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존재의 재발견: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위협했다. 가족, 친구와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은 그래서 더 소중하고 특별해졌다.
- “친척들 집에 주말마다 놀러 가서 보드게임과 운동을 하고, 조카들과 대화하고 놀아 줬어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 “코로나19 속에 어렵게 식을 치렀습니다. 두바이를 경유해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몰디브 입국자는 격리한다는 소식에 아내와 두바이에 그냥 남았습니다. 돈은 날렸지만 걱정했을 가족, 또 함께 있는 아내를 보니까 뭐가 중요할까 싶더라고요.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었어요.”
- “가족들의 몸 건강과 마음 건강을 더 챙길 수 있었어요.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환경과 자연을 지켜야겠다는 마음도 커졌습니다.”
- “저녁 술자리나 약속이 줄어서 반강제적으로 집에 일찍 들어가게 됐습니다. 사랑하는 아내,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가족끼리 한층 더 가까워졌어요.”
- “서울 남산을 주말에 혼자 다녔어요. 계절의 변화를 보며 감사함을 느꼈어요. 일상이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 “첫 조카가 올해 4월에 태어났어요. 코로나19와 겹쳐서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산모인 언니도 건강했고 조카도 잘 태어났어요. 올 한 해는 정말 다들 힘들고 어려운 시기였지만 가족 구성원이 건강하게 태어난 게 개인적으로 가장 기뻐요.”
- “어렸을 때 할머니 손에 컸고 지금도 같이 살고 있어요. 이제 도움과 배려가 필요한 사람은 제가 아니라 코로나19 고위험군인 우리 할머니더라고요. 제가 자라면서 받아 온 걸 조금이라도 다시 되돌려 드리려고 해요. 누굴 틈틈이 챙기는 기쁨을 깨달았어요.”
- “평소에 보려고 했는데 바빠서 혹은 다른 이유로 보는 것을 미룬 영화나 드라마를 하나씩 ‘정주행’했어요. 우울하고 지쳤던 일상을 재미있게 채울 수 있었어요.”
성장과 도전: 위기 속에서도 삶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계속됐다. 크고 작은 도전을 올해 가장 좋았던 점으로 꼽았던 독자들도 많다.
- “처음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었고 20번 넘게 인턴에 지원했어요. 취업 시장이 정말 힘들더라고요. 코로나19 맵 DB 서포터, 언택트 해커톤 운영진 등 많은 ‘부캐’를 만들었습니다. 올해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은 금융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 “6월에 군 생활을 마치고 가족 해외여행을 계획했어요. 갔다 와서 내년부터 취업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일찍 시작하게 됐어요. 운 좋게도 12월부터 일을 하게 됐습니다. 내년에 시작했다면 취업 준비 기간이 더 늘어나지 않았을까 해요.”
- “9년 차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전에 없던 방식으로 아이들을 마주하게 됐어요. 드라이브 스루로 교과서도 배부해 봤고, 유튜버처럼 영상 편집에 라이브 수업도 해봤네요. 눈에 띄는 성취가 없는 한 해이지만 우리들의 새로운 도전 그 자체를 격려하고 싶어요. 변화를 함께 감당해 낸 동료들이 자랑스럽습니다.”
- “실패가 두렵더라도 도망치지 않은 것,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응원을 받은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대학원 입학 시험에 응시했거든요. 올 한해 가장 큰 도전이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어서 응시하지 말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시험을 무사히 끝냈어요.”
- “새로운 도전을 위해 퇴사했는데, 동료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서 롤링 페이퍼를 써 줬더라고요. 대학 졸업하고 처음 받아 본 롤링 페이퍼에 웃다가 결국은 울었습니다. 바쁘다고 늘 나만 생각하며 일했는데, 정말 미안하고 고맙더라고요. 올해 가장 좋았던 일이었어요.”
- “코로나19로 기대했던 여행은 못 갔고, 정상적인 일상 생활도 불가능했지만 무사히 전역했습니다. 어려운 와중에 취업도 했고요. 괜찮은 2020년이었어요.”
나를 돌아보다: 혼자 머무는 시간은 내면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기회였다. 독자들은 자신을 발견하고 단련하는 과정에서 희망을 찾았다.
- “저에게 오롯이 집중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제 몸이 필요로 하는 것들에 집중하고 자신을 돌보는 데 집중했어요. 불필요한 물건과 관계를 정리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회 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한 감정들에서도 자유로워졌어요.”
- “그동안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던 거 같아요. 좋아하는 게 뭐냐는 질문을 받아도 대답할 거리가 없었거든요. 올해는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좋았던 것들을 다이어리에 적어 봤어요.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음악, 영화, 미술 작품 등을 찾아보며 제 취향이 뭔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때론 많이 원망하고 끝도 없는 무기력함에 좌절했지만 희망을 찾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시간 끝에 다시 일어서는 제 자신의 회복력을 확인했거든요. 저에게 희망이 있음을 발견한 시간들이었어요.”
- “스스로가 뭘 좋아하는지 알게 된 것 하나만큼은 참 좋았습니다.”
- “내 꿈에 대한 방향성을 찾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조금 더 어른이 되어가는 자신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 “내 삶을 돌아보고 매일을 부지런히 살아갈 수 있도록 나만의 계획을 차곡차곡 쌓아나간 것,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기 시작한 것이 좋았습니다.”
- “외국에서 일하다 한국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과 업무 방식이나 가치관을 놓고 충돌할까 봐 걱정했어요. 하지만 외국에서 일하는 것보다 편할 때도 많더라고요. ‘나도 역시 한국 사람인가 보다’ 생각하게 됐습니다. 좋은 동료들을 만나 즐거웠어요.”
- “코로나19로 외출을 못 하니 집에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생각하다가 창고에 넣어 뒀던 기타를 오랜만에 꺼냈습니다, 손가락은 다 굳었는데 열심히 하던 옛날 생각도 나고 즐겁더라고요. 코로나19가 끝나도 종종 저만의 취미 생활을 즐기려고요.”
터널 끝에는 빛: 시끌벅적한 연말은 사라졌습니다. 24일 0시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전국에서 5인 이상 모임이 제한됩니다. 겨울 스포츠 시설도 운영을 중단합니다. 숙박업소는 전체 객실의 50퍼센트만 예약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 멈춰야 우리가 누리던 일상을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그래도 좋았던 한 가지가 견디는 힘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