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혁신적인 영웅: 그는 흑인을 비극의 주인공으로만 다뤘던 할리우드 관습을 벗어나 진취적인 영웅의 모습을 연기했다.
- 2013년 영화 〈42〉에서 메이저리그 최초 흑인 야구 선수 재키 로빈슨 역을 맡았다. 2017년에는 영화 〈마셜〉에서 미국 최초의 아프리카계 흑인 대법관을 연기했다. 천재 음악가 제임스 브라운의 삶을 다룬 〈제임스 브라운(Get on Up)〉의 주인공도 그였다.
- 이후 〈블랙 팬서〉의 주연을 맡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블랙 팬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최초로 흑인 영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영화는 와칸다 국왕이자 어벤저스 멤버로 합류한 티찰라가 희귀 금속인 비브라늄을 둘러싼 전 세계적인 위협에 맞선다는 내용이다. 두 팔을 가슴팍에서 X자로 겹쳤다 내리며 ‘와칸다 포에버’라고 외치는 와칸다식 인사법이 크게 유행했다. 2017년 부산에서 일부 장면을 촬영해 한국 팬들에게 ‘부산 팬서’라는 별명도 얻었다.
- 그는 마지막 순간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눈을 감았다. 2015년부터 만남을 이어 온 오랜 연인인 가수 테일러 시몬 레드워드가 투병 생활을 함께했다. 두 사람은 2019년 10월 비밀리에 결혼했다. 그의 동료이자 친구인 배우 조시 게드는 “매 순간이 지닌 특별하고 경이로운 아름다움에 감사하다”는 보스먼의 마지막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며 “그는 순간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보스먼, 포에버: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보스먼의 부고는 700만 번 이상의 ‘좋아요’를 받아 트위터 역대 최고 인기글이 됐다.
- 마블 스튜디오는 “우리의 마음은 무너졌고, 우리의 생각은 채드윅 보스먼의 가족과 함께 있다. 그의 유산은 영원히 지속할 것이다”라는 추모 글을 남겼다. 〈아이언 맨〉의 주인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그는 자신의 생명을 위해 사투를 벌이면서도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이 바로 영웅적인 일”이라고 트윗했다.
- 추모 물결은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는 젊고 재능 있는 흑인으로서 우러러 볼 영웅을 만들기 위해 축복받은 재능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의 선수 피에르 에머릭 오바메양은 30일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와칸다 포에버’ 세리머니로 추모했다.
‘현명한 자는 다리를 만들고 어리석은 자는 벽을 만든다’: 보스먼은 투병 중이던 2년 전 모교인 하워드 졸업 축사에서 할리우드의 편견을 거부했기에 극 속에서 영웅이 될 수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당장의 성공보다 더 많은 실패가 있는 길, 궁극적으로 더 많은 의미가 있는 길을 택한다면 후회하지 않을 승리가 함께 할 것이다.” 그의 연기는 영화계에 공정과 평등, 정의라는 다리를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