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프로토타입
우리가 모인 건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10년 만이었다. 회사생활에서 회의를 느끼고 퇴사를 경험했다는 것, 본업 외에도 일러스트, 니트짜기를 비롯한 수공예, 글쓰기와 같은 각자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것이 우리의 공통점이었다. 셋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보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사실 정확히 마음먹었다기보다는 어떻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흘러왔다는 말이 더 맞겠지만) 이왕 무언가 만들 거라면 버려진 것으로 만들어 보자고 마음먹었다. 이미 생산된 재료를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창작을 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의견이 모아졌다.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사용하고 있는 플라스틱과 일회용품과 과잉생산의 생산자로 일하고 있는 현실이 늘 마음 한구석을 괴롭히기도 했다. 그런 마음이 본업에 회의감을 불러와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우리가 익숙한 패브릭으로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팀원 모두가 소비를 줄이고 생활을 간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때였다. 옷이 얼마나 환경을 해치는지, 안 입는 옷을 어떻게 정리했는지, 진정성 있는 친환경 브랜드가 있는지, 구제 시장에서 쇼핑한 이야기 등 조금 더 나은 선택에 대해 공유했다. 그러다가 우리의 이름인 ‘피스모아’도 짓게 되었다. 버려진 피스(piece)를 모아(moa) 새롭게 만들자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었다. 우리의 재능을 모아서 독특한 것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에 신이 나 있었다.
첫 작업은 집에서 안 입는 티셔츠를 모아 만들었던 패브릭 포스터였다. 헌 옷을 해체해서 패치워크
[1]를 만들고 실크스크린을 해보니 새 제품에서 느낄 수 없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의류 수거함에 넣으면 높은 확률로 소각될 게 뻔한데 쓰레기통에 들어갈 뻔한 옷을 건져 새로운 쓸모를 만들어낸 느낌이었다.
첫 작업을 마친 뒤 소재에 대한 깨달음이 있었다. 티셔츠는 짜임 구조상 니트와 비슷한 편물
[2]로 만들어지는데 이 때문에 잘 늘어나고 모양을 잡기 어렵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잘 늘어나지 않는 직물
[3]인 셔츠 원단으로 다시 만들어보기로 했다. 우리와 비슷한 작업뿐 아니라 옷을 활용해 무언가 만들 때는 셔츠처럼 직물로 된 원단을 추천한다.