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깨다: 그동안 북미 영화 스튜디오는 극장과 ‘90일 극장 개봉(The 90-day theatrical window)’ 협약을 맺고 신작 영화를 극장 개봉 90일 이후 스트리밍 서비스에 출시해 왔다. 워너브라더스는 이 전통을 깨고 한 해의 라인업 전체를 스트리밍 중심으로
옮긴다.
- 워너브라더스는 내년에 개봉하는 17편의 영화를 극장과 HBO 맥스에서 동시에 공개한다. HBO 맥스에서 한 달간 공개한 이후 DVD 등으로 출시한다. HBO 맥스는 워너브라더스의 모회사인 AT&T가 보유한 스트리밍 서비스다.
- 워너브라더스는 코로나19 백신이 배포돼도 내년 3분기까지는 극장 운영이 정상화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지난 9월 기대작인 〈테넷〉을 극장에서 개봉했지만, 북미 극장 수익은 5700만 달러(620억 원)로 기대 이하였다.
- 극장 체인은 반발하고 있다. 워너브라더스 발표 이후 미국 최대의 영화 체인 AMC 엔터테인먼트는 주가가 16퍼센트 내렸다. 북미 극장들은 개봉할 영화가 줄면서 99달러를 받고 개인에게 극장을 대여하거나 고전 영화를 틀고 있다.
- 코로나19가 결정적 계기가 됐지만, 극장 사업은 그 전부터 위기였다. 스트리밍 서비스 때문이다. 워너브라더스는 줄어든 극장 수입을 스트리밍으로 메꿀 계획이다. 현재 HBO 맥스의 가입자는 860만 명이다. 넷플릭스는 2억 명이다.
새 개봉 전략: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화되고 코로나19 위기까지 겹치면서 블록버스터를 제외하고 극장을 찾는 사람이 줄고 있다. 딜로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미국인의 35퍼센트만이 신작을 극장에서 보겠다고
답했다. 영화 스튜디오들의 개봉 전략도 바뀌고
있다.
- 별도 과금: 특정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영화를 개봉하고 일회성 요금을 받는 방식이다. 디즈니는 지난 9월 〈뮬란〉을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에 공개하고 기존 구독자라도 추가로 30달러를 내야 볼 수 있게 했다.
- 기간 단축: 극장과 약속했던 독점 개봉 기간인 90일 전에 스트리밍 서비스로 출시하는 방식이다. NBC 유니버설은 극장 체인 1위 AMC, 3위 시네마크와 극장 개봉 17일 후 가정에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을 맺었다.
- 동시 개봉: 워너브라더스가 선택한 방식이다. 극장과 특정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동시 개봉한다. 해당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하는 사람은 별도 요금 없이 영화를 볼 수 있다. 개봉 한 달이 지나면 다른 플랫폼에도 유통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시네마: 한국 영화의 개봉 방식도 바뀌고 있다. 최근 〈콜〉,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 개봉을 택했다. 코로나19로 극장 개봉이 늦춰지자 제작비 회수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다. 판데믹은 일과 삶에 많은 예외를 만들어 냈다. 다시 일상이 찾아와도 일부는 새 표준으로 남을 것이다. 워너브라더스 측은 이번 조치가 2021년에 한해 실시되는 것이라면서도 “2022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