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은 누구인가: 1942년생으로 올해 78세인 박지원 후보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 ‘정치 9단’으로 불린다. 4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에서 문화관광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
- 전남 진도 출신인 박 후보자는 단국대를 졸업하고 1972년 미국으로 건너가 가발 사업으로 성공했다. 미주 지역 한인회 총연합회장을 지냈다. 1983년 미국 망명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정계에 입문한다.
- 박 후보자는 2000년 6·15 남북 정상 회담의 주역이다.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던 박 후보자는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특사 자격으로 중국 상하이 등지에서 북쪽 인사와 접촉해,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 정상 회담을 성사시켰다.
- 인생 최고의 순간이 훗날 발목을 잡는다. 박 후보자는 2003년 대북 송금 특검 수사 과정에서 6·15 남북 정상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에 4억 5000만 달러를 불법 송금하는 데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옥고를 치른다.
- 박 후보자와 문재인 대통령은 앙숙이었다. 둘은 2015년 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서 설전을 벌였다. 패배한 박 후보자는 2016년 국민의당에 합류, 2017년 대선까지 문 대통령을 공격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비판을 멈춘다.
왜 박지원인가: 최근 급속히 악화된 남북 관계를 복원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한때 앙숙이던 ‘비문’ 인사를 정권 핵심인 국정원장에 앉힐 만큼 남북 관계 개선이 시급했다는 방증이다. 청와대는 국정원장과 함께 안보 ‘투 톱’인 국가안보실장에도 ‘북한통’을 기용했다.
- 서훈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는 국정원에서 30년 넘게 북한 업무를 해왔다. 20년 전 6·15 남북 정상 회담 당시 국정원 대북전략조정단장으로 박지원 특사를 도와 북한과 비밀 협상을 벌였다. 북·미 정상 회담 개최에도 기여했다.
- 박 후보자는 지난달 15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남북 간 백 가지 합의를 해도 북·미 간 합의가 안 되면 한 가지도 실천할 수 없다”면서 남북 특사들이 만나 남북 정상 회담을 성사시키고, 한미 정상 회담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실제로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에 북·미 정상 회담 추진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다. 그리고 이틀 뒤 국정원장에 박지원 후보자를 내정하는 등 외교·안보 라인 인사를 발표했다.
전망: 청와대가 외교·안보 라인에 북한통을 집결시켰지만 주변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용 이벤트로 북·미 정상 회담에 불려 나올 마음이
없고, 트럼프 대통령도 더 이상 북한을 이벤트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북핵 문제는 미국 유권자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재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