주와 자동으로 연결된다. 애드센스는 동영상 재생 기반을 기준으로 시청 시간을 계산해 예상 수익을 알려 주고, 더 많은 광고를 더 긴 시간 동안 재생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광고는 광고주가 크리에이터가 직접 계약하는 것이 아니라 구글 애즈에 가입한 광고주와 키워드 연관성으로 자동 매칭되어, 입찰도 자동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해서 발생한 수익을 구글과 스트리머가 45:55로 배분한다. 즉 구글은 유튜브에서 광고 자동 매칭 알고리즘에 홍보 알고리즘, 추천 알고리즘, 페이지랭크 알고리즘, 피드 알고리즘을 연결해 주목에서 지대로의 가치 실현 순환을 만든다. 유튜브의 알고리즘들은 키워드 연관성과 해시태그, 검색 기록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끊임없이 동영상을 재생(즉 광고를 시청시키도록)해, 주목을 가치로 전환한다. 그리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피드 알고리즘과 광고 알고리즘은 유튜브의 알고리즘과 페이지랭크와 맞물려 돌아가면서 주목의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한다. 우리는 유튜브에서 본 영상을 페이스북에서도 보고, 인스타그램에서도 본다. 이 영상들이 공유하고 있는 키워드와 해시태그에 따라 비슷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재생하고, 무수한 광고들의 개입 속에서 주목은 가치를 실현하게 된다.
구글은 이렇게 발생한 광고 수익의 45퍼센트를 떼어 가지만, 이용자와 그 어떤 노동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는다. 말하고, 읽고, 쓰고, 좋아하는 활동으로부터 비정형 데이터들이 만들어지고, 빅테크는 그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해 메타데이터를 만들며, 그로부터 알고리즘이 만들어지고, 알고리즘은 다시 메타데이터를 분석해 스스로를 개량한다. 이 사이의 가치 생성과 실현의 노드들을 연결하는 것은 광고다. 유튜브의 첫 페이지, 페이스북의 첫 피드에서 우리가 읽고 분석하는 것은 스스로의 결정이 아닌 알고리즘에 의한 것이고, 그 사이사이에는 광고가 있다.
②구독료 수익은 채널 차원의 유료 구독료와 플랫폼 전체 차원의 유료 구독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채널 차원의 유료 구독료를 운영하는 대표적 사례는 트위치TV라는 방송 크리에이터 전문 플랫폼이다. 트위치의 시청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의 채널을 유료로 구독할 수 있으며, 지불 비용(4.99달러/9.99달러/24.99달러)에 따라 티어1/티어2/티어3 등급으로 나뉜다. 구독료 수익은 크리에이터와 트위치가 50:50 비율로 나눠 가지는데, 스트리머의 50 부분에서 다시 세금과 결제 수수료를 뺀 금액이 실제로 입금된다. 원천징수 소득세 10퍼센트, 결제 방식에 따라 결제 대행업체가 책정한 각 결제 수수료, 마지막으로 조세 협약을 맺지 않은 국가일 경우 30퍼센트의 추가 수수료가 더해진다. 한국의 경우 미국과 조세 협약이 맺어져 있기 때문에 한국 시민임을 인증하면 이 30퍼센트는 면제된다. 트위치TV는 현재 한국에서 서비스를 철수했다.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는 예는 아프리카TV에서 볼 수 있다. 아프리카TV의 채널 구독료는 3300원이다. 트위치TV나 아프리카TV나 좋아하는 채널을 유료 구독하면 다양한 전용 혜택(구독자 전용 채팅, 광고 스킵, 구독자 뱃지, 구독자 전용 이모티콘)을 활용해 크리에이터와 더 긴말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플랫폼 전체 차원의 구독료로 수익을 배분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은 당연히 유튜브이다. 유튜브에서 이용자들은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의 채널을 무료로 구독할 수 있다. 대신 유튜브는 모든 광고 시청을 면제해 주는 프리미엄 구독료 시스템(2024년 한국 기준 월 1만 5900원, IOS 1만 9500원)을 운영한다. 구글은 영상을 업로드하는 자의 채널 구독자 수, 영상의 광고 시청 시간, 총 영상 시청 시간, 시청 시작 지점과 종료 지점, 조회 수 등을 계산한 다음 프리미엄 구독자의 수와 광고 수익 지분(수수료 45퍼센트)를 반영한 다음 크리에이터에게 배당 형식으로 수익을 분배한다. 내가 영상을 올렸을 때 정확히 얼마를 버는지는 알 길이 없다. 구글은 우리에게 ‘예상 수익’을 알려 주지만, 알고리즘이 어떤 식으로 주목을 ‘예상 수익’으로 배분해 주는지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무도 모른다.
③후원금은 모든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운영하는 수수료 창구로, 크리에이터들에게는 가장 직관적이고 비중이 큰 수익이다. 후원금은 영상 콘텐츠도 제작과 더불어 생방송을 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해당하는 방식이다. 유튜브의 경우 슈퍼챗이라는 후원 시스템을 통해 방송 중인 크리에이터에게 실시간으로 기부할 수 있으며, 유튜브 측에서 부가 가치세를 부담하는 동시에 수수료로 30~37퍼센트를 수취해 간다. 트위치에서는 자체 운용하는 트위치 비트를 먼저 구매한 후 비트를 소모하여 크리에이터에게 후원할 수 있는데, 크리에이터에게서 수수료를 수취하는 것이 아니라 기부자로부터 부가 가치세를 포함한 수수료를 수취하는 방식을 취한다.
예컨대 시청자가 트위치에서 크리에이터에게 1달러를 후원하고자 한다면 100비트가 필요한데, 100비트를 구입하려면 기본 수수료와 부가세를 포함해 54퍼센트가 추가된 금액인 1.54달러를 트위치 측에 지불해야 한다. 비트를 많이 구입할수록 수수료 비율은 낮아져서, 최대 구매 가능 금액인 2만 5000비트를 구매하고자 한다면 42퍼센트의 수수료를 더한 338.8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즉 트위치 비트는 후원자로 하여금 후원액의 42~54퍼센트를 추가 지불하도록 한다. 여기에 트위치와 유튜브 모두 환전 수수료(달러-원화, 위안화-엔화 등)를 후원자가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원화의 경우 자동으로 미국 달러로 해외 결제되기 때문이다. 유튜브 슈퍼챗과 트위치 비트 모두 후원 금액이 많을수록 후원자가 방송 화면에 띄울 수 있는 메시지의 길이와 후원 표시가 화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다.
트위치(트위치 비트)와 유튜브(슈퍼챗) 모두 자체적인 후원 시스템을 운용하면서 별도로 외부 결제 대행사의 후원 시스템인 ‘트윕’과 ‘투네이션’ 두 가지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한다. 즉 트위치와 유튜브 이용자는 세 가지 경로를 통해 스트리머에게 후원할 수 있다. 트윕과 투네이션 둘 다 결제 시 후원자로부터 부가세 10퍼센트를 추가 지불받기 때문에, 1달러를 후원하기 위해서는 1.1달러를 각 업체에 결제해야 한다. 크리에이터가 1달러를 후원받으면, 결제 방법에 따라 책정된 각 수수료를 뺀 나머지 금액을 트윕과 투네이션 측으로부터 정산받는다.
하나의 예를 만들어 보자. 시청자 A가 트위치TV에서 생방송을 하고 있는 크리에이터에게 미션에 성공하면 100달러를 후원하는 ‘내기 미션’을 제안한다. 크리에이터가 미션에 성공하면 A는 트윕을 통해 신용 카드로 부가 가치세 10달러와 환전 수수료 1달러 포함 111달러를 결제한다. 100달러에서 신용 카드 수수료 3.3퍼센트, 원천 징수 소득세 3.3퍼센트, 트윕 서비스 수수료 1퍼센트를 제외한 76달러가 정산일에 크리에이터의 계좌로 들어온다. 이 스트리머는 다음날 유튜브에서도 같은 콘텐츠로 생방송을 하는데, 이번에는 B가 슈퍼챗을 통해 100달러를 결제한다. 유튜브는 따로 부가 가치세 없이 순수하게 100달러만 결제하도록 하지만, 대신 후원금의 37퍼센트를 제외한 63달러를 B에게 정산해 준다. 우버와 같은 모빌리티 플랫폼이 평균 20~25퍼센트 사이의 수수료를 수취하는 것을 생각하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에서 주목이 지대로 실현되는 과정에서는 실로 엄청난 부불 노동(임금을 지불하지 않는 노동) 부문이 도사리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플랫폼만 놓고 보자면, 가치의 생성에서 교환, 실현에 이르기까지의 전 프로세스는 이미 알고리즘에 의해 고도로 자동화된 상태다. 플랫폼-알고리즘에 수없이 교차되는 이용자, 광고주, 크리에이터의 활동은 하나의 신경망처럼 서로에게 상보적이고 또 필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알고리즘이라는 아키텍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알고리즘이 포착하고 가치화하며 실현하는 주목의 자본주의적 동역학, 플랫폼-알고리즘의 신경망이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적인데, 하나는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이윤 추구 활동들을 네트워크 효과 속에서 플랫폼의 독점적 부로 집적시키는 ‘자율화(autonomation)’를 추동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치를 생성하고 실현하는 개별 활동들을 통제하는 알고리즘에 이용자들이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알고리즘은 그 자체로서 이미 결정화된 권력 관계다. 정보사회학자 백욱인이 지적하듯이, 플랫폼은 감시자가 스스로를 보이지 않게 만들면서 피감시자를 보는 광학기계인 파놉티콘과 같다. 이용자들은 인터페이스와 재현에 몰입한 채 플랫폼의 구조를 들여다볼 수 없으며, 파놉티콘은 플랫폼 아키텍처 내부(즉 알고리즘에)에 있다.[16]
노동과정론의 창시자인 해리 브레이버만(Harry Braverman)은 기계를 통해 노동과정을 지배하는 인간의 능력은 직접적인 생산자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본의 소유자나 대리인에 의해서 생산을 통제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기능하며, 기계는 생산자나 연합의 소유물이 아닌 어떤 외적인 힘(잉여가치 축적)의 소유물로 남게 된다고 설명한다.[17] 그러나 그뿐만이 아니다. 물리적 힘만의 자동화를 넘어서 인간 행위자의 관심의 항상적 분산, 반응의 즉각성을 기술적으로 편재화하는 것이 핵심이다.[18] 요컨대 긴밀하게 구조화된 플랫폼-알고리즘 신경망은 생산관계를 만들고, 또 재생산을 순환시키는데, 그 대미를 빅테크-이용자 간 비대칭적인 권력 관계를 형성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알고리즘 통치성(algorithmic governmentality)’이 두뇌를 뒤덮고, 정치의 가능성은 사라진다. 동시에 인간의 인지·창조적 능력을 확장하거나, 네트워크에 접속한 노드들 사이에 라포를 형성하는 도구가 아니라, 잉여를 추출하는 인지 기계 — 즉 노동가치론에서 기계와 생산 수단에 해당하는 불변 자본의 핵심적인 요소로 포착된다. 이제 브레이버만의 노동과정론을 플랫폼 — 알고리즘 신경망이라는 개념 속에서 재구성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안에서 어떤 노동과정들이 동반되는지 주로 크리에이터들과 영상 편집자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